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소설&드라마

[연재소설] 아빠의 바다 (31회-40회)

淸山에 2013. 4. 2. 18:39
 

 

 

 

제 31장,

승미는 인규의 청혼을 기쁘게 받아드린다.

아빠가 청혼을 받은 것을 알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빠는 늘 인규가 청혼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가끔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 보이시기도 하셨다.

“아빠가 상당히 기뻐하실 것 같아요.”

“참으로 오랜 세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아니에요.

나도 일찍 결혼할 마음이 없었거든요.“

”승미!

나를 믿고 따라와 줄 수 있지?“

”그럼요!

인규씨가 하라는 대로 다 할 수 있어요.“

”고맙소.

그리고 우선 우리가 살 아파트를 보러 다닙시다.“

”따로 살림을 나와 살아도 되는 거예요?“

승미는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다.

외아들이기에 시집에 들어가 사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만의 행복을 누리고 싶은 것이오.

부모님과는 우리들이 아기를 낳은 다음에 함께 살도록 할 것이오.

그러니 내가 하자는 대로 해 줘요.“

”네!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가요?“

”우선 당신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구입해요.

그동안 내가 저축해 놓은 것으로 웬만한 아파트를 구입할 수가 있을 것이오.“

”그렇기는 하지만...........“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말고 그렇게 하시오.

계약이라도 하고 나서 우리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것이오.“

인규는 승미의 이름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계획이다.

그동안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승미의 통장으로 넣은 금액만 하더라도 웬만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아본 인규다.

둘은 시간을 만들어 아파트를 보러 다닌다.

“인규야!

언제 데리고 올 거니?“

홍수희는 아들이 아무런 말도 없자 마음이 다급해진다.

“어머니!

우선은 그쪽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아직 그쪽 부모님의 허락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냐?“

“네!

만일 그러다 어머니의 반대가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공연히 그쪽 어른들까지 기만할까 싶어 찾아뵐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요.

이제 순서를 밟아 일을 진행시키려고 합니다.“

홍수희는 다급한 마음이지만 그렇다고 재촉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규는 일부러 느긋하게 시간을 늦춘다.

인규와 승미는 두 사람이 모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한다.

삼십팔 평대의 조금은 넓은 느낌이 드는 아파트지만 승미는 자신이 저축을 해 놓은 자신의 돈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결정을 한다.

승재는 이미 인규의 계획을 들어 알고 있다.

공연한 예단보다는 이렇게 아파트를 마련하고 그 아파트에 모든 살림들은 채우며 그 모든 것을 예단을 대신해서 신부가 해 가는 것이라고 말씀을 드릴 계획이다.

공연히 필요 없는 예단을 해서 친척들에게 돌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인규의 생각이다.

그런 돈이 있으면 이렇게 자신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구입하는 것이 더 실속이 있고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신부가 이런 것을 준비하느라 예단을 하지 못한다는 구실이 충분하게 되는 것이다.

승미는 처음으로 신랑 집에 초대가 되어 간다.

무엇을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준비를 한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갈비와 최고급의 과일과 시아버님의 양주를 준비한다.

승미는 인규의 집안이 어떤 집안인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저 잘 사는 집안의 아들이라는 것만 알 뿐이다.

인규는 승미를 데리러 온다.

오늘을 위해 인규는 이미 승미가 입을 의상을 구입해 주었다.

옅은 화장을 한 승미는 인규가 구입을 해 준 의상과 패물로 자신을 꾸민다.

너무 화려하지 않고 그렇다고 결코 초라해 보이지 않는 단정하고 우아한 차림이다.

“참으로 우리 딸이 아름답다.”

승재는 승미의 모습을 보면서 절로 찬사를 보낸다.

참으로 아름다운 딸의 모습이다.

“아빠!

아빠 딸이니까 아름다운 거지요.“

”아니다!

내 딸이기 전에 한 여성으로 정말 우아한 아름다움과 매력이 있다.

그 속에 언뜻 비쳐 나오는 네 엄마의 모습도 들어 있어서 더욱 아름답구나!“

“아직도 엄마 모습을 기억하고 계세요?”

“아직도라니?

어떻게 네 엄마를 한시라도 잊고 살아갈 수가 있겠니?

난 단 한순간도 네 엄마하고 떨어져 본 적이 없다.“

”아빠의 숭고하고 대단한 사랑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허지만 아빠!

이제는 엄마 생각을 그만 하시고 아빠의 새로운 인생을 찾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승미야!

아빠의 새로운 인생이라는 것은 없다.

아빠는 지금 이 삶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이제 너를 결혼시키고 우리 승리가 박사학위를 받고 나면 아빠는 더 이상 아무런 여한이 없이 승인이만을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내려가 살고 싶다.“

“아빠!

그러지 마세요.

이제 승인이는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아빠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허허허..........

우리 승미가 시집을 가려니 아빠가 부담스러운 모양이구나?“

”아니에요.

아빠, 그런 것이 아님을 잘 아시면서.........“

그때 인규가 도착을 한다.

인규는 승미의 차림새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아, 정말 아름답고 우아하면서 세련된 느낌이오.

자, 준비가 되었으면 출발을 합시다.“

“네!”

준비해 놓은 물건들을 차에 싣는다.

“아버님!

다녀오겠습니다.“

“우리 승미 잘 부탁하네!”

승재는 그들이 출발하는 것을 배웅한다.

오랜 세월 지켜보았지만 조금도 변함이 없는 인규의 사랑이다.

그런 인규를 믿고 승미를 주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며 흐뭇한 마음이 드는 승재다.

승미는 인규가 차를 세우고 나자 다시 인규를 바라본다.

“여기가 인규씨 집 맞아요?”

“응!

내 부모님 집이지.”

“그러고 보니 인규씨 집이 대단한 집 아닌가요?”

“대단?

뭐가 대단하다는 것인지 난 모르겠는걸!

사람 살아가는 것 거의 비슷비슷하지 않나?

집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

자, 어서 들어갑시다.“

승미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인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참으로 넓은 정원이 있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정원은 참으로 아름답다.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그 속에 자신이 서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현관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인규씨의 어머니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인규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걷는다.

“어서들 오너라!”

홍수희는 걸음걸이에서 얌전한 성품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둘을 맞이한다.

“어머니셔!”

인규가 인사를 시키려고 하자 홍수희가 막는다.

“여기서 인사를 받을 수가 없지 않겠니?

어서 들어가자.

아버지께서도 기다리고 계신다.“

”네!“

인규는 승미를 데리고 어머니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승미는 눈을 어느 곳에 두어야 할지 몰라 쩔쩔맨다.

“승미씨!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세요.“

승미는 두 분을 향해서 큰 절로 인사를 드린다.

“어서 오너라!

생각보다 아주 참하고 얌전하구나!“

홍수희의 말이다.

“초대를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하는 일이 뭔지 물어봐도 되겠니?”

나회장의 말이다.

“네!

K대학병원 병실에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입니다.“

”간호사라?

전공이 간호학인가?“

”네!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습니다.“

“그런가?

그 꿈을 향해서 열심히 노력을 하고 공부를 했나?“

”네!

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을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모님은 뭐하시는 분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또 다시 나회장의 물음이다.

“제 아버진 장사를 하고 계십니다.

어머니께서는 저희들 어려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의 세 자매를 위해서 재혼을 하지 않으시고 살아가고 계십니다.“

”참으로 훌륭한 부친을 두었네!

장하신 분이시지.

요즘 세상에 그러게 하기 어디 쉬운 일인가?“

나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을 한다.

“세 딸 모두 훌륭하게 성장을 했겠군!”

“제 밑으로는 미국에 유학중에 있고 지금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막내 동생은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이라 아버지께서는 그 동생을 위해 남은 여생을 사시겠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발달장애?

가만?

그러고 보면 두 사람이 이미 만난 지가 오래된 사이 아니냐?“

홍수희는 뭔가를 문득 떠올린다.

“네!

어머니!

저희들 대학 때부터 만나고 알아왔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지요.

우연한 기회에 다시 만나고 보니 서로 마음이 통해서 사랑하게 되었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그래, 만나야 할 인연이었다면 이렇게 만나게 되는 것인가 보다.

서로가 늦었는데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어디 있니?

부모님을 만나 서로 상견례를 하고 나서 바로 식을 올리면 되겠다.“

홍수희는 성급한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회장과 홍수희는 아들과 승미를 번갈아 바라본다.

“저희들 따로 나가 살겠습니다.”

“지금 뭐라고 했니?”

홍수희는 안색을 바꾸어 가며 묻는다.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다.

“어머니!

저희들 결혼을 하고 나서 아이를 낳을 때까지 만이라도 따로 나가서 살겠습니다.

승미씨가 집을 사놓고 있는데 저희들 둘이서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네가 집을 샀다는 말이냐?”

“작은 평수의 아파트입니다.

지금 계약만 한 상태입니다.“

”그동안 참으로 착실하게 벌어서 모은 모양이구나?

허나 이렇게 큰 집에서 온 가족이라야 네가 결혼을 하고 들어와도 네 식구다.

무엇하러 따로 나가서 살 필요가 있겠니?“

”어머니!

누님들이 자주 오십니다.

그리고 전 결혼을 하고서도 승미씨를 계속 직장생활을 하도록 이미 약속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저희가 따로 나가서 살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얘야!

우리가 어떤 집안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니?“

홍수희는 승미를 보면서 묻는다.

“네?”

승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인규를 바라본다.

“우리 인규는 한창그룹의 후계자다.

넌 그런 인규라는 것을 모르고 사귀었니?“

”어머니!

승미씨는 제 집안이 어떤 것인가를 보고 저를 사랑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승미씨는 우리 집안이 한창그룹의 회장님 댁이라는 것을 모르고 왔습니다.“

글: 일향 이봉우

 

 

 

 

제 32장,

나회장과 홍수희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승미의 놀라는 얼굴을 본다.

승미는 인규가 한창그룹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라 놀람과 충격은 컸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는다.

“죄송합니다.

인규씨가 어떤 사람이든 있는 그대로의 인규씨만을 생각하느라 어떤 집안인가 하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한창그룹 기획실장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로구만!

좋다, 너희들끼리 따로 나가서 사는 것을 허락한다.

그리고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것 또한 허락을 한다.

단, 내 집으로 들어오게 될 때까지다.“

나회장은 흔쾌하게 수락을 한다.

“여보!”

홍수희는 놀라서 남편을 바라보지만 이미 다른 말을 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은 뒤였다.

홍수희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만다.

양가부모님의 상견례 날짜가 잡히고 분주해진다.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상견례를 한다.

양가 모두 부모님만을 초대를 한다.

나회장과 홍수희 그리고 승재와 인규와 승미만 참석을 하도록 한다.

차승재는 이미 매스컴을 통해서 나회장의 사진을 보아서 알고 있지만 보도된 인품보다는 실물이 훨씬 인간미가 느껴지는 따스함이 깃들어진 모습에 안심을 한다.

허나 홍수희는 차고 이지적인 모습이다.

서로의 수인사들이 끝나고 남자들은 술잔을 든다.

“부족한 자식을 받아주시어 대단히 감사합니다.”

“허허..........

그것이야 어디 우리의 마음대로입니까?

두 아이 천생배필이 되어 만났으니 부모로서 당연히 축하를 해 주어야 하는 일이지요.“

”제대로 가르친 것이 없어 많이 가르쳐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워낙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 제대로 사람구실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사돈!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잘 배운 아이라 하더라도 결혼을 하면 그 집안의 풍습을 익히느라 한동안은 조금 힘들겠지만 그 집사람이 되고 나면 모두가 옛 얘기가 되겠지요.

안 그렇겠습니까?“

나회장은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승재와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엄마가 없는 신부 측보다는 엄마가 있는 신랑 측에서 결혼날짜를 잡기로 한다.

홍수희는 신랑과 신부의 사주를 적어 결혼날짜를 잡으러 간다.

상류층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두 사람의 사주를 넣고 결혼날짜를 잡으려는 홍수희의 마음은 두 사람의 궁합도 보자는 속셈이다.

“두 사람이 천생연분입니다.

여자의 사주가 아주 온화하고 남자를 뒷받침을 해주는 사주가 되어 남편이 내조를 해서 크게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전부터의 인연이었던 것 같은데 결혼이 많이 늦었습니다.“

“그렇게 궁합이 좋은 것인가요?”

홍수희는 무언가 찜찜하던 마음이 풀어지는 것을 느낀다.

“이런 사주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참으로 막힘없이 아주 좋은 궁합입니다.

결혼날짜는 제일 빠른 것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것이 언제인가요?”

“신랑과 신부의 사주로 보면 딱히 날짜를 잡지 않더라고 아무날짜나 다 막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날짜는 삼 개월 뒤의 팔월 둘째 주면 더 이상 나무랄 것이 없지요.“

“덥지 않을까요?”

“두 사람의 마음속은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딴 살림을 내 놓아도 좋겠는지 알아봐 주십시오.”

“따로 내 놓으십시오.

그리고 살림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며느리를 불편하게 하지 마시오.

