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소설&드라마

[연재소설] 아빠의 바다 (51회-60회)

淸山에 2013. 4. 2. 18:53

 

 

 

 

제 51장,

이양희는 승재의 마음을 알고 있다.

장애자 딸이 있기에 재혼을 생각할 수 없는 승재였다.

“승재씨!

나를 사랑하고 있지요?“

“사랑하고 있습니다.

허나, 사랑한다고 모두 결혼을 해서 사는 것은 아니지요.

그냥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요?

난 자꾸만 승재씨와 함께 있고 싶고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여주고 승재씨를 제일 먼저 보고 싶다는 생각뿐인데 어떻게 하면 되죠?“

”양희!

우리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생각을 합시다.

당신도 나도 더 이상 아픔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니겠소?“

”승재씨!

내가 어린아이 같죠?

기다릴게요.

승재씨의 마음이 열리는 그날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승재는 시간을 본다.

벌써 자정이 거의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너무 늦었소.

내가 데려다 주리다.“

”아니에요.

택시 타고 갈게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오?

당신을 택시 태워 보내고 내가 잠이 올 것 같소?

어서 나갑시다.“

승재는 앞서서 아파트를 나선다.

“자꾸만 승재씨를 귀찮게 하고 있죠?”

“아니요.

오늘 아마 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어쩜 내가 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오.

집으로 돌아오면서 당신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왔으니까 말이오.“

”승재씨!

당신의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행복하게 해 주는지 몰라요.

이제는 집에 가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양희!

모든 것을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을 합시다.

난 결코 우리 승인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고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오.

그렇다고 당신이 승인이를 맡아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지 않소?“

”승재씨!

지금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어요.

모든 것을 떼어버린 당신만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속한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있는 것을 몰라요?“

”당신 마음은 알고 있소.

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요.

당신에게 그 어려운 일을 맡길 생각이 아직은 자신이 서질 않소.“

”승재씨!

지난 이십 여 년을 난 밑바닥 인생으로 살아왔어요.

모진 고생도 해 봤고 굶주림도 당해 봤지요.

고통과 번민 가난과 외로움 그리고 지독한 미움과 그리움 속에서 울면서 지낸 세월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당신은 짐작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는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바로 당신과 함께 말입니다.“

”자, 다 왔소!“

이양희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그녀의 빌라 앞에서 차를 세운다.

“아무생각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잘 자요.”

“그럴게요.

조심해서 가세요.“

이양희는 내리고 나서 승재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본다.

만날수록 마음이 끌리는 승재의 모습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양희는 오래 목욕을 한다.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땀이 흐르도록 깊은 상념에 젖는다.

이제 또 다시 결혼을 하고 싶은 남자.

두 번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승재에게 이미 푹 빠져버린 자신이 믿을 수가 없다.

참으로 모든 것이 신뢰를 주고 있는 멋진 남자 차승재.

다음날 이양희는 어머니 박여사와 마주 앉는다.

딸의 전화를 받고 이양희는 빌라로 찾아온 박여사다.

“차를 무엇을 드릴까요?”

“네가 준비한 것으로 주렴!”

이양희는 진한 쌍화차를 준비해 두었다.

이런 가을날이면 어머닌 유난히도 진한 쌍화차를 즐겨 마시곤 한다.

쌍화차의 한약냄새 비슷한 것이 집안에 퍼져 나간다.

“나는 집안에 이 냄새가 퍼져 나가는 것이 정말 좋더라.”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말을 하는 박여사다.

그들은 잠시 차 맛을 음미하듯 말이 없이 차를 마신다.

“무엇 때문에 애미를 보자고 했니?”

박여사는 딸의 얼굴을 바라본다.

“엄마!

내가 결혼을 한다면 어떨 것 같아요?“

”정말 결혼을 할 마음이 있는 것이냐?“

”예전처럼 또 조건이 까다로운 것인가요?“

”양희야!

이런 말 네가 어떻게 받아드릴지 모르겠다마는 이제는 우리 마음대로 상대의 조건을 고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 않니?“

“.....................”

“물론 아주 형편없는 사람만 아니라면 그 누가 되든 반대할 마음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형편없는 사람인가요?

자식이 딸린 홀아비는 어떤가요?“

”그야 나이가 있으니 피할 수 없는 일이겠지.“

”그렇다면 자식이 딸리고 그저 평범한 소시민이면 어떤가요?“

“양희야!

네 마음에 결정한 사람이 있거든 속 시원하게 말을 하렴!

어떤 사람이든 네가 좋아하고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박여사는 딸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서 애가 탄다.

“엄마!

제가 살아온 이십 여 년의 세월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형편없이 살아온 세월입니다.

술과 마약도 해 봤고 밑바닥 인생을 살아오면서 거친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해 왔습니다.

이런 제게 어떤 남자가 그 모든 것을 이해를 하고 받아주겠습니까?“

”그래, 어미도 그 모든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허지만 넌 대기업 총수의 고명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너의 배후를 알고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신분상승을 위해서 덤벼드는 남자들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

제 나이가 몇입니까?

지금 제 나이에 신분상승을 한다고 한들 얼마나 부귀영화를 누리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결혼을 하는데 있어서 부모님의 대기업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저는 기업총수의 딸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소시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은 순박하지도 순수하지도 않다.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알았으면 좋겠다.“

“엄마!

아직은 말씀을 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그 사람보다 제가 더 마음이 가는 사람입니다.

아직은 그 사람에게 아무런 확답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네가 청혼은 한다는 말이냐?”

“청혼을 이미 제가 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아직 아무런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냐?

네가 기업총수의 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니?“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룹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오직 저를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생각뿐이고 어떻게 해야 저를 고생시키지 않을까 하는 고심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가 감당을 해야 할 고생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금전적인 것 같으면 얼마든지 이 어미가 힘이 되어 줄 수도 있다.“

”그 정도는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 또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 힘들고 처절한 삶을 살아가면서 삶에 대한 희망이나 의욕도 상실당한 채 살아가고 있겠지요.

오늘은 이 정도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하고 결혼을 해도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으시겠다는 결심이시라는 것을 확인이 되었을 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박여사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를 못하고 있다.

딸의 결혼에 자신의 의견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편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자세로 나올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박여사는 아무리 회유를 하고 물어 보아도 더 이상 아무런 말이 나오질 않는다.

“엄마!

제 결혼에 아무도 간섭을 하지 말아 주세요.

말이 결혼이라고는 하지만 결혼식도 올리지 않을 것입니다.“

”뭐라고?

너는 아직 웨딩드레스도 입어보지 못했는데 식을 올리지 않으면 언제 입어보다는 말이냐?“

”그것이 뭐가 그리 중요합니까?

일체의 형식 같은 것은 필요가 없습니다.

그 사람과 제 마음이 하나가 되고 서로 사랑하면 더 이상 필요한 것이 뭐가 있겠어요?

그러니까 아무 간섭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휴유!”

박여사는 큰 한숨만 내 쉰다.

이제 살날이 얼만 남지 않은 박여사다.

하나뿐인 딸자식이 그나마 혼자 살지 않고 짝을 이루겠다는 것은 정말 환영하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결혼식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마음이 언짢아진다.

그러나 한편 생각을 해 보면 딸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다.

결혼식을 한다고 하면 매스컴에 보도가 나가게 될 것이다.

기자들의 예리한 눈과 귀를 피해갈 수는 없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그 예전의 모든 일들이 수면위로 떠올려지게 될 것이고 그동안 딸의 미국생활이 다시 추적이 될 것이다.

무엇 하나 이로울 것이 없다.

또한 지금 결혼상대에 대해서도 낱낱이 파헤쳐질 것이고 그들의 삶이 시끄러워질 것이 너무나 뻔한 일이다.

박여사는 긴 한숨을 내 쉰다.

“오냐!

이번의 네 결정에 대해서는 엄마가 책임을 지고서라도 아무도 간섭하지 못하게 막아 줄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굳이 알려고 하지 않겠다.

네 결정을 믿고 네가 하자는 대로 따르겠다.“

“엄마!

고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또 부탁이 있습니다.“

“뭐냐?”

“지금 가평에 있는 엄마 별장을 주십시오.”

“이미 그것은 너에게 주기로 하지 않았니?”

“네!

주시기로 한 것과 주신 것과는 다릅니다.

내일이라도 제 명의로 이전을 해 주십시오.“

”알았다.

그리고 필요한 모든 것을 말을 하거라!“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제 앞으로 된 주식도 조만간 처분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양희야!

엄마는 네가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것을 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다.

너만 잘 살아준다면 아무것도 여한이 없다.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엄마가 눈을 감기 전에 모두 해주겠다.

그리고 엄마 앞으로 된 모든 것을 네게 다 줄 것이다.“

“고맙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이 결정이 되는 대로 집으로 함께 인사를 드리러 가겠습니다.“

“그래, 기다리고 있겠다.”

이양희는 어머니를 위해서 간소하게 점심을 준비한다.

늘 소식을 하는 어머니다.

거창한 상차림보다는 어머니가 드시는 것만을 준비한 간단한 상차림이다.

