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소설&드라마

[연재소설] 아빠의 바다 (61회-67회 끝)

淸山에 2013. 4. 2. 18:59

 

 

 

 

제 61장,

이사를 하고 나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 역시 승인이다.

승인이는 뛸 듯이 기뻐하며 바다로 달려 나간다.

그런 승인이의 모습을 보면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즐겁고 행복해진다.

“승인아!

이제 이곳은 승인이와 용훈이가 살 집이다.

아빠하고 엄마는 저쪽에 보이는 저 집에 살고 너희는 이곳에 산다.“

”그럼 여기는 승인이 집이에요?“

“그래, 승인이와 용훈이 집이야!”

“그럼 엄마하고 아빠는 여기에 오면 안 돼?”

“아니!

이곳은 엄마 아빠가 올수 있고 저 쪽에 있는 엄마 아빠 집에 승인이와 용훈이도 올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잠은 엄마 아빠는 저쪽에서 너희들은 둘이서 이 집에서 자고 그림도 그리고 밥도 먹고 하는 것이야!“

”으응!

그렇구나!“

승인이는 무엇을 알겠다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나 아빠가 없이도 잠을 자고 그림도 그리고 할 수 있지?”

“엄마하고 아빠하고 저기 저 집에 있을 거야?”

“그래!”

“알았어요.

승인이는 잘 할 수 있어요.“

“승인아!

지금 당장이 아니고 결혼식을 올려야 하는 거야!

그때까지는 저 집에서 엄마 아빠하고 함께 있어야 한단다.“

”용훈이도 함께 있어?“

“그래!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이 집으로 오는 거다.

무슨 말인지 알지?“

”으응, 그럼 큰언니처럼 용훈이하고 부부가 되는 거야?“

“그렇단다.”

“그럼 승인이도 아기는 낳는 거야?”

“승인이 아기를 낳고 싶어?”

“엄마!

승인이는 아기를 낳으면 안 되지.

승인이는 아기를 키우지 못해!“

“왜?우리 승인이는 왜 아기를 못 키운다고 생각을 해?”

“승인이는 아기잖아?

그래서 승인이는 아기를 키우지 못해!“

양희는 승인이의 말에 가슴이 철렁해진다.

표현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승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양희의 가슴은 승인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프다.

“그래!

승인아!

용훈이하고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된다고 해도 아기를 낳을 수 없어!

둘이서 그저 예쁘게 사랑하면서 그렇게 살 수 있지?“

“응!

용훈이가 승인이를 예뻐해!

그리고 뭐든지 다 해 준다고 했어!“

“그래, 참으로 좋은 사람이지?”

“응!”

"그럼 이제는 자꾸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지?

엄마도 아빠한테 이름을 부르지 않고 큰언니도 형부에게 이름을 부르지 않지?“

승인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뭐라고 부를까 우리 생각해 볼까?”

“여보 당신 하는 거야!”

“그렇구나!

우리 승인이가 그런 것도 알고 있었네!“

용훈의 어머니 유자경은 집을 둘러보고 흡족해한다.

참으로 수려한 경관과 바다를 볼 수 있는 시원함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유자경은 아들과 며느리가 이곳에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양희의 깊고도 넓은 마음 씀에 고마운 생각을 한다.

유자경은 결혼식을 앞두고 모든 예단을 사양한다.

아들을 위해 그 많은 땅을 쓰도록 해 주는 것만 해도 아들에게 너무나 고마운 일이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이양희 또한 그런 유자경의 마음을 받아드린다.

필요 없는 예단과 예물들에 공연한 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제 아이들을 위해서 써야 할 자금이 무한정이다.

아낄 수 있는 것은 아껴가면서 아이들의 꿈을 이루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처음 예상과는 달리 결혼식은 간소하게 거행이 된다.

이양희의 친정에서 도움을 주는 호텔 결혼식이기는 하지만 약혼식 때처럼 호사스러운 것이 아니라 간소하고 검소한 결혼식이다.

예물 또한 약혼식 때 한 반지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러나 웨딩드레스와 신랑의 턱시도는 최고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최상의 것이다.

평생에 한 번 입는 것이다.

또한 매년 결혼기념일을 챙겨 일 년에 한 번씩 입고 적어도 일 년에 한번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

는 이벤트를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김용훈은 적어도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신부의 모습은 그야말로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 줄을 모르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순백의 웨딩드레스가 그렇게 잘 어울리는 신부도 드물 것이라는 말들을 할 정도로 웨딩드레스가 승인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만 같다.

승인이는 연신 웃음을 웃는다.

아마 기쁘고 좋은 것을 숨기지 못하고 나타내고 있는 승인이의 웃음은 바로 천사의 미소처럼 너무나 아름답다.

그들은 신혼여행을 가지 않고 곧 바로 제주로 내려온다.

다른 곳에 신혼여행을 간다는 생각을 할 수 없는 그들의 결혼이다.

간단한 피로연을 끝내고 나서 곧 바로 제주도로 내려오는 그들을 위해 이양희는 미리 모든 잔치준비를 해 놓았다.

신랑 집의 형제와 어머니도 함께 따라서 내려온 것이다.

또한 승재의 형들과 형수님들 그리고 조카들까지 휴가를 내어 내려 와 있다.

이양희는 조금도 지치지 않는 모습으로 모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면서 세심한 신경을 쓰며 잔치를 해 나간다.

“엄마!

나 이 옷 입고 있어도 되는 거야?“

한복으로 곱게 입은 승인이는 옷이 좋은 것인지 자꾸만 옷에 신경을 쓰며 기뻐한다.

“그래!

이제 넌 아름다운 신부이기 때문에 시어머님과 시댁형제들이 계시는 동안 입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 승인이가 힘드니?“

”엄마!

시어머님과 시댁형제들이 뭐야?“

”네 신랑 엄마를 넌 시어머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랑 형님들과 형수님들이 모두 시댁형제들이다.

아주버님과 형님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우리 승인이가 해 낼 수 있을까?“

”엄마!

나 못해!

그런 거 너무 어려워!“

“그래, 우리 살아가면서 천천히 하자.”

이양희는 모든 것을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무엇이든 차근차근 하나하나 서두르지 않고 해 나간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힘들어 하면서도 승인이는 그런 이양희의 말뜻을 잘 알아듣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곧잘 따라하는 것이다.

다행히 첫날부터 승인이는 용훈이와 둘이서 잘 보내고 있다.

밤중이라도 엄마 아빠를 찾으며 건너올 줄 알았던 승인이가 아무런 잡음도 없이 잘 지내면서 밤을 보내는 것을 보고 승재와 양희는 두 손을 잡고 좋아한다.

“밤에 잘 잤니?”

아침이 되어 건너오는 두 아이를 보며 양희가 묻는다.

“엄마!

여보하고 손을 꼭 잡고 잤어!

손이 따뜻하고 편안해!“

“그랬어?

이제 우리 승인이는 어른이 되었네!

어서 시어머니께 큰 절로 인사를 드려야지?“

”절?

손을 이마에 대고 하는 큰절?“

”그래!

한복을 곱게 입고하는 큰절 할 줄 알지?“

“네!”

승인이는 양희의 말이 끝나자 시어머니 유자경이 머무는 방으로 간다.

“시어머니!

절하러 왔어요.“

“오냐!

우리애기에게 절을 받아보자.“

승인이는 날아갈 듯이 절을 한다.

“밤에 잘 잤니?”

“네!

여보야 손을 잡고 잤어요.“

“참으로 대견하구나!

이제는 쭉 그렇게 둘이서 손을 꼭 잡고 자는 거다.

알겠지?“

“네!

손이 따뜻하고 참 좋아요.“

유자경은 흐뭇한 시선으로 승인이를 바라본다.

참으로 순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아가!

지금의 모습처럼 그렇게 늘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아가야 한다.“

“네!”

이양희는 삼일동안 힘든 내색 한 번 찡그린 얼굴 한 번을 보이지 않고 늘 웃음을 지으며 손님접대를 해 나간다.

그런 이양희를 보는 유자경은 내심 탄복을 한다.

보면 볼수록 대하면 대할수록 이양희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존경심이 우러나는 것이다.

이제 아들과 며느리를 맡기고 편안한 마음으로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아들에 대한 모든 시름을 잊는다.

“사부인!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사부인께서 이렇게 모든 것을 맡아서 해주시니 저로서는 그저 몸 둘 바를 모르고 감사하고 고맙다는 마음뿐입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언제고 아드님과 며느님이 그립고 보고 싶으실 때 주저 없이 오십시오.

언제든지 환영하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제는 아들에 대한 시름을 잊고 편안하게 살아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동안 오랜 세월을 참으로 힘들게 살아오셨으니 이제라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살아가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돌아간다.

이제 한적해진 제주의 삶이 시작된다.

조용한 시간이 되자 승인이는 자신의 작업실로 들어가 그림에 몰두한다.

새로운 화법으로 바다를 그린다.

눈에 보이는 바다 외에도 승인이 가슴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바다를 표현한다.

승재 역시 아내의 권유로 다시 화필을 잡는다.

그러나 오랜 세월 손에서 떠나 있던 화필이 만만치가 않다.

“여보!

욕심 부리지 마시고 천천히 조금씩 해 나가세요.

당신이 유명한 화가가 되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당신의 접고 있었던 꿈을 향해서 조금씩 날개 짓이라도 해 보시라는 것입니다.“

이양희는 승재에게 새로운 용기를 불러 일으켜 준다.

그러면서 이양희는 바쁜 시간을 보낸다.

이제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이 된다.

그동안 자금을 모아본 이양희는 적지 않은 자금이 수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어머니가 남겨주신 현금만 하더라도 일반 가정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거금이다.

이미 어머닌 당신 딸이 그 많은 재산과 제주의 넓은 땅을 주시면서 무엇인가를 해 낼 수 있다고 믿

고 계셨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양희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최선을 다해서 아름다운 꿈의 동산을 만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양희가 하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친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이 온다.

