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장,
유자경은 참으로 기쁘기 한이 없다.
아들이 오랜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쁘고 설래는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승인이의 부모가 그렇게 쉽사리 허락하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유자경이다.
절대로 당신의 품안에서 한시도 떼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일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재혼을 하고 새엄마가 들어온 이상 승인이를 결혼시키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새엄마로 인해서 쉽게 허락을 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아들을 위해서는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승재의 재혼을 알지 못하는 유자경으로서는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새로 들어온 계모가 장애인인 딸자식을 좋아할 리가 없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누군가 데려가겠다는 곳이 있다면 결혼을 시키려 할 것임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유자경은 그런 승인이를 하루라도 빨리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형식적인 결혼식만을 하고 데리고 와야만 승인이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용훈아!
부모 상견례 날짜를 언제 잡을 것이냐?“
”안 그래도 형님들하고 시간을 맞추어야 하기에 의논을 드리고 있습니다.
큰 형님께서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에 맞추어야지요.“
“저쪽 사정은 그래도 된다고 하시더냐?”
“네!
그쪽 아버님이 가게를 그만두셨기에 날짜와 시간은 저희가 정하라고 하셨습니다.“
“다행이구나!
빨리 형들과 연락을 해서 속히 날짜를 정하도록 해라.
승인이가 새엄마가 들어왔으니 얼마나 불편하겠니?
어서 빨리 데리고 와야겠다.“
“엄마!
승인이 새어머니가 참으로 좋으신 분이십니다.
인자하시고 승인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계신 분이십니다.
승인이가 불편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않다.
제 속으로 낳은 자식도 아닌데 고울 리가 있겠니?
겉으로야 다정하고 인자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마음속까지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어차피 우리 가족이 될 승인이를 하루라도 빨리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
용훈이는 어머니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을 한다.
승인이는 미움을 받아도 알지 못할 것이다.
눈치를 주어도 그 눈치를 알아채지 못하는 어린 아이가 바로 승인이다.
용훈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 수긍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으로 인자스럽고 편안해 보이는 승인이의 새엄마 모습이다.
또한 승인이를 생각하는 모습도 참으로 진지해 보이고 사랑이 넘쳐 보이는 것이었으나 엄마의 말씀대로 속마음까지 그럴 수가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이양희에 대해서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김용훈은 형님을 직접 찾아간다.
그리고 형님과의 상의 끝에 상견례의 날짜를 잡는다.
아버지가 안 계신 김용훈은 큰 형님이 아버지 대신으로 참석을 하고 어머니와 작은 형 내외와 큰형수님이 참석을 한다.
또한 승재는 간소하게 형님과 형수님 그리고 큰딸 승미 부부와 자신 부부가 참석을 하는 상견례 자리다.
김용훈의 큰 형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엘리트 사원으로 부장급의 직책을 맡고 있다.
사람 보는 안목이 예리하고 빈틈이 없는 성품이다.
장소는 용훈이 정한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다.
분위기 좋고 최고급의 시설을 자랑하는 곳이다.
음식 맛 또한 소문이 날 정도로 아주 훌륭한 곳이다.
이양희는 승인이의 옷차림에 세심한 신경을 쓴다.
얌전하면서도 품위가 있고 뽀얗고 우유 빛이 도는 승인이의 피부가 살아나는 색상과 디자인을 선택을 해서 특별히 맞춤옷을 주문한 것이다.
용훈이는 그런 성장을 하고 나타난 승인이의 모습을 보면서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매료가 되어 승인이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의 인사를 양가 모두 용훈이가 맡아서 소개를 한다.
승인이는 무슨 일인가 하며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을 살펴보며 아빠의 등 뒤로 얼굴을 묻으며 부끄러워하고 있다.
승미는 그런 승인이의 모습을 보면서 결혼을 시킨다는 것이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용훈의 가족들을 살핀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서 이것이 인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승재가 유자경을 향해서 말을 한다.
“네!
저희 용훈이가 지금까지 늘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아이라 저희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흔쾌하게 허락을 해 주시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네!