“오늘 점심이 참으로 맛나구나!”

“엄마!

오래 오래 사십시오.

그리고 제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시면서 편안하게 살아가세요.

세상의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보람된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래, 그것이 어미가 바라고 있는 마지막 희망이고 꿈이다.

너를 이렇게 만든 것도 어미고 너를 힘들게 살아가게 한 것도 어미니까 네가 하자는 대로 무조건 따르겠다.“

두 모녀는 편안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고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이제 이양희는 조금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이 된다.

차승재의 마음이 결정이 되는 일만 남아 있다.

이양희는 차승재가 자신을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마음을 한번 주면 절대로 다른 마음을 먹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이양희는 그렇게 차승재와의 재혼을 기다린다.

이양희로서는 이 결혼이 재혼이 아닌 초혼인 것이지만 그것은 법적인 문제일 뿐이다.

글: 일향 이봉우

 

 

 

 

제 52장,

인규는 이른 아침을 끝내고 나서 승미에게 빨리 출발하자고 서두른다.

이미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놓은 상태였다.

나회장님 댁의 아침 식사시간은 오전 일곱 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은 언제든지 일곱 시가 아침 식사시간인 것이다.

나회장의 조찬 모임이 있고 인규가 일찍 나가는 날에도 일곱 시만 되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아침 식탁이 준비가 된다.

“아직 멀었소?”

“성빈아빠!

왜 그렇게 서둘러요?

집이 지방에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같은 서울에 있는데 그렇게 서둘지 않아도 되지 않겠어요?“

”아버님이 기다리고 계실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초조해지잖아.

당신은 서둘러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천천히 가도 충분해요.“

”이제 아침 일이 모두 끝이 났는데 미적거릴 필요가 어디 있소?

백일 날 성빈이를 보셨다고 해도 바쁜 와중이라 잠시 보셨을 뿐이잖소?

아버님이 얼마나 성빈이를 보시고 싶으시겠소?“

”알았습니다.

출발을 하지요.“

승미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남편을 따라 나선다.

모처럼 가는 길이니 천천히 놀고 오라는 시부모님의 말씀에 마음이 즐겁다.

승재 또한 그들이 출발했다는 전화를 받고 마음이 바빠진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승재가 할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지만 집안에 지저분한 곳이 없나 하고 살펴본다.

모처럼 친정나들이를 하는 큰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함이다.

이제 집안은 승인이도 곧잘 치우기 때문에 별로 지저분하거나 어질러진 것도 없다.

승인이도 천성이 깔끔한지 곧잘 치우고 정리를 해 놓는다.

큰 언니인 승미에게서 배운 대로 정리정돈을 잘 하고 있는 승인이다.

“아빠!

성빈이도 와?“

승인이는 조카인 성빈이를 매우 좋아한다.

“그래, 성빈이도 형부도 온다.

우리 승인이 그렇게 좋으냐?“

”응!

형부도 보고 싶고 성빈이도 보고 싶어!“

"그래,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올 거다.“

승인이는 신이 났는지 아빠가 하는 대로 따라서 집안을 치우며 정리한다.

도로가 한산한 휴일의 서울 도심이다.

인규는 막히지 않는 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처갓집이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건만 잘 갈 수 없다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다.

생각 같아서는 휴일이면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혼자서 살고 계신 장인어른을 찾아 외로움을 달래드리며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사업상의 문제로 휴일도 거의 잊고 살아가는 때도 많고 집안의 대소사 문제로 인해 생각보다 시간을 낼 수가 없는 현실이다.

인규는 백화점에 들려 장인어른과 처제가 좋아하는 떡과 고기와 술을 구입한다.

유별나게 두 부녀는 떡을 좋아한다.

하나씩 낱개로 포장이 되어 있는 보기에도 예쁘고 맛있는 떡을 종류별로 구입하고 장인과 처제에게 줄 갈비도 구입을 한다.

“성빈아빠!

너무 많이 사지 말아요.

둘이서 먹을 정도만 적당히 사요.“

”여보!

이것이 많은 것이 아니요.

당신이 갈비를 맛있게 재워두면 이제는 처제 혼자서도 잘 꺼내서 먹는다고 합디다.

그러니 조금 넉넉하게 사서 당신이 양념을 해 두면 되는 것이 아니요?“

”그렇기는 하지만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좋지요.“

”걱정하지 마오.

옛날보다 처제가 많은 것을 할 줄 아니까 이런 것을 먹지 못하고 버리지는 않을 거요.“

승미는 처갓집에 많은 신경을 써주고 있는 남편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신경을 쓰고 있는 남편이다.

동생 승인이에 대해서도 이젠 자신보다도 많이 알고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남편이다.

“여보!

당신이 있기에 내가 마음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집에 대해서도 늘 깊은 마음을 쓰고 있는 당신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이에요.“

”별소리를 다 하고 있소.

당신이 내 집안에 대해서 하는 것의 십분의 일도 다 하지 못하고 있소.

마음과는 달리 늘 신경을 써드리지 못해서 미안하고 죄송스러울 뿐이오.“

”그보다 더 어떻게 많은 신경을 쓸 수가 있겠어요?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한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 그런 소소한 일까지 신경을 쓰게 되면 당신 건강이 남아나기나 하겠어요?“

“당신이 이해를 해 주어서 정말 고맙소.

허나 장인어른 또한 부모님이시고 처제 또한 내 가족이오.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우리가 신경을 쓰고 보살펴 드리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차는 어느새 승미의 친정에 도착을 한다.

기다리고 있던 승인이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조카인 성빈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안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저렇게 좋을까?”

승재는 그런 승인이를 보며 기특해 한다.

아기를 다루어 본 사람처럼 조심스럽고 안전하게 아기를 안는다.

승인이는 잠이 들어 있는 조카를 들여다보며 신기해한다.

승미는 그런 승인이를 두고 문을 닫고 나온다.

“그냥 두어도 되겠니?”

승재가 묻는 말이다.

“아빠!

그냥 두어도 될 것 같아요.

아기를 조심스럽게 다루는 승인이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여요.“

”그래, 이제는 그런 나이도 되지 않았니?

아마 여자의 본능이 그렇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승미는 온 집안을 둘러본다.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고 정리가 되어 있는 것이 보기에 좋다는 생각을 한다.

“아빠!

음식을 준비해 놓으셨어요?“

”그래, 네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 해 봤다.“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랬어요.

모처럼 승인이도 데리고 외식이라도 나가려고 하는데요.“

”아니다!

모처럼 친정에 왔으니 조금이라도 쉬었다 가렴!

공연히 힘들게 무엇 하러 외식을 하러 나가?“

“여보!

그러지 말고 아버님과 술이라도 한 잔 하게 해 주구려!“

”네!“

승미는 간단하게 술상을 차린다.

자신이 뭔가 할 필요도 없이 음식이 마련이 되어 있다.

“아버님!

술 한 잔 올리겠습니다.“

인규는 장인어른의 잔에 술을 가득 채운다.

술은 인규가 준비해 가지고 온 와인이다.

평소에 술을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와인을 준비해 온 것이다.

“자네도 한 잔 받게나!”

승재 역시 인규의 잔에 술을 채운다.

승미는 점심을 차리기 위해 자리를 뜬다.

두어 순배의 잔이 돌아가고 나서 인규는 입을 연다.

“아버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응?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 묻는 뜻이 뭔가?“

”이 여사님 말입니다.“

”뭐?

자네가 그것을 어찌 아는가?“

승재는 이양희에 대해서 인규가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란다.

“실은 이여사님은 제 선배님의 누님이십니다.

친 누님은 아니고 사촌누님이신데 대단한 집안이지요.“

”자네가 언제 그런 것을 알게 되었나?“

”실은 아버님을 마중 나갔던 날 비행장에서 두 분이서 눈인사를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웬만한 여자들에게 눈도 돌리시지 않으시는 아버님의 성품을 아는지라 그 누님에 대해서 떠돌던 것을 기억해 내고 사실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런가?”

“무엇이든 사실과는 다르게 소문이 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요.

역시 사실과는 다르게 소문이 무성했던 것 같았습니다.

참으로 불쌍하시고 힘들게 살아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

승재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

사위가 알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아버님!

이여사님과 재혼을 하십시오.“

“내가 재혼은 무슨?

그냥 친구로서만 족하면 그만이지.“

”아닙니다.

친구로서 지내시기에는 두 분이 남은여생이 너무 아깝습니다.

이여사님도 아버님을 좋아하고 계시잖습니까?“

승미가 거실로 오면서 이야기를 듣는다.

“정말 우리 아빠를 좋아하고 계신 분이 있다는 말인가요?”

“아니다!

나서방이 지금 공연한 말을 하고 있다.“

”아빠!

헛튼 말을 할 성빈이 아빠가 아니지요.

그런 사람이 있으시다면 저는 아빠의 재혼을 환영합니다.“

승미는 강한 호기심을 나타내며 묻는다.

“아버님!

처제 때문에 망설이시는 것이라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처제는 저희들이 맡겠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말게!