그러나 아직 이양희는 친정의 도움까지 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한다면 언젠가는 친정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르지만 우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과 사위의 수익에 매달려볼 것이다.

용훈의 수익 또한 적지 않은 것이다.

김용훈은 일주일에 두어 번씩 서울로 나간다.

이젠 모든 것이 앉아서도 얼마든지 사업을 할 수 있는 모든 체계가 이루어진 세상이다.

굳이 매일 나가지 않아도 모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기에 매일 비행기를 타지 않고서도 사업을 이끌어 나가곤 한다.

또한 서울에 있는 나인규의 힘도 대단한 도움이 되고 있다.

나인규는 제주의 모든 공사와 동서인 김용훈의 사업까지도 살펴주고 있다.

승재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이제는 아무런 여한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한 가지 미국에 있는 승리를 마음대로 볼 수 없다는 것과 승리가 벌써 결혼해야 할 나이가 넘었음에도 아직도 결혼을 생각하지 않고 일에만 매달려 살아가고 있는 것이 부모로서 늘 마음에 걸리고 신경이 쓰인다.

너무 바쁜 생활에 쫓겨 동생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승리다.

이제 승리의 위치는 미국 내에서도 감히 함부로 바라볼 수도 없는 거물이 되어 있다.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황색의 여자가 미국인들도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거물이 되어 모든 사람들의 존경과 찬사를 받고 있다.

글: 일향 이봉우

 

 

 

 

제 62장,

승재는 그런 승리의 모습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여자로서 가정을 갖고 자식을 낳으며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가주기를 바라고 있는 평범한 아빠다.

그러나 승리는 결혼을 생각하지도 않고 오직 일에만 매달리며 자신의 길을 당당하고 의젓하게 걸어가고 있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해도 자식의 삶에 부모는 더 이상의 간여를 할 수 없는 일이다.

승재는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담담하다는 듯 보낸다.

이제 승인이도 곧잘 살아가고 있다.

둘이서 잉꼬처럼 늘 함께 붙어 다니며 조금도 떨어질 줄을 모른다.

바다를 나갈 때도 늘 용훈이와 함께 나가서 용훈이가 보는 앞에서 승인은 멋지게 수영도 하고 깔깔거리며 큰 소리로 웃기도 한다.

승인이가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며 깔깔거리며 웃은 모습은 마치 어린 소녀의 모습 그대로다.

용훈은 승인의 그런 모습을 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낸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서울에 가려면 아침부터 승인이를 달래느라 고생을 하는 용훈이지만

그것 역시 승인이의 귀여운 투정으로 생각을 하며 승인이를 달래곤 한다.

승인이는 늘 용훈을 따라가겠다며 투정을 부리곤 한다.

잠시도 떨어져 있기를 싫어하는 승인이다.

엄마 아빠보다는 용훈이와 함께 있는 것이 즐겁고 좋은 승인이다.

둘은 곧잘 식사 준비도 한다.

김치와 다른 밑반찬들은 모두 이양희가 준비를 해서 가져다 놓곤 하지만 이제 쌀을 씻어 밥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콩나물국이라든가 무침 그리고 된장국이나 찌개를 곧잘 할 줄 아는 승인이의 모습이 참으로 대견스럽다.

용훈이 또한 그런 승인이를 거들어 주며 둘은 곧잘 밥을 해서 먹곤 한다.

설거지는 승인이가 워낙에 잘 하는 것이다.

설거지와 집안 청소를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하게 잘 하는 승인이다.

그릇도 씻고 또 씻어 소리가 나도록 씻어 놓는다.

집안 청소를 해도 구석구석 먼지 한 톨도 없이 쓸고 닦아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림을 그리는데 자신의 모든 정성을 다 쏟듯이 무언가를 한 가지를 잡으면 대충이라는 것이 없고 완벽하게 끝을 내야만 손을 뗀다.

집안은 언제나 깨끗하게 정돈이 되어 있다.

집안의 모든 것을 정돈하는 것은 용훈의 몫이다.

승인이는 치우기는 잘 하지만 정돈을 하는 것은 서툴다.

그러나 용훈이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가지런히 정리와 정돈이 되어야 하는 성품이다.

승인이가 치우고 용훈이 정돈을 한다.

그래서 집안은 늘 정갈하고 깨끗하다.

이양희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를 생각한다.

이제 공사는 조금씩 진척이 되어간다.

그대로 방치를 해 두었던 과수원은 열대과일들을 심고 관리를 한다.

바나나와 파인애플과 감귤 그리고 한라봉 등 제주에서 심고 가꿀 수 있는 과일묘목들을 심어 관리를 하고 목장 또한 조랑말들은 들여 승마장을 가꾼다.

이 모든 것은 사위인 나인규의 회사에서 맡아서 체계적으로 공사를 해 나간다.

말이 대지가 십만 평이지 대단한 규모의 대지다.

그 위에 꿈의 동산을 만들겠다는 김용훈의 꿈 또한 대단한 것이고 그러한 대지를 서슴없이 선뜻 내 놓은 이양희의 배포 또한 보통사람으로서는 따라가기 힘든 것이다.

“여보!

우리 아기를 입양하면 어떨까요?“

이양희는 조심스럽게 승재에게 묻는다.

“입양?

우리 나이에 무슨 아기를 입양해서 키운다는 말이요?“

”우리 자식으로 말고 저 아이들 자식을 입양하자는 말입니다.

지금은 젊어서 둘이서 서로 기대고 믿고 살아가고 있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들어 우리 둘다 세상을 떠나고 나면 그래도 저 아이들이 믿고 의지할 곳은 자식들뿐이 아니겠어요?“

“...........................”

승재는 말없이 아내를 바라본다.

“생각해 보세요.

이 꿈의 공원을 다 만들고 나면 그 누가 있어 이것을 관리하며 지켜갈 수 있겠어요?

그래도 자식이라도 있다면 부모의 뜻을 받들어 이끌어 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리 그런다고 저 아이들이 어떻게 아기를 키운다는 말이오?“

”물론 직접 아기를 키울 수는 없지요.

입양을 해서 아기는 당신과 내가 키워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가 키워준다?”

“네!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많잖아요?

그리고 곁에서 늘 함께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것을 보고 아이가 엄마 아빠라고 부르면 서로 부모자식으로 정이 들고 사랑이 커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리 그래도 결코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닌 듯싶소.

우선 김서방의 생각도 알아야 하고 또한 그 집안에서 환영을 할 것인지도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오.“

”그렇지요.

우리 생각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우선은 당신과 내가 마음이 맞아야 하는 일이지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당신과 내가 될 테니까요.“

”잘 생각해 봅시다.

과연 승인이가 자식으로 받아드릴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봐야겠소.“

“승인이는 잘 해 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까지 승인이는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세요.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이양희는 승인이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에게 부모로서 책임과 자부심을 심어 준다는 것 또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양희는 조용하게 용훈과 마주 앉는다.

물론 승재와 며칠을 상의하고 많은 생각을 한 뒤였다.

승재 역시 아내의 생각을 밀어주기로 결심을 한다.

“어머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것인가요?“

다른 때보다 표정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 용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김서방!

내 말이 다소 뜻밖의 말처럼 들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많은 생각 끝에 자네하고 의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네!“

“..........................”

용훈은 말없이 장모님을 바라본다.

“생각보다 우리 승인이가 모든 것을 잘 한다는 생각을 하지?”

“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자네하고 승인이가 부모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떻겠나?”

“네?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용훈은 이양희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놀라서 묻는다.

“다름이 아니라 아기를 입양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 것이네!”

“저희가 아기를 입양한다는 말인가요?”

“그렇네!

물론 키우는 것은 우리가 곁에서 늘 도와주면 될 것이니까 생각해 보지 않겠나?“

”글쎄요?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또한 승인씨의 반응이 어떨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조금씩 설득을 해 나가면 알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네!

우선은 자네 마음에 달렸다는 생각일세!“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렇게 승인씨와 단 둘이서 지금처럼 그렇게 살아갈 생각뿐입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언제까지 그대로 젊음이 머물러 있지만은 않을 것이네!

이제 나이를 먹으면 그래도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것은 자식일세!“

“.............................”

용훈은 대답을 하지 못한다.

“우리가 다 떠나고 나면 그때는 어찌 해야 할지 생각을 해 보시게!

내 배 아파서 난 자식만이 자식이 아닐세!

요즘은 그렇게 입양을 해서 얼마든지 가슴으로 낳은 자식으로 만들어갈 수 있고 부모 자식의 연을 맺을 수 있는 세상일세!“

“어머님!

저희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십시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고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라서 무엇이라고 말씀을 드릴 수가 없고 과연 그 사람이 제대로 받아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을 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일세!그리고 가정이라는 곳은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시끄러운 소리가 어우러져야 제대로 가정다운 가정이 된다는 생각을 하네!

우리 핏줄이라는 것을 다 잊고 태어나면서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은 불쌍한 아기를 입양해서 내 자식으로 만들어 키우는 것도 삶의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네!“

이양희는 그렇게 말을 해 놓고 조용히 용훈의 마음을 기다린다.

어떤 식으로 결정을 하더라도 그것은 용훈의 자유인 것이다.

용훈은 장모님의 말씀을 깊이 생각을 한다.

참으로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은 것일까 싶은 생각을 해 본다.

자신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부모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러나 막상 아기를 입양해서 데리고 와서 아내가 힘들어하고 받아드려지지 못한다면 모두가 고통이고 힘들어 질 것이다.

용훈은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한 번도 아기를 입양해 볼 생각조차 해 보지 못했던 일이다.

장모님께서 도와주시고 아내가 받아줄 수만 있다면 아기를 키워보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생긴다.

용훈은 우선 아내의 마음을 알아보기로 한다.

“여보야!

우리 아기를 키워볼까?“

“아기?

아기가 어디 있는데?“

승인은 두리번거리며 아기를 찾는 모습을 보인다.

“아기를 데리고 올까?”

“어디서?”

“저기 조금 먼 곳에서 데리고 오면 되는데 키울 수 있을까?”

“아기가 얼마나 귀엽고 예쁜데!

