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에 살으리라

그대, 아직도 나를 기억하는가 - 양애희 그대, 아직도 나를 기억하는가 욕심의 족보를 뒤집어 자줏빛 기억 하나 펼친다 어느 날 어느 때 기억은 가물가물 그래도 분명 우리 가슴 설레던 시절 있었지 딱 꼬집어 말할 순 없다 하여도 분명 그것은 정해진 우리들의 추억 운명이니 숙명이니 해도 거부할 수 ..

바람소리 - 곽재구 새미골 이 첨지는 올 겨울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가 자꾸만 서러웁다네 댓잎 속에 깃을 친 겨울새들 살 부비며 함박눈 날리는 하늘로 촤 솟아오를 때 아랫집 길주할멈 스무 살 청상이 된 눈빛 참 맑은 가시내 쇠죽 쑤는 이 첨지 곁 다가와 아궁이에 마른 솔잎 한줌 던져주기도 하다가 ..

Andes / Cusco

기다리던 여인 그 사랑 賢 노승한 어둠이 고요를 부르고 네온의 화려한 수를 놓아 거리엔 음악 울려 퍼져 갈 곳을 잃는다 싸늘하게 젖어드는 겨울의 시림 산간의 초가에 피어나는 굴뚝 연기 모락모락 피어나니 반세기 전 부엌에서 군불 피며 기다리던 여인 그 사랑 그리워서 오늘밤도 가슴 저민다 동..

賢 노승한 그리움으로 다시 태어나는 날 위해 가슴속 작은 별 하나 푸른 밤하늘에 띄워 중년의 황혼을 다 받쳐 남김없이 주리라 또 다른 환생을 위한 사랑으로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벗이여 그대가 외면한해도 작은 별 하나 저 깊은 밤하늘에 띄우리라 외로움에 지쳐 파랗게 멍이 들어도 어루만지..

가슴속에 사랑하나 담았을 뿐인데 / 무정 여태 왜 그렇게 나 혼자만 아픈척 하고 살았는지 몰라 가슴속에 사랑하나 담았을 뿐인데 언제 아팠는지도 모르게 씻은듯 나았고 눈물샘이 마른듯 하루 온종일 나도 모르게 그냥 웃고있어 왜 그럴까? 보고 돌아서면 또 보고싶은 사람 너 때문에 함께 있을때는 ..

인생의 터널 - 김혜숙 나를 찾아 떠난 길 위에서 마주친 어둠. 음악을 크게 하고 속도를 더 높이고 눈을 감고 어둠을 빠져 나왔지 돌아보니 그 짧은 시간 무엇이 두려워 허둥댔을까 짧지 않은 인생 여행길 환한 길만 있는 것도 아니고 곧은길만 있는 것도 아님을 알지. 뒤 돌아보면 지금의 이 고통도 짧..

귀로 - 나얼 화려한 불빛으로 그 뒷모습만 보이며 안녕이란 말도 없이 사라진 그대 쉽게 흘려진 눈물 눈가에 가득히 고여 거리엔 온통 투명한 유리알 속 그대 따뜻한 손이라도 잡아 볼수만 있었다면 아직은 그대의 온기 남아 있겠지만 비바람이 부는 길가에 홀로 애태우는 이 자리 두 뺨엔 비바람만 차..

따뜻한 얼음 -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