절대로 우리 승인이를 내 곁에서 떨어트려 놓지 않을 것일세!

내가 재혼을 하기 위해 승인이를 그 누구에게도 맡기는 일은 없을 것이네!“

승재는 기겁을 한다.

“아빠!

그런 생각을 하지 마세요.

이제 아빠도 승인이로부터 자유로워지시고 승인이 역시 아빠와 떨어져 살아가야합니다.

이대로는 아빠나 승인이나 모두 편안하지 않습니다.“

”큰애야!

내 남은 인생은 오직 우리 승인이를 돌보면서 내가 죽은 후에라도 승인이가 고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너희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너희들의 삶을 즐기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아빠!

왜 자꾸만 승인이를 끌어안고 계시려는 것입니까?

저도 승리도 이제는 승인이를 보살필 여유가 있습니다.

언제까지 아빠의 삶을 희생하며 살아가시려고 하시는 것인가요?“

승미는 그런 아빠가 너무나 안쓰럽다.

“절대로 아빠가 희생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니다.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 보람 있고 삶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허지만 아빠!

저는 이제 아빠가 정말 행복하게 살아가시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아빠의 인생을 저희들 때문에 희생하고 계시다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우리만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죄인이 된 기분입니다.“

“승미야!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는 너나 승리가 자신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다.“

”네!

바로 아빠의 그런 마음이 저나 승리의 마음입니다.“

”아버님!

이여사님은 아버님과 친구가 아니라 재혼, 아니죠. 이여사님께는 재혼이 아니고 결혼자체로서는 초혼이지만 결혼을 결심하고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 집안에서는 이여사님의 결혼을 놓고 간섭을 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입니다.“

승재는 딸과 사위를 바라본다.

모처럼의 친정나들이에 자신의 문제로 자식을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서방!

그리고 승미야!

아빠의 재혼문제로 너희들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할 수가 없구나!

오늘은 이쯤해서 이 문제를 덮기로 하자.“

”아버님!

실은 오늘 저희들 그 문제로 온 것입니다.

그리고 처제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제 부친과 상의를 드렸습니다.“

”뭐라고?

그런 당치않은 일을 왜 했나?“

”아버님!

처제를 데리고 들어와 함께 살아도 좋다는 허락이 계셨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아버님의 삶을 힘들게 하지 마시고 재혼을 결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승재는 그런 사위의 마음을 안다.

늘 마음을 써주고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려는 사위의 그 깊은 마음을 모르는 승재가 아니었지만 승인이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 말을 따를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 좀 더 깊이 생각을 해 보자.”

승재는 더 이상 자신의 재혼에 대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글: 일향 이봉우

 

 

 

 

제 53장,

이양희는 시간에 너무 이르지 않게 승재의 집 앞에 당도한다.

이제 더 이상은 승재의 결정을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서 이양희는 승재의 집으로 오는 것이다.

승재가 별 일이 없으면 집으로 들어가 승인이와 점심을 먹고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양희는 집 앞에서 전화를 한다.

마침 승재가 막 집에 들어와 주방으로 들어가려던 참이다.

“양희씨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오?”

“승재씨!

지금 승재씨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집에 있지요?“

”어?

갑자기 왜?“

”함께 점심을 하려고요.

지금 다 왔으니 문을 열어주세요.“

승재는 갑작스러운 이양희의 방문에 당황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느낌이 있고 생각이 있는 승인이다.

“지금..........아, 알았어요.”

초인종 소리에 승재는 아파트의 잠금 쇠를 풀고 문을 연다.

“어쩐 일이요?

사전에 아무런 말도 없이..........“

”미리 말을 하면 허락을 할까요?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나요?“

그제야 승재는 사람을 밖에 세워두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몸을 돌려 들어오라는 표시를 한다.

이양희는 안으로 들어간다.

이양희가 들어서자 승인이는 아빠 뒤로 숨고 얼굴만 내민다.

“승인이지?

나하고 악수할래?“

이양희는 서슴없이 승인이에게 손을 내 민다.

승인이는 아빠를 바라본다.

“승인아, 아빠 친구니까 악수를 해 드려!”

그러나 승인이는 빤히 이양희를 바라보기만 한다.

“승인아!

아줌마하고 악수하기 싫어?

난 승인이하고 친해지고 싶은데 어쩌지?“

승인이는 잠시 사이를 두고 부끄럽다는 듯 손을 내 민다.

“고맙다!

승인이가 아줌마하고 악수를 해 줘서 정말 기분이 좋다.“

“정말 우리 아빠 친구에요?”

“그래, 그러나 이젠 승인이 친구도 되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까?”

승인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 보는 사람은 무조건 경계를 하던 승인이가 이양희와는 금방 친숙해지는 것을 승재는 의아하다는 듯 바라본다.

“아직 점심 먹지 않았지?”

승인이는 또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우리 아빠하고 나가서 맛있는 것을 먹을래?”

승인이는 다시 아빠를 바라본다.

아빠의 허락을 기다린다는 눈빛이 된다.

“승인이 그러고 싶어?”

승인이는 아빠의 물음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승인이가 먹고 싶은 것이 뭔지 말해줄래?”

승재는 말을 해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준다.

“아빠!

형부하고 언니하고 먹었던 것 그거........“

”스테이크 먹고 싶어?“

”응!“

“그렇구나!

승인이가 언니하고 형부랑 아주 맛있게 먹었던 모양이구나?

아빠하고 지금 나갈까?“

”정말?

아빠, 정말 그래도 돼?“

”그러자.

아줌마한테 맛있는 스테이크 얻어먹을까?“

승재는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승인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다.

외출을 할 때 옷을 바꾸어 입고 나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 승인이다.

언제든지 언니 승미로부터 모든 것을 배우며 알아가고 있는 승인이다.

승인이는 정장차림으로 나온다.

“와!

승인이가 그렇게 입으니까 정말 멋지고 아름다워!“

“아줌마!

정말 나 예뻐요?“

”그렇고말고.

너무 예뻐서 사람들이 모두 승인이만 바라볼 것 같은데?

누가 그렇게 입으라고 가르쳐 줬어?“

”큰언니요.

이 옷도 큰언니가 사줬어요.“

“그랬구나?

참으로 멋쟁이 언니다.

승인이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옷도 사주고 근사한 곳에 데리고 가서 스테이크도 사주고 아주 좋은 언니고 멋쟁이 언니구나!“

“네!

큰언니 좋아요.

승인이는 큰언니하고 아빠가 제일 좋아요.“

”그렇겠다.

오늘은 아줌마가 아주 멋진 곳에 데리고 가서 맛있는 스테이크를 살 테니까 어서 나가자.“

이양희는 승인이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는다.

승인이는 거부감 없이 이양희의 손을 마주 잡는다.

이양희는 자신의 승용차로 고급레스토랑으로 승재와 승인이를 데리고 간다.

이미 예약을 해 둔 이양희다.

“이곳 너무 비싼 곳이 아닌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마세요.

승인이와 처음으로 오는 곳입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아름다운 숙녀와 함께 오는 것이 어울리지 않나요?

승인이가 좋아하면 얼마든지 올 수 있는 곳입니다.“

승인이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눈동자가 급하게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들은 룸으로 안내가 되어 들어간다.

“와인하고 최고 고급안심 스테이크로 해 줘요.”

이양희는 거침없이 음식을 주문한다.

“양희씨!

이런 곳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우리네 삶에 승인이에게 너무 호강을 시켜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승재씨!

승인이를 언제까지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승인이의 모습을 보면 누가 어린아이라고 하겠어요?

가끔은 이렇게 세상구경도 시켜주면서 세상과 조금씩 연결을 시켜주는 것이 승인이를 위해서도 훨씬 좋을 것 같네요.“

”아무리 그래도 승인이는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희망을 가져본다고 더 나아질 것도 없지요.“

”그렇지 않을 것 같아요.

상대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승인인데 자꾸 반복을 하다보면 이해를 할 것 같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승재씨!

이제부터 내가 승인이하고 친해져서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반대하는 것은 아니죠?“

”매우 힘들 것입니다.

얼마 가지 못해서 두 손을 들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것은 그때의 일이고 오늘 이 시간이후부터는 승인이를 제게 맡겨주세요.

식사가 끝나시면 승재씨는 혼자 돌아가세요.

승인이와 둘이서 쇼핑도 하고 거리도 거닐며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자신이 있습니까?“

”그것은 제게 맡겨두시고 장사나 열심히 하세요.

가게 문을 닫는 시간까지는 함께 있다가 집으로 가겠습니다.“

이양희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인다.

승재는 그런 이양희의 모습에 안심을 한다.

일단 맡겨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들을 식사를 시작한다.

승인이는 맛있게 먹는다.

“승인아!

맛이 있어?“

승재가 묻는다.

“아빠!

언니가 사 준 것보다 더 맛있어!“

“그렇구나!

우리 승인이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아빠도 너무 맛있다.“

그들은 맛있게 점심을 먹는다.

“승인아!