근데 아기를 누가 줘?“

”응!

당신하고 내가 키우겠다고 하면 준다고 했어!“

“정말?

그럼 아기도 사 오는 거야?“

”아니!

아기는 돈을 주고 사 올수 없는 거야!

그렇지만 우리가 키울 수 있다고 한다면 준다고 했어!“

“나 아기 우유 탈 줄 몰라!”

“그런 것은 우리 엄마에게 여쭈어 보면서 그렇게 키워볼까?

그래서 당신은 엄마가 되고 난 아빠가 되고 그렇게 해 볼까?“

“엄마?

내가 엄마라고?

그리고 여보야가 아빠라고?“

승인이의 표정은 갑자기 심각해진다.

“안 되겠지?

우리가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힘들겠지?“

”아기 참으로 예뻐!

그리고 나, 아기 키우고 싶어!“

승인이는 당장에 아기를 데리러 가자고 나선다.

“우리가 간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엄마한테 말을 하면 엄마가 데리러 가야 해!

그러니까 우리 조금 참고 기다려야 해!“

“그럼 엄마가 데리고 와?”

“그래!

우리 잘 할 수 있겠지?“

승인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김용훈은 이양희를 만나 입양을 신청해 달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최대한 아주 어린 아기로 데리고 오기를 원한다.

어린 영아를 키우고 싶은 용훈의 마음이다.

조금 큰 아기들보다 갓 태어난 영아를 데리고 와서 모든 정성을 다 해서 키워보고 싶은 김용훈의 마음이다.

이양희는 그런 용훈의 마음을 알고 이리저리 알아본다.

물론 입양기관에서 데리고 오는 방법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입양기관이 아닌 정말 힘들고 키울 수 없는 미혼모가 낳은 아기를 데려 오는 방법을 모색한다.

입양기관에서 데려온다면 그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다.

부모가 둘 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아기를 주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엄마가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아기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양희는 자신의 모든 채널을 이용해서 산부인과 쪽을 수소문한다.

어쩌다 가끔 아기를 출산하고 출산비용이 없다든가 키울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는 미혼모의 아기들이 버림을 받는 경우도 있다.

병원 몰래 산모들이 자취를 감춰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 아기를 데리고 온다면 친자로 입적을 할 수가 있고 부모가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런 아기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양희는 느긋하게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보려는 마음을 갖는다.

“어머니!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용훈은 아무런 소식이 없자 초조하다는 듯 묻는다.

“김서방!

이것도 부모 자식이 만나는 일이네!

부모자식의 만남은 하늘이 정해주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것이네!

인간의 힘으로는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니 우리 시간을 갖고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자네와 승인이의 자식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네!“

“네!

기다리겠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습니까?“

용훈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자신이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 생각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

 

 

 

 

제 63장,

그러나 아기는 좀처럼 그들의 품안으로 오지 않고 있다.

이양희는 공연히 자신 때문에 두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해 놓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이양희는 조심스럽게 입양기관을 찾는다.

역시 자신의 생각처럼 부모가 모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아기를 입양할 수 있는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말만을 듣는다.

더구나 어머니의 지적장애는 자녀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결론이다.

이양희는 자신이 너무 경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을 한다.

아무런 걱정도 없이 재미있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공연한 근심을 안겨준 꼴이다.

“여보!

내가 너무 경솔했나 봐요.“

이양희는 남편인 승재에게 자신의 미안한 마음을 나타낸다.

“어쩌겠소?

그 아이들에게 아마 부모가 될 인연이 없는 모양이오.“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이나 간다는 말도 있듯이 지금 내가 그 모양입니다.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을 생각한다는 것이 입양이었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네요.

미리 알아보고 말을 하기나 할 걸!“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그 아이들이라고 해서 그런 것을 모르겠소?

그냥 기다리다보면 좋은 소식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기다려봅시다.“

이양희는 긴 한숨을 내 쉰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자신들에게 그런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아기들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양희는 사위인 용훈과 차를 마신다.

“어머님!

큰 신경을 쓰지 마십시오.

아마 저희들 팔자에 자식이 없는 모양입니다.“

“글쎄?

그런 것인가?

그러나 아직은 실망하기엔 이르지 않을까 싶네!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고 좀 더 기다려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네!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않겠습니다.

저희들에게 오는 아기들이 생기면 안 되겠지요.

부모와 떨어져 우리에게 오는 아기들 보다는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아기들이어야 합니다.“

“그거야 내 마음도 그렇지만 세상에는 어디 그렇게 행복한 일들만 있는 것이어야지.

태어나면서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는 아기들이 없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겠는가?“

그들은 기대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실망도 하지 않는다.

이양희는 이제 이곳저곳에 연락을 취하는 일을 포기한다.

일 년이 다 되도록 입양할 수 있는 아기를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수소문해보았지만 그런 아기를 찾을 수가 없다.

“엄마!

우리 아기 언제 와?“

승인이는 가끔 아기가 왜 오지 않느냐며 묻는다.

“승인이는 아기가 왔으면 좋겠니?”

“네!

승인이도 엄마 되고 싶어!

그리고 아기는 참 예쁘고 사랑스러워!“

“그래!

우리 승인이가 엄마가 되는 것을 이 엄마도 보고 싶은데 아기가 왜 오지 않는지 모르겠다.

우리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엄마!

우리 아기는 올 거야!

승인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올 거야!“

“그러기를 바라고 있자.”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아무런 연락이 오질 않는다.

이양희는 이제 거의 포기상태로 공사의 진척에만 매달린다.

식물원을 꾸미는 일도 쉽지 않은 공사다.

외국에서 수입을 해 들여와야 하는 열대식물들의 통관절차도 까다롭고 그런 열대식물들을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양희는 그런 것을 친정의 그룹에 부탁을 한다.

아무래도 대기업에서 하는 일이 더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양희다.

아직은 연로하시지만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기에 이양희의 부탁은 쉽게 이루어진다.

아무도 이양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양희의 오빠나 올케들은 이양희의 그 어떤 부탁도 거절을 하지 못한다.

아직 이양희가 쥐고 있는 회사의 주식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나중에 어떤 변수로 작용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아직은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기에 부모님의 뜻을 거역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하나뿐인 딸이다.

당신들로 인해서 화려하게 살아야 할 젊은 청춘을 고통과 암흑 속에서 보내야 했던 딸이다.

그런 딸의 그 어떤 부탁도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부모님의 말이 계셨기에 아무도 그것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이양희는 자신의 그 모든 것을 이용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위의 회사보다는 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절차는 친정의 대기업이 훨씬 수월하고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부탁을 하는 것이다.

공사는 눈에 뜨이게 진척이 되어간다.

그러나 생각보다 소요자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 공사다.

김용훈의 수익으로 어느 정도 충당이 된다고는 하지만 이양희의 수중에서 나오는 자금이 훨씬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양희는 초조해하지 않는다.

자금이야 만들려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친정의 뒤 배경이 마음이 든든하기도 한 이양희다.

꿈의 동산은 이제 하나씩 그 결과물이 들러나기 시작한다.

그것을 위해 김용훈은 더욱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뛰고 또 뛴다.

외국동화에서 본 비밀의 정원도 만들고 갑순이 갑돌이 동산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곳에서 마음 놓고 승인이의 아름다운 꿈을 이룰 수 있고 그곳에 많은 아이들이 찾아와 함께 즐기며 꿈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김용훈이 꿈을 꾸고 있는 세상이다.

자신의 아내는 영원한 소녀다.

더 이상의 성장을 중지해 버린 어린 소녀가 바로 아내다.

그런 아내를 위해 살아 있는 동안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자신의 꿈은 화폭에 옮겨담을 수 있는 그런 모든 것을 만들어 주고 싶은 김용훈이다.

김용훈의 사업은 잘 풀려나가고 있다.

다른 모든 사업들은 경제가 풀리지 않아 한숨을 내 쉬고 있는데 비해 김용훈이 하는 물류사업은 큰 걸림돌 없이 잘 풀려나가고 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머리에서 아기 입양문제는 잊어버린 상태가 된다.

그런 것에 많은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한가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오직 승인이의 가슴속에 아기라는 단어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자신이 엄마가 된다는 것 또한 승인이의 가슴에 자리를 잡고 있다.

승인이는 또 다시 아기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이양희와 용훈은 가슴이 서늘해져온다.

이룰 수 없는 꿈을 말로 해서 승인이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서로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다.

“엄마!

우리 아기 언제 와?“

”글쎄?

엄마도 알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하지?“

“엄마, 가서 아기 데리고 와!

승인이는 아기 보고 싶어!“

“승인아!

우리 아기 없으면 안 될까?

아기가 우리 집에 오기 싫다고 하는가 보다.“

“아냐!

아기는 와!

그리고 나도 엄마 될 거야!“

승인이의 눈동자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무런 거짓도 가식도 없는 맑고 고운 승인이의 눈동자다.

“아기가 안 오면 어떻게 하지?”

“엄마!

우리 아기는 내가 보고 싶어서도 올 거야!

승인이가 아주 많이 사랑해 주고 예뻐해 줄 거야!“

그리고 승인이는 먼 허공을 응시한다.

그런 승인이의 꿈을 이루어줄 수 없는 이양희는 가슴이 아파온다.

승인이는 한 가지를 생각하면 그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결코 잊지 못하는 성품을 지니고 있기에 더욱 승인이의 모습이 애처롭다.

이양희는 다시 입양기관을 찾아간다.

그리고 모든 실정을 소상하게 말을 하고 입양아를 데려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입양기관은 참으로 냉정하다.

결코 발달장애를 가진 승인이를 엄마의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부모가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그 아이의 성격이 올바르고 건전하게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을 한다.

또 다시 힘없는 발길을 돌리는 이양희는 승인이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다시 자신이 부탁을 해 놓았던 병원들에 연락을 해 본다.

그러나 모두 기다려보라는 대답뿐이다.

이양희가 그렇게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면서 아무런 성과도 없이 제주로 가려는 마음을 먹고 있을 때 한 곳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당장 와 달라는 요청이다.