아마 아들이 불같이 화를 내고 잘못하다가는 아들과 생이별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저 바라보고만 계시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입니다.“

”시어미로 참견을 하지 말라는 것인가요?“

”시어미 티를 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요즘 누가 시어미 시집살이를 하며 산다고 합니까?

더구나 이렇게 신랑이 애지중지 하는 며느리를 잘못 다스렸다가는 아들의 화를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홍수희는 큰 한숨을 내 쉰다.

하나뿐인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로서 위상을 떨치지도 못하게 생긴 것이다.

홍수희는 결혼날짜를 잡아 집으로 가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

아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다는 말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아들의 말에 따라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인규는 어머니가 받아온 결혼날짜를 보고 기뻐한다.

“어머니!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인규야!

모든 것을 네 뜻대로 따르고 있지만 예단을 어찌 하려는지 알고 싶다.

아무리 신부 측이 형편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예단이 없는 결혼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예단은 어느 정도인지 말씀을 해 주세요.”

“오냐!

모든 것을 생략한다고 하더라도 백부님과 숙부님 내외분 그리고 고모내외 네 누님들 부부 옷 한 벌과 아버지와 내 옷과 그리고 침구세트는 있어야 할 것이다.“

”어머니!

보통사람들의 수준도 아니고 어머니의 수준으로 그 모든 것을 해야만 하지 않습니까?“

“그야 당연한 것이 아니겠니?”

“그 정도의 수준에 맞추려면 웬만한 집 한 채 값은 있어야 하겠습니다.

서민들이 무슨 돈으로 그것을 맞추겠습니까?

더구나 승미씨는 그동안 월급을 한 푼도 축내지 않고 집을 마련했습니다.

또 다시 그 집에 모든 혼수를 마련해서 채워야 합니다.

그런데 무슨 재력이 있어 그 많은 예단을 마련합니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예단이 없이 어떻게 결혼을 하겠니?“

“그럼 어머니가 그 아파트의 모든 세간을 채워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저희들 예물도 간소하게 커플링 하나씩만 할 것입니다.“

“뭐야?

그런 결혼도 있다더냐?“

홍수희는 펄쩍 뛴다.

“어머니!

아들의 결혼이 장사를 하신다는 생각을 버리십시오.

저희는 저희들 수준으로 결혼식을 하겠습니다.

예단이나 혼수를 가지고 승미씨를 아프게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너 벌써부터 안식구 역성을 들으려고 하는 것이더냐?“

“어머니!

제 결혼은 제가 행복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허욕을 채워드리려고 하는 결혼이 아닙니다.

예단은 일체 없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의상은 제가 구입해 드리고 침구세트 또한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

홍수희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

자신의 성격대로 한다면 이 결혼을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들의 말을 잘라버렸을 것이다.

만일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아들은 영원히 자신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들과의 생이별을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홍수희는 잠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린다.

그리고 문갑을 열고 봉투를 꺼낸다.

“자, 이것을 받거라!

그리고 그 아이에게 주어라!

결혼비용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어머니!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의 이목이 그리도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또한 백부님이나 숙부님 또한 누님들 의상이 필요한 사람들도 아닙니다.

저는 그런 자금을 저희들 신혼생활을 시작하는데 쓰고 싶습니다.“

“인규야!

너도 생각을 해 보거라!

우리 집안이 어디 보통 집안이더냐?

아버지와 엄마의 체면도 있고 집안의 체면도 있는 것이다.

단 하나뿐인 아들의 결혼에 아무 예단도 없이 그대로 가족들을 보내드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 역시 네 사촌들 결혼식에 그런 예단들을 받아왔다.“

“네!

알고 있습니다.

누구네 며느리는 예단을 잘 해왔네 못해왔네 하는 말씀들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잘해왔다는 말씀보다는 흉보고 깎아내리려는 마음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서민층에서 데리고 오는 사람입니다.

그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서민이라고 하지 않겠지요?

어머니가 아무리 그렇게 하셔도 전 저희들 수준으로 결혼을 하겠습니다.“

인규는 완강하게 어머니의 말을 잘라 버린다.

어머니가 주시는 돈을 받아서 해 온다면 두고두고 그것을 생색내려고 하실 것이다.

그로 인해 승미가 어머니께 무엇이든 순종을 해야만 할 것이다.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들을 위한 자금으로 썼다면 어머니도 더 이상 하실 말씀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머니!

저는 제 월급만으로 생활을 할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월급을 받아오면서도 돈을 한 푼도 저축을 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 후회가 됩니다.

쓰는 것만 배우고 저축을 하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온 제 생활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 자신부터 달라질 것입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고 저희들 능력대로 살아갈 것입니다.“

“너 무엇을 믿고 그렇게 자신 만만하더냐?

네 월급이 몇 푼이나 된다고 그런 큰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어머니!

제 월급을 가지고도 아이들 공부를 시키면서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입니다.

우리 회사의 대부분 직원들이 그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생활을 하고자 합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살 수 있을지 한 번 살아보고 나서 말을 하자.“

홍수희는 아들이 머지않아 도움을 청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월급에 대해서 일체 간섭을 하지 않았고 또 그것은 아들의 용돈으로도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아들의 용돈을 가끔 주곤 하던 홍수희였다.

그런 아들이 이제는 자신의 월급만을 가지고 가족을 거느리고 생활을 해 나가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는 모습이 믿어지지 않는다.

홍수희는 더 이상 예단을 가지고 아들과 입씨름을 한다는 것이 무모한 일임을 느낀다.

홍수희의 그런 걱정과는 달리 승재는 그런 집으로 딸을 시집보내면서 예단이 얼마나 들어간다는 것을 알아본다.

짐작으로는 자신들의 생각보다 상당할 것임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듣는 말로는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것이다.

승재는 많은 생각을 한다.

수준에 맞추려면 저쪽 부모님을 무시하는 것이 될 것이고 그렇다고 사위 될 사람의 말대로 예단을 무시하자니 더욱 마음이 편치가 않다.

승재는 형수님들과 상의를 한다.

자신이 혼자서 결정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형수님들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큰 형님댁을 방문한다.

큰 형수인 오화영이 반갑게 맞이한다.

“서방님!

참으로 축하를 해야 할 일입니다.

승미가 그렇게 대단한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리라고는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오화영은 마치 자신의 딸이 그런 집으로 시집을 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기뻐한다.

“형수님!

축하는 나중에 받기로 하고 우선은 그런 집에 예단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들리는 말대로 그렇게 대단하게 보내야 하는 것인지요?“

”서방님!

그 집안에서 이쪽의 사정을 알고 계신 것이 아닌가요?“

”네!

그렇기는 합니다만...........

사위의 말로는 예단을 생략하시겠다고 하셨다고는 하지만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인지요?“

“참으로 대단하신 분들이십니다.

그런 분들이 우리처럼 서민층의 아가씨를 며느리로 맞이하신다는 것부터가 대단한 일이기도 하지만 예단까지 생략하시겠다니 정말 서방님께서 혼자서 고생하시며 세 딸들을 키우신 보람이 이제는 나타나는 것입니다.“

“정말 이대로 예단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요?”

“그럼 어쩌시겠습니까?

그쪽을 맞추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건 아니지 싶습니다.“

“서방님!

서방님 형편대로 하시는 것도 좋으실 것입니다.

예단 값이라고 성의를 다해서 보내드리세요.

그러면 사부인께서 알아서 하시겠지요.“

”그러니 그 수준이라는 것이 얼마나 해야 할지요?“

”얼마라고 정해진 것이 있나요?

일반 가정집보다는 더 생각을 하셔야 하고 조금은 신경을 쓰셔야겠지요.“

“이래서 아마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만나야 한다는 말이 있는 모양입니다.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운 혼사라는 생각이 되네요.“

“서방님!

승미가 가서 행복하고 잘 사는 모습을 생각하시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지금 조금 힘들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저희도 조금은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오화영은 일천만원을 선뜻 내어 놓는다.

“이렇게 많이 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승재는 기겁을 하며 봉투를 밀어 놓는다.

글: 일향 이봉우

 

*

 

제 33장,

승재는 형수님의 성의만을 받기로 한다.

“형수님!

형수님의 마음만 고맙게 받겠습니다.“

”서방님!

이 돈은 서방님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큰 엄마가 되어 조카딸 결혼을 하는데 이 정도는 힘이 되어 주어야지요.“

”그래도 이것은 너무 과하십니다.

저희가 상류층 사람들도 아니고............“

“서방님!

자꾸 그러시면 섭섭합니다.

큰아빠와 큰엄마도 부모나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우리 형편에 이만한 금액이 그다지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고요.“

오화영은 진심으로 이 정도의 보탬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엄마 없이도 잘 자라서 번듯한 집안으로 시집을 가는 승미를 위해 무엇이든 힘이 되어 주고 싶은 오화영의 마음이다.

“승리가 유학을 갈 때도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아이들마다 이렇게 큰 힘이 되어 주시니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서방님!

형제끼리 그런 능력이 되어 서로 도움을 준다는 것만큼 보람 있고 행복한 일이 어디 있어요?

우리 아이들도 서방님께서 힘이 되어주지 않으셨던가요?

그것이 가족이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랍니다.“

”형수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네!

승미하고 잘 의논을 하셔서 예단 값으로 조금 생각하시고 보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승재는 마음의 결정을 한다.

승미의 결혼을 위해 따로 저축을 해 놓은 통장이 있다.

그러나 승미는 그 돈을 한 푼도 건드리지 않고 그동안 자신이 저축해 놓은 돈으로 아파트의 모든 가구들을 채워나간다.

또한 인규와 둘이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구입하면서 행복해하는 승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승재는 행복감이 온 몸에 전해진다.

인규와 함께 들어오는 승미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저녁을 먹고 나서 승재는 둘을 불러 이야기를 한다.

“이제 예단을 보내야 할 것이 아니냐?”

“아버님!

예단은 없는 것으로 하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규는 펄쩍 뛴다.

“자네의 그 마음을 알고 있네!우리 승미를 위해서 자네가 얼마나 노력을 하고 애를 쓰는지 잘 알고 있네!

허지만 딸을 결혼을 시키면서 예단도 없이 보내기는 싫으네!“

“아버님!

그런 것은 모두 허례허식입니다.

무엇하러 공연히 그런 곳에 돈을 낭비합니까?“

”아무리 허례허식이라고 해도 자네 부모님의 체면이 있는 것이고 집안의 위신이 있는 것인데 어떻게 그러자고 하셨다고 해도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일이네!

내 딸을 그렇게 허술하게 해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아닐세!“

“그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건 내 자존심일세!

또한 내 딸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있네!

물론 그쪽 집안의 수준을 맞출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내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이고 내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니 자네가 나서서 막을 수는 없는 일이네!“

인규는 승재의 그런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다.

“승미야!

내일 네가 시댁을 찾아가야 한다.

시어머님을 뵙고 적은 성의지만 받아 주십사하는 말씀을 드리고 전해드리도록 해라!“

승재는 미리 준비를 해 두었던 봉투를 내 놓는다.

“더 준비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아빠의 능력이 적어서 송구스럽다는 말씀도 드리거라!

삼천만원만 준비를 했다.“

”아빠!

너무 과용을 하셨습니다.“

“아버님!

너무 많은 액수입니다.“

인규와 승미는 놀라며 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내본다.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다.

우리 같은 처지로 그 정도의 예단을 받아주시는 것만으로도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그런 대단한 집으로 시집을 가면서 얼마나 대단한 예단들을 해 가는지 나도 귀가 있어서 들어서 대충은 알고 있다.

그러니 우리 형편이 따라주지 않고 또한 네 시댁어른들께서 예단을 받지 않으신다고 하셨으니 그 정도면 내치지 않으시지 싶다.“

“아버님!

정말 무리 하셨습니다.

이미 부모님과 예단에 대한 얘기는 끝이 났습니다.

굳이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보게!

우리 같은 형편의 자식을 며느리로 받아드리신다는 것만 해도 참으로 대단하신 부모님일세!

그에 우리도 조금이라도 감사드린다는 표현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야!

자네는 그저 모른 척 해 주었으면 하네!“

인규는 더 이상 장인어른의 생각을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존심이 강한 어른이시다.

그런 어른의 자존심을 지켜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선다.

다음날 승미는 시댁을 방문한다.

미리 전화를 드렸기에 홍수희가 기다리고 있다.

“어서 오너라!

오늘은 출근을 하지 않니?“

“네!

내일 새벽에 출근을 합니다.“

”그렇구나!

간호사들이 보통 삼교대 근무를 하고 있지?“

”네, 어머님!“

“어찌 되었던 잘 왔구나!

안 그래도 네가 보고 싶어 불러볼까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어머님!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직장생활을 한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뭐가 있겠니?

그러나 앞으로 네가 더욱 자주 와서 집안의 모든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네, 노력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님!

예단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시겠지만 제 아버지께서 정성껏 마련을 해 주셨습니다.“

승미는 핸드백을 열어 봉투를 꺼낸다.

그리고 두 손으로 공손하게 시어머님께 드린다.

“예단을 하라고 보내시는 것이더냐?”

“네, 어머님!