아빠는 먼저 갈 테니까 아줌마하고 함께 쇼핑도 하고 놀러 다니다가 집에 가도 되겠지?“

”아빠는 가게 가?“

”그래, 아빠는 장사를 해야 하니까 아줌마하고 둘이서 놀러 다닐 수 있지?“

”응!

나 아줌마 좋아!“

승인이는 거부감 없이 이양희는 따른다.

승재가 먼저 떠나고 나서 이양희는 승인이와 백화점으로 간다.

“우리 승인이 가지고 싶은 것 있어?”

“아뇨!”

승인이는 고개를 흔든다.

“승인이 청바지 있니?”

“청바지?”

“그래, 승인이 청바지 입으면 참으로 예쁠 것 같다.

아줌마가 청바지 사줄까?“

이양희는 승인이를 청바지 코너로 데리고 간다.

두 다리가 미끈하고 긴 승인이에게 청바지가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멋지고 고급스러운 청바지를 골라서 입혀본다.

“참으로 아름답구나!

너무 멋져!”

“정말 예뻐요?”

“예쁘다마다.

이제부터 승인이 옷을 아줌마가 사 줘도 되지?“

”아빠한테 물어보고요.“

”승인아!

그런 것은 이제 아줌마가 해도 괜찮아!“

”아빠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그래, 그러니까 이제부터 아줌마는 승인이하고 매일 함께 있을 거야!

그래도 괜찮겠지?“

승인이는 흡족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양희는 승인이와 거리를 거닌다.

승인이의 아이 같은 천진스러움에 모든 시선들이 그녀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양희는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고 승인이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행동을 하며 거리를 거닐며 깔깔거린다.

승인이 역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이양희와 깔깔거리며 거리를 활보한다.

승인이가 태어나서 이렇게 마음 놓고 거리를 거닐어 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승인이는 무언가 자꾸만 기분이 좋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아줌마를 따라서 하는 모든 것들이 즐겁다.

“승인아!

어때? 기분 좋지?“

”응, 신나요.

그리고 재미있어요.“

”그래, 오늘 우리 신나게 놀아볼까?“

이양희는 길거리 음식을 사서 승인이와 함께 먹기도 한다.

떡볶이며 오뎅 튀김 등을 사서 길거리에 서서 먹는다.

“아줌마!

정말 나하고 맨날 같이 있어요?“

”그럼, 아줌마가 매일 승인이한테 갈 거니까!“

“그러다 아빠한테 혼나면 어떻게 해요?”

“걱정하지 마!

아줌마가 아빠한테 말을 해서 허락을 받았으니까 괜찮지?“

”응!

그럼 아줌마 매일 오는 거지?“

승인이는 기분이 매우 좋다.

이양희는 그렇게 승인이와 친해지고 매일 승인이를 만나서 승재의 아파트로 간다.

음식을 하면서도 승인이와 함께 하고 청소와 빨래 그 어떤 것을 해도 승인이와 함께 하면서 하나씩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가르쳐준다.

승인이는 매우 재미있어 하면서 잘 따라한다.

이미 몸은 어른인 승인이다.

자꾸만 같은 것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승인이도 언젠가는 홀로 무엇이든 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양희의 바람이다.

“승인아!

아빠 셔츠는 어떻게 개야 하지?“

”그건 할 줄 알아요.“

승인이는 아빠의 셔츠를 반듯하게 접는다.

“와, 정말 잘하는구나!

이제 승인이가 못하는 것이 없네!

밥도 할 줄 알고 빨래도 잘 정리하고 집안 청소도 아주 잘 해요.“

“아줌마! 승인이도 잘 할 수 있지?“

승인이는 환한 얼굴이 되어 이양희의 칭찬에 만족스러워한다.

글: 일향 이봉우

 

 

 

 

제 54장,

승재는 그저 싱글 벙글이다.

집에 들어가기만 하면 사람 사는 냄새로 꽉 차있는 집안의 모습이다.

현관문을 열기만 하면 맛있는 냄새가 코를 진동하고 승인이의 웃음소리가 승재의 마음을 더욱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늘 이양희가 와 있는 집은 너무나 따뜻하고 즐겁다.

이양희는 승인이와 너무나 잘 어울리고 승인이의 마음을 살피면서 기분을 맞추어가며 모든 것을 하나씩 가르쳐 나가고 있다.

“승인아!

오늘은 우리 김치를 담가볼까?“

”김치?“

”그래, 아줌마가 지난번에 가르쳐 주었지?

김치를 담그려면 뭐가 있어야 하는지 말해 볼래?“

승인이는 한참을 생각한다.

“음, 아, 고춧가루.”

“그래, 그리고 또 뭐가 있는지 생각해 볼래?”

“아, 배추 또 마늘 그리고...........”

“배추가 있으면 뭐가 있어야 하지?

그걸로 깍두기도 하고 그러는 것인데.“

”무!“

”맞았어요.

그리고 생각나는 것이 뭐가 있을까?“

”소금하고 새우젓 맞지요?“

”정말 이제 우리 승인이 혼자서도 김치를 담글 수 있겠네!

조금만 더 하면 아줌마 없이도 김치를 담을 수 있겠지?“

”정말?

정말 승인이가 할 수 있어요?“

”우리 마트에 가서 지금 생각한 것들을 모두 사올까?“

”네!“

승인이의 표정은 자신 만만해 보인다.

이양희는 승인이를 데리고 가까운 마트로 간다.

이미 마트에서는 자주 가는 그녀들을 알아본다.

이제 주변에서는 그런 승인이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이 줄었다.

“승인아!

아까 말을 했던 것들을 담아봐야지?“

”네!“

승인이는 조금씩 생각을 해 가면서 물건들을 하나씩 담는다.

그럴 때마다 이양희는 칭찬해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저기 생강도 있네!”

이양희의 말을 듣고 두리번거리며 생강을 찾는다.

이양희는 그런 승인이를 못 본 척 내버려둔다.

자신이 알아서 찾아서 가지고 오기를 기다려주는 것이다.

승인이는 한참을 생강을 찾아서 헤맨다.

생강이 무엇인지 생각이 나질 않는지 눈앞에 보이는 것도 알지 못하고 헤매던 끝에서야 간신히 생각이 났다는 듯 생강을 집어 들고 냄새를 맡고 나서 확신을 하는 것 같다.

“이거 생강..........”

“그래, 맞았어!

아주 잘 찾았어!“

승인이의 얼굴은 만족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인가를 한 가지 해 내고 나면 자신조차도 만족함을 느끼는 승인이다.

물건을 거의 다 구입을 했다.

재료는 한 가지씩만 구입을 한다.

한꺼번에 두세 가지를 구입하면 승인이로서는 혼란스럽고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자 이제 다 됐지?”

“네!”

“그럼 계산을 해 볼까?”

계산대로 향해서 간다.

물론 승인이가 돈 계산을 할 줄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양희다.

그러나 금액을 승인이의 손으로 돈을 내 주는 연습을 시킨다.

그리고 거스름돈을 확인시켜주는 이양희다.

그렇게 이양희는 지치지도 않고 한가지씩을 계속적으로 반복연습을 통해서 승인이의 지적능력을 일깨워주려는 노력을 한다.

이양희의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승인이는 조금씩 자아를 일깨워가고 있다.

승재는 그런 승인이의 모습을 보면서 이양희에 대한 고마움과 믿음이 생겨난다.

“양희!

정말 당신에게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소.“

”승재씨!

그런 것을 말로 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제 이 집안에서 내 자리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아닌가요?“

“정말 이젠 당신이 없으면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오.

우리 승인이는 나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다는 생각만을 해 왔을 뿐이오.“

”승재씨!

우리 결혼식은 올리지 말았으면 해요.

그냥 이대로 내가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어때요?“

”그래도 당신은 결혼식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소?

그리고 내가 청혼을 하지도 못한 상태인데 그래도 되겠소?“

”당신은 이미 마음속으로 수없이 나에게 청혼을 했어요.

그리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당신과 내 마음이 서로 변치 않고 우리 가정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가며 가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날을 잡아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도록 해요.“

”나야 고마운 말이지만 당신이 서운하지 않겠소?“

”서운 할 것 없습니다.

우리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당신 형제분들과 아이들이 한번 만나서 서로 인사를 하는 것으로 당신과 내가 부부로 맺어진 것을 축하받으면 됩니다.“

”고맙소!

내게 이렇게 다가와준 당신이 너무 고맙소.“

승재는 이양희의 손을 꼭 잡는다.

그리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한 몸을 이루어 나간다.

사실 이양희가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사위인 나인규의 도움 때문이었다.

나인규는 이양희를 찾아가 만나 자신의 마음과 큰딸과 둘째 딸의 마음을 전하며 승재에게 향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인가를 확인하고 뒤를 밀어주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이양희는 자식들의 승인을 받고 나서 큰 용기를 내어 승재의 집으로 찾아간 것이다.

막상 부딪치고 나니 막내딸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자신이 보살펴주어야 할 딸처럼 생각이 되어 진심을 다하며 승인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한 것이다.

승인이는 생각보다 잘 따라와 주고 끈기 있게 자신이 가르쳐주는 모든 것을 받아드린다.