이양희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곳으로 간다.

작은 소도시의 개인 산부인과였다.

후배들이 연락을 해 놓은 곳이다.

미혼모가 낳은 아기다.

작고 앙증맞은 여아였다.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열여섯 살짜리 미혼모다.

얼굴 가득 두려움과 부끄러움으로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는 어린소녀다.

“아기를 데리고 갈 곳도 없고 능력이 없는 미혼모입니다.

갑자기 산통을 느껴 낮선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아무도 아는 척을 하는 사람도 없고 연락을 할 수 있는 곳도 없답니다.“

병원장의 설명이다.

행여 병원비라도 주지 않으려나 하는 마음인 것이다.

이양희는 미혼모를 만나본다.

“아기를 포기할 수 있니?”

아기엄마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키울 수 있게 도와줄까?”

“아니요!

제가 아기를 낳았다는 것을 아무도 모릅니다.

만약 엄마가 아시면 저를 죽이려고 할지 모릅니다.“

“그동안 어디서 지냈니?”

“그냥 여기저기...........”

“그럼 아기는 내가 맡아 주면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니?”

“네!

엄마한테 야단을 맞겠지만.........“

“그럼 나하고 약속할 수 있을까?”

“.........................”

“반드시 집으로 들어가 다시 학교를 다니겠다고 약속을 해 줄래?”

“네!

다시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애기엄마는 눈물을 보인다.

“그래!

그럼 내가 아기를 맡아줄 테니까 안심하고 집으로 들어가거라!

그리고 이 시간이후 넌 애기를 낳은 적이 없다.

아기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기억 속에서조차 남기지 말거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양희는 산모를 병원에 다시 맡긴다.

당분간 몸조리를 시키기 위함이고 병원에서 책임을 지고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약속을 받고서 돈을 지불해 준다.

병원장은 감격하며 산모를 특별히 돌봐주고 책임을 지고 집으로 보내겠다는 말을 거듭한다.

아기는 예쁜 계집아이다.

이제 태어 난지 일주일이 되는 아기다.

아기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이양희다.

자신의 아이를 출산하고 키워본 이양희지만 그것은 참으로 오래전의 꿈같은 일이다.

간호사로부터 자세한 것을 배워가지고 온 것이다.

아기 우유타는 것과 먹이는 법 그리고 목욕을 시키는 것과 아기에 대한 책자를 구입한다.

모든 것을 준비를 하고 나서야 제주로 돌아간다.

이미 연락을 받은 김용훈은 마음이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

그렇게 소원하던 일이다.

자신들에게도 아기가 생긴 것이다.

이제 자신들도 아빠고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여보야!

엄마 아직 안 왔어?“

승인은 아기를 데리고 온다는 말을 듣고 벌써 수없이 엄마를 찾는다.

“아직 비행기가 도착하지 않았어!

조금 있으면 도착을 할 테니까 들어가서 기다리자.“

“싫어!

나 여기서 엄마 오는 것을 볼 거야!“

승인은 길을 향해서 눈을 고정시킨다.

그런 승인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양희의 마음도 바쁘다.

비행기에서 내려 아기를 안고 짐을 찾아서 출구로 나온다.

집에서 일을 하고 있던 김씨가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김씨는 양희를 발견하고 급하게 가서 짐을 받아든다.

“오시는 길이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고생은 무슨 고생이겠어요?

우리 승인이가 많이 기다리고 있지요?“

“그럼요!

연락을 받고 아침부터 눈이 빠지게 사모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 일향 이봉우

 

 

 

 

제 64장,

승인이는 아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기를 바라보는 승인이의 눈빛은 더욱 빛을 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엄마!

아기 우유 내가 먹이면 안 돼?“

”승인이가 먹일 수 있겠어?“

이양희는 조심스럽게 승인이에게 아기를 안겨준다.

생각보다 승인이는 아기를 편안하게 잘 안아준다.

“자, 아기를 비스듬히 안고 젖병을 물려야 하는 거야!”

이양희는 세밀하게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을 알려주고 젖병을 준다.

아기는 기다렸다는 듯이 젖병에 들어 있는 우유를 빨기 시작한다.

승인이는 그런 아기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면서 정성을 다해서 우유를 먹인다.

“자, 아기가 우유를 다 먹었으면 트림을 시켜야 아기가 소화를 시킬 수 있지.

이렇게 아기를 세워서 안고 아기 등을 조심스럽게 문질러 주는 거란다.“

이양희는 승인이가 보는데서 아주 천천히 보여준다.

“이제 다음에는 승인이가 할 수 있겠지?”

“네!”

아기는 우유를 먹고 트림을 시키고 나자 잠이 든다.

“엄마, 아기가 자!”

“그래, 아기가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뉘어 놓을까?”

조심스럽게 아기 침대에 눕힌다.

아기는 순한지 그대로 잠속에 떨어진다.

이제 아기가 있으니 아기 용품을 구입해야 한다.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목록을 작성해본다.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목록들이 기록이 된다.

이양희는 사위와 아기용품을 사러 나선다.

“여보!

승인이와 아기를 보살펴 줄 수 있지요?“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시오.“

승재는 걱정을 하는 아내에게 편안한 웃음을 웃어준다.

두 사람은 제주시내에 있는 제일 큰 백화점으로 들어간다.

이양희가 이것저것 물건을 구입하면 용훈은 물건을 들고 이양희의 뒤를 따른다.

아기 기저귀와 젖병과 우유 그리고 아기 옷 등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정력이 소모되는 것이다.

“어머님!

조그만 아기 하나가 상당한 물건들을 필요로 하고 있네요.“

”그렇지?

엄마가 모유수유를 한다면 우유라든지 젖병이나 많은 것들이 필요가 없지만 우유를 수유하는 아기들은 이 모든 것들이 없으면 안 되는 것들일세!“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는 아기가 온다고 해도 이런 물건들을 구입해야 하는 것인지조차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냥 아기를 키우면 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왜 안 그러겠나?

자기 자식을 낳아서 키우면서도 그것을 모르고 사는 아빠들이 얼마나 많은데.......

자네가 승인이가 그런 것을 알 수가 없지.“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용훈은 새삼스럽게 아빠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서점에 들려 책도 구입을 하세!

신생아 키우는 법을 알려주는 책과 아기와 부모를 위한 책이 있으니 그런 책들을 구입해서 시간이 나는 대로 본다면 아마 많은 도움이 될 것일세!“

“네!

그렇게라도 도움을 받으며 배워야겠습니다.“

이양희는 아기에 관해서 모든 것을 용훈에게 알려준다.

어린아이 같은 승인이에게는 말을 해 주나마나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아기의 우유타는 법과 기저귀를 갈아 채우는 것과 우유를 먹이고 난 이후에 아기에게 트림을 시켜주는 법을 상세하게 일러주고 또 일러준다.

용훈은 열심히 배우고 따라한다.

그리고 아기의 예방접종 일을 잊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한다.

아기에 관해서는 승인이보다는 용훈이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메모를 한다.

이양희는 아직 아기가 신생아이기 때문에 용훈과 승인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밤이면 아기를 직접 돌본다.

아침이 되면 승인이는 아기를 보러 달려온다.

아기는 하루하루가 달라지게 변해가면서 성장을 해 나간다.

“엄마!

아기 이름이 뭐야?“

승인이가 아기의 이름을 묻는다.

“아, 아기 이름을 지어야겠구나!

이 아기는 승인이의 딸이니까 엄마인 승인이가 이름을 지어줄래?“

”승인이가 해도 돼?“

”그럼, 뭐라고 부르고 싶어?“

”사랑이.

우리 집에 사랑받으러 왔으니까 사랑이라고 해!“

“사랑이?

김사랑?

그래, 참으로 좋은 이름이구나!

우리 아기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라고 엄마가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주네!

사랑아!“

“사랑아!”

승인이 역시 자신이 지은 아기의 이름을 불러본다.

그리곤 만족하다는 듯이 얼굴 가득 웃음이 번진다.

그렇게 아기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김용훈과 차승인의 딸로 입적이 된다.

“사랑아!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잘 자라 거라!

그리고 이다음 네 엄마와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양희는 자신의 소망을 아기에게 전달을 한다.

이 아기가 자라서 아빠나 엄마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기둥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기는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고운 모습으로 잘 자라고 있다.

김용훈은 그런 아기의 예방접종 일을 놓칠 새라 신경을 쓰며 꼬박 꼬박 각종 예방접종을 빠지지 않고 맞춘다.

용훈이 아기를 돌보는 것은 승인이와는 또 다르다.

승인이는 무조건 아기를 예뻐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용훈은 이제 자신이 부모로서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모든 정성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인 것이다.

아기의 백일 그들은 작은 잔치를 벌인다.

용훈의 형제와 어머니 그리고 승재의 형제들이 내려오고 승미가 남편과 함께 시간을 내서 내려온다.

이양희는 아기를 위해 백설기와 수수 팥 단지를 한다.

용훈의 형들과 형수님들 그리고 어머니 유자경은 생각보다 아기를 잘 키우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가 대견스럽고 신통하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입양소식을 듣고 아연질색을 하던 유자경이다.

자신들의 몸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아들과 며느리가 아이를 입양한다는 것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일축을 해 버렸다.

그러나 아들의 설득으로 허락을 하기는 했지만 키우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일이다.

아기가 오고 나서도 유자경은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얼마 가지 않아서 키우지 못하고 도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유자경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들과 며느리는 모든 정성을 다해서 아기를 키우고 있는 것을 보고 참으로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자경은 아기의 백일을 맞이해서 선물을 준비한다.

아기의 건강과 재물이 많게 하기 위해 은수저와 밥그릇을 준비한다.

가족들은 아기의 이름을 승인이가 지었다는 말을 듣고 놀란다.

승인이가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이름을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대부분 승인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에 승인이가 하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일이다.

그들이 부모가 되고 자식을 키울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유자경은 이양희의 손을 잡는다.

“사부인!

이 은혜를 무엇이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저 아이들이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울 수 있으리라는 것을 꿈에나 생각을 했겠습니까?