마음에 차지 않으시더라도 예쁘게 생각해 주십시오.“

홍수희는 봉투를 받아 안의 액수를 확인한다.

생각보다 많은 액수가 들어 있는 것에 흡족해 한다.

아들에게 들어 이미 예단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홍수희로서는 더구나 생각보다 큰 금액에 놀라면서 마음이 흐뭇해진다.

“네 아버지께서 많은 신경을 쓰셨구나!

인규가 말을 하지 않던?

예단은 사양하기로 했다는 말을 하지 않더냐?“

”네,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허나, 제 아버지께서 더욱 감사해 하시고 성의 표시만 하시는 것을 기쁘게 받아주셨으면 하는 말씀을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고맙구나!

그렇게 성의껏 마련을 해서 보내주신 것이니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다고 전해드리렴!“

홍수희는 마땅스럽지 않던 모든 마음들이 풀어진다.

홍수희는 아들이 살게 될 아파트를 가 본다.

생각보다 조용한 곳에 평수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이 넓은 곳에 모든 가구와 살림들을 채우기에는 며느리 혼자만의 힘으로는 벅찰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엄마도 없이 아들과 둘이서 다니면서 구입을 하는 세간들을 제대로 구할 수나 있을 것인가 생각하면서 아들 며느리를 불러 당신이 해 주겠다는 말을 한다.

“어머님!

저희들이 해도 됩니다.“

“너희들이 그럴 시간이 어디 마음대로 낼 수가 있니?

그리고 또 그런 가구들과 물건들을 구입해 본 경험이 없는데 무엇이 값에 비해서 더 실용적이고 좋은 것인지 알기나 한 것이냐?

아무 걱정하지 말고 결혼준비나 하거라!

이 아파트는 엄마가 모두 알아서 해 주겠다.“

”어머니!

정말 그래주시면 저희들이 너무 좋지요.“

인규는 반색을 한다.

어머니가 그런 마음이 되셨다는 것은 이 결혼을 마음에서부터 허락을 하신다는 뜻이다.

“오냐!

너희들 안목보다 이 어미 안목이 더 낫지 않겠니?“

”어머님!

고맙습니다.

여기 통장이 있습니다.“

승미는 자신의 통장을 내 놓는다.

“아가!

그만한 돈은 이 어미에게도 있다.

그 돈은 너희들 살림을 하는데 요긴하게 쓰도록 해라!“

승미는 시어머님의 인자하시고 따뜻하심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마음을 놓고 편안하게 결혼준비를 한다.

남들처럼 많은 금액을 들여서 웨딩드레스를 맞춤으로 하지 않고 맞춤대여로 한다.

살아가면서 다시 그 웨딩드레스를 꺼내서 입을 수 있을 것인가?

공연한 돈의 낭비라는 생각이다.

예식장은 시댁에서 정하시는 대로 호텔 결혼식을 예약한다.

신부화장 또한 호텔예식부에서 정하는 곳에서 하기로 한다.

병원에서는 승미의 결혼식이 대단한 화제가 된다.

대단한 집안으로 시집을 가는 것도 화제가 되지만 그동안 수많은 의사들의 청혼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단 한 번도 그들과 만남을 갖지 않고 버티어 오던 승미의 결혼소식은 많은 총각의사들의 마음을 실망스럽게 만들고 말았다.

차승미의 냉정한 성품에 감히 근처에도 오지 못하고 가슴을 태우고만 있던 총각 의사들과 병원의 많은 남자 직원들은 하나같이 놀라면서도 상대가 무시하지 못하는 한창그룹의 후계자라는 것에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당연히 사표를 낼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고 계속해서 근무를 한다는 것 또한 그들의 놀람은 커지고 있다.

그룹의 후계자 부인으로 간호사 생활을 계속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 그들이다.

환자들은 차승미 간호사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를 한다.

“아이고, 우리 차간호사님 누가 데려가시는지 그 분 참으로 복덩어리 데리고 가십니다.

인정도 많고 가슴이 따뜻하시고 친절하신 차간호사님은 정말 잘 살겁니다.“

”고맙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예쁜 모습으로 잘 살아가겠습니다.“

그들은 한결 같이 축복과 축하를 해 준다.

모든 환자들 사이에 인기가 있는 승미다.

아무리 성질이 고약하고 심술궂은 환자라 하더라도 승미가 가면 더 없이 상냥하고 인정스럽게 변한다.

처음 그런 환자들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던 승미였지만 이제는 환자들이 마음을 알고 다독이며 따뜻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서 다가가는 차간호사의 진심어린 애정을 그들은 더욱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신다고 그만 두시는 것은 아니죠?”

걱정스러운 듯이 묻는 오랜 병원생활을 하는 환자들이다.

“네!

신혼여행을 끝내고 휴가가 지나고 나면 다시 출근을 합니다.“

”우리는 모두 차간호사님이 그만 두실 것이라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정말 다시 출근을 하시는 거지요?“

”그럼요!

간호사는 제 평생의 직업입니다.

아마 그리 쉽사리 그만 두지 못할 것입니다.“

“차간호사님처럼 환자들의 마음을 일일이 헤아려 어루만져주시는 분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결혼을 하시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사시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또 저희들 욕심으로 그만 두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들을 하고 있었거든요.“

승미는 결혼식 삼일을 남겨두고 휴가에 들어간다.

한 달간의 휴가였다.

휴가 날짜에 맞추어 남들이 모두 간다는 동남아 신혼여행을 예약을 했다.

인규의 마음 같아서는 더욱 좋은 곳으로 가고 싶지만 보통 사람들이 다 간다는 동남아 여행을 원하는 승미의 생각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언니!

시집가?“

승인이 묻는다.

“응!

언니가 시집을 가는데 어떻게 하지?“

”가면 언제 와?

몇 밤 자고 와?“

”이제 언니는 여기서 살지 않아!“

“왜?

언니가 왜 여기서 안살아?”

“언니는 이제 언니 집으로 가서 살아야 하는 거야!

이제 이 집에는 승인이하고 아빠하고 둘이서 사는 거야!“

“언니는 어디서 살아?

왜 여기서 살지 않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승인이의 계속되는 질문이다.

글: 일향 이봉우

 

 

 

 

제 34장,

승미는 그런 동생을 위해 묻는 것에 대한 대답을 해 준다.

어떤 질문이든 승인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승인이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고 또 해 준다.

승미는 문득 자신이 결혼을 하고 나면 승인이를 누가 이렇게 해 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자신이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아빠와 승인이를 두고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어떻게 아빠와 승인이를 두고 자신이 결혼을 할 생각을 했는지 자신의 이기심에 잠시 혼란스러워지는 마음이 된다.

이제 결혼식 삼일을 앞두고 있다.

승미는 잠시 혼란스러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자신의 결혼이 과연 잘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또 한다.

“승미야!

뭘 그리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어?“

승재는 승미의 표정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며 묻는다.

“아빠!

제가 과연 이 결혼을 잘 하는 것인가 싶어요.“

“무슨 말이냐?

너희들 사이에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것이냐?“

”아닙니다.

아빠!

아빠와 승인이만 남게 된다는 것을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제가 아빠와 승인이를 남겨두고 결혼을 하는 것이 잘 한 것인지........“

”승미야!

우리 맏딸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아빠도 알겠다.

허지만 승미야!

아빠나 승인이 걱정을 하지 말았으며 좋겠다.

아빠는 승인이와 둘이서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가 있다.

이제 네가 결혼을 하고 승리도 박사학위를 받고 제 갈 길로 간다면 아빠는 승인이를 데리고 조용하고 한적한 곳으로 가려고 한다.“

”아빠!

승인이와 시골로 내려가실 생각이세요?“

승미는 기겁을 하며 놀란다.

“꼭 시골이 아니더라도 조용하고 우리 승인이가 마음 편안하게 그림을 그리며 살아갈 수 있는 곳이며 어디라도 좋다.

아빠는 죽는 순간까지 승인이와 함께 살아갈 생각이다.

그러니 절대 아빠나 승인이 걱정을 하지 말고 예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아빠가 보았으면 한다.

우리 승미 그렇게 해 줄 수 있지?“

승미는 조금 고개를 끄덕이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아빠의 인생을 모두 자식들에게 헌신하며 살아가시는 아빠가 가슴 아프다.

“아빠!

정말 죄송해요.

이렇게 제 자신만 생각하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 밉고 싫어요.“

“승미야!

절대로 이기적인 생각이 아니다.

성장을 하고 때가 되면 모두 각자의 짝을 찾아 새롭게 인생을 출발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기쁜 일이다.

아빠는 우리 승미가 이렇게 곱고 아름답게 성장을 해서 아빠 마음에 흡족한 네 짝을 만난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줄 아니?

행여 엄마도 없이 아빠 혼자서 키운 자식들이라 어디가든 손가락질을 당할까 노심초사하며 키운 딸들이 이렇게 좋은 짝을 만나 결혼을 하니 아빠가 그 동안 고생을 해 왔던 것들이 봄눈처럼 녹아내리며 참으로 기쁘고 행복하단다.“

“그렇지만 아빠!

이제 승인이와 누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놀아줄 것인지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날 것 같고 가슴이 아파요.“

”그런 걱정도 하지 마라!

아빠도 승인이를 위해서 많은 것을 생각해 놓고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

너나 승리에게 조금도 승인이 때문에 힘들게 하거나 신경 쓰는 일이 없게 할 것이다.

승인이는 이제 아빠의 삶의 목표이고 희망이다.“

”아빠!

어떤 일이든 아빠 혼자서 감당하시려고 하지 마세요.

저나 승리나 우리 모두 함께 승인이를 위해서 뭔가를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빠 혼자 그 모든 것을 감당하시려고 하신다면 제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고 슬퍼지지요.“

”역시 맏이는 맏이답구나!

그러나 승미야!

이다음 아빠가 세상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승인이 때문에 걱정할 일이 없게 준비를 할 것이고 그 모든 것을 위해 아빠는 벌써 오래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아빠는 우리 승인이가 안심을 하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야 말로 아빠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삶이고 목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마 승인이가 없었다면 너와 승리가 떠나고 나서 아빠는 무척이나 외롭고 쓸쓸하겠지.

그러나 승인이가 곁에 있기에 아빠는 행복할 수 있고 삶의 목표와 보람을 느낄 수가 있다.“

승재는 승미의 마음이 불안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계획하는 모든 것을 소상하게 설명을 해 나간다.

승미는 그런 아빠의 계획에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빠!

참으로 고맙습니다.

저의 세 자매가 무슨 복이 있어 아빠의 딸로 태어난 것인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빠!

걱정 끼쳐드리지 않도록 열심히 예쁜 모습으로 살아갈게요.“

“그래, 우리 승미는 꼭 그렇게 살아가리라 아빠는 믿는다.

한 가정의 주부로서 며느리로서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사랑받고 믿음을 줄 수 있는 그런 삶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으로 네 주변을 환하게 밝혀 줄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도록 노력을 했으면 한다.“

”아빠 말씀 가슴 깊이 새겨 넣겠습니다.“

승재는 승미에게 엄마를 대신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 준다.

승미는 아빠의 모든 가르침을 가슴으로 새겨듣는다.

결혼식 날 승미 친구가 이른 새벽에 승미와 집을 나서기 위해 도착을 한다.

승미는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나서 아빠에게 큰 절로 인사를 드린다.

“아빠!

참으로 고맙고도 영원히 아빠의 사랑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를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키워주신 은혜에 살아가면서 평생을 효도를 하며 갚아나가겠습니다.“

”승미야!

아빠의 아름다운 딸!

어디를 가든 사랑받고 당당한 인격체로 살아가리라 믿는다.

진심으로 아빠 딸을 축복한다.“

미리 와 있던 친지들은 그런 부녀의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자, 어서 출발을 하거라!

이따가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나자.“

승미는 친구와 함께 집을 나서 예식이 있는 호텔 예식부로 향한다.

신부화장을 하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식장으로 가기 위해서 일찍 출발을 한다.

결혼식은 참으로 성대하게 거행된다.

신랑 측의 하나뿐인 아들 결혼식이다.

사업을 하는 기업가답게 축하객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에 비해 신부 측 손님들은 상인들이라 그런지 많은 차이를 느끼게 한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신부의 아름다운 모습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참으로 아름답고 우아한 신부의 모습이다.

승재의 손을 잡고 입장을 하는 승미의 모습은 마치 요정의 모습 같다.

승재는 천천히 웨딩마치에 발을 맞추어 신부를 데리고 입장을 한다.

그런 모습을 신랑인 인규는 마음속에 새기기라도 하듯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바라본다.

인규는 몇 걸음 걸어 나가 신부를 인계 받는다.

“잘 부탁하겠네!”

“네, 아버님!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신부를 인계를 하고 자리로 돌아온 승재는 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려고 허공을 응시하며 눈을 깜빡거리며 눈물을 말린다.

엄마가 없는 빈자리에 형수인 오화영이 앉았다.

엄마들이 켜는 촛불도 큰엄마인 오화영이 신랑어머니와 함께 촛불을 켰다.

오화영은 승재의 손을 살며시 잡고 다독여준다.