그러셨군요.
아마 저 혼자였으면 이런 결정을 내리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많은 고심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 안식구가 함께 하고 있으니 안식구의 결정에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그러실 것입니다.
아무래도 데리고 계신 것보다는 이렇게 결혼을 시키시는 것이 더 홀가분하시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좋은 일이니까요.“
”네!
참으로 좋은 일이지요.
허나 신랑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성사가 되지 않았겠지요.
참으로 좋으신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어디를 가든 인정받고 성공을 거두실 아드님이십니다.
그런 아드님께서 저의 부족한 여식을 달라고 하시니 저희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
이양희는 조용한 음성으로 말을 한다.
“고맙습니다.
부족하고 흠이 많은 자식을 그토록 칭송을 해 주시니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유자경 또한 이양희의 말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생각보다 참으로 사려 깊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기왕에 이렇게 다시 연분이 되었으니 길게 끌지 말고 얼른 결혼식만 치루도록 합시다.”
유자경의 말이다.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허지만 저희로서는 생각하지도 않은 갑작스러운 일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결혼날짜를 정한다기 보다는 결혼을 허락하는 자리로 이제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하면서 서둘지 말고 남들이 하는 대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준비를 했으면 합니다.“
“사부인!
그러실 것 뭐가 있습니까?
결혼식만 하고 바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이미 제 아들이 모든 것을 다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유자경은 그대로 승인이의 빈 몸만 보내달라는 말이다.
“고맙습니다.
허지만 사부인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신다고 해도 저희도 부모입니다.
부모가 부모로서 최선의 도리를 다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해서 아는 것도 없는 아이를 그렇게 데려가 주신다는 말씀에는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만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해야 할 도리가 있겠지요.“
이양희는 웃으면서 유자경의 말을 철회시킨다.
“막내로서 특별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아이랍니다.
남자 혼자 손으로 키운 막내딸을 그런 식으로 보내고 나면 아빠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그 모습을 봐야 하는 제 심정 또한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이양희의 말에 유자경은 더 이상 고집만을 내 세울 수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동네 결혼식장에서 결혼식만을 하고 바로 데리고 가고 싶은 것이었으나 아무리 계모라고 해도 어머니의 자격이 있는 이상 그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양희의 생각대로 우선은 약혼식을 하기로 양가가 합의를 한다.
약혼식을 하고 승인이를 결혼에 대해서 가르치겠다는 이양희의 생각이다.
양희는 승인이에게 가르쳐 줄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약혼식은 두 달 후에 있을 예정이다.
신부가 준비할 것이 많다는 이유로 당장 약혼식을 올리자는 유자경의 말을 뒤로 미룬다.
이양희는 승인의 약혼식을 최대한 성대하게 해 줄 예정이다.
자신도 해 보지 못한 약혼식 결혼식이다.
이제 자신의 딸이 된 승인이를 통해서 대리만족이라도 얻어 보고 싶은 마음이고 승인이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남들이 부러워할 그런 약혼식과 결혼식을 해 줄 생각이다.
“승인아!
약혼식이 뭔지 알아?“
승인은 양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약혼식은 네가 용훈이하고 결혼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거란다.
그런 약속을 할 수 있지?“
”네!
용훈이하고 결혼할래요.“
”그래!
그래서 엄마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너하고 용훈이하고 ‘결혼을 약속 합니다‘ 하는 말을 해서 사람들이 너와 용훈이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거란다.“
”응!
그러면 용훈이하고 사람들이 있는 데서도 손을 잡아도 되는 거야?“
“아니!
그런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
왜냐하면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거든!“
“네!”
이양희는 약혼준비를 위해 세심한 신경을 쓴다.
약혼식은 호텔의 룸을 빌린다.
어차피 호텔을 이용할 바에는 친정의 그룹에서 가지고 있는 일류호텔을 빌린다.
물론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 최고의 고객접대를 받기로 한다.
승인이를 위해서는 그 정도의 친정도움을 받아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
이양희는 승인이가 살아가면서 그 누구의 괄시도 받지 못하게 최대한의 성대한 약혼식과 결혼식 그리고 시댁에 대한 예단을 아낌없이 해 주리라 마음을 다진다.