누가 사부인처럼 저 아이들을 그렇게 세심하게 보살펴주시며 그들의 먼 미래까지를 생각을 해 줄 수가 있겠습니까?

내가 머리를 잘라 사부인의 짚신을 삼아드린다고 해도 이 은혜는 갚지 못할 것입니다.“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부모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우리 김서방이야 어디 정신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인가요?

어찌나 온 정성을 다해서 사랑이를 키우고 있는지 사랑이 아빠로서 그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마음이 흐뭇합니다.“

“그것이 모두 사부인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사부인이 안 계신다고 하면 어떻게 그런 생각이나 할 수가 있겠습니까?

사부인!

오래 오래 건강하시어 그 아이들의 지팡이가 되어주시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유자경은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나타낸다.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서 이제 아빠도 엄마의 얼굴도 알아본다.

승인이를 보면 엄이라는 소리를 내며 따라가려는 몸짓을 보인다.

“엄마!

사랑이가 나한테 엄마라고 하는 거 같아요.“

”그래,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엄마라고 부를 것이다.“

“정말?

정말 사랑이가 나한테 엄마라고 불러요?“

“당연하지.

승인이가 사랑이 엄마니까!“

“아, 사랑아!

엄마 해봐! 응?“

승인이는 사랑이를 안고 엄마라고 부르라고 하지만 사랑이는 좋아서 벙글거린다.

이제 저녁이 되면 승인이와 용훈이는 사랑이를 데리고 자신들의 집으로 간다.

제법 이유식을 받아먹는 사랑이다.

이양희는 사랑이가 먹을 이유식을 직접 해서 보내주곤 한다.

사랑이가 먹을 만큼만 덜어내서 데워서 먹이면 되는 것이다.

“우리 사랑이 잘 먹어!”

“그래, 정말 사랑이가 잘 먹네!”

용훈도 대견스럽다는 듯 사랑이가 먹는 것을 바라보며 흐뭇해한다.

아기는 온갖 재롱을 다 부린다.

온 집안을 기어 다니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입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사랑아!

이런 것은 먹으면 안 돼!“

승인이는 먹지 못하는 것을 빼앗아 높은 곳에 올려둔다.

그렇게 집안은 사랑이로 인해 바닥에 아무것도 놓아둘 수가 없다.

집안은 더욱 청결해지고 깔끔스러워진다.

용훈은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도 늘 집안을 청결하게 해 놓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승인이 또한 용훈의 그 말을 철저하게 지켜 나간다.

그렇게 사랑이를 키우는데 온 신경을 쓰며 보내는 나날들 속에 승인이는 발달장애를 가진 것에 대해서 그 누구도 인지하지 못한다.

보통의 엄마들처럼 그렇게 아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높아 늘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승인이의 모습은 보통 엄마들의 그 모습 그대로다.

사랑이의 돌이 지나고 나자 사랑이는 밖으로 나가려는 생각으로 떼를 쓰기 시작한다.

아직은 추위가 다 가시지 않은 춘삼월이다.

그러나 승인이는 사랑이를 데리고 엄마 집으로 가려고 나선다.

“할머니 집에 가자.”

엄마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사랑이의 모습이 귀엽다.

사랑이는 엄마의 손을 놓고 할머니의 집으로 걷는다.

마침 이양희가 나오다 사랑이가 오는 것을 보고 사랑이를 향해서 온다.

“사랑아!”

“함므........”

사랑이는 할머니를 보자 더욱 잰 걸음으로 간다.

이양희는 사랑이가 외투도 입지 않고 오는 것을 본다.

“세상에!

이렇게 추운 날 어린것을 겉옷도 입히지 않고 오는 것이냐?“

이양희는 사랑이를 안고 품속으로 깊숙이 파묻는다.

“어서 들어가자.

어린 것이 감기 들까 겁나는구나!“

“어미야!”

승인이는 엄마의 음성이 따뜻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자신이 뭔가를 잘못한 것이 있나 하는 표정으로 엄마를 응시한다.

“어미야!

밖으로 나올 때는 사랑이의 외투를 입혀야 한다.

아직은 날이 추운데 이렇게 얇은 옷을 입은 채로 밖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니?“

“그냥 깜빡하고..........”

승인이는 그제야 자신이 사랑이의 옷을 입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 이제부터는 밖으로 나올 때 다시 뭔가 빠진 것이 없나 하고 생각을 해야 한다.”

“네!

사랑이가 자꾸만 나가자고 졸라서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랬구나!

그러고 보니 엄마 잘못이 아니라 사랑이 잘못이구나?

우리 사랑이 맴매할까?“

”엄마!

안 돼요.

사랑이 맴매하면 안 돼요.“

승인이는 기겁을 하며 사랑이를 안고 돌아선다.

자식이 엄마에게 매를 맞는다고 생각해도 안 된다는 승인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양희는 웃음을 터트린다.

“오냐!

엄마도 사랑이도 맛있는 것을 줘야겠다.“

이양희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우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안 그래도 쿠키를 구워놓고 사랑이와 승인이를 데리러 가던 중이었다.

글: 일향 이봉우

 

 

 

 

제 65장,

사랑이는 쿠키를 집어 할머니의 입에 넣어준다.

이양희는 쿠키를 받아먹으면서 사랑이를 더욱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우리 사랑이가 할머니 먼저 드리고 먹을 줄 아네!

사랑아!

고맙다.“

사랑이는 이제 엄마 아빠라는 말을 곧잘 한다.

용훈이와 승인이는 사랑이가 부르는 말을 듣기만 해도 행복이 온 몸 전체로 번진다.

“사랑아!

아빠는 우리 사랑이를 아주 많이 사랑해!“

“아빠, 다낭해!”

익숙하지 않은 말로 사랑한다고 하는 사랑이의 모습에 용훈이는 사랑이를 품어 안는다.

“우리 사랑이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야 한다.”

“네!”

사랑이의 대답소리는 집안을 울리게 한다.

승인이는 그런 사랑이의 모습을 화폭에 담는다.

아기천사라는 제목으로 사랑이의 웃는 모습과 우는 모습 그리고 온갖 장난을 하는 모습들을 화폭에 담고 있는 승인이의 모습 또한 아름답고 듬직한 모습으로 용훈이의 눈에 비친다.

용훈은 승인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가 가장 사랑스럽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림에만 매달려 있는 승인이의 모습을 보는 것은 용훈이의 그 어떤 꿈을 대신 해 주는 것만 같아 더욱 소중한 모습이다.

자신이 육체적 결함 때문에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 모든 것을 대신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아내인 승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다른 것보다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야 말로 자신이 할 수 없는 두 발로 땅을 딛고 걷는 것과 같은 환희를 주고 있다.

발달장애인으로 절대로 할 수 없는 그림이다.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자신이 걷는 것을 절대로 할 수 없다.

그러나 아내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도 못하는 그림을 그린다.

그것은 자신이 땅을 딛고 서 있는 것보다 더한 환희고 기쁨이다.

또한 사랑이가 점점 성장해 감에 따라 온갖 말을 다 할 수 있게 되어 재잘거리는 모습이야 말로 두 부부에게는 더 없이 소중하고 귀한 보물인 것이다.

이제 사랑이는 혼자서도 할머니 집까지 왔다 갔다 한다.

“엄마, 할머니 집 갈 거야!”

승인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사랑이는 엄마가 듣던 말든 말을 하고 집을 나선다.

“사랑아!

혼자 왔어?“

”할머니, 엄마는 그림 그리고 있어!“

“그랬어?

그럼 우리 사랑이 간식도 안 먹었겠네!“

“네!

맛있는 거 주세요.“

“그래, 우리 여기서 맛있는 것도 먹고 할머니하고 놀자.”

“네!”

사랑이는 할머니하고 보내는 시간이 많다.

승인이가 그림 그리는 것에 빠져들면 사랑이를 생각하지 못하는 때가 많기 때문에 사랑이 역시 엄마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면 방해를 해서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할머니한테 와서 시간을 보내며 할머니와 함께 있곤 한다.

어린 것이 참으로 속이 깊고 생각이 깊다는 것을 이양희가 느끼고 있다.

이양희는 이제 또 다시 또 한명의 아기를 데려오려는 생각을 한다.

이미 사위인 용훈과는 약속이 되어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이제 겨우 백일이 넘은 사내아이다.

부모가 키울 능력이 없어 포기를 하는 아기다.

두 사람 모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그들의 입장이다.

아기는 아직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고 부모가 포기를 한다는 포기각서를 붙여 영아원으로 보내진 아기다.

영아원에서도 너무 어린 아기가 되어 좋은 집으로 입양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어머님!

또 다시 아기를 입양한다고 해도 이제는 자신이 있습니다.

집사람도 생각보다 아기를 매우 좋아하고 잘 돌보고 있습니다.

저희들 능력이 되는 한 아기들을 더 입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용훈은 아기를 키우는데 자신이 있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럼 수일 내로 가서 아기를 데리고 와도 되겠지?”

“네!

그렇게 해 주십시오.“

이양희는 영아원에 연락을 한다.

개인이 하는 조그만 영아원이라서 절차가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다만 아기를 입양해서 절대로 어떤 사유라도 파양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이다.

“여보!

정말 그 애들이 잘 해 낼 수 있을까?“

승재는 아내와 함께 영아원으로 가면서도 걱정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사위가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아마 아기를 입양해서 키우는 것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 아이들이 또 다시 입양을 해서 키운다면 힘들지 않을까?”

벌써 수없이 하고 또 한 말이다.

“당신과 내가 함께 키우는 것을 도와주면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지요.

우리 사랑이 어디 힘들다는 생각을 한 번이나 해 본적이 있나요?“

”그야 사랑이 하나라서 그런 생각을 할 틈이나 있었나?“

”그럼 당신 혼자서 세 딸을 키우시면서 힘들다고 키우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해 보셨어요?“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특히 승인이를 보면 한숨을 쉬어도 어디 한 두 번인가?