눈물을 보이지 말라는 오화영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승재는 그런 형수님의 마음을 잘 안다.

결혼식이 어떻게 끝이 났는지 승재는 기억에 없다.

결혼식 내내 죽은 아내 유미를 생각하고 있던 승재였다.

신랑과 신부가 식이 끝나고 나서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올린다.

승미는 아빠와 큰엄마를 보며 인사를 드리다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만다.

인규는 그런 승미를 위해 살며시 포옹을 해주면서 언제 준비를 했는지 손수건으로 신부의 눈가를 눌러 눈물을 닦아준다.

“울지마!

당신이 눈물을 보이면 아버님도 함께 우실거야!”

승미는 인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참는다.

피로연 또한 대단하다.

호텔의 최고 음식이 나오고 샴페인을 터트리며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신랑과 신부를 위한 축배를 시작으로 피로연이 시작이 된다.

신랑과 신부는 비행기 시간으로 인해 잠시 머물다 피로연장을 빠져 나간다.

승재는 현관까지 딸과 사위를 배웅하기 위해 나간다.

“아버님!

다녀오겠습니다.“

“아빠!”

승미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아빠를 바라본다.

“이런?

이렇게 좋은 날 눈물을 보여서야 쓰나?

아빠는 이렇게 기뻐서 웃음이 자꾸 나오는데 우리 딸은 눈물을 보이다니?“

승재는 손수건으로 승미의 눈가를 눌러준다.

“아빠!

죄송해요.“

”승미야!

잘 다녀오너라!

재미있는 시간 보내고 좋은 꿈도 꾸거라!“

“네!

다녀오겠습니다.“

인규는 승미를 승용차에 태운다.

그들을 공항까지 태우고 갈 고급승용차다.

승재는 차가 떠나가는 것을 한참을 지켜보며 서 있는다.

“서방님!

그만 연회장으로 가세요.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오화영이 승재는 다시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연회장은 그야말로 축재의 장이다.

승재가 일일이 손님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 주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참으로 고맙고도 소중한 사람들이다.

승재는 그렇게 정성을 다해서 손님들을 대접한다.

나회장은 어느 정도 손님들이 가고 나서 승재를 찾아온다.

“사돈!

술 한 잔 합시다.“

나회장은 술잔을 승재에게 건넨다.

“제가 먼저 드려야 하는 것인데 죄송스럽습니다.”

“사돈!

이제 서로 자식을 나누어 가진 우리 아니겠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가끔 시간을 만들어 술잔이나 나눕시다.“

”고맙습니다.

보잘 것 없는 장사치입니다.

행여 누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습니다.“

”허허허..........

그런 말이 어디 있소?

각자가 살아가는 방법인 것을 뭐가 그리고 조심스럽다는 말이오?

이렇게 서로 사돈 간에 잘 지내야지만 아이들도 편안하고 좋을 것이 아니겠소?

더구나 안사돈이 안 계시니 우리라도 잘 지내면서 아이들을 편안하게 해 줍시다.“

”고맙습니다.“

승재는 나회장의 말에 고마움을 느낀다.

겉으로 보는 것하고는 다른 점이 많은 나회장이다.

근엄하고 이지적으로 보이는 차가운 인상과는 달리 참으로 따뜻하고 배려가 깊은 나회장의 본 모습을 보니 승재로서는 안심이 되고 안도의 숨을 내 쉴 수가 있다.

그렇게 나회장과 서너 순배의 술잔을 받고 나니 취기가 오른다.

워낙에 술을 잘 하지 못하는 승재다.

모든 연회가 끝나고 나서야 연회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온다.

형님과 형수님이 함께 따라온다.

“형님!

그리고 형수님!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고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동생이 참으로 용해!

혼자 몸으로 자식을 그렇게 훌륭하고 곱게 키워 대그룹의 며느리로 주었으니 얼마나 대단하고 장한 일인지 내 마음도 흐뭇하고 자랑스럽네!“

“제가 한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아이들이 워낙 제 엄마의 천성을 닮아 착하고 열심히 살아주었지요.”

“서방님!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착하고 성실하다고 해도 서방님께서 모든 것을 뒷받침을 해 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곱게 성장을 할 수가 없지요.

오늘 우리 승미 정말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보다도 더 자식들을 정말 잘 키우셨습니다.“

오화영은 진심으로 승재가 딸들을 잘 키웠다는 것을 인정한다.

글: 일향 이봉우

 

 

 

 

제 35장,

모두들 돌아가고 나자 승인이와 단 둘만의 삶이 된다.

승인이는 오늘 하루 피곤했던지 잠이 들어 있다.

승인이는 이미 승리가 쓰던 방을 쓰고 있다.

승재는 이제 승인이의 방을 다시 승미가 쓰던 방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승미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미 주인이 떠나고 없는 텅 빈 방안!

승미의 물건들이 조금은 남아 있는 방이다.

침대며 옷장 화장대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승재는 승미의 침대에 걸터앉아 손으로 쓸어보며 승미의 체온을 느껴본다.

딸의 체온이 가시지 않은 침대다.

이제 그 딸이 이 집에서 완전히 떠났다는 것을 생각하니 승재는 갑자기 허전하고 쓸쓸해져오면서 자신을 지탱하기가 힘이 들어진다.

“아!

여보, 유미!

우리 딸 승미가 내 곁을 떠나 제 짝을 찾아갔는데 왜 이리도 허전한 것이오?"

승재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이들과 단칸방에서 함께 부대끼면서 살았던 그때가 바로 엊그제 일처럼 선명한데 벌써 자식들이 자신의 슬하를 떠나 각자의 삶으로 찾아갈 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다는 것이 좀처럼 실감이 나질 않는다.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로 머물러 있는 승인이를 제외하고는 승미나 승리는 이제 자신들의 삶에 얼마든지 잘 견디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대견스러우면서도 섭섭해진다.

자신의 품안을 떠나는 자식들이 대견함과 동시에 서운함이 밀려오리라고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던 승재는 잠시 당황스러워진다.

“내가 왜 이러나?

언제까지 자식들을 품안에 끼고 살아갈 수 없는 일인데 이것은 뭐란 말인가?“

승재는 와인을 한 잔 따라 입으로 가져간다.

와인 맛을 모르는 승재다.

가끔 승미가 마시던 와인이다.

가끔 둘이서 함께 마시던 와인이다.

승미는 와인을 마시는 것을 최고의 사치로 생각하면서 조금씩 맛을 음미하면서 즐기곤 하던 것이다.

승미의 그런 취미를 위해서 승재는 고급스러운 와인 잔을 선물해 주었다.

지금 그 잔과 마시던 와인을 승재는 승미를 보듯 바라본다.

“승미야!

지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아빠는 우리 승미가 모든 여자들 가운데에서도 최고로 행복한 여인으로 살아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아빠에게 하듯 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고운 마음씨와 다정한 음성과 언제나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온 집안을 환하게 밝혀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우리 승미는 그렇게 하고도 남을 것이다.“

승재는 앞에 승미가 있는 것처럼 그렇게 중얼거리며 혼잣말을 한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승인이에 대한 것뿐이다.

더욱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자신의 사후에라도 언니들이 신경을 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안방으로 들어간다.

전화벨이 울린 것이 바로 그때였다.

승재는 딸의 전화일 것이 생각하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아빠!”

승미의 음성이다.

“승미야!”

울컥하면서 무언가 목구멍으로 넘어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낸다.

“아빠!

전화가 늦었어요.

혹시 주무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아침에 할까 생각하다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아빠의 음성이라도 들어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승미야!

고맙다.

아빠도 우리 승미 음성을 들으니까 너무 행복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빠 생각보다 네 생활에 더 충실하고 우리 승미가 행복 속에 푹 빠졌으면 참 좋겠다.“

“아빠!

고맙습니다.

그리고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아빠 딸이라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해요.“

”고맙다.

그리고 나서방 있니?“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나인규가 전화를 바꾼다.

“아버님!”

“그래, 불편한 것은 없나?”

“네!

아주 편안합니다.

전화가 늦어서 죄송하고요.“

”괜찮네!

우리 승미를 많이 사랑해주고 행복하게 해 주길 부탁하네!“

“네!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으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네!

피곤할 테니 그만 전화 끊고 푹 쉬도록 하게!“

승재는 먼저 전화를 끊는다.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이제 승미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된 것이다.

더 이상 슬하의 자식이 아님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그렇지만 승재는 자꾸만 도둑을 맞았다는 기분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고 우습다는 생각을 한다.

승재는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잠이 든다.

그렇게 승재는 다시 일상 속으로 빠져들며 늘 바쁜 시간을 보낸다.

이제 승인이를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승인이 혼자 집에 둘 수가 없다.

그렇다고 승재가 일찍 집으로 들어올 수도 없다.

승재는 승인이를 다시 동네에 있는 미술학원에 보낸다.

다른 아이들보다 많은 돈을 주고 두어 시간씩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게 한다.

학원에서 특별히 지도할 것도 없다.

이미 학원에서 지도할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고 학원에서 지도를 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는 승인이다.

학원은 그저 돈만 받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내 주면 되는 것이다.

승재는 바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승인이를 데리러 간다.

때로는 그림에 푹 빠져서 아빠가 온 것도 알지 못하는 승인이다.

그런 승인이의 모습을 보면서 승재는 마치 죽은 아내가 다시 살아서 그림 속에 빠져든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너무나 아내의 모습과 닮아 있는 승인이다.

그림 속에 빠져 있는 모습이 마치 유미의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참으로 신비하고 경이롭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승재는 승인이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스럽다는 생각과 함께 많은 위안을 받는다.

“승인아!

이제 그만 집에 가야지?“

승인이는 잠시 아빠를 보다 몸을 일으킨다.

“아빠!

언니는 왜 안와?“

가끔 언니를 찾는 승인이다.

“언니가 보고 싶구나?”

“응!

언니 왜 안와?“

“이제 언니는 잘 못 온다.”

“왜?”

“언니는 언니 집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니까!”

“언니 집?

그럼 승인이도 집이 있어?“

”승인이는 아빠가 사는 곳이 승인이 집이지.“

“언니는 왜 안 돼?”

“승인아!

언니는 형부하고 함께 살아야 하는 거야!

형부하고 결혼식 하는 것 승인이도 봤지?“

”응!

그럼 승인이도 결혼 왜 안 해?“

”승인이는 아빠와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 안 되는 거지.“

”그래도 언니 보고 싶어!“

“그래, 우리 조금만 기다리자.

지금은 언니가 바빠서 올 수 없지만 조금 기다리면 승인이 보러 올 거야!“

승인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알아들었는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끝까지 고집을 부리지 않는 승인이다.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승미는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낸다.

주말이 되면 시댁의 어른들에게 인사를 다녀야 하고 시댁에 들려야 한다.

아빠에게 가 본다는 것은 생각을 할 수도 없다.

매일 안부전화를 드리는 것 이외에는 가서 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인규 또한 그런 승미를 위해서 집안일도 곧 잘 해 내고 새벽이나 늦은 밤에 출 퇴근을 하는 승미를 병원까지 데려다 주고 데려오곤 한다.

또한 승미 대신해서 승재를 찾아보기도 한다.

승미가 야간에 퇴근을 하는 날이면 장인어른과 함께 저녁을 먹기도 한다.

처제인 승인이를 위해서도 그렇게 하고 있는 인규의 마음 씀이다.

언제나 언니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승인이의 모습이 참으로 천진스럽고 아름답다.

승재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 시간을 보아 승미를 데리러 간다.

승재는 그런 인규가 더없이 믿음직스럽고 마음이 흡족해진다.

승미는 주말이 되어도 잠시도 쉴 시간이 없다.

당직이 아니면 늘 시댁에 가야하고 집안에 인사를 드리러 가야한다.

그러나 귀찮다거나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다.

어차피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힘든 내색을 해서 주변을 모두 불편하게 만들면 며느리로서의 도리가 아님을 안다.

“내일은 아무데도 가지 말고 쉽시다.”

인규는 승미가 안쓰럽다.

조금도 쉴 시간이 없는 아내의 모습이 피곤해 보인다.

그러나 단 한 마디의 불평도 싫은 내색도 없다.

“가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가도록 하지.

좀처럼 우리의 시간을 가질 수 없으니 내가 이젠 가기 싫거든!“

“기왕에 해야 할 일이면 좋은 마음으로 하도록 해요.

공연이 어른들의 눈 밖에 나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어요?“

그러나 인규는 이제 그만 찾아다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인규는 어머니 홍수희에게 전화를 한다.

“웬일이냐?”

“어머니!

내일은 저희도 쉬고 싶습니다.“

”네 외갓집은 가기 싫어서 그러냐?“

“어머니!

저희도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도 피곤해서 병이라도 나면 어쩝니까?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그때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너 외갓집이라고 그리 홀대하지 마라.

내가 서운해진다.“

홍수희는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인규는 어머니의 그런 말에는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외갓집도 이미 외할머니와 외숙은 모두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이모들 집을 가서 인사를 드리고 오라는 어머니의 말씀이지만 자신들이 이미 너무 지쳤고 아내의 피곤이 눈에 보인다.