어렵고 힘들 것이라고 마음의 각오를 한 이양희로서는 참으로 즐거운 일이 된다.

같은 눈높이를 가지고 다가가 보니 너무나 순수하고 맑은 영혼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자신의 마음 역시 순수하게 다스리게 된다.

양가가 만날 날짜와 장소가 잡힌다.

승미는 떨리는 가슴으로 그 날만을 기다린다.

미리 집으로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고 아빠의 행복한 시간을 조금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정식으로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하며 기다린다.

나회장과 홍수의 역시 기뻐하며 축하를 한다.

며느리의 친정아버지가 대기업의 사위가 되는 것이다.

나회장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이양희는 번잡스러운 곳을 피해서 장소를 정해주신 어머니의 마음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승재하고 미리 부모님만을 만나서 인사를 드리고 난 이후였다.

박여사 역시 승재를 보고 마음이 흡족해진 것이다.

장애를 가진 딸아이를 맡아서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일이기는 하지만 박여사로서는 이것저것을 따지고 고를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한다.

더구나 잘 알고 있는 기업의 총수 며느리가 큰 딸이고 작은 딸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가 되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마음이 더욱 흡족해진다.

박여사는 딸을 부른다.

이미 남자의 집에서 살고 있는 딸임을 알고 있지만 조용하게 딸을 부른다.

이양희는 어머니의 부름을 거부할 수가 없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승인이를 설득을 시키고 집에 두고 나선다.

어머니가 기다리실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부모님의 집으로 간다.

“어서 오너라!”

박여사는 딸을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양희야!

이제 우리는 네 걱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아무런 걱정도 하실 일이 없으실 것입니다.“

”그래!

그리고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네가 이렇게 좋은 배필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고맙구나!“

박여사는 딸의 손을 잡아준다.

잠시 딸의 손을 만져주던 박여사는 문갑에서 뭔가를 꺼내어 딸에게 밀어준다.

“이것을 간직하거라!”

“이것이 뭔가요?

저는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양희야!

상속권을 따지자면 이보다 더한 것도 가지고 갈 수 있겠지만 어차피 너희들은 사업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살아갈 것이 아니냐?“

“네!

그저 저희들 능력대로 살아갈 것입니다.“

”이것은 엄마가 친정에서부터 가지고온 것이다.

제주도에 농장과 땅이 있다.

그리고 엄마가 가지고 있던 현금을 네게 모두 준다.“

”엄마!

이러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런 욕심도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아낙으로 살고자 합니다.“

”양희야!

네 마음 어미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너를 위해서 어미가 해주고 싶은 것을 막을 생각을 하지 말거라!

가평에 있는 별장도 이미 네 명의로 이전이 되었고 이 제주도 농장과 땅 역시 네 이름으로 이전을 해 놓았다.

그리고 이 현금은 네 통장으로 모두 이체를 해 두거라!“

박여사는 딸이 그룹과는 상관없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아무런 곳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최대한의 배려를 베풀어주면서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엄마!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많은 재산을 가져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그저 먹고 살 수 있는 것만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양희야!

엄마는 이제 네가 고생을 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것을 볼 수가 없다.

네가 이 그룹을 떠나 네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최소한의 네 몫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엄마가 가진 것을 딸인 네게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그것은 이 그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들이니 네가 받는다고 해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다.

그저 엄마의 마음이려니 하고 지니고 있으면 된다.“

이양희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자신이 살아왔던 이십 여 년의 세월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게 살아오셨던지 엄마의 늙은 모습을 보면서 가슴아파했던 것이다.

“엄마!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그러나 이 이상의 그 어떤 것도 더 이상은 받지 않겠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제게는 너무나 많은 재산입니다.“

“오냐!

네 마음을 어미도 잘 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기면 네 오빠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모든 어려움을 혼자서 겪으며 살아가려는 생각을 하지 말거라!

네 오빠들은 언제고 네가 도움을 청하면 무엇이든 들어줄 것이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아마 도움을 청하면서 살아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양희는 엄마의 걱정을 알고 있다.

“엄마!

이제는 저를 위해서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세요.

이제는 예전처럼 아무렇게나 인생을 살아가지 않겠습니다.

그룹의 일원이 아닌 저는 저 개인으로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제 남은 생애를 모두 걸 수 있을 정도로 참으로 좋은 사람이고 진정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그래, 엄마도 이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겠다.

너만 행복하다면 그리고 너만 만족스러운 삶으로 살아갈 수가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우리 그룹 그 누구도 네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양희야!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고 있는지 알지?“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저를 사랑하시기에 그런 어려운 일도 모두 참아주셨다는 것도 압니다.

또한 끝까지 저를 버리지 않으시고 기다려주신 것에 대해서도 감사드립니다.“

박여사는 가만히 딸을 끌어안는다.

그렇게 오랜 시간 모녀는 서로의 가슴에 숨결을 느끼며 사랑을 전한다.

그렇게 이양희와 차승재의 결합은 양가가 모인 자리에서 인정을 받는다.

조용하고 화기애애한 모임이었다.

양가 모두 흡족하고 서로가 만족스러운 상대라는 것을 인정하고 흐뭇해한다.

승재의 형님부부는 더욱 흡족해한다.

오랜 세월 혼자 몸으로 세 딸을 키워낸 시동생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지금 이런 행복한 순간들이 있으리라 누가 생각을 했을 것인가?

큰 형수인 오화영의 눈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돌아가신 시어머님께서 얼마나 가슴 아파하시며 눈을 감으셨던가 하는 생각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

 

 

 

 

제 55장,

이양희는 커피향의 향긋한 냄새에 눈을 뜬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커피향이 날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몸을 일으켜 침대로 내려와 가운을 걸친다.

남편은 아직 세상모르고 곤하게 잠이 들어 있다.

늦게까지 진한 육체의 향연을 벌이느라 땀을 쏟았던 것을 생각하니 행복하기도 하고 조금은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방문을 열고 나선다.

거실로 나오니 더욱 진한 커피향이 느껴진다.

“응?

이 커피향이 뭐지?“

주방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인다.

“내가 주방에 불도 끄지 않고 잤나?”

주방으로 들어서니 승인이가 뭔가를 한다.

“승인아!

잠 안자고 뭐하고 있어?“

”엄마!“

승인이는 뭔가를 들킨 사람처럼 양희를 바라본다.

“뭐하고 있는 거야?”

“아빠하고 엄마하고 일어나시면 드리려고.........”

토스터기에는 빵이 구워지고 있다.

이양희는 주방을 둘러본다.

커피가 내려져있고 계란 프라이가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 우리 승인이가 아침 준비를 하고 있니?”

“네!”

“네가 커피를 내렸어?”

승인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세상에!

이제 우리 승인이가 커피를 내릴 줄 알고 아침 준비를 할 줄도 아네!“

이양희는 승인이를 칭찬해 준다.

시간이야 어찌 되었던 혼자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한 것이 기특하고 많은 발전을 보이는 것이기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아빠를 깨워서 아침을 드시라고 해야겠다. 그치?”

승인이는 고개를 끄덕이면 해맑게 웃는다.

승인이는 언니인 승미의 설명으로 엄마라고 부른다.

아빠와 결혼한 것이라고 말을 하니 승인이는 이내 수긍을 한다.

이양희는 그런 승인이를 더욱 사랑하고 있다.

양희는 안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어 있는 승재를 깨운다.

“일어나 보세요.

우리 승인이가 당신과 나를 위해서 아침을 준비해 놨어요.“

승재는 양희의 말뜻을 알아듣기까지 잠시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뭐라고 했소?

승인이가 아침을 준비하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다는 말이요?“

“그러니까 어서 나가보세요.

승인이가 혼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니까요.“

승재는 아내의 말이 믿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이고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급하게 옷을 입고 방을 나선다.

이미 온 집안에 향기롭게 퍼져 있는 커피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있다.

승재는 주방으로 들어가 본다.

승인이는 아빠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열심히 식탁을 꾸민다.

나름대로 멋을 내며 정성스럽게 꾸미는 식탁이다.

"우리 승인이가 아침을 준비했어?“

승재의 말에 승인이는 아빠를 바라본다.

“정말 승인이 혼자서 식탁을 준비한 거야?”

승인이는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아빠의 칭찬을 기다리고 있다.

식탁은 이미 구워진 빵과 계란 프라이와 쨈과 냉장고 안에 있던 과일들이 예쁜 그릇에 담겨져 놓여 있다.

“승인이가 커피도 내려놓았어요.”

“우리 승인이가 커피를?

정말 우리 승인이가 혼자서 커피를 내렸다는 말이요?“

”그럼요!

커피 향 때문에 잠이 깨었지요.

정말 이제는 우리 승인이가 못하는 것이 없어요.“

“승인아!

우리 승인이가 정말 잘 했구나!

정말 장하고 아빠는 기분이 너무 좋다.“

승재는 승인이의 손을 꼭 잡아준다.

“아빠!

정말 좋아?“

”암!

좋다마다.

아빠는 우리 승인이가 이렇게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아빠!