주변에서 승인이를 시설에 보내라고 하는 말에 귀도 솔깃해지기도 했었고 때로는 너무 힘들어 정말 그런 곳에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왜 하지 않았겠소?“

”네!

그 마음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남자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운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어요?

게다가 승인이 같은 발달장애를 가진 자식을 키운다는 것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요.

당신이기에 모든 것을 다 해 낼 수 있었습니다.“

이양희는 남편의 그 모든 정성을 인정한다.

“승인아빠!

당신과 내 사위 김용훈 그 사람도 당신 못지않은 사람입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당신처럼 혼자도 아니고 사랑하는 아내도 있고 우리가 곁에서 많은 것을 도와주고 있기에 용기를 내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이 꿈의 동산이 완공이 되고 나서 그 아이들의 자식들이 그 동산에서 뛰어다니며 미래의 꿈을 향해서 성장한다는 생각을 해 보세요.

이 얼마나 근사하고 멋진 일입니까?“

”그야 말해서 뭐하겠소?

아무튼 당신이라는 사람 참으로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소.“

그들이 영아원에 도착을 해서 준비해 가지고 온 물건들을 내려놓는다.

아기들을 위해서 원장이 필요하다는 물품들을 구입을 해 가지고 온 것이다.

아기들의 우유와 기저귀와 옷과 아기들이 먹을 이유식도 한 차 가득 준비를 해 왔다.

원장은 물품들을 보자 얼굴 가득 웃음이 번진다.

“고맙습니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신다고 하니 저희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필요한 곳에 써 주시길 바랍니다.“

이양희는 준비해가지고 간 봉투를 따로 전달을 한다.

그리고 아기를 본다.

또랑또랑한 눈방울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다.

“아기가 너무 잘 생겼습니다.”

“네!

아마 부모 인물이 매우 좋은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우유도 잘 먹고 아직 아무런 탈 없이 건강한 아기로 자라고 있습니다.“

“원장님의 세심한 배려 때문이겠지요.

정말 아기가 마음에 듭니다.“

이양희는 아기를 번쩍 들어 안는다.

무엇을 아는 듯 아기는 방글거리며 웃는다.

“여기 예방접종을 하는 시기를 적어 놓았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잘 키우겠습니다.“

그들은 아기를 안고 영아원을 나선다.

승재가 운전을 하고 이양희는 아기를 안고 차에 오른다.

“참으로 아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렇소?

아마 우리하고 인연이 닿은 아기라서 그런 모양이오.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랐으면 하는 마음뿐이오.“

”모든 정성을 다해서 키워야겠지요.

이다음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키워야지요.“

”아무튼 당신 고생이 또 보태지는군!“

“그것을 고생이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이 얼마나 보람되고 좋은 일인가요?

사람을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보람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승인이는 다시 아기가 오자 상당히 좋아한다.

“우리 아기에요?”

“그래, 이 아기는 너희들 아들이다.”

“아들?

아들이 뭐야?“

그러고 보니 사내아이가 없는 집안이라 아들이라는 뜻을 모르는 승인이다.

“승인아!

사랑이는 딸이지?“

“응!”

“아기는 아들이다.

딸은 여자고 아들은 남자거든!

남자 아기가 바로 너희들 아들이란다.“

”그럼 승인이가 또 엄마가 되는 거야?“

”그렇지!

이제 승인이는 아들딸을 가진 엄마란다.“

”아들 딸?

엄마, 아들딸이 있으면 좋은 거지?“

“좋고말고.

아들도 있어야 하고 딸도 있어야 좋은 거란다.“

“으응!

큰언니처럼 아들도 있고 딸도 있어야 좋은 거구나!

그럼 승인이도 좋은 거네!“

“좋은 것이고말고.

우리 승인이가 김용훈의 아내고 사랑이와 이 아기의 엄마란다.

참, 아들도 승인이가 이름을 지어줄래?“

”아기 이름?“

승인이는 고민이 된다는 듯 눈을 감고 생각하는 표정이 된다.

“승인아!

천천히 아기 이름을 생각해 보자.

뭐라고 불러야 할지 승인이가 생각해 보고 이름을 짓도록 하자.“

승인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양희는 승인이가 아기의 이름을 지을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랑이라는 이름도 승인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처럼 지어준 이름이다.

아기는 순해서 배가 부르면 잠을 잔다.

잠에 깨어나서도 보채지 않고 뒤집고 혼자서 놀곤 한다.

삼일이 지나서야 승인이는 아기의 이름을 짓는다.

“엄마!

아가는 남자니까 보람이라고 해!“

“보람이?

무슨 생각으로 보람이라고 하는 것인지 말해 볼까?“

”우리가 아기를 키우는 보람으로 살고 싶어요.

그래서 아기는 보람이라고 불렀으면 해!“

“승인아!

참으로 장하다.

그래, 아들은 이제 보람이다.

김보람!

참으로 멋지고 근사한 이름이다.“

승인이는 엄마의 칭찬에 기뻐한다.

이양희 또한 그런 승인이의 생각에 매우 만족스럽다.

이제 어느 정도 사물을 판단하고 생각할 줄 아는 승인이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부족함이 없을 것만 같은 마음이다.

승재 또한 승인이가 그런 마음으로 아기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던 승인이다.

그런 승인이가 부모의 마음이 어떤 것인가를 알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크나큰 발전이다.

이제는 어떤 상황이라도 승인이가 해쳐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승재는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모든 것이 걱정할 것이 없다.

승재는 참으로 오랜만에 승리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참으로 오랜만에 잠시 귀국을 한다는 연락이다.

승재의 기쁨은 하늘을 날것만 같다.

그립고 보고 싶은 딸이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일에만 매달려 살아가고 있는 승리다.

이제는 좋은 짝을 만나 가정에 안주하며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부모라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바라보고만 있는 딸이다.

“승리가 한 달 후에 귀국을 한다는구려!”

“어머?

아주 좋은 소식이네요.

얼마나 머무를 수 있다고 해요?“

”두 달 동안이라고 하는데 일정이 바쁜 모양이오.“

승재의 마음을 벌써 승리에게 날아가 있는 듯하다.

글: 일향 이봉우

 

 

 

 

제 66장,

이양희는 처음으로 보게 될 둘째 딸을 생각하며 가슴이 울렁거린다.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 딸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심을 한다.

엄마로서 입에 맞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해 먹이고 싶다는 마음이다.

아직 서로 대면은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전화로 화상통화로 서로 음성과 얼굴은 익히 알고 있지만 막상 이렇게 만나게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딸들 중에서 가장 대단한 딸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딸을 키워낸 사람은 남편이다.

사랑하는 남편의 대단히 훌륭한 딸이다.

“여보!

승리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아직 입맛이 그대로 있겠소?

벌써 그곳에 나가서 산 세월이 얼마인데 입맛이 그대로 있으려는지 모르겠소.“

”아무리 그래도 본연의 입맛마저 없어지지 않지요.

우리가 어려서 먹던 엄마의 손맛을 왜 그리워하고 찾게 되나요?

우리 본연의 입맛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런가?

승리가 워낙에 잡채를 좋아해서 내가 미국에 갔을 때도 잡채를 해 준 기억이 나는군!

그때도 얼마나 맛있게 잘 먹던지 흐뭇하다는 생각을 했었소.“

“그래요?

무슨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 잡채인가요?”

“비법은 무슨?

난 아이들에게 야채를 많이 먹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잡채를 해도 시금치를 많이 넣고 색색의 파푸리카를 넣고 고기 보다는 고명을 참기름으로 볶는 것이 비법이라고 할까?

고기를 넣게 되면 소고기를 연하고 좋은 부위를 온갖 양념으로 준비했다가 살짝만 볶아서 넣어주곤 하지만 되도록 많은 고기를 넣지 않지.“

“그렇군요.

그렇다면 당신이 조금만 도와주면 맛있는 잡채를 준비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음식은 뭐가 있어요?“

”다른 것이 뭐가 있겠소?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냉이를 넣은 된장찌개면 아주 좋아하지.“

이양희는 소상하게 승리의 식성에 대해서 물어본다.

승재 또한 그런 아내의 세심한 배려가 고맙다.

특별한 음식은 아니더라도 엄마의 정성이 담긴 음식이라면 서로의 정이 깊어질 것이고 서로 얼마나 깊은 사랑이 우러나겠는가?

승재는 하루하루가 열흘처럼 길게 느껴진다.

승리가 와서 묵게 될 방을 양희는 다시 정성스럽게 손을 본다.

침대에 새로운 침대보와 이불을 준비한다.

아주 좋은 것으로 정성을 다해서 편안하게 쉬었다 가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다.

“엄마!

승리언니 언제와?“

승인이가 묻는다.

“승리언니 보고 싶어?”

“응!

근데 언니가 왜 안와?“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올 거야!“

“언니 어디 있는데?”

승인이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언니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미국?

먼데야?“

“그럼 아주 멀지.

비행기 타고 가야 하는 곳인걸!“

“우리도 비행기 타고 여기 왔는데 여기도 먼 곳이야?”

“그래, 우리도 비행기 타고 왔지.

그런데 승리언니가 있는 곳은 여기보다도 더 먼 곳이다.

그래서 언니가 자주 우리 있는 곳에 오지를 못하고 있단다.“

“그럼 안 가면 되지.

아빠도 엄마도 있고 승인이도 있고 우리 사랑이와 보람이도 있는데 승리언니는 왜 가?“

“글쎄 말이다.

언니가 왜 가야만 하는지 언니 오면 물어보자.“

이양희는 가끔 이런 천진스러운 승인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몸은 이제 중년 여인의 모습이지만 정신세계는 아직도 어린아이의 승인이가 사랑스럽다.

맑고 고운 정신세계를 지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

늘 삶에 찌들고 세파에 허덕이면서 맑고 고운 정신세계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바로 현실이고 삶이다.

아무리 모든 욕심을 다 내려놓고 청정하게 살아간다고 해도 삶은 힘겹고 어려운 일이다.