“어머니!

외갓집이라고 그러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모님 댁은 천천히 찾아가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어찌 그리도 너희들 마음대로 결정을 하는 것이냐?

나를 무시하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는 일이다.

가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렴!“

홍수희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어머님이 역정을 내시지요?”

이미 승미는 시어머님의 화가 난 음성을 들었다.

“내버려 둬!

그러시다 마실 거야!“

“인규씨!

그러지 말고 내일 다녀오도록 해요.

이제 이모님 두 분 댁만 다녀오면 되는데 어머님의 심기를 왜 역정을 내시게 해요?

그러지 말고 내일 가요.“

인규는 승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승미의 지치고 피곤해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안쓰럽다.

그러나 어머니의 화를 돋우어 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 모든 화를 당신의 며느리에게 풀어버리실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마 당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을 하시게 되면 그 불똥이 승미에게 떨어질 것이다.

인규는 승미의 말대로 이모들의 집을 방문한다.

벌써 삼 개월을 그렇게 집안 어른들에게 인사를 다니느라 정작 자신들의 신혼생활의 즐거움을 모르고 보낸 시간들이다.

그러나 승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순응을 한다.

승미의 퇴근을 두어 시간 앞두고 시어머니로부터 호출 명령을 받는다.

“퇴근을 하고 곧 바로 집으로 오너라!”

“네, 어머님!”

승미는 시어머니의 음성이 차갑고 싸늘하다는 생각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

 

 

 

 

제 36장,

승미는 퇴근과 동시에 시댁으로 향한다.

새벽근무를 끝내고 퇴근하는 시간이 오후 서너 시경이다.

모처럼 시장을 봐서 저녁을 해 놓고 남편을 기다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틈이 없다.

승미는 시댁의 거대한 대문을 잠시 올려다보고 차에서 내린다.

늘 대문 앞에서면 주눅이 든다.

거대하고 육중한 대문이 자신을 밀어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승미는 심호흡을 하고 초인종을 누른다.

이내 대문이 열린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면서 멀리 떨어진 현관까지 급하지 않게 걷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시어머니인 홍수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어머님!

편안하셨는지요?“

”어서 오너라!

생각보다 늦게 도착을 했구나!“

첫마디부터가 트집을 잡는 홍수희다.

“어서 거기 앉거라!”

승미는 조심스럽게 시어머니의 앞자리에 앉는다.

“내가 너를 왜 불렀는지 짐작을 하고 있니?”

“........................”

승미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시어머니를 바라본다.

“너 집안에 인사를 다니는 것이 그리도 힘이 들더냐?”

“아닙니다.”

“아니라면 왜 네 남편의 입에서 피곤하고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냐?

네가 그런 말을 하지 않고서는 우리 인규가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

네가 중간에서 우리 모자 사이를 갈라놓을 참이더냐?“

”어머님!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조심을 하겠습니다.“

승미는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면서 용서를 청한다.

“이제 와서 이런 말 모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애초부터 네가 마음에 들어서 결혼을 승낙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하나 우리하고 맞는 것도 없지만 어머니가 없이 자란 네가 무엇을 보고 배웠을까 싶기도 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인규가 너 아니면 결혼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협박을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시킨 것이다.

너도 그런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니?

그 정도를 몰랐다는 말이더냐?“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승미는 무조건 모든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는 듯이 공손하게 대답을 한다.

“오냐!

그렇게 잘 알고 있다면 네가 할 도리가 무엇인지도 알겠구나?

더우나 네가 내 친정을 무시하고 업신여긴다면 그것이 바로 나를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니?“

”어머님!

그것은 오해이십니다.

제가 감히 어떻게 외갓집을 무시하고 업신여길 수가 있겠습니까?

앞으로는 어머님께서 그런 오해를 하시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며 조심하겠습니다.“

승미는 더욱 조심스럽게 시어머니가 바라는 대답을 한다.

“네가 그렇게 말을 하니 내 이번 한 번은 참고 넘어가겠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조심하고 내 아들과 나 사이를 벌어지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내가 용납을 하지 않겠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네!

명심하겠습니다.“

“기왕에 왔으니 주방에 들어가 일을 배우고 가도록 해라!

무엇하나 알고 있는 것이 없으니 금쪽같은 내 아들을 맡겨놓고 내가 잠을 잘 수가 없다.

제대로 집안 살림을 할 줄 아는 것도 없을 것이니 내 아들이 얼마나 고생을 할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홍수희는 어떻게 하든 며느리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싶다.

“네!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승미가 막 주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승미는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휴대폰을 받을 수가 없다.

“받거라!

내가 있다고 받지 못할 전화라도 되니?“

승미는 휴대폰을 꺼낸다.

인규의 전화다.

“여보세요!”

“자기 음성이 왜 그래?

지금 어디 있어?“

인규는 승미의 첫마디에 음성이 주눅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안다.

“지금 어머님과 함께 있어요.”

“뭐?

본가에 갔소?”

“네!”

“왜?

무엇하러 그곳에 당신 혼자서 갔소?“

승미는 대답을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쩔쩔맨다.

“지금 바로 우리 집으로 와요.

나도 지금 바로 집으로 출발을 하겠소.“

”저.......조금 있다가.........“

”안 돼!

힘들면 어머니를 바꾸어 주시오.“

”아.......아니에요.“

그러나 이미 홍수희는 아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짐작을 한다.

“어서 가 보거라!”

아들과 부딪히고 싶은 마음이 없다.

승미는 잠시 시어머니를 바라보다 전화에 대고 대답을 한다.

“알았어요.

지금 바로 나갈게요.“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또 시어머니를 바라본다.

“그만 가 보거라!

너를 시집살이도 제대로 시킬 수가 없구나!“

홍수희는 몸을 획 돌리며 찬바람을 일으키면서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승미는 조금 사이를 두고 안방 문을 노크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어머님!

그만 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그러나 홍수희는 대꾸는 커녕 바라보지도 않는다.

승미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하고 다시 조용히 안방을 나선다.

대문을 나서고 나서 승미는 깊은 숨을 내 쉰다.

숨통이 조금은 트이는 것만 같다.

차에 올라앉아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 차의 시동을 건다.

언제나 서릿발처럼 차갑고 냉정한 시어머니 앞에만 서면 두려움이 온 몸을 감싸고돈다.

단 한 번도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시는 시어머님의 모습이다.

그럴수록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을 먹지만 시어머님 앞에서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

승미는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며 집으로 향한다.

이미 시장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피곤하다.

다행스럽게 남편보다 먼저 도착을 한 승미는 옷을 벗을 생각도 없이 침대로 쓸어져 눕는다.

뒤따라 들어온 인규는 그런 승미의 모습을 보며 놀란다.

“자기야!

왜 그런 거야?

어머니가 무슨 심한 말씀을 하신 거야?“

승미는 몸을 일으켜 앉는다.

“아니에요.

어머님 때문이 아니고 오늘 투정이 심한 환자를 돌보느라 지쳤던 모양이에요.“

승미는 얼른 둘러댄다.

“당신이 환자로 인해서 이렇게 지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몰라?

어머니가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말 안 하겠소?“

“인규씨!

어머님과 나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해요.

설사 내가 어머님께 꾸중을 듣는다고 해도 인규씨는 모르는 척 해 줘요.“

”그렇게는 안 돼!

난 당신이 시댁일로 인해 피곤해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그대로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오.

절대로 우리 가족으로 인해서 우리들 사이가 멀어지거나 당신이 힘들어 하거나 하는 일을 두고 보지 않겠소.“

“인규씨!

인규씨가 그러면 그럴수록 내가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아니요!

절대로 그 누구도 당신을 힘들게 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오.

우리들의 삶에 그 누구도 우리의 행복을 깨트리게 할 수는 없소.

내가 왜 당신을 두고 오랜 세월 결혼 하자는 말을 하지 않고 참고 기다렸는지 아시오?

우리 어머니의 성품을 알기 때문이오.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떤 이유로라도 당신을 편안하게 놔두지 않으실 분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오.“

“인규씨!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머님이나 형님들과 당신이 사이에 끼면 난 언제나 외톨이가 되고 영원히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없습니다.

야단을 맞을 일이 있으면 야단도 맞고 꾸중도 듣고 형님들께 싫은 소리도 들어가면서 하나씩 융화되어가고 서로의 정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승미는 차근차근하게 설명을 해 나간다.

“그렇지만 당신이 힘들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면 난 참을 수 없소.

누가 뭐라고 하던 내게 있어 당신은 내 삶의 전부요.

당신이 힘들고 지치면 내 삶이 힘들고 지치게 되는 거요.

그런 것을 참을 수가 없소.“

“인규씨!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

허지만 내가 언제까지 당신의 등 뒤에 숨어서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당신 보호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태어난다면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할까요?

난 가족들에게도 당당해지고 이 집안의 며느리로서 주부로서 더욱 당당한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당신은 그 모든 것을 모른 척 눈감아 주어야 합니다.

내가 정 힘들고 감당이 되지 않을 때 그때는 당신이 도와주어야 하고요.“

”정말 당신이 해 나갈 자신이 있소?“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이 있겠어요?

진심을 다해서 부모님을 받들고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면 반드시 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조금은 힘들고 지치기도 하겠지만 그런 것들이 가족들과 더욱 정을 쌓아가게 하고 정이 깊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승미!

당신의 그 마음은 어머니도 머지않아서 알아주시고 인정을 해 주실 것이오.

당신 말대로 내가 나서지 않겠소.“

인규는 승미의 슬기를 믿고 있다.

모든 것을 피하려고 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승미의 마음을 믿고 있다.

승미는 모든 것을 남편에게 미루며 타인처럼 살아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이 집안에서 자신은 타인일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무서운 시집살이를 한다고 해도 겪어야 할 것은 겪어가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고 신뢰를 바탕으로 사랑을 심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시어머님이 자신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시댁을 찾아 음식을 배우며 살림을 배우곤 한다.

결혼을 하고 육 개월이 되지 않아 시아버님이신 나회장님의 생신이다.

승미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고 누구에게 알아볼 것인가를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어차피 시어머님과 함께 해야 할 일이라면 부딪쳐 묻기로 한다.

시어머님을 피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자신이 자꾸만 다가가야만 하는 상대인 것이다.

“어머님!

아버님의 생신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여쭈어 보아도 될까요?“

”네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니?“

홍수희는 승미가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무심하게 보낸다면 단단히 혼쭐을 내리라 마음을 다지고 있던 참이었다.

“어머님!

제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더구나 서민층에서 살아온 제가 어떻게 아는 것이 있겠습니까?

모든 것을 어머님께서 가르쳐 주신다면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홍수희는 승미의 마음씀씀이를 안다.

아무리 꾸중을 해도 아들이 나서지 않고 아는 척을 하지 않고 있다.

일부러 꼬투리를 잡고 꾸중을 하고 심하게 대해도 아들이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제 조금씩 승미의 성품을 알아가는 홍수희는 그런 며느리가 대견스럽다.

“그래, 네 말대로 네가 우리 같은 중산층 이상의 살림을 알도리가 없을 것이다.

아버지 생신은 호텔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네 친정에서 아버지에게 무슨 선물을 하시려는지 그것이 걱정이 된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사돈의 첫 생신이다.

게다가 서민층도 아니고 모든 회사 간부들과 경제인들이 모이는 자리다.

네 친정이 감당할 수만 있다면 아버지 양복을 한 벌 선물해 드리는 것이 좋겠다마는 어디 그것을 감당하실 수 있으시려나 모르겠다.“

승미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말이 양복 한 벌이지 그 값은 서민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대단한 금액이다.

글: 일향 이봉우

 

 

 

제 37장,

홍수희는 승미가 망설이는 것을 보며 비웃는다.

“그렇겠지?

네 친정으로서는 감당하기가 벅차겠지?

그러기에 혼사는 서로 비슷한 집안끼리 해야 하는 것이란다.

너는 살아가면서 그런 모든 것들로 인해 마음고생을 많이 해야 할 것이야!“

“죄송합니다.

저희들 서민들로서야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친정아버지께 여쭈어 보기는 하겠습니다.“

”그럴 것 없다.

네 시아버지께서 옷이 없어 없이 사는 사돈의 선물을 받으시겠니?

너는 그대로 구경만 하고 있어라.“

“........................”

승미는 자존심을 밟아버리려고 하는 시어머님의 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너도 옷차림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젊으나 젊은 애가 옷이 왜 그 모양이냐?

남들이 보면 우리 집안을 얼마나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하겠니?

며느리의 옷차림이 형편없다고 욕을 할 것이 아니냐?“

”어머님!

아직은 저희들 형편대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넌 그것이 문제다.

네 눈에는 시댁의 체면이나 명성에 누가 되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니?

대체 넌 무엇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냐?

네 행동 하나하나 네가 입고 있는 옷 한 가지라도 우리 집안을 어떻게 보이게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냐?“

”........................“

“너만 보면 내 울화증이 자꾸만 치밀어 오른다.

내가 매달 의상 비를 따로 대 줄 것이니 인규와 함께 의상을 구입하러 가거라!“

“어머님!

