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장,
두 부부는 한숨을 내 쉰다.
그렇다고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보!
종엽이가 제대를 하고 나면 우선 거실에서 살도록 해야겠어요.
딸들은 거실에서 쓰게 할 수는 없고 종엽이라면 이해를 하고 거실을 쓸 수가 있을 거예요.“
“아직 서너 달 있어야 하니 그때 닥치고 나서 생각합니다.
그것보다는 내일 고기라도 사 들고 오면 좋겠소.“
“고기요?”
“어머니가 드시는 것이 부실해 보여서.............”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내일 모래 휴일이니 가족들이 모두 있을 때 삼겹살이라도 먹도록 하지요.“
”그럽시다.“
귀숙은 요즘 가족들이 찬이 없는 밥을 먹는다는 것을 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공부를 하고 있는 종선이를 위해서라도 뭔가를 해 먹이고 싶은 마음이지만 시
어머님의 눈치가 보이고 종선이를 위해서 준비하는 것이라면 또 집안이 시끄러울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기에 모든 것을 모른 척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시어머님께서 남편에게 불평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어머님만을 위해서 고기를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며 아이들이 모두 쉬는 날을 택해서
삼겹살이라도 사서 먹일 생각이다.
워낙 고기를 좋아하시는 시어머님이시다.
그러나 시어머님의 입맛을 모두 맞추어 드릴 수 없는 생활이다.
시어머님의 불만을 알면서도 귀숙은 모른 척 하고 휴일 날이 되어서야 점심에 삼겹살을 준비한다.
모처럼 아들 종엽이만 빠진 모든 가족이 함께 있는 날이다.
새벽까지 공부를 한 종선이도 잠에서 깨어나 다시 책상에 앉는다.
“종선아!
오늘은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 가라!“
“그럴게요.”
종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을 한다.
귀숙은 종선이를 먹이기 위해서 부지런히 준비한다.
아침도 안 먹고 다시 책상에 앉은 종선이다.
“엄마!
오늘 고기값은 제가 낼게요.“
종희가 지갑을 열어 돈을 꺼내어 엄마에게 내 준다.
“그래!
오늘 우리 종희가 사는 고기를 먹어보자.“
귀숙 또한 기분 좋게 딸의 돈을 받아 정육점으로 간다.
모처럼 가족들이 둘러앉아 삼겹살 파티를 한다.
귀숙은 그런 가족들을 보며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기분도 좋다.
자주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지 못하는 것이 가슴이 아프고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흐
뭇해진다.
종은이는 별로 먹지 않고 고기를 굽고 가족들의 뒷바라지를 한다.
“종은아!
이제 너도 어서 먹어라!“
귀숙은 종은이가 먹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며 말한다.
“엄마!
난 속이 거북해서 그런지 별로 생각이 없어요.“
”왜?
속이 왜 거북해?“
”모르겠어요.
요새 며칠째 속이 좋지 않아요.“
”가서 약이라도 사 와야 하지 않겠니?“
“아뇨!
괜찮을 것 같아요.
속이 편안해지면 그때 먹을게요.
어서 엄마나 맛있게 잡수세요.“
거의 음식이 끝나갈 무렵 종희는 엄마를 부른다.
“엄마!
할 말이 있습니다.“
”응?
뭔데?“
”많이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오빠가 제대를 해서 오는데 방이 없잖아요.“
”그래, 그래도 어떻게 하니?
한 가족이니 좁은 대로 살아야 하지 않겠니?“
“그래서 드리는 말인데요, 제가 따로 나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무슨 말이야?
네가 따로 나간다는 말을 엄마는 이해를 할 수 없다.“
”그동안 알아봤는데 미용실에 있는 친구와 함께 방을 얻어서 미용실 근처로 나갔으면 합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애가 집을 나가서 산다는 것이 말이 되니?
좁으면 좁은 대로 가족이 부대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귀숙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듯 일언지하에 잘라버린다.
“엄마!
생각해 보세요.
오빠하고 한 방에서 지낼 수도 없는 일이고 우리 넷이서 한 방도 쓸 수도 없고 또 집에서 미용실까
지 출 퇴근 시간도 많이 걸리고 교통비도 생각을 하면 그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방을 얻을 돈이 어디 있냐?“
임씨의 퉁명스러운 말이다.
“할머니!