또한 인간의 욕심은 끝나는 곳이 없어 늘 부족하다고 느끼며 뭔가를 채우려는 욕심으로 허덕이며 목말라 하며 살아가고 있다.

막상 마지막 죽음에 이르러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음에도 욕심을 부리고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이다.

그런 것에 비하면 승인이의 맑고 고운 영혼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세상을 향해 아무런 욕심도 욕망도 없으면서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영혼을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인 것이다.

이양희는 그런 승인이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

“엄마!

승리언니는 엄마가 왜 안 돼?“

”승리언니는 결혼을 하지 않아서 엄마가 될 수 없단다.“

“응!

그렇구나!

근데 왜 결혼을 안해?“

”아마 사랑하는 사람이 없나보다.

우리 승인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엄마!

승리언니 정말 예쁜데 왜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

”글쎄다.

그것은 엄마도 모르겠는데?“

이양희 또한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아직 사귀는 사람이 없는지 또한 정말 결혼을 하지 않을 생각인지 승리의 마음이 궁금하고 승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부모로서 걱정스럽기도 하다.

승리의 귀국날짜가 가까울수록 이양희와 승재는 마음이 바빠진다.

다행히 승미가 공항으로 나가 승리를 만나 제주도로 함께 오기로 약속이 된다.

나인규는 처제의 마중을 위해 시간을 비워 아내와 함께 공항으로 나가 마중을 하고 곧 바로 부모님의 집이 있는 제주로 출발을 하기로 스케줄을 잡아 놓는다.

나인규의 감독아래 제주의 꿈의 동산은 모든 진행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나인규는 모든 정성과 심혈을 기울여 공사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그런 나인규가 처가 집일에 대해서 시간을 낸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더구가 아직도 아내인 승미를 사랑하고 가족들을 사랑하고 있는 나인규다.

승미는 벌써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다.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둔 승미는 이제 어엿한 대기업의 안주인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아 품위와 지성은 겸비한 훌륭한 내조자로서 손색이 없다.

그토록 깐깐하고 도도하던 홍수희 역시 뒷방으로 물러나 집안에 아무런 실권이 없다.

워낙에 살림을 싫어하고 일하는 것을 싫어하던 홍수희는 그저 뒷방으로 물러나 남은여생 아무런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낙이다.

손자 손녀의 재롱과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는 홍수희다.

승미가 하는 일에 대해서 아무런 간섭도 무엇인가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 홍수희다.

나회장 역시 모든 실권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나서 회사에 출근하는 날이 적어진다.

특별한 일에만 결재를 해 주고는 남은 것은 이제 모두 나인규의 인선에서 모든 경영이 이루어지고 실질적인 사주가 된 나인규다.

“여보!

우리 처제가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인사더라고.“

“그래요?

얼마나 유능하고 유명한지 난 잘 몰라요.

그저 해외뉴스를 통해서 가끔 나오는 승리를 보면 참으로 크기는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승리의 힘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으니까요.“

”생각보다 처제 힘이 아주 대단하더군!

무엇이든 잘 되지 않는 국제문제를 처제의 루트를 잘 찾아서 가기만 하면 나라를 위해서 발벗고나서서 해결해주기도 하지만 처제의 입김이 작용하기만 하면 일이 수월하다는 평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야!

이번 귀국길도 국제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하는 귀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함께 오는 사람들의 인선이 무시하지 못할 대단한 사람들이거든!“

“그렇다면 개인적인 시간이 없을 것이 아닌가요?”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바로 제주도로 갈 수 있다고 한 것도 얼마동안은 개인적인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정말 그래야겠지요.

얼만 만에 만나는 우리 자매들인데 서로 만나볼 시간이 없다면 안 되지요.“

승미 역시 승리가 그립고 보고 싶다.

벌써 만나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 이십 여 년도 더 넘는 세월들이다.

유학을 떠난 뒤로 한 번도 한국에 나오지 않고 미국에서 잔뼈가 굵어간 승리다.

얼마나 변했는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립고 보고 싶은 동생이다.

“이번에 당신도 핑계 김에 제주에서 푹 쉬었다 오구려!”

“당신 뒷바라지는 어떻게 하고요?”

“내 걱정은 하지 마오.

아이들이야 할머니가 계시고 사람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휴가라고 생각하고 자매들끼리 오랜만에 좋은 시간도 갖고 부모님 모시고 푹 쉬면서 지내다 오구려!“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승리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직 아무런 결정을 할 수가 없어요.

일단은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그나저나 처제가 이제는 결혼을 해야 하는데 너무 늦은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네!

장인어른께서 큰 걱정을 하고 계시는데........“

“꼭 결혼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요.

나름대로 인간으로 성공을 하고 그 길에 만족과 보람을 느끼면서 사회에 큰 일꾼이 되어 살아가는 것도 좋은 삶이라는 생각을 해요.

반드시 여자로서 여자의 길만 가라는 법은 없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어디 그런가?

이 다음 우리 딸이 결혼을 하지 않고 그렇게 산다면 괜찮겠소?“

”승리처럼만 성공을 해 준다면야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에요.

그 정도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신의 길에 더욱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삶이라면 결혼을 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이 되겠지요.“

승미는 동생 승리의 삶이 멋지고 당당하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능력으로 세계무대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제 차승리는 아무도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멋지고 당당한 승리의 모습은 함부로 근접할 수 없을 정도의 위엄과 당당함이 깃들여있다.

국제 경제인 모임이 당당하게 한국에서 개최가 된 데에는 차승리라는 미혼여성의 힘이 실려 있음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일이다.

그것은 상당히 크고 대단한 모임이다.

각 국가에서는 그 모임을 개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유치하고자 했으나 차승리라는 동양의 조그만 나라의 미혼여성을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조차 차승리를 귀빈대접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들 일행보다 보름은 앞당겨 귀국을 하는 승리다.

차승리의 입국날짜를 알고 비행기에는 귀빈석으로 좌석을 마련하고 모든 대우는 특별한 대우를 한다.

승리가 귀국을 하는 날 정부 중요인사들도 비행장으로 마중을 나간다.

그것을 모르고 있던 나인규였다.

승리가 일반 출입구로 나오지 않고 귀빈들만 드나드는 특별한 출입구로 나오면서 많은 정부요직에 있는 인사들과 함께 나오는 것을 보고 인규와 승미는 놀라는 얼굴이 된다.

승리는 한동안 그들과 대화를 하고 나서야 개인의 시간이 주어진다.

나인규와 승미는 그저 그들의 모습만 지켜보며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한다.

승리가 그들과 헤어져 언니를 알아보고 승미가 있는 곳으로 온다.

“언니!”

“승리야!”

그들은 비로소 반가움의 해우를 한다.

둘은 서로 포옹을 하며 한참을 그렇게 서로의 체취를 느낀다.

“언니!

참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정말 반가워요.“

“승리야!

나도 너의 그 당당하고 대단한 모습을 보니 너무 자랑스럽고 마음이 기쁘다.

아참, 형부에게 인사를 해야지.“

나인규가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우리 큰 처제 이제야 만나게 되는구려!

참으로 반갑소.“

“형부!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언니를 아주 많이 사랑하신다는 자랑은 늘 듣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고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만 언니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언니 역시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오.“

”어서 다시 제주 비행기를 타야합니다.

시간이 촉박한 것 같으니 어서 출발을 해야 합니다.“

승미가 시간을 보며 말을 한다.

제주에서 부모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그럽시다!

가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해도 좋을 것이오.“

그들은 다시 김포비행장으로 출발을 한다.

그리고 시간에 맞추어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을 한다.

“얼마 만에 오는 고국인지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가서 이제 처음으로 내 고국을 밟아봅니다.“

“그래!

참으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난 세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고 우리 막내 동생 승인이 역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

”언니!

언니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참으로 좋습니다.

승인이도 언니모습처럼 그렇게 행복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승인이의 모습은 참으로 고귀하고 평화스럽게 보인다.”

승미는 자세히 승인이의 모습을 말해준다.

글: 일향 이봉우

 

 

 

 

제 67장,

비행기는 제주공항에 도착한다.

출구로 나오니 승재가 차를 가지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승리야!”

“아빠!”

승재와 승리의 눈에서는 반가움의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아빠!

죄송해요.

온다온다 하면서 이제야 간신히 왔습니다.“

“오냐!

네가 얼마나 바쁜지 아빠도 잘 알고 있다.

가끔 네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흐뭇하단다.“

“아빠!

너무나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 아빠도 늘 네가 보고 싶었단다.

우리 어서 집으로 가서 밀린 이야기 밤을 새워서 나누자.“

승재는 자식들을 태우고 집으로 향한다.

그런 승재의 마음은 온 세상을 모두 얻은 듯 기쁨과 행복으로 꽉 채워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한다.

이양희는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현관으로 나가 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이미 승인이와 아이들도 할머니 집에서 기다리며 놀고 있다.

“엄마!

저기 언니 타고 오는 거야?“

“그래, 아빠하고 큰언니도 온다.”

“정말?

정말 큰언니도 형부도 와?“

차가 바로 현관 앞에 세워진다.

승미가 제일 먼저 차의 문을 열고 나온다.

“어멈아!”

“어머니!

별 일없으셨지요?“

”그럼, 아, 나서방!“

그리고 이어서 내리는 승리를 본다.

“네가 승리로구나!”

“네, 어머니!

이렇게 늦게야 뵙게 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상관없다.

그래도 우리 늘 만나왔던 것처럼 친숙하지 않니?“

”그럼요!

이 모든 것이 어머니의 따뜻하고 진솔한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 어서들 들어가십시다.“

승재가 그러는 사이 승인이는 승리는 바라보기만 한다.

“승인아!

언니를 몰라보겠어?“

”승리언니?“

”그래!

내가 작은 언니 승리다.“

그래도 승인이는 선뜻 승리 앞으로 나서질 못하고 있다.

다른 가족들이야 화상통화라든지 컴퓨터를 통해서 승리의 변모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승인이로서는 예전의 승리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것이 없기에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승리언니 아냐!”

“승인아!

언니가 많이 변했지?