제가 해 입겠습니다.“

“네 안목을 믿을 수가 없다.

그래도 네 남편 인규는 너보다 의상을 보는 안목이 있으니 함께 다니거라!

내가 너를 데리고 다니려고 해도 남들의 시선이 따가울 것 같다.“

홍수희는 승미의 자존심을 한껏 뭉게버린다.

그러나 승미는 그런 것쯤으로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어차피 모든 것을 겪어나가야 할 것이다.

승미는 시아버님의 생신선물로 많은 고심을 한다.

시아버님의 생신이라고는 하지만 시아버님의 양복만을 해 드릴 수는 없는 일이다.

양복과 그 일체를 해야 하고 시어머님의 한복도 해드려야 하는 것임을 잘 안다.

한복과 노리게 그리고 속옷 일체를 준비해야만 하는 것이다.

승미는 아무리 계산을 해도 그 돈을 마련할 수가 없다.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시댁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남편의 수입과 자신의 수입만으로 생활을 해 오고 있는 그들이다.

일반 서민들의 가정과는 다르게 생활해 왔던 남편을 위해서라도 아무렇게나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고 가끔 들리시는 시어머님이 보시기에도 형편없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승미에게 많은 저축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아빠에게 선물을 한다는 말씀을 드릴 수도 없다.

승미는 아무도 모르게 직장 대출을 받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한창그룹의 며느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만일 직장 대출을 받는다면 어떤 식으로라도 시부모님의 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일은 걷잡을 수없이 커져 나가게 된다.

승미는 고심을 하지만 달리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휴대폰이 울린다.

번호를 보니 시아버님의 번호다.

승미는 급하게 휴대폰을 받는다.

“네, 아버님!”

“아가, 이 애비가 전화를 해서 놀랬니?”

“아닙니다.

허지만 뜻밖이어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랬구나!

아가, 오늘 몇 시에 퇴근이냐?“

”세시면 퇴근을 할 수 있습니다.“

“허허허........

잘 된 일이다.

오늘은 이 애비와 데이트를 좀 해 줄 수 있을까?“

“네?”

“애비가 우리 아름다운 며느리에게 데이트 신청이다.

어때 수락을 해 줄 수 있을까?“

”아버님!

퇴근을 하고 어디로 갈까요?“

“고맙다.

네 퇴근시간을 맞추어 기사를 보내겠다.“

“아닙니다.

제가 바로 가겠습니다.“

“마침 내가 그 근처에 갈 일이 있다.

조금 일찍 볼일을 마치고 병원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으 마!“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승미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늘 바쁘신 아버님이시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오신다는 것이 승미로서는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승미는 근무를 하면서 자꾸만 시간을 본다.

조금이라도 지체를 해서 기다리시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팀장에게 미리 말을 해서 퇴근

을 정시에 할 수 있게 준비를 한다.

승미는 정시가 되자 빠른 걸음으로 퇴근을 하며 정문을 향해서 나간다.

시아버님의 차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승미가 다가가자 기사가 문을 열어준다.

“아버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허허허...........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뛰다시피 오지 말고 천천히 걸어오지 그랬니?“

“아버님!

아버님께서 여기까지 오시리라고는 미처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나라고 못가는 곳이 어디 있겠니?

더구나 하나뿐인 내 며느리를 보기 위해서라면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다.“

두 사람이 말을 하는 사이에 차는 벌써 출발을 해서 어디론가 가고 있다.

“아가!

이제부터는 네 시간을 나에게 주는 거다.

그럴 수 있지?“

”네!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그이에게 연락을 미처 하지를 못해서.........“

“그럴 줄 알았다.

그것을 걱정하지 마라!

오늘 내가 너하고 데이트를 한다는 것을 인규도 알고 있다.“

”고맙습니다.“

“아가!

어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있니?“

”없습니다.“

”그럼 내가 결정을 해도 되겠니?“

”네, 아버님!“

승미는 흔쾌하게 대답을 한다.

나회장은 승미를 데리고 고급스러우면서도 멋진 프랑스 요리 전문점으로 데리고 간다.

아직 한 번도 그런 고급스러운 곳을 가 본적이 없는 승미는 그저 어디다 눈길을 주어야 할지 당황

스럽다.

보는 모든 것이 이색적이고 화려하면서도 아주 고풍스럽기도 하고 너무나 고급스럽다.

마치 외국의 그 어딘가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어떠냐?

네 취향에 맞는 것 같니?“

”아버님!

이런 곳은 처음이라 그저 어리둥절합니다.“

“허허허............

우리 한창그룹의 단 하나뿐인 며느리가 이런 곳을 처음이라니?

하기야 우리 인규가 서민층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니 너를 이런 고급스러운 곳으로 데리고 왔을 리가 없을 것이다.

인규는 사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 모든 것이 아주 실질적인 사람 아니더냐?“

”네, 아버님!

그래서 그이와 오랜 세월을 교재를 하면서도 한창그룹의 후계자라는 것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눈치조차 챌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 나도 내 아들이지만 그런 점들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래서 너를 선택한 인규를 믿고 무작정 결혼을 승낙한 것이다.“

“고맙습니다.

아버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노력을 하겠습니다.“

“아가!

요즘 네가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네 시애미 맞추기 힘들지?“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그것은 네 탓이 아니다.

네 어머닌 며느리에 대한 남다른 기대가 컸던 사람이다.

그렇기에 네가 더욱 힘들고 까다롭게 굴 것이다.“

“아버님!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어머님께서도 저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계십니다.“

음식이 나오자 승미는 시아버님이 하시는 대로 따라서 음식을 먹는다.

음식 맛을 음미하기 보다는 시아버님과 단 둘만의 외식에서 오는 부담과 어려움 때문에 맛을 느낄 사이도 없다.

그러나 천천히 서둘지 않고 우아하게 음식을 먹는다.

한참을 음식을 먹는데 시간을 보낸다.

“아버님!

정말 음식 맛이 너무 좋습니다.“

“그래, 네 입맛에도 맞았다니 내 마음도 좋다.

아가, 이제부터 내가 하라는 대로 할 수 있겠니?“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나회장은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어 승미에게 준다.

“이것을 받아라!

그리고 네 어머니가 뭔가를 요구를 했을 것이다.

거기에 맞추어 쓰도록 했으면 좋겠다.“

“아버님!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들 수준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네 어머니의 뜻도 가끔은 들어 주어야만 모든 것이 다 편안해진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지?“

나회장은 아내의 입에서 나오는 불평을 듣고 그대로 자신의 생일을 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결혼식도 아내의 뜻이 하나도 반영이 된 것이 없었다.

결혼을 하고 처음 맞이하는 시어른의 생신을 아내의 뜻을 들어주어야만 집안이 편안하고 며느리가 조금은 편안한 삶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된다는 생각을 한다.

나회장은 적지 않은 돈을 주는 것이다.

“아버님!

이렇게 염치없이 받아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가!

네가 누구더냐?

하나뿐인 내 며느리다.

자식을 위해서 부모는 무엇을 해 주어도 하나도 아깝지 않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그래, 네 성품이 막힘이 없어서 이 애비도 마음이 흡족하다.

이것은 우리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 너와 나만의 비밀이다.“

“고맙습니다.

아버님의 사랑에 보답해 드리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노력을 하겠습니다.“

“오냐!

바로 너의 그런 자세에 대한 상이다.

이제 아들이라도 낳아준다면 더 이상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겠다.“

승미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

아직은 임신 소식을 안겨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죄스러움이다.

“아가!

내 말에 대해서 부담을 갖지 마라!

이제 겨우 육 개월이 되었을 뿐이니 내가 성급한 마음이라는 것을 잘 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니 너무 마음을 쓸 필요가 없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그렇게 나회장은 며느리에 대해 특별한 사랑과 관심을 보인다.

아내가 바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또한 그것을 제대로 채울 수 없는 사돈이기에 당신 자신이 조금 신경을 쓰는 것이다.

승미는 그런 시아버님의 깊은 사랑에 깊은 고마움을 깨닫는다.

승미는 시어머님이 바라시는 모든 선물을 준비해 드린다.

홍수희는 눈이 동그래지면서도 흐뭇한 마음이 된다.

그래도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그리 가난한 집은 아닌 것 같아 더욱 흐뭇해진다.

그렇게 나회장의 생일을 맞아 그룹 전체가 축제분위기가 된다.

나회장은 다음 당신 생일에는 적어도 손자의 소식이 있거나 손자를 볼 것이라는 생각이다.

글: 일향 이봉우

 

 

 

 

제 38장,

승미는 홍수희가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모든 의상과 패물을 구입해서 단장을 시킨 것이다.

자신의 옷이 아닌 것처럼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시어머님께서 모든 것을 해주셨기에 그날만큼은 최대한으로 치장을 하고 꾸민다.

모두든 나회장의 며느리가 너무 아름답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나회장은 처음부터 모든 선물과 축의금을 사절한다는 것을 발표한다.

어떠한 것이든 모든 선물을 일체 사절한다는 나회장의 방침이다.

홍수희는 그런 남편의 마음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색을 할 수 없는 일이다.

나회장은 모든 그룹의 총수들과 내 노라 하는 인사들에게 아들인 인규를 일일이 인사를 시키며 이제 다음세대의 주자임을 내 세운다.

나회장의 생일을 기해서 인규는 본사의 사장으로 취임이 될 것을 은연중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나회장이다.

그동안 나회장은 아들 인규의 실력을 모든 이사들에게 인정을 받았고 이사들 역시 나인규의 사장취임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들이었다.

나회장은 당신의 생일을 기회로 아들 인규의 사장 취임을 모든 이사들에게 승인을 받으려는 계산이 숨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 나회장의 계획대로 모든 이사진들은 별다른 반대도 없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드리고 있는 분위기다.

나인규의 성실함과 인간성 그리고 실력을 모든 이사들이 인정을 한다.

오너로서의 자질 또한 충분하다는 그들 간의 말들이 오고간다.

나회장은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단 한 가지 가끔씩 지나친 욕심과 자신만의 이기주의에 빠지는 아내의 성품이 때로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 것 하나 불만인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나회장은 이 기회에 아내의 성품을 조금이라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생일을 무사히 지내고 나서 모두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나회장 부부역시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온다.

“참으로 기분 좋은 날이었지요?”

홍수희 역시 기분이 좋다.

“....................”

나회장은 아내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는다.

“여보!

오늘 기분 좋지 않았어요?“

”......................“

또 다시 아무런 대답이 없다.

홍수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남편의 기분을 살핀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다.

집으로 돌아와 옷을 바꾸어 입고 나회장은 비로소 입을 연다.

“이옷하고 오늘 당신이 입었던 옷을 두 번 다시는 내 눈에 뜨이지 않게 하시오.”

“네?

무슨 말씀인가요?

옷이 뭐가 잘못되었어요?“

”그래도 당신은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가?

당신이 겨우 그 정도의 사람이었던가 참으로 의심스럽소.“

“......................”

홍수희는 남편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고 남편의 얼굴만 바라본다.

“생각해 보시오.

내가 모든 선물들과 축의금을 사양하였소.

그런데 어째서 유독 새 애기의 친정에서 당신 옷과 내 옷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오?

그것도 사돈의 형편에 맞는 것이 아닌 당신 수준의 옷을 하려면 적지 않은 돈을 보내왔을 것이오.

안 그렇소?“

“그야...........

허지만 딸을 시집보내고 처음으로 시부모님의 생신을 맞이하는 것이니 당연한 것이지요.“

“그렇소?

그렇다면 당신 생일에도 또 명절에도 보내와야 하는 것이겠군!“

“그야.............”

“참으로 당신 생각이 한심스럽소.

우리 며느리는 보통 집안의 사람이오.

우리처럼 사업을 하는 집안도 그렇다고 경제적인 여유를 가진 집안도 아니오.

내가 모든 사람들의 선물과 축의금을 받지 않고 유독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돈의 돈으로 우리 두 내외 이렇게 값비싼 옷을 걸치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럽고 사돈 얼굴 보기가 얼마나 민망스럽던지 아시오?“

“......................”

“이 예물을 마련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얼마나 많은 빚을 져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고 며느리 보기도 부끄럽고 힘들어 얼굴을 들 수가 없었소.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소?“

”그냥............

서로 사돈끼리 그러는 것이 아닌가요?“

”참으로 당신 생각이 정말 한심스럽소.

어찌 그리도 생각이 짧은지 모르겠소.

이 예물로 인해 우리 인규의 마음이 어떠하리라고 생각하오?

지금 새 애기는 그런 남편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소?“

홍수희는 남편의 말에 가슴이 철렁해진다.

처음 아들의 눈치를 보던 홍수희는 아무런 말도 없이 넘어가주는 아들이 고맙고 의례히 그런 것이려니 하고 받아드리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을 하시오.

얼마를 보내왔소?

천만 원 가지고는 당신의 그 비싼 옷과 내 옷을 하지를 못했을 것이고 그렇다고 이천?

아니면 삼천?

아마 삼천이라야 당신 마음에 드는 의상들을 구입할 수가 있었겠지?

