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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밤에 만리장성을 쌓다

淸山에 2009. 8. 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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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지금 껏 살아 오면서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을 여러번 해 보았거나 들어 보고 살았으리라.

 

 

비록 만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도

은 인연을 맺을 수 있지 않냐는
뜻으로 사용하는데 원래의 어원은 전혀 다른 뜻에서 시작되었다 하니
그 머언 역사 시절로 돌아 가 볼까요?

 

천하의 진시황제도 북 오랑케족 귀찮어

그들이 올 수 있는 모든 통로를 막아 볼 계획을 세우고 기술자와 인부들을 모은 후에 대역사를

시작했을 때 일이다.

 

어느 젊은 남녀가 결혼하여 신혼생활도 한달 못되어 남편이 만리장성의
부역장에 끌려 가고 말았다.

 

그러니 한 번 끌려 가면 이 대역사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기에

그 길이 생이별이나 다름 없었다.

 

요즈음 같으면 전화나 핸폰으로 때려 곧 바로 안부라도 들을 수 있지만
그 옛날이야 쉬었겠을까.

 

 

혼자 남은 새색시는 아직 아이도 없는 터이라 혼자서 살아 가고 있었다.

 

이시대야 재혼을 하든지 또 다른 해결 방도라도 있겠지만

이때야 국가 황제의 명령을 거역 할 수도 없어 딴 맘은 언감생심이라.

 

홀로 외롭게 살아 가는 외딴집에 지나가던 나그네가 찾아 들었다.

 

"갈 길은 먼데 날은 이미 저물어 이 근처에 인가라고는 이 집 밖에 없
습니다. 헛간이라도 좋으니 하룻밤 묶고 가게 해 주십시요?"

 

남편의 나이 쯤 되는 젊은 나그네 싸릿문 앞에서 정중히 사정하는데
여인네 혼자 살기 때문에 과객을 받을 수 없다는 거절을 못한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어느 날 처럼 바느질을 하는 여인에게

나그네 말을걸기로

 "보아하니 이 외딴집에 혼자 살고 있는 가 싶은데 사연이 있나요?"

 

여인은 숨길 것도 없어 남편이 부역가게 된 사실을 말 해 주었다.

 

밤이 깊어가자 나그네는 노골적인 수작을 걸고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여인과 거듭되는 실랑이에 안달만 늘었다.

 

"이렇게 살다 늙어 죽는다면 진정 허무하지 않소?"

"돌아 올 수 없는 남편을 생각해 정조 지킨들 무슨 뜻이 있겠나요?"

 

"한참 젊은 우리가 멀리 도망가서 행복하게 살읍시다.

내가 책임을 질터니 생각을 다시 해 보소 마!"

 

처움은 이렇게 나온 말이 거듭되는 거절에 사내는 저돌적으로 달려 들었고
깊은 야밤 인적도 없는 이 외딴집에서 여인 혼자 절개를 지킨다고 저항 해도


소용 없는 일이 되자 여인은 일단 사내의 뜻을 받아들여 몸을 허락하겠다고
말한 뒤 한가지 부탁을 들어 달라고 조건을 걸었다.

 

이 한마디에 번쩍 귀가 뜨인 사내 "어떤 부탁이라도 다 들어 주리라"

 

"남편에게는 혼인식을 올리고 잠시라도 산 부부간의

의리가 있으니 부역장에 끌려 간 남편 언제 올지 모른다고 해서

그냥 당신을 따라 나설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하여 제가 지은 남편의 옷 한 벌 싸 드릴 터이니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남편을 찾아가 이옷 갈아 입을 수 있도록 전해 주시고 그 증표로 글
한장만 받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어차피 살아서 만나기 힘든 남편에게 수의 마련해 주는 기분으로 옷이라도
한 벌 입히고 나면 당신을 따라 나선다고 해도 마음이 좀 홀가분 해
지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당신이 이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 오시면 저는 평생을 당신 의지하고
살 것 입니다."

 

"이 약속을 먼저 해 주신다면 제 몸을 허락하겠습니다."

 

듣고 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심정으로 덤벼 들었다.

 

자신의 모든 힘을 동원해 흡족한 정을 통한 후 골아 떨어졌다.

아침이 되자 사내는 깨워 흔드는 기척에 담잠에서 일어났다.

 

 

 

 

 

 
 

 

젊고 예쁜 여자의 고운 얼굴에 아침 햇살이 빛나니 양귀비 같은 미인 아닌가.

저런 미인과 평생을 같이 살 수 있다는 황홀감에 빠져 간밤의 피로도 잊고
어제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길 떠날 차비를 한다.


 
여인은 사내가 보는 앞에서 장롱 속의 새 옷 한 벌 꺼내 보자기에 싸더니
괴나리 봇짐에 챙긴다.

 

잠시라도 떨아지기 싫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심부름을 마치고 와서 평생을
살 생각에 부지런히 걸었다.

 

 

드디어 부역장에 도착했다.

 

감독하는 관리에게 면회를 신청했다.

옷을 갈아입히고, 글 한 장을 받아 가야 한다는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옷을 갈아입히려면 공사장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한 사람이 작업장을 나오면 그를 대신해서 다른 사람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옷을 갈아입을 동안 잠시 교대를 해 줘야

하겠다는 말을 한다.

 

여인의 남편을 만난 사내는 관리가 시킨대로 말하고 그에게 옷 보따리를 건네
"빨리 옷 갈아 입고 편지 한 장 써서 돌아 오시오."

 

말을 마친 사내는 별 생각 없이 작업장으로 들어 갔다.

남편이 옷을 갈아 입으려 보따리를 펼치자 옷 속에서 편지가 떨어졌다.

 

"당신의 아내 해옥입니다. 당신을 공사장 밖으로 끌어 내기 위해 이 옷을
전한 남자와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이런 연유로 외간 남자와 하룻밤 자게 된 것을 두고 평생 허물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서시면 이 옷 갈아 입는 즉시 제가 있는 집으로 돌아 오시고 혹여


그럴 마음이 없거나 허물을 탓 하려거든 그 남자와 다시 교대해서 공사장
안으로 들어 가십시오."

 

 

부역에서 남편을 빼내 주기 위해서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지냈다고 한다.

그 일을 용서하고 아내와 오손 도손 사는 것이 낫지 어느 바보가 평생 못
나올 만리장성 부역장에 다시 들어 가 교대 해 주겠는가?

 

남편은 옷을 갈아 입고 그 길로 아내 해옥이 한테 달려 와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합니다.

 

이거야 말로 하룻밤을 젊은 여자와 잔 댓가로 만리장성을 다 쌓을 때까지
부역장에 끌려 간 과객의 얘기가 아닌가요.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

 

우리들의 인생사에 이처럼 다른 사람이

나 대신 만리장성을 쌓아 준다면 모르거니와 저 과객처럼

잠시의 정욕에 눈이 어둡다면 나 자신도 모르게
만리장성의 일터에 빠지지 않을런지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펴 볼 일인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