승인이 잘 할 수 있지?“

“그럼, 잘 할 수 있다마다.

너무 잘 했어!“

“이젠 승인이도 자리에 앉아!

엄마가 나머지는 할 테니까 자리에 앉아서 엄마가 하는 것을 잘 봐둬!

알았지?“

“네!”

승인이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는다.

양희는 커피 잔을 내려 각자의 앞에 놓는다.

그리고 빵에 잼을 바를 수 있는 식기들과 포크와 나이프도 챙겨 식탁을 세팅한다.

“오늘은 승인이가 준비한 대로 먹도록 해요.

다음에 스프를 준비하는 것을 또 가르쳐주어야겠어요.“

”정말 가르쳐주니까 제대로 할 줄 알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당신이 우리 승인이를 많이 일깨워준 것 같아 고맙소.“

”고마울 것도 없습니다.

승인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어요.“

그들은 이른 아침부터 기분이 들떠있게 된다.

“승인이 아빠!

커피 맛을 좀 보세요.

커피가 아주 맛이 좋아요.“

승재는 아내의 말을 듣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특별하게 맛이 있는 커피다.

“어?

정말 커피가 아주 맛이 좋으네!

우리 승인이가 커피를 내리는 비결이 있나?“

승인이는 고개를 젓는다.

“엄마가 가르쳐주신 대로 했어요.”

“그랬니?

그런데 내가 내린 것보다 훨씬 맛이 좋다.

아무래도 우리 승인이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는 모양이에요.

지금까지 아무도 그런 것을 발견하지 못해서 그렇지 우리 승인이에게 숨겨진 재능이 참으로 많은 것 같아요.“

승재 또한 그런 승인이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놀라고 있다.

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 아기라고만 생각을 하고 아무것도 가르치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고 하라고 시켜본 적도 없다.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

무엇이든 자신이 다 해주어야만 하는 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무엇이든 다 해주곤 했었다.

그러나 아내인 양희의 생각은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얼마 가지 않아서 힘들고 지칠 것이라는 생각만을 했던 승재는 승인이의 숨어 있는 재능에 놀란다.

“승인이 아빠!

그것은 승인이의 재능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내지 못해서 아무도 승인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세요.

우리 승인이는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비록 발달장애를 가졌다고 해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요.

다른 사람보다 늦는다는 것뿐입니다.“

”당신 생각이 옳았소.

우리 승인이도 무엇이든 차근차근 가르쳐주면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오늘 아침은 정말 우리 승인이가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오.“

승재와 양희가 칭찬을 해 주자 승인이는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자신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심어지는 표정이다.

승재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승인이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아내의 말에 적극적인 찬성을 한다.

이제 그들은 승인이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을 바꾼다.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보다 조금은 성숙한 여인으로서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바꾸어 나갈 계획을 세운다.

“승인이 아빠!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건방지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이양희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무슨 말이요?

당신이 언제 한 번이라도 틀린 말을 한 적이 있소?“

”이제부터 당신이 가게를 그만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가게를 그만두라고요?

무슨 뜻이오?“

”이제 가게를 하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굳이 당신이 그런 험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

승재는 아내의 말뜻을 알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지금부터라도 승인이를 위해서 당신이 다시 그림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

이제 새삼스럽게 무슨 그림을 그린다는 말이요?

붓을 놓은 세월이 얼마인데.........“

“반드시 화가로서 대성을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승인이에게 장사꾼의 아버지 모습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승인이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그런 아빠가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

”그러려면 우선 집을 옮겨야겠지요.

가평에 있는 별장으로 이사를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래층에는 살림집으로 하고 이층을 승인이와 당신의 화실로 꾸며서 되도록 많은 시간을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하면서 함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은 그런 우리 두 사람의 뒷바라지를 하고 말이오?“

”그럼요!

얼마나 근사하고 아름다운 일인가요?“

”당신이 너무 고생스럽지 않겠소?

가게를 접는다고 해도 생활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겠지만 당신이 승인이와 나 때문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묶여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소?“

”그것을 묶여 산다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자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하고 제일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는 내가 그렇게 살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일이겠어요?“

승재는 그런 아내의 마음이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은 그 문제를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 승재의 나이도 장사를 하기에는 힘에 겹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다.

굳이 악착스럽게 장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림을 다시 그리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던 승재로서는 선뜻 아내의 말에 따른다는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제 와서 다시 그림을 그릴 수가 있을 것인가?

그림에 몰두할 수 있을 정도의 정열과 소질이 남아 있기나 한 것인가를 생각한다.

이양희는 그런 승재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

화가로서 명성보다는 승인이를 생각하는 아빠의 마음으로 화필을 잡으라는 충고를 해 준다.

승재는 오랜 시간을 고심한다.

이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임을 승재자신도 알고 있지만 다시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자꾸만 자신이 서질 않는다.

승재는 일단 가게를 정리하기로 결심을 한다.

참으로 오랜 세월 생계를 유지하고 딸 셋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던 가게다.

이제 그 가게를 정리하려고 하니 마음이 조금은 허전해지는 기분이다.

그러나 다행한 것이 함께 가게에서 오랜 세월 일을 해왔던 김씨가 가게를 인수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 비친다.

승재는 다른 사람보다 성실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김씨에게 가게를 넘겨주기로 한다.

그렇게 된다는 주인이 바뀐 것을 굳이 설명을 하지 않고서도 가게는 그대로 운영이 될 것이고 단골 역시 꾸준히 찾아줄 것이다.

다행히 김씨는 그 정도의 자금을 모아놓고 있었다.

승재는 결정을 하고 나서 물건을 구입하는 일로 인해 김씨와 함께 새벽에 시장을 나가 가르쳐주며 모든 것을 꼼꼼하게 알려준다.

조금씩 모든 것이 김씨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제 내가 나오지 않아도 혼자서 할 수 있겠죠?”

“사장님!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권리금도 받지 않으시고 모든 것을 하나하나 알려주시고 정말 뭐라 감사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해서 꼭 돈을 버십시오.

부지런하기만 하면 반드시 원하는 만큼의 돈을 벌수가 있습니다.“

”네, 반드시 저도 사장님처럼 이 가게에서 돈을 벌고 나가겠습니다.“

승재는 이제 마지막 날을 보내기 위해 가게 안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참으로 오랜 세월을 지내왔던 곳이다.

그렇게 둘러보고 나서 막 가게를 나서려는 참인데 누군가 승재의 앞을 막아선다.

누군가가 아니라 전동휠체어다.

승재가 피하려고 몸을 돌리자 다시 휠체어가 승재의 앞을 막는다.

승재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람을 유심히 살핀다.

글: 일향 이봉우

 

 

 

 

제 56장,

승재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면서 다시 그 사람을 본다.

김용훈!

자신의 기억이 맞는다면 분명한 김용훈이다.

“안녕하세요?

저를 기억하시겠지요?“

”자네, 김용훈이 맞나?“

”네!

김용훈입니다.“

김용훈은 자신의 몸에 맞춘 맞춤형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그것도 전보다 당당한 모습의 김용훈의 모습이다.

“참으로 오랜 만일세!

건강은 어떠하신가?“

”건강은 많이 좋습니다.

혹시 어디를 가시는 길이십니까?“

”아, 아닐세!“

”제가 모시고 싶습니다만 허락을 해 주시겠는지요?“

승재는 잠시 사이를 두고 생각을 한다.

거절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근처 조용한 곳으로 갈까?”

“아닙니다.

오늘은 제게 시간을 주십시오.“

김용훈은 그런 말을 하고 먼저 전동차를 움직인다.

승재는 그런 김용훈의 뒤를 따라간다.

잠시 한 사내가 오더니 김용훈을 안아 고급 승용차에 태우고 전동휠체어를 트렁크에 싣고 나서 승재가 차에 타기를 기다린다.

“타십시오.”

김용훈 또한 승재가 타기를 기다리고 있다.

승재는 김용훈의 옆자리로 탄다.

차는 이미 약속이 되어 있다는 듯 묻지도 않고 출발을 한다.

워낙 고급승용차라 그런지 승차감이 좋고 편안하다는 생각을 한다.

차는 멀리 가지 않고 별로 멀지 않는 곳에 고급 일식집 앞에 정차를 한다.

차가 정차를 하자 승재는 먼저 내리고 김용훈 또한 기사가 준비해 놓은 전동휠체어에 태워진다.

그리고 익숙한 곳인 듯 김용훈을 능숙하게 휠체어를 조절하면서 음식점 안으로 들어간다.

이미 한두 번 온 곳이 아닌 듯 종업원은 김용훈을 안내해서 들어간 곳은 특별석으로 되어 있는 예약석이다.

이미 예약주문을 했던지 곧 이어서 싱싱한 회가 나온다.

용훈은 따끈한 정종을 승재의 잔에 따른다.

“아버님!

이런 날을 고대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런가?

보기에는 상당히 성공을 한 것 같으이!“

“네!

사업에 성공을 해서 돈을 벌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승인이를 데려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으러 왔습니다.“

”아직도 승인이를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네!