그렇지 않소?“

홍수희는 남편의 예리한 판단에 가슴이 철렁해진다.

“좋소!

내가 힘들게 사는 사돈에게 이런 값진 선물을 받았으니 당연히 나도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 하겠지?

그 형편에 삼천이 왔으면 내 형편에는 그에 열 곱을 한다고 해도 많은 것은 아니지?

그렇지 않소?“

“뭐라고요?

삼억을 보낸다는 말인가요?“

”삼억을 보낸다고 해도 우리는 힘들거나 타격을 받지 않소.

허지만 새 애기의 친정아버지는 그 돈으로 인해 많은 타격을 입을 것이 아니겠소?

그에 비하면 우리가 삼억을 준다고 해도 힘들지는 않을 것이오.“

“여보!

내가 잘못 생각했어요.

정말 내 생각이 짧았어요.

다시는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받은 것은 다시 돌려줄게요.“

“정말 그렇게 해 줄 수가 있겠소?

그리고 다시는 그 어떤 일이라고 해도 다시는 며느리의 친정에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넣지 않을 생각이오?“

“네!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그 돈을 돌려줄게요.

당신 말대로 아무에게도 선물이나 축의금을 받지 않았는데 굳이 사돈에게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홍수희는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음날 홍수희는 승미를 부르지 않고 승미가 퇴근할 시간에 맞추어 병원으로 간다.

“어머님!

어떻게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아가!

너하고 함께 저녁이라도 먹으려고 왔다.

시간 괜찮지?“

”네!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니다.

오늘은 내가 너를 일부러 만나러 왔으니 내가 맛있는 것을 사주마!“

홍수희는 승미를 데리고 자신이 잘 다니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간다.

그날의 스페셜 요리를 주문한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홍수희는 핸드백을 열고 봉투를 꺼내어 승미 앞으로 놓는다.

“어머님!

이것이 무엇인가요?“

“아가!

내 생각이 참으로 짧았다.

네 아버님이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과 축의금을 받지 않으셨는데 유독 네 친정에서 이런 큰 돈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참으로 미안하구나!

친정아버지께 죄송스럽다는 말씀과 함께 다시 돌려드렸으면 한다.“

“아닙니다.

어차피 이미 가져 온 것을 다시 가져간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승미 또한 난감한 일이다.

“아가!

네가 중간에서 힘이 들겠지만 어떻게 하겠니?

그렇다고 내가 직접 네 아버지를 만나서 드릴 수는 없지 않겠니?“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다.

그리고 나 때문에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어머님!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워낙에 아는 것이 없어서 어머님을 힘들게 해 드렸지요.“

”아니다!

공연히 내가 시어머니 티를 내느라 너를 힘들게 했구나!

이제 앞으로는 너를 딸들과 마찬가지로 대하면서 서로 즐겁게 살아가 보자.“

그때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그러나 승미는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며칠 동안 어떤 음식이든 제대로 음식을 먹을 수가 없이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껍다.

“왜 그러니?

음식이 네 입에 맞지 않니?“

”어머님!

요즘 며칠 전부터 모든 음식을 먹을 수가 없어요.“

”뭐?

며칠 전부터?

너 혹시 아기 가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봤니?“

“네?

아기?“

”그래, 잘 생각해 보거라!

네 생리일을 거르지 않았는지 잘 생각해 봐라!“

“설마?.........”

“내 말이 맞을 것이다.

이럴 것이 아니라 어서 일어나자.

나랑 병원에 가보자.“

홍수희는 급하게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그리고 음식을 먹지 않고 계산을 나서 승미를 데리고 나간다.

나회장의 주치의가 있는 대학병원으로 승미를 데리고 간다.

이미 퇴근시간이 지나고 있었지만 홍수희를 기다리고 있는 김박사는 반갑게 그녀들을 맞이하면서 산부인과로 승미를 데리고 간다.

승미는 기다리지 않고 산부인과 의사선생님 앞에 앉는다.

그리고 곧 바로 진료실로 들어가 진료를 받는다.

김박사는 승미가 진료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바로 승미의 임신여부가 나타난다.

“어떤가?

임신이 확실한가?“

”네, 박사님!

임신 구주 째가 되어갑니다.“

“그런가?

참으로 경사로세!“

승미는 부끄러움으로 해서 얼굴이 빨개진다.

김박사는 다시 승미를 데리고 홍수희가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연구실로 간다.

“박사님!

임신이 맞나요?“

”홍여사!

한 턱 내야겠습니다.

구주 째로 접어든다고 합니다.“

“아가!

이런 경사가 있더냐?

정말 장하다.“

홍수희는 온 얼굴과 몸으로 기쁨을 나타낸다.

“이대로 그냥 넘어가지 마십시오.

나회장에게 한 턱 얻어먹어야겠소이다.“

”김박사님!

당연한 일입니다.

조만간 집으로 초대를 하겠습니다.“

“허허허..........

우리 홍여사가 매우 기쁜 모양입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홍수희는 승미를 조심스럽게 다루면서 집으로 데리고 간다.

이미 나회장과 인규는 연락을 받고 나회장의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나회장은 온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며느리의 임신 소식이다.

온 세상은 다 얻는다 해도 이렇게 기쁘지는 않을 것이다.

두 부자는 거의 동시에 집에 도착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

 

 

 

 

제 39장,

나회장은 커다란 꽃바구니를 준비해서 들어온다.

“자, 우리 새 애기에게 선물입니다.”

“아버님!

너무 감사합니다.“

승미는 커다란 꽃바구니를 받고 기쁨에 어쩔 줄을 모른다.

“난 이거 어떻게 하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빈손인데........“

인규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괜찮습니다.

이렇게 아버님께 받은 꽃다발이 얼마나 행복하게 해 주는지 모릅니다.“

온 가족은 축제 분위기다.

“아가!

이제 입덧이 시작이 되면 친정에도 가지 못하고 어떻게 하겠니?

내가 친정엄마라고 생각하고 이곳에 와 있으면 안 될까?“

홍수희는 진정으로 승미를 위해서 모든 것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머님!

정말 견디기 힘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견디려고 하지 말고 언제든지 오너라!”

“네!”

“새 아가!”

나회장이 따뜻하고 정겨운 음성으로 승미를 부른다.

“네, 아버님!”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싶다.”

“네,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다른 직장도 아니고 간호사 일이 여간 힘들고 고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

더구나 삼교대 근무를 하려면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해도 힘들 것인데 생각해 봐야겠구나!“

“아버님!

사표를 내겠습니다.

아무리 제가 직업을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우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결혼을 한 이상 제 자신보다는 시댁과 어른들의 걱정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서 걱정하시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요.“

”그렇게 생각을 해 주니 정말 고맙구나!“

나회장은 승미의 그런 거침없는 성품을 사랑하고 있다.

어른들의 마음을 알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승미의 성품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당신 정말 사표를 낼 수 있겠소?”

인규 또한 걱정스럽다는 듯 묻는다.

“지금 제게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어요?

제 직장보다는 자식을 갖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부모님께서 이렇게 기다리셨던 일이시고 이렇게 좋아해 주시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내일 사표를 내겠습니다.“

“우리 새 애기의 성품이 참으로 곱지 않소?”

나회장은 아내인 홍수희를 보며 하는 말이다.

며느리의 마음이 얼마나 대견하고 흡족한가를 알아보라고 하는 말이다.

“그럼요!

이제는 저도 더 이상 새 애기를 시집살이 시키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딸들보다 더 소중하고 귀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동안 제 소견이 좁았고 생각이 짧았습니다.“

홍수희 역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한다.

인규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흐뭇해진다.

“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새 애기는 방에 들어가 쉬거라!”

“어머님!

제가 하겠습니다.“

승미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 말 하지 말아라!

이제부터 넌 우리 집안에서 가장 귀중한 사람이다.

네 몸이 어디 너 혼자만의 몸이더냐?“

홍수희는 기겁을 한다.

저녁을 준비한다고는 하지만 홍수희 손수 저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주방으로 들어가 이것저것을 지시하면 그만인 것이다.

주방에 일하는 사람이 둘씩이나 되는 집이다.

“당신은 우리 새 애기가 무엇을 먹으면 잘 먹을 수 있나 생각을 해 보시오.

그리고 넌 어서 네 댁을 데리고 올라가 쉬도록 해라!“

나회장은 그렇게 이르고 나서 서재로 들어간다.

승미는 잠시 남편에게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시아버지를 뒤따라 서재로 간다.

“아버님!

저 이것을 어머님께서 주셨습니다.“

시어머님께 받은 돈 봉투를 꺼낸다.

“아가!

그것은 네가 간직하도록 하렴!“

”그래도 이것은 아버님께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

내가 다시 네게 주는 것이다.

아무런 생각하지 말고 네가 쓰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마음대로 쓰도록 하렴!

네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아버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으로 잘 쓰겠습니다.“

“오냐!

어서 나가보도록 해라!“

승미는 시아버님의 서재로 나와 이층의 자신들만의 방으로 올라간다.

남편의 방이었던 곳이다.

지금도 남편의 방은 언제나 시댁에 오면 머물곤 하는 그들만의 방이다.

승미는 다음날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다.

이미 병원 측에서는 미리 예상을 하고 있었다는 듯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드린다.

대기업의 며느리가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할 리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임신을 하고 직장을 다닌다는 것은 간호사 생활에서는 힘겨운 일이다.

승미는 모처럼만에 친정아버지를 찾아간다.

직장도 그만 두고 참으로 느긋한 마음으로 찾아뵙는 것이다.

“아빠!”

“어?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냐?“

승재는 딸의 출현에 반가움 보다는 놀람이 앞선다.

“제가 이 시간에 오면 안 되는 것인가요?”

승미의 얼굴에는 편안한 미소와 행복감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며 승재는 안심을 하지만 궁금하기만 하다.

“출근을 하지 않았고?”

“아빠!

저 병원 그만 두었습니다.“

“뭐라고 했어?

병원을 그만 두다니?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냐?“

승재는 더욱 놀란다.

“아빠!

저 임신을 했어요.“

“뭐라고?

임신?

네가 정말 아기를 가졌다는 말이냐?“

”네!

그래서 병원을 그만 두었습니다.“

“잘 한 일이다.

임신을 했다니 무엇보다 기쁜 일이구나!

시부모님께서도 아시는 일이냐?“

”네!

시어머님께서 저녁을 사 주시는 자리에서 임신을 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바로 병원으로 가서 확인을 했습니다.“

”시어머님과 함께 병원을 갔더란 말이냐?“

“네!

어찌나 기뻐하시는지 부모님께서 직장생활 하는 것을 걱정을 하시기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잘 한 일이다.

정말 잘했다.

직장보다는 우선 부모님들 걱정을 하게 만들지 말아야 하고 아기를 생각해서 너무나 잘 된 일이다.

우리 큰 딸 임신한 것을 아빠가 축하를 해 줘야 하는데 어떻게 한다?

나서방하고 함께 근사한 저녁을 사 줘야겠다.

그럴 시간이 있겠니?“

”아빠!

오늘은 저희가 아빠와 승인이를 위해서 외식을 하려고 합니다.

이미 그이하고 식당을 예약을 해서 아빠를 모시러 왔습니다.

시간에 맞추어서 그이가 올 것입니다.

그동안 저희가 너무 무심하게 지내왔습니다.

아빠와 승인이를 제대로 살펴드리지 못하고 제 삶에만 빠져있었습니다.“

“승미야!

아빠는 우리 승미가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공연히 아빠나 승인이가 우리 딸들에게 짐이 되거나 걸림돌이 된다면 아빠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큰 딸이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대견스럽고 흐뭇하단다.“

”허지만 아빠, 저희들을 아빠가 어떻게 키우셨는지 생각을 하면 저희들만의 안위를 위해서 살아갈 수만은 없는 일이지요.

한시도 아빠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때로는 제 생활이 우선인 것 같아서 늘 죄송스럽고 미안할 뿐입니다.“

승미는 자주 아빠를 찾아뵙지 못한 자신이 늘 죄스럽다.

인규는 그런 아내의 마음을 알고 이미 식당을 예약을 해 두었다.

승미가 혼자서 모시고 가는 것보다는 임신한 아내가 걱정이 되어 시간이 되면 자신이 직접 모시러 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승재는 부지런히 외출할 준비를 한다.

모처럼의 외출이다.

늘 승인이와 단 둘만의 삶에 모처럼의 외출이 가슴을 들뜨게 한다.

이제 장사는 자신이 없어도 종업원들끼리 충분하게 가게를 운영해나가고 있다.

단골들이 확보가 되어 있고 모든 것이 자리가 잡혀 있는 승재의 가게다.

승미는 그런 아빠와 승인이를 위해 준비를 한다.

“언니!

어디 가?“

”그래,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

“정말?

와, 신난다.“

”우리 승인이 뭐가 먹고 싶어?“

”언니!

그냥 아무거나 다 좋아!

근데 형부 안 와?“

“형부가 왜 안와?

이제 조금 있으면 형부가 데리러 올 거야!“

“언니!

병원엔 안가?“

승인이는 늘 언니가 병원에 가야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

“승인아!