승인이가 아들과 딸을 둔 엄마로 변한 것처럼 언니도 변한 거란다.“

“.........................”

“이야기는 안으로 들어가서 하자.”

이양희는 모두들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승인이를 이해시키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정말 너무 좋은 곳입니다.

그리고 집도 아름답고 바다가 한 눈에 보이면서 더없이 좋은 곳이네요.“

승리는 집안의 모든 것들과 주변과 바다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어머니의 성품을 그대로 말을 해 주고 있는 것만 같다.

“아빠!

참으로 멋지시고 건강해 보여서 마음이 좋아요.“

승리는 아버지의 모습에서도 편안한 마음이 된다.

그리고 김용훈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작은 처형!

이렇게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제부!

어떤 분인가 정말 궁금했었습니다.

우리 승인이가 너무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는 것도 모두 제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사랑이 엄마로 인해서 더욱 행복하고 보람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그리고 너무 행복해 보여서 제 마음이 즐겁습니다.“

그들은 밤을 새우며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런 그들 속에 승인이는 그저 승리만을 바라본다.

그 어디에서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언니의 모습을 찾으려는 듯 그렇게 응시한다.

“승인아!

언니하고 부르던 노래 기억하고 있니?“

승인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언니하고 옛날처럼 함께 불러볼까?”

승리가 먼저 조용한 음성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승인이 따라 부른다.

“자~장 노래에 스르르 팔을 베고 잠~~이 듭~~니다.”

둘이서 함께 부르고 나서야 승인이는 승리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네!

언니가 승인이 보고 싶을 때마다 혼자서 부르곤 했었다.“

”언니!

승인이 보고 싶었어?“

”그럼, 승인이는 언니 보고 싶지 않았어?“

”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

근데 왜 안 왔어?“

그제야 승인이는 궁금한 것이 많다는 듯 질문공세를 퍼 붓는다.

그렇게 온 가족들과 해후를 하고 승리는 넓은 정원을 둘러본다.

십만 평의 대지에 꿈을 동산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단한 공사가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승마장과 과수원은 그런대로 제 모습을 갖추어가고 이따금씩 관광객들의 발길이 찾아오는 곳이 되기도 한다.

아직 미처 완공을 보지 못한 식물원이 곧 개장을 앞두고 있고 승인이의 미술관은 언제라도 열려 있는 상태가 되어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승리는 승인이의 그림을 하나씩 살펴본다.

그 누가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의 그림이라고 하겠는가?

참으로 색채와 구도가 자유롭고 막힘이 없다.

“아빠!

승인이의 그림을 이대로 묵혀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전시실을 만들어 전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전시만 할 것이 아니라 출품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아니다!

아빠는 우리 승인이가 세상 사람들의 눈과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잣대로 우리 승인이를 평가를 하려고 할 것이다.

나는 세상 사람들의 잣대로 우리 승인이를 평가받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도 승인이의 재주가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승리야!

우리가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난 이후 승인이의 그림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그때 승인이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고 그림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하면 지금 승인이의 아이들이 더욱 좋은 일이 될 수 있을 것이겠지만 승인이나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런 세파 속에 승인이를 내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빠는 그저 승인이가 살아 있는 동안 아무런 갈등도 없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며 살 수 있게 해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빠 마음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이 꿈의 동산을 만드는데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제가 저축을 해 놓은 돈이 있습니다.

그것을 이곳에 투자를 하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네 마음만 받아도 정말 행복하구나!“

“아닙니다.

사실 그동안 별 쓸 곳도 없고 쓸 시간도 없어 돈이 모아지게 되더라고요.

생각보다는 상당히 많은 자금이 될 것입니다.“

“고맙구나!

그보다는 결혼을 하지 않을 생각이더냐?“

”어머니!

아빠!

저는 결혼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대로 일을 하면서 평생을 혼자서 살아가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암!

반드시 돌아와야 하는 곳이다.

네가 어디에 있든 네 고국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네, 어머니!

늘 고국을 생각하고 고국에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서슴치 않고 발 벗고 나섭니다.

그러나 가끔 개인적인 청탁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 다소 머리가 아프지만 그런 것은 냉정하게 거절을 하곤 합니다.“

”그래, 그런 사람들 어디를 가나 있는 것이다.

개인의 이득을 위해서는 고국도 안중에 없는 몰염치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로구나!“

“어머니!

이렇게 어머니를 뵈오니 참으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너무나 따뜻하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몸소 알려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존경스러움을 느끼며 저도 어머니처럼 그렇게 바다처럼 넓은 마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승리는 진심으로 이양희를 존경한다.

며칠 함께 보내는 동안 이양희에 대해서 많을 것을 느끼게 된다.

어려서부터 한 번도 불러보지 못했던 어머니라는 말이 스스로 나올 수 있게 해주는 이양희는 몸과 마음가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자 마음을 먹는다.

승리는 그렇게 가족들과 잠시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서울로 올라간다.

국제경제인 심포지옴은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 개최가 된다.

그 호텔은 어머니의 친정 그룹에 속해 있는 호텔이다.

이양희의 오라버님들 역시 차승리가 누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차승리의 개인적인 위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국가의 위신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서비스로 모든 것을 최상의 준비로 해 나간다.

모든 숙박 손님들을 받지 않고 호텔내의 모든 영업을 중지하고 오직 국제적인 큰 회의를 개최하는 것이다.

회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성과는 매우 큰 것이다.

이제 정부에서도 차승리라는 여인을 높게 평가를 하고 승리가 체류하고 있는 동안에 온갖 매스컴에서 앞 다투어 승리의 성공이야기를 다루어 나간다.

그런 와중에 제주의 꿈의 동산은 자연스럽게 매스컴을 타게 되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승인이의 전시실 또한 늘 방문객들로 붐비게 된다.

승인이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동산을 내려다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승리가 출국을 하고 나서 보내온 자금은 생각보다 상당히 큰 자금이다.

그동안 승리는 사치를 하지 않고 검소한 생활을 해 왔던 탓에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자신의 신용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받아 보태서 자금을 보내왔다.

공사는 더욱 빠른 진척을 보이며 동산을 이루어 나간다.

이제 집에서는 두 아이의 웃음소리와 시끄러운 소리로 아침을 맞는다.

김용훈과 이양희는 또 다시 아기를 데리고 온다.

그렇게 하나씩 아기를 데리고 온 것이 다섯 명이라는 아기가 있는 집이 된다.

승인이는 늘 아이들과 어울리며 때로는 그 아이들처럼 천진스럽게 놀이도 하고 게임도 즐기며 아이들의 엄마로서가 아니라 친구로서 아이들과 어울리곤 한다.

이제 이양희와 승재 역시 칠순을 지나 초로의 노인이 된다.

세 명의 아이들은 학교로 가고 아직 어린 두 명만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놀고 있다.

아이들의 이름이 모두 승인이가 지어준 이름이다.

사랑이 보람이 열매 기쁨이 그리고 막내를 겨울에 데리고 왔다고 해서 겨울이까지 다섯 명의 아이들 이름을 지어준 승인이다.

모두들 아이들의 이름이 지어질 때마다 환호하며 승인이의 그런 재치를 칭찬한다.

“기쁨아!

엄마는 뭐하고 있어?“

승재가 손자인 넷째를 안고 묻는다.

이제 다섯 살이 된 기쁨이다.

“할아버지!

엄마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엄마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는 엄마 곁에 가는 것이 아니지요?“

“그래!

네 엄마는 그림에 빠져 있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단다.

우리 기쁨이가 그런 것을 어떻게 알았누?“

”아빠가 그렇게 말을 했어요.

엄마를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요.“

”그랬구나!

우리 들어가 할머니한테 맛난 쿠키를 달라고 할까?“

”네!“

쿠키라는 말에 두 아이의 눈빛은 더욱 초롱초롱하게 빛난다.

승재는 두 아이를 양손에 가득 안고 안으로 들어간다.

“할멈!

우리 쿠키가 먹고 싶어서 들어왔소.

쿠키를 먹을 수 있겠습니까?“

온 얼굴에 웃음이 번지며 아내를 바라본다.

“아이고!

당신이 무슨 청춘인줄 아세요?

그렇게 한꺼번에 두 아이를 안아들면 힘이 부쳐 아이들을 떨어트립니다.“

”허허허........

영감 힘들까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걱정이었소?“

”호호호..........

그렇게 되었던가요?

그래서 서운하시었소?“

“암!

이젠 마누라 사랑도 요 녀석들에게 빼앗기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서운하지.“

“이제 당신도 나도 늙는 모양이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서운해지는 것을 보면 말이오.

어서 그리 앉으세요.

쿠키가 아주 맛있게 되었답니다.“

이양희는 늘 아이들에게 손수 과자와 빵을 만들어서 먹이곤 한다.

승인이까지 여섯 명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양희다.

“참으로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오.”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당신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 승인이를 데리고 어디 이름 모르는 곳에서 숨죽이며 히루 하루 뜻 없이 보내며 한숨을 쉬고 있겠지?”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과 우리 딸들 모두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이 아니지요.

그리고 우리는 필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운명이었고요.

우리 아이들 하늘이 맺어준 내 딸들이고 이 아이들 우리의 귀중한 손자 손녀들이지요.

이제 우리는 남은 생애 더욱 온 힘을 다해서 이 아이들을 키우는 데 정성을 쏟아야지요.“

“참으로 고맙소.

그리고 이제 승리가 귀국을 하면 또 다시 이곳에 멋진 집이 생길 것이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터질듯이 행복하오.“

”그럼요.

이제 집을 시작해야 할 시기죠.

승리가 그곳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돌아오면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집은 아주 멋지고 근사하게 지어줄 것입니다.“

승재와 양희는 먼 하늘을 올려다 본다.

승리가 한국으로 돌아올 날도 머지않았다.

차승리는 고국의 부름을 받고 귀국을 한다.

국가에서 필요하다고 수없는 콜을 보내어 귀국을 시키는 것이다.

두 노인의 얼굴에서는 만족스러움과 진한 행복감이 서려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으며 서로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한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