단 한 순간도 승인이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승인이를 보호하면서 함께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습니다.

아버님!

비록 무릎을 꿇을 수 없는 몸이지만 마음으로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허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결혼을 하겠다는 말인가?“

”네!

허지만 저희들 결혼은 그냥 결혼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야 말씀을 드리는 것이지만 저는 육체뿐만이 아니라 이미 남성으로서도 구실을 상실당한 병신입니다.“

“.............................”

승재는 충격을 받는다.

“승인이는 영원한 어린아이로 세상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런 승인이와 결혼을 해서 저희들 소꿉장난처럼 그렇게 살아가겠습니다.“

”허, 참으로 할 말이 없네!

과연 그런 삶이 가능한 것인지............“

“아버님!

저를 믿어주십시오.

승인이를 동생처럼 피붙이처럼 돌보면서 평생의 반려자로 살아갈 것입니다.

승인이를 위해서 이미 건물을 지을 대지도 마련을 했습니다.“

”그것은 무슨 말인가?“

”승인이를 위해 삼층 건물을 짓고 맨 아래층에는 승인이의 그림을 전시할 갤러리를 꾸미고 이층에는 승인이의 미술작업실을 꾸며서 승인이가 아무런 고통도 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미 그것을 위한 청사진도 모두 나와 있습니다.“

승재는 그런 말을 하는 용훈이의 모습을 자세히 본다.

참으로 열정적이고 확고한 신념이 넘쳐나는 용훈이의 모습이다.

“우리 승인이는 결혼생활을 할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나?”

“네!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결코 결혼생활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대로 소꿉장난을 하며 곁에서 보살펴주며 함께 평생을 살고자 함입니다.

이제는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금 자네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가 있네!

허나 우리 승인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다면 내가 허락을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 아닌가 싶네!“

“아버님!

승인이를 만나게 해 주십시오.“

”우리 조금 생각할 시간을 갖고 조금만 생각해 보기로 하세!

그리고 일단은 내가 승인이의 마음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고.“

“승인이의 마음을 제가 설득을 하겠습니다.

아버님만 허락을 해 주신다면 승인이의 마음을 제가 설득할 자신이 있습니다.“

승재는 할 말이 없다.

딱 부러지게 무엇이라고 말을 할 수 없다.

남성으로서의 기능마저 상실당한 사람에게 그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 것인가?

“용훈군!

자네가 얼마나 승인이를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를 알겠네!

허나 이 문제는 지금 나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닐세!

그동안 나도 재혼을 해서 지금은 승인이를 친자식보다 더 사랑하고 있는 승인이 엄마가 있기 때문에 가서 승인이 엄마하고도 상의를 해 봐야하겠네!

그러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연락을 기다려주었으면 하네!“

“네!

기다리겠습니다.

아버님의 마음을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김용훈은 안주머니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 승재에게 드린다.

“저희 연락처입니다.”

승재는 김용훈의 명함을 받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커다란 자재상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을 가지고 있음을 본다.

“주로 어떤 자재들을 취급하시는가?”

“네!

취급하는 품목은 미술 분야의 모든 물건들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미술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어서 승인이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그 쪽에 관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미술에 관한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빼놓지 않고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고 미술품의 판매나 구입도 하고 있고요.“

“그런가?

그 정도로 우리 승인이를 생각하고 있었나?“

“네!

반드시 승인이와 일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승인이를 떼어 놓고 제 인생을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승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내와 의논을 해야겠지만 예전의 김용훈이 아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사내로서의 힘과 박력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승재는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김용훈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늦으셨네요.”

양희가 문을 열어주면서 상냥스럽게 맞이한다.

미리 전화를 해서 저녁을 먹고 들어온다는 말을 했지만 생각보다 조금 늦은 시간이다.

“좋은 일이 있으셨어요?”

남편의 표정을 살피던 이양희는 표정에서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차를 한 잔주시겠소?”

“네!

준비를 하겠습니다.“

이양희가 차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승재는 간편한 옷을 바꾸어 입고 침대위에 걸터앉아 다시 김용훈에 대한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하세요?”

“으응?”

아내의 음성에 승재는 현실로 돌아온다.

“무슨 생각을 하기에 몇 번을 불러도 몰라요?”

“그랬소?

내가 잠시 깊은 생각 속에 빠졌던 모양이오.“

승재는 아내가 준비해 온 인삼차로 입안의 축인다.

“여보!

승인이에 대한 이야기요.“

승재는 차근차근 김용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때 단호하게 결혼을 반대를 했었소.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이었소.“

”그러고 보면 정말 우리 승인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 같네요.“

”참으로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소.

헌데, 오늘 들은 이야기지만 남자로서 구실을 하지 못한다고 하오.“

”네?

그러면 성기능을 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닌가요?“

”그런 모양이오.

그러니 함부로 반대를 하기에도 마음이 안쓰럽고 그렇다고 승인이를 결혼을 시키자니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소?“

”왜 승인이를 결혼을 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해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승인이가 성적으로 아무런 호기심도 갖지 않고 순수한 채로 살아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사람들의 결혼생활과는 달리 정신적인 부부로 맺어지면 아름답지 않을까요?“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겠소?“

”여보!

일단 그 청년을 집으로 초대를 해 보지요.

우리 승인이의 반응이 어떤가도 살펴보고 내가 그 사람을 더 자세히 보면 그 사람의 진심을 어느 정도는 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양희는 김용훈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는다.

오랜 세월 오직 한 여인을 향해서 사랑의 감정이 시들지 않고 그 여인과 살아갈 수 있는 모든 여건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을 청년의 모습이 궁금한 이양희다.

육체적인 것을 떠나 정신적인 부부로만 맺고 싶어 하는 순수한 청년의 모습이 과연 얼마나 진솔하고 아름다울 것인가를 생각한다.

“여보!

어차피 잘 된 일이 아닐까요?

그 두 사람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 우리가 함께 데리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사람 부모가 허락을 해 줄지 그것도 생각을 해 봐야지.

그리고 모든 것을 우리 편리한 대로만 하려고 하면 안 될 것 같고........“

“그렇지요.

우리 편리한 대로 하려는 것이 아니고 어차피 정상적인 사람들도 아니고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니 그래도 친정엄마격인 내가 제일 편안할 것이 아닌가 싶어요.“

”당신은 자꾸 고생을 자처하려고 하지 마시오.

두 사람을 보살펴준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오.“

그들은 잠을 잘 것도 잊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양희로서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김용훈의 등장이 너무나 기쁘다.

이대로 결혼조차 하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승인이의 모습보다는 그래도 누군가와 짝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를 생각하니 기쁜 생각이 앞선다.

“여보!

마침 모래가 주말이니 집으로 오라고 해요.

내일 시장을 보아 음식도 준비하고 우리 승인이도 조금은 꾸미고 하면서 준비를 해요.“

”당신이 힘들지 않겠소?“

”힘들 것이 뭐가 있어요?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오는 것만큼 축복받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더구나 우리 승인이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좋은 일이지요.“

”고맙소!

언제나 당신을 보면 그동안 내가 어떻게 혼자 살아왔나 하는 생각이 드오.

참으로 당신은 대단히 좋은 사람이오.“

“호호호..........

당신의 그 칭찬 정말 너무 좋은데요.“

양희의 말에 승재 또한 큰 소리로 웃는다.

그리고 다음날 용훈에게 전화를 해서 오라는 말을 한다.

승재의 전화를 받은 김용훈은 기쁨에 겨워 얼굴이 벌개진다.

얼마나 기다리고 꿈을 꾸던 순간들이었나?

이런 날들을 기다리며 오랜 세월 일을 하며 악착스럽게 돈을 모아온 용훈이다.

용훈의 어머니 유자경 역시 아들처럼 좋아한다.

유자경은 아들이 성적인 불구라는 것을 알지 못했었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유자경으로서는 천청 벽력같은 소식이었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실을 도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들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 오직 승인이와 다시 만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유자경은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오랜 세월 아들을 지켜본 것이다.

글: 일향 이봉우

 

 

 

 

제 57장,

유자경은 승재의 연락을 받고 기뻐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덩달아 마음이 기쁨을 느낀다.

승인이가 아니면 평생을 홀로 외롭게 살아가겠다는 아들이다.

누가 아들의 배우자로 오겠는가?

정상인도 아니고 부부로서의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도 없는 아들이다.

그런 아들이 오직 사랑하는 사람은 어린아이 같은 승인이다.

어쩌면 그것은 이미 숙명적인 만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유자경이다.

유자경은 정성을 다해서 승인이의 집에 가져갈 음식을 준비한다.

남들처럼 고기나 과일을 사서 보내면 편하고 좋겠지만 그러한 것들 보다는 자신의 온 정성이 들어간 음식으로 준비를 해서 보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유자경은 갈비를 사서 재우고 떡을 좋아한다는 승인이를 위해서 정갈하게 떡을 맞춘다.

보기에도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과 맛 또한 뛰어난 찹쌀떡을 맞춘다.

또한 정성을 다해서 소고기를 듬뿍 넣은 소고기 잡채를 준비한다.