이제 언니는 병원에 가지 않아!“

“왜?

병원에 왜 안가?“

”언니가 병원을 그만 두었거든!

그래서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 언니가 자주 올게!“

“언니!

정말 자주 올 거야?“

승인이는 늘 언니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언니가 오지 않는다고 울기도 하는 승인이다.

“언니가 자주 오지 않아서 우리 승인이가 속이 많이 상했지?”

“응!

언니 같이 살면 안 돼?

형부하고 언니하고 그리고 아빠하고 같이 살면 안 돼?“

”그래, 같이 살 수는 없지만 언니가 자주 올게!“

승인이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승미는 마음이 아파온다.

엄마 대신에 의지하고 살던 언니다.

엄마의 정을 모르는 승인이로서는 언니가 엄마였다.

그런 언니가 결혼으로 인해서 같은 집에 살 수 없다는 것이 승인이 나름대로는 큰 슬픔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자꾸만 가슴이 아파진다.

“승인아!

언니가 함께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언니!

언니가 없으면 승인이가 슬퍼져!“

“그래!

정말 미안해!

언니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니?

그렇지만 언니는 언니의 삶이 있으니 승인이와 같이 살 수는 없지만 자주 오도록 노력을 하면서 승인이가 필요한 모든 것을 해 줄게!“

“응!”

인규는 정확한 시간에 처갓집에 온다.

모처럼 인규가 처갓집의 온 가족을 데리고 외식을 나서는 길이다.

승재와 승인이는 즐겁고 신나는 기분이 된다.

늘 둘만의 생활에서 쓸쓸함이 묻어나던 두 사람은 마음이 날아갈 듯이 가볍다.

그런 아빠와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승미의 마음 또한 가벼워지기도 하고 자주 그렇게 해 주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나무라기도 한다.

예약해 놓은 곳은 한정식 집이다.

장인어른과 처제를 위해서 고급 한정식 집을 예약해 둔 인규다.

글: 일향 이봉우

 

 

 

제 40장,

한정식 집은 조금 교외에 위치한 곳에 있는 조용하고 경치가 좋은 곳이다.

주머니가 얇은 사람들은 들어와서 먹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아주 고급스럽고 예약제로만 운영이 되고 있는 집이다.

인규는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가끔씩 오는 곳이기도 하고 이제는 정말 제대로 접대를 해야 할 중요한 바이어들과 함께 가끔씩 오는 곳이기도 하다.

음식 맛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경치도 아름답고 종업원들의 세련된 접대 또한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 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떤 손님과 오더라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들만 있는 곳인 듯 생각을 가지게 하게끔 아주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주고 있다.

인규는 종업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고 모두를 데리고 들어간다.

넓은 방안은 고급스러운 한옥의 안방에 들어온 것처럼 고풍스러운 멋을 내고 있다.

“여기 누구 집이야?”

승인은 방안을 둘러보며 묻는다.

“처제!

여기는 맛있는 밥을 먹는 식당이에요.“

”식당?

언니, 정말 밥을 먹는 식당이야?“

”그래, 이런 곳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고급스러운 식당이다.“

”그럼 비싼데야?“

“그래, 아주 비싼 곳이다.”

“으응, 그렇구나!”

승인은 자신의 나름대로 무엇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웬만한 곳에서 먹으면 되는 것을 너무 과용하나 보네!”

승재는 미안스럽다는 듯 사위를 보면서 말을 한다.

“아버님!

이제는 이런 곳에도 모시고 올 만큼의 여유가 됩니다.

자주 모시고 오는 것도 아니고 가끔씩은 이런 호강을 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한 끼 먹는 것을 너무 과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버님!

제가 다음 달에 사장으로 취임이 됩니다.“

“그것이 정말인가?

자네가 정말 사장으로 취임이 된다는 말인가?“

승재는 기쁨에 들떠 같은 말을 묻고 또 묻는다.

“아빠!

저도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실입니다.“

“정말 축하를 해야 할 일일세!

경사가 겹경사로군!

두 사람 모두 진심으로 축하를 하네!“

“네!

아마 뱃속의 아기가 대단히 복이 많은 복덩어리인 모양입니다.

벌써부터 우리에게 이런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인규는 싱글 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암!

당연히 그래야 하고말고.

복도 많고 명도 길도 지혜도 뛰어난 아기라는 믿음이 가네!“

승재는 더 없이 행복해 보이는 큰 딸을 보며 자신의 마음도 행복해지는 것을 느낀다.

다행히 승미는 심하지 않은 입덧을 한다.

가벼운 입덧으로 심한 고생을 하지 않는다.

홍수희는 그런 승미를 보면서 참으로 여러 가지로 편안하고 복된 며느리라는 생각을 한다.

당신의 두 딸들과 당신은 입덧을 얼마나 심하게 했는지 주변사람들마저 불안하고 많은 신경을 쓰이게 한 것을 생각하면 승미의 순한 입덧이 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홍수희는 승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서 가져다주곤 한다.

“어머님!

이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아무것이나 잘 먹고 있습니다.“

“그래, 그런 너를 보면 참으로 여러 가지 복을 가지고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입덧을 심하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심한 고생을 하는지 모른다.

네 시누이 둘 다 어찌나 심한 입덧을 하는지 내가 그 뒷바라지 해 주느라 죽을 고생을 했던 생각이 난다.

모두가 나를 닮아서 그런 것이니 어쩌겠니?“

“그것이 왜 어머님 닮아서 그런 것인가요?”

“입덧은 대게 친정엄마를 많이 닮는다고 하지 않더냐?

그러고 보면 네 친정어머니께서는 입덧을 아주 수월하게 하신 모양이로구나!“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되도록 돌아가신 어머니 말씀을 잘 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 왜 안 그렇겠니?

그나저나 네 친정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시냐?

여자도 힘들 텐데 남자 혼자 손으로 너희들 세 자매를 이렇게 잘 키워주셨으니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시다.

시간이 나는 대로 아버지를 찾아뵙고 도와드릴 일이 있으신지 살펴드리도록 하렴!“

“고맙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이 참견하는 것을 싫어하시기 때문에 도와드릴 일이 있어도 모르고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자존심이 대단하신 분이시라서 그러는 것이다.

그러니 더욱 세심하게 살펴드리도록 하렴!“

승미는 그런 말씀을 하시는 시어머님의 마음 씀이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빠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으시니 알 수가 없는 일들이다.

승미는 아빠와 승인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서 가지고 집으로 간다.

이제 집에는 대부분 승인이가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다.

승인이는 승미가 오자 무척이나 좋아한다.

“언니!”

반가움을 나타내는 승인이는 언니의 품안에 안기려 하지만 이제 키도 언니보다 더 큰 승인이는 언니의 품안에 들어올 수가 없다.

승미는 가볍게 포옹을 해 준다.

“승인이 점심은 먹었니?”

“응!

아빠가 들어와서 승인이 점심을 주고 나갔어!“

“그랬어?

아줌마는 안 오시고?“

”응!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서 오지 못한다고 했어!“

도우미 아주머니는 매일 오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에 삼일만 온다.

이제 별로 할 일이 많지 않은 집이다.

도우미 아주머니 스스로 그렇게 정하고 일주일에 삼일만 와서 청소며 빨래 그리고 반찬들을 해 놓으신다.

나머지는 아빠가 직접 해서 드시고 계신 것이다.

이제 직장을 그만 둔 승미는 가끔 음식을 해서 가지고 간다.

음식을 냉장고에 두려고 주방으로 들어가 주방을 살펴본다.

참으로 손 댈 곳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는 주방이다.

아빠의 빈틈없는 성품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언니!

나도 이제 설거지 잘해!“

“정말?

정말 우리 승인이가 설거지도 할 줄 알아?“

“응!

밥도 할 줄 알아!

아빠가 그러는데 승리언니를 만나러 가야 하는데 나 혼자 밥을 해 먹고 있을 수 있느냐고 했어!“

“뭐?

아빠가 승리언니를 만나러 간다고 했어?“

”근데 승인이 때문에 안 가신다고 했어!“

승미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있다.

승리를 만나러 가시고 싶으신 아빠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벌써 십여 년의 세월을 승리를 보지 못하고 살아오시는 아빠가 얼마나 승리가 보고 싶으실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니 아빠의 그런 마음을 헤아려드리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다.

승미는 집안을 잠시 정리를 하고 승인이와 시간을 보내다 아빠의 가게로 간다.

“어, 왔니?”

승미를 본 승재를 반가워한다.

“몸은 괜찮은 것이냐?”

“아빠!

잠시 차 한 잔 해요.“

승미는 아빠를 모시고 근처의 찻집으로 간다.

“차는 가게도 있는데 굳이 이런 곳에 와야 하는 것이냐?”

“분위기로 아빠하고 마시고 싶거든요.”

“허허허..........

이제 애기 엄마가 될 우리 딸이 분위기를 찾으니 어울리지 않는다.“

“아빠!

그래도 저는 여자거든요.

애가 엄마가 된다고 낭만도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시지 마세요.“

”네!

잘 알겠습니다.“

“아빠!

승리가 보고 싶으시죠?“

”보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니?“

”아빠!

왜 가보실 수 없다는 생각을 하세요?

돈 때문에 그러시는 것은 아니시죠?“

승재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마음은 벌써 승리에게로 향하고 있는 승재였다.

이제 한 달 후면 박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미국에 있는 대 기업에 취업이 되는 승리다.

그런 딸을 보고 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지만 승인이를 맡겨 둘만한 곳이 없다.

“아빠!

승인이 걱정을 하지 마시고 다녀오세요.“

”어떻게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있니?

더구나 며칠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삼주 이상은 걸려야 하는 길인데 승인이를 어떻게 하고 다녀온다는 것이냐?“

”아빠!

제가 있잖아요?

제가 승인이를 보살펴주면 된다는 생각을 왜 하지 않으세요?“

”네가 어디 홀몸이라도 된다던?

귀하고 소중한 아기를 가진 사람에게 어떻게 승인이를 부탁을 할 수 있어?“

”아빠!

승인이는 저하고 있으면 얼마나 조용하고 얌전한지 아시잖아요?

그리고 승리가 박사학위를 받는데 아빠가 가지 않으시면 승리가 얼마나 섭섭하고 아빠를 많이 기다리겠어요?

그렇다고 한국에 나왔다가 갈 시간도 없는데 언제 아빠를 볼 수 있어요?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시고 다녀오세요.

그 경비도 모두 제가 다 해드릴게요.“

“큰애야!

경비는 나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정말 네가 승인이를 보살펴 줄 수만 있다면...........

그렇지만 혼자서 결정을 하지 말고 시부모님과 상의를 해서 결정을 하거라!

공연히 친정일로 마음을 쓰게 되면 시부모님께서 언잖게 생각을 하실 수도 있다.“

승재는 공연한 일로 사돈들의 마음을 쓰게 하고 싶지 않다.

“아빠!

시어머님께서는 아빠에게 세심한 신경을 써드리고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아빠를 도와드리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니 아무런 신경도 쓰지 마시고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일단은 네 시부모님의 허락을 얻도록 해라!

그래야 아빠도 마음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네!

아빠 마음이 그래야 편안하시다면 먼저 허락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승미는 아빠의 마음을 알고 시부모님의 허락을 얻도록 한다.

나회장과 홍수희는 전적으로 찬성을 하고 나선다.

나회장은 모든 경비 일체를 부담하겠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승재는 나회장의 말을 일언지하에 거절을 한다.

앞길이 창창한 딸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그런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조그만 도움의 손길도 철저하게 받아드리지 않는 승재다.

승리의 앞길이 어떻게 뻗어 나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대기업의 도움을 받았다가는 훗날 그것이 어떤 걸림돌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드릴 수 없는 일이다.

승미는 아빠의 그런 생각을 읽는다.

아빠를 대신해서 정중하게 시아버님의 도움을 거절을 한다.

나회장 역시 며느리의 청을 수락한다.

함부로 나서서 도움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선선하게 자신의 말을 철회한다.

승재는 승미의 도움으로 승리를 만나러 가는 일을 준비한다.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그리고 발로 뛰면서 준비를 한다.

그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딸을 만나러 갈 준비를 하는 승재의 마음은 기쁨에 들뜬다.

어떻게 변했을까?

그동안 얼마나 많이 성장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가끔씩 보내오는 사진과 컴에 들어가 동영상을 보면서 딸의 변화된 모습을 보곤 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많이 성장을 했는지 늘 궁금하고 보고 싶은 딸이다.

이제 박사가 되는 딸이다.

이미 박사가 된 딸이다.

그 딸의 모습이 얼마나 변화가 된 것인지 궁금하고 그립다.

이제 한국으로 언제 돌아오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아마 영원히 그곳에서 자리를 잡아 살아가게 될 딸인지도 모른다.

평생을 떨어져 살면서 그리워하게 될 딸이 될 것이다.

크고 넓은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쳐나갈 수 있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딸이다.

그것이 자신이 바라고 꿈꾸고 있는 딸의 모습이다.

승재는 출국을 보름 앞두고 있다.

승재가 출국을 하면 승미가 집으로 들어온다는 계획이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