친구하고 둘이서 반씩 내서 얻으면 됩니다.
그 정도는 모아 놓은 것이 있습니다.“
”너 혼자 편안하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그런 돈이 있으면 집안을 위해서 써야 하지 않겠냐?
어째 너는 너 혼자만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냐?“
임씨의 퉁명스러운 대답이 귀숙의 귀에 거슬린다.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엄마도 반대를 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네가 고생을 해야만 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귀숙은 더 이상 시어머님의 입에서 싫은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결정을 한다.
아이들의 일에 일일이 나서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시는 시어머님의 성품이 귀숙으로서는
정말 싫은 것이다.
“네!
엄마 허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래서 기집 년들이 다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시집도 가기 전에 제 살 궁리만 하고 있으니 가르쳐 놓아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기어이 임씨는 한 마디 하고 만다.
종희는 엄마의 허락을 얻고 나자 마음이 개운해진다.
늘 북적거리고 좁은 집에 들어오면 편안하게 몸을 누일 곳도 없다.
혜영이는 공부를 한다고 늦게까지 불을 켜놓고 있고 할머니의 끊임없는 잔소리와 푸념은 늘 짜증이 나게 한다.
모든 일에 불만이 많으신 할머니의 잔소리와 넋두리는 이제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신경을 거스르게 한다.
인자하심과 푸근하신 할머니의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할머니의 모습은 늘 짜증이 나게 하고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이제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종희였다.
종희는 준비를 해 놓았는지 이사 갈 준비를 한다.
이사라고 해야 옷가지와 소지품뿐이다.
귀숙은 그런 종희를 위해 부엌살림 몇 가지를 빼 내고 김치와 반찬을 준비하느라 더욱 바빠진다.
변변치 않은 살림살이라 별로 빼내어 줄 만한 그릇들이 없다.
귀숙은 없는 돈에 그릇들을 몇 가지 새로 구입을 하고 종희가 좋아하는 밑반찬들을 만든다.
임여인은 그런 귀숙의 모습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대충하면 될 일이지 뭘 그렇게 많은 준비를 해 주냐?”
그러나 귀숙은 그런 시어머님의 말을 못 들은 척 해 버린다.
일일이 참견하시고 불평을 하시는 시어머님을 상대를 하려면 머리가 아프고 심정이 상하게 된다.
그런 귀숙의 태도가 또 못 마땅스러운 임씨다.
“제 년이 저 좋아서 나가는데 그렇게 챙겨서 내 보낼 일이 뭐란 말이냐?”
“우리 종희가 집이 싫어서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직장도 멀고 집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따로 나가는 아이를 너무 그렇게 서
운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부모로서 자식들을 편안하게 키워주지 못하는 것이 가슴이 아픕니다.“
”그 정도로 정성을 다해서 키우면 되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은 별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던?
대충 있다가 돈을 모아 시집이나 가면 그만인 것을 유난들을 떠니 참으로 가관이다.“
”......................“
더 이상 귀숙은 대꾸를 하지 않는다.
귀숙은 종희에게 줄 이부자리가 변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싸구려일망정 깨끗하고 좋은 색상
을 골라 이부자리를 사 들고 온다.
“누구 것이냐?”
임씨는 새로 사들고 온 이부자리를 펼쳐본다.
“종희에게 줄 것입니다.
변변한 것이 없으니 싸구려라도 새로 사서 내 보내야 하지요.“
”넌 참으로 이상하구나!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제대를 해서 집으로 돌아올 종엽이 생각은 하지 않니?
우리 종엽이 줄 이부자리를 새로 마련을 할 것이지 어찌 그깐 년을 그리도 끔찍스럽게 생각을 하느
냔 말이다.“
“어머님!
따로 나가는 아이를 이 정도도 해 주지 못한대서야 부모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종엽이야 깨끗하게 손질을 해서 줄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디 아들보다 딸을 더 먼저 생각한다는 말이냐?
종엽이를 먼저 생각하고 챙겨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 아니냐?“
”네!
아들도 딸들도 제게는 모두 소중한 자식들입니다.
그러나 종엽이는 늘 제가 보살피고 가꾸어 주면 되는 것입니다.
이부자리라도 깨끗하게 해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어머님은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임씨는 새로 구입한 이부자리가 탐이 난다.