시어머님의 성품이 결코 만만치 않고 순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한 이양희다.
이양희는 용훈과 승인이의 약혼예복을 맞추어준다.
비록 돈을 벌어 성공을 했다는 용훈이지만 돈을 모으기 위해서 이러한 값진 의상을 입어본 적이 없는 용훈이로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돈을 주어야 하는 의상이다.
또한 약혼예물로서도 이양희는 신랑에게 최고의 품질인 다이아를 맞추어준다.
“어떤가?
이 정도로 기가 죽을 우리 김사장이 아니겠지?“
“네, 어머니께서 하라고 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김사장!
약혼식이 끝나고 나서 승인이와 우리 부부와 함께 여행을 다녀올 계획을 세워볼까?“
”네?
여행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네!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올 계획을 세워도 되겠지?“
”좋습니다.
시간을 비우고 제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준비를 하겠습니다.“
”아닐세!
여행 계획은 내가 세우고 준비를 할 것이니 자네는 시간만 비워두시게!“
“그러면 제가 죄송한 일이 됩니다.”
“이것은 우리 승인이를 위한 여행일세!
우리와 떨어지는 연습을 하기 위함이니 자네는 그저 시간만 비워두면 되는 것일세!“
이양희는 승인이가 어느 날 갑자기 결혼식을 하고 집을 떠나게 된다면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승인이와 떨어져 있는 연습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왕이면 약혼식이 끝나고 나서 평생을 함께 곁에서 살아가야 할 용훈이와 함께 있는 연습을 동시에 하게 해 준다면
더욱 쉽게 적응이 되리라는 생각인 것이다.
다행이 제주도에는 이양희의 이름으로 된 농장과 대지가 있다.
그곳도 함께 둘러볼 겸 그런 계획을 승재와 함께 의논을 한 것이다.
유자경은 약혼식을 위해 아낌없이 주머니를 풀어 준비를 하는 이양희의 씀씀이에 놀란다.
홀로 살아가는 여자가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 남자를 만나 의탁을 하려고 하는 보통의 여자들과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승인이네의 경제사정은 유자경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아무리 딸자식이 재벌 집으로 시집을 갔다고 해도 친정을 도와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그 동안 승인이 아빠가 떼돈을 벌었을 리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양희에 대해서 보통 여인네가 아님을 생각한다.
“용훈아!
네 장모되시는 분이 보통 사람이 아닌 모양이다.“
“엄마!
저도 늦게 안 사실이지만 장모님은 재벌그룹의 따님이시랍니다.“
“그러냐?
그런 대단한 집안의 따님이 어째서 그런 사람과 재혼을 했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세상은 참으로 이해를 하지 못할 일이 많구나!“
“네!
그 사정이야 우리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나 장인어른 같으신 분에게 어울리지 않으시는 분이 어디 있습니까?
큰 처형은 재벌그룹의 안주인이 되셨고 작은 처형은 경제학 박사를 만드신 분이십니다.
무엇이 부족하고 모자랍니까?“
”그래, 생각을 해 보니 참으로 대단한 양반이 아니시냐?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유자경은 비로서 자신이 사돈들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해야 할 것임을 느낀다.
약혼식은 성대하게 거행이 된다.
휠체어를 탄 예비신랑과 나란히 들어오는 신부의 모습은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라 해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너무나 아름답고 티 없이 맑고 고운 승인이의 모습이다.
투명하고 고운 피부가 한층 더 예비신부의 모습을 빛내주고 있다.
대형케이크에 불이 켜지고 예비신랑과 신부가 케이크를 커팅 한다.
참으로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이다.
이양희는 지그시 눈을 감는다.
그 옛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약혼식의 모습이다.
마치 지금 승인이의 모습이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인 것처럼 흐뭇해진다.
이양희는 그런 승인이의 모습에서 잠시 자신의 젊은 한때를 떠올려본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지만 진정으로 사랑했던 순간들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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