단풍드는 날 - 도종환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2010.11.23
옛 샘 - 카롯사(Hans Corossa) 옛 샘 - 카롯사(Hans Corossa) 등불을 끄고 자거라! 줄곧 일어난 채 언제까지나 울리는 것은 오직 옛 샘의 물줄기 소리 하지만 내 지붕 아래 손님이 된 사람은 누구든지 곧 이 소리에 익숙해진다. 네가 꿈에 흠뻑 배어 있을 무렵 어쩌면 집 근방에서 이상스런 소리가 들릴는지 모른다. 거친 발소리에 샘 근방.. 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2010.11.23
고엽 - 프레베르(Jacques Preverf) 고엽 - 프레베르(Jacques Preverf) 기억하라 함께 지낸 행복스런 나날을. 그 때 태양은 훨씬 더 뜨거웠고 인생은 훨씬 더 아름답기 그지 없었지.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다. 나는 그 나날들을 잊을 수 없어... 마른 입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다. 모든 추억도 또 모든 뉘우침도 함께 북풍은 그 모든 .. 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2010.11.23
김수영 - 풀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 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2010.10.31
산처럼 물처럼 - 오광수 산처럼 물처럼 - 오광수 - 산은 산이어서 좋다 이곳저곳 기웃거려 옮겨다니지 않고 세상의 지킴이 되고 살아가는 기본이 되어 보듬고 다독이며 함께 더불어 사는 가운데 철 따라 가꾸는 어울림이 있어 더 좋다 물은 물이어서 좋다 순리대로 길을 가니 볼썽사납지 않고 이 세상 이치가 되고 생명에겐 가.. 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2010.10.25
석류의 말 - 이해인 * 석류의 말 - 이해인 감추려고 감추려고 애를 쓰는데도 어느새 살짝 삐져나오는 이 붉은 그리움은 제 탓이 아니에요 푸름으로 눈부신 가을 하늘 아래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터질 것 같은 가슴 이젠 부끄러워도 할 수 없네요 아직은 시고 떫은 채로 그대를 향해 터질 수 밖에 없는 .. 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2010.10.24
승 무 - 조지훈 승 무 -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버선이여 .. 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2010.10.24
2008년은 한국 현대시 100주년의 해 * “처…ㄹ썩, 처…ㄹ썩, 詩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출처=동아일보 12.31> 《1908년 11월 열여덟 살 청년 최남선이 잡지 ‘소년’의 권두에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했다. 정형시의 틀을 무너뜨린, 한국 현대시의 들목이 된 작품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하면 2008년은 한국 현대시 100년의 .. 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2010.10.07
현대시 100편(1) 박두진 '해' *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시 100편 [1] 정끝별·시인 ▲ 일러스트= 잠산 쥐띠 해가 밝았다.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킬 새해가 밝았다. 현대시가 출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가 밝았다. 대통령 당선자는 근심과 탄식의 소리가 멈춘 ‘생생지락(生生之樂)’의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어둠으로 점.. 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2010.10.07
현대시 100편<2> 김수영 ‘풀’ * 김수영 ‘풀’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00편 [2] <출처=조선일보>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 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2010.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