색상이 곱고 좋아 보이는 이부자리를 당신이 덮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것을 내색할 수는 없다.심통
이 난 임씨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더욱 심하게 담배를 피워대는 시어머님으로 인해 집안은 늘 담배연기와 냄새로 인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하루에 담배 한 갑과 소주 한 병은 떨어지면 안 되는 임씨다.
남편과 함께 피우는 담배와 소주 값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다.
소소한 잔돈푼은 반찬값보다 더 들어가는 담배 값과 소주 값이다.
좁은 집안은 두 사람이 피워대는 담배로 인해 늘 머리가 아프다.
옷을 입고 나가도 자신의 옷에 늘 배여 있는 담배냄새로 인해 때로는 담배를 피우냐는 오해를 받기
도 한다.
그러나 귀숙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이 투덜거리며 불평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보니 아이들을 달래고 이해를 시킬 뿐
이다.
이제 이번 주말이면 종희가 따로 나가는 날이다.
귀숙은 마음이 자꾸만 허전해져 오며 불안하다.
결혼을 하지 않은 딸이 따로 떨어져 나가는 것이 귀숙으로서는 안심이 되지 않기도 하지만 무언가
를 자꾸만 잃어버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귀숙은 속이 좋지 않다는 종은이의 말을 까맣게 잊는다.
약을 먹었는지 지금은 어떤 것인지 생각조차 하지를 못한다.
매일 매일 종희와 시어머님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머리가 아프다.
귀숙은 저녁 일을 하지 않고 일찍 집으로 온다.
하루 이틀만이라도 엄마의 손으로 정성을 다한 저녁이라도 해서 먹이고 싶은 마음에서다.
“어찌 이리 일찍 들어온 것이냐?”
귀숙의 손에 반찬거리가 들려져 있음을 보고 임씨는 좋아한다.
“그냥 마음이 심란해서 저녁 일을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뭐냐?”
“찬거리 조금 사왔습니다.”
임씨는 귀숙의 손에 들려진 봉투를 가지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간 고등어와 두부와 어묵이 들어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간 고등어를 보자 입이 벌어진다.
임씨는 한 마리만을 내 놓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보관을 한다.
귀숙이 옷을 갈아입고 부엌으로 들어온다.
고등어가 한 마리만 내 놓은 것을 보고 냉장고를 열어 넣어 둔 고등어를 꺼내어 손질을 한다.
“그것을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냐?”
“네!
아이들도 먹어야 하지요.“
”애들이야 아무것이나 먹이면 어떠냐?
늙은 것이 입맛이 없어 두고 해 먹으려고 하는 것을 몽땅 다 할 참이냐?“
임씨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머님!
한창 자라는 아이들입니다.
가끔이라도 입맛에 맞는 것을 해 주어야 밥이라도 제대로 먹지요.“
“오냐!
늙은 것이야 더 살면 무엇을 하겠냐?
그저 어서 죽어야 하는데...........
내 이 꼴 저 꼴 보기 싫어서라도 어서 죽어야 하는데........“
그러나 귀숙은 그런 시어머님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저녁을 준비한다.
세 살 먹은 어린아이의 심통이라 생각을 하며 귀를 막아버린다.
점점 연세를 드시면서 더욱 심해지는 시어머님의 심통이다.
종은이가 어디를 다녀오는 길인지 급하게 부엌으로 들어온다.
“어? 엄마가 벌써 왔어요?”
“저녁을 할 생각도 하지 않고 어디를 다녀오는 길이니?
할머니께서 늘 걱정을 하고 계시다.“
종은이는 엄마의 일손을 돕는다.
“이것을 구워라!”
손질을 한 고등어를 내 민다.
“엄마!
이것을 다 해요?“
”그래, 그것이 뭐가 많으니?“
“그래도 할머니께서 아시면 큰일 나지 않아요?”
“....................”
귀숙은 대답을 하지 않는다.
“엄마!
정말 다 구워도 돼요?“
종은이 다시 묻는다.
“어서 다 구워!
다른 식구들은 입이 아니니?“
종은은 잠시 엄마를 바라보다 고등어를 불 위에 얹는다.
고등어 냄새가 퍼져 나가자 종은이는 구역질을 하면서 부엌에서 뛰어 나가고 있다.
귀숙은 그런 종은이를 급하게 뒤쫓아 나간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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