유자경만의 솜씨가 들어 있는 잡채는 일반 잡채하고는 달리 연하고 품질이 좋은 부위의 소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고 부추와 색색의 파프리카를 넣은 잡채다.

각 색깔마다 향이 다르고 영양성분이 다른 파프리카의 향긋한 향들과 부추와의 만남이 잘 어우러지고 연하고 맛좋은 부위의 소고기의 맛이 잡채의 맛을 한층 더 살려주고 있다.

유자경은 값진 그릇들에 보기 좋게 담는다.

정성을 다한 엄마의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음식들이다.

“용훈아!

네가 이태리에 가서 사가지고 온 와인 남아 있지?“

”네!“

”곱게 포장을 해서 가지고 가거라!

이 음식들과 잘 어울릴 것이다.“

“엄마!

고맙습니다.

엄마의 이런 정성을 보아서라도 반드시 허락을 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엄마도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서 준비를 했다.

실수하는 일없이 잘 하고 오기를 빈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기사가 들어와 물건들을 가지고 내려간다.

말이 기사이지 용훈이의 모든 것을 돌봐주는 수족인 사람이다.

“늦지는 않겠지?”

“사장님!

시간은 충분합니다.“

마음이 초조한 용훈이는 늦을까 싶어 마음이 쓰인다.

이미 승인이의 집을 알아두고 온 기사였다.

용훈이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수족과 같은 사람의 세심한 배려였다.

“오늘은 아주 멋지십니다.”

“멋지긴?

아무리 그래 봐도 장애인의 모습이지.“

“사장님!

육체의 장애를 가진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멀쩡한 육체를 가지고 정신적인 불구로 살아가는 많을 현대인들이 참으로 딱하지요.

사장님께서 못하시는 것이 뭐가 있습니까?

많은 종업원을 거느리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근사하고 멋진 것인줄 아십니까?“

”그렇게 말을 해 주니 용기가 납니다.

내 곁에서 그런 말로 용기를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기도 하고.“

”용기를 드리려고 하는 말씀만은 아닙니다.

정말로 제가 느끼고 바라보는 사장님의 모습입니다.“

“고맙소!

늘 그렇게 용기를 주는 박기사가 있어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지.“

김용훈은 늘 그렇게 자신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있는 박기사의 말에 힘을 얻는다.

자신을 위해서 모든 정성을 아끼지 않고 있는 사람이다.

언제나 거짓이 없고 솔직하며 정직한 사람이기에 벌써 십여 년을 넘게 함께 곁에서 자신을 돌봐주고 손발이 되어 주는 사람인 것이다.

“다 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시면 바로 현관문이니까 고생하실 것도 없습니다.“

박기사는 전동휠체어를 내려 놓고 용훈을 안아서 태운다.

그리고 모든 물건들은 조심스럽게 들고 용훈의 뒤를 따라간다.

전동휠체어는 높낮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모든 것이 마음대로 작동을 할 수 있게 특별이 제작이 된 것이기에 불편할 것이 없다.

잠시 뒤에 엘리베이터가 멎고 그들은 내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벨을 누른다.

기다리지 않고 곧 바로 현관문이 열린다.

승재가 문을 열고 용훈을 맞이한다.

“어서 오시게!”

“초대를 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박기사는 물건을 안으로 들여놓고 조용하게 나간다.

“무엇을 이렇게 준비를 해 가지고 오셨는가?

그냥 와도 되는 것을.“

“모친께서 준비를 해 주셨습니다.”

“아, 이런?

우리가 너무 염치없는 사람이 되었군!

어서 들어오시게!“

승재는 용훈이 들어오도록 몸을 비켜서며 주방으로 가서 아내를 부른다.

“여보!

손님이 오셨으니 나와 보시오.“

양희는 앞치마를 벗고 물 묻은 손을 닦으며 나간다.

“어서 오십시오.”

“처음 뵙겠습니다.

이렇게 초대를 해 주시어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와 주시고 볼 수 있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몸이 이렇지 않으면 아버님과 어머님께 절을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을 이해를 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음으로 두 분께 큰 절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 절을 소중하게 받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세요.

차를 준비해서 가지고 오지요.“

이양희는 잠시 본 김용훈의 인상이 마음에 든다.

참으로 진지하고 거짓이 없어 보이는 순수하고 맑은 인상이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 젊은 사람으로 저런 맑고 순수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 것인가?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진하게 다린 홍삼차에 꿀을 넣는다.

거실로 가지고 나간다.

용훈이는 두리번 거리며 승인이의 모습을 찾고 있다.

“승인이가 보이지 않지요?”

양희는 그런 용훈이의 모습을 보며 찻잔을 놓으며 묻는다.

“네!”

용훈이는 자신의 마음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나타낸다.

“조금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을 하면 곁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모릅니다.“

“아, 네!

기억이 납니다.“

그제야 용훈은 그런 승인이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런데 어머님께서 너무 정성을 다 하시어 음식을 해 보내셨네요.

참으로 감사하고 염치없는 일입니다만 맛있게 먹겠다고 전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제 모친께서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참으로 오랜 세월을 한 여인만을 생각하며 성공을 향해 나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인데 대단한 노력을 했습니다.“

”어머님!

그런 꿈과 희망이 없었다면 오늘의 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오직 승인이만을 향하는 제 마음이 없었다면 저는 수없이 쓰러졌을 것입니다.“

“내가 알기로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승인이를 그렇게 믿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믿었습니다.

승인이 뿐만이 아니라 아버님을 믿었습니다.

절대로 승인이를 다른 사람에게 결혼을 시키지 않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제가 성공을 해서, 성공이라는 말을 하기엔 조금은 부끄럽습니다만 승인이를 고생시키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돈을 벌어야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게 믿음을 주신 아버님이 계셨기에 모든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고 나름대로 성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대단한 결심입니다.

말로만 듣던 것하고는 다른 믿음이 생깁니다.“

”고맙습니다.

승인이를 제게 맡겨주신다는 허락을 얻고 싶습니다.“

그때 승인이가 방에서 나온다.

용훈이의 눈은 승인이의 모습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승인아!”

승인이는 용훈이를 바라본다.

“어?

너 용훈이지?“

승인이는 용훈이를 기억해 낸다.

“그래, 나를 잊지 않았지?”

승인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고마워!

승인아!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지?“

승인이는 아빠와 엄마를 바라본다.

“승인아!

괜찮아, 우리 승인이가 용훈이를 알아보는 것을 보니까 용훈이를 사랑하고 있지?“

양희는 용기를 돋우어 준다.

“용훈아!

왜 지금 왔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니?“

”응!

너 다시 온다고 했으니까 올 것이라고 생각했어!“

용훈은 승인이의 곁으로 간다.

그리고 승인이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

승인이 역시 그 손을 뿌리치지 않고 함께 용훈이의 손을 잡는다.

승재와 양희는 그런 승인이의 모습에서 놀라움을 나타낸다.

승인이의 가슴에 용훈이 들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승재는 더욱 더 큰 놀라움으로 승인이를 바라본다.

“승인아!

정말 용훈이를 생각했었니?“

“아빠!

용훈이가 온다고 했어!

근데 언제 온다고 했는지 몰라서 기다리고 있었어!“

“아!”

승재는 딸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런 딸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던 못난 아빠였다.

어린 아기라고만 생각을 하고 그런 아기도 이성에 눈을 뜰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아빠로서의 실수를 깨닫는다.

“그랬구나!

우리 승인이의 마음에도 봄이 온다는 것을 아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구나!“

승재는 자신이 승인이의 마음을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 큰 착각이었음을 느낀다.

봄은 그 어느 곳에서든 다 찾아드는 것이다.

아무리 햇볕이 들지 않는 음지에서도 어두운 곳에서도 봄은 빼놓지 않고 찾아든다.

“여보!

두 사람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지 않아요?“

양희는 한참을 손을 잡고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본다.

참으로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내가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소.

우리 승인이도 여자라는 사실 그리고 한 인격을 가진 인격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실감하고 있소.“

”그래요.

우리는 그저 아기로 밖에 바라보지 않았어요.

아마 그것은 우리 마음에 영원한 아기로 남아 있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젠 승인이도 성인이고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게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소!

승인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당신과 내가 할 일이오.“

“네!

진정으로 우리 승인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승인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지요.“

승재와 양희의 얼굴에는 커다란 기쁨이 번지고 있다.

비로소 딸의 마음의 한 조각을 발견한 부모의 기쁜 마음인 것이다.

“아빠!

나 용훈이하고 결혼할래!“

승인이는 용훈이의 손을 놓지 않고 말을 한다.

“그래, 아빠도 용훈이를 좋아한다.

그리고 엄마도 용훈이를 좋아하고 있다.

우리 승인이가 용훈이를 좋아하는 것처럼 아빠도 엄마도 그렇게 좋아한다.“

”고맙습니다.

그리도 저도 두분 아버님과 어머님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용훈이의 얼굴에도 환하게 빛과 기쁨이 넘쳐나고 있다.

“자, 이제 우리 밥 먹어야지?”

“네!”

승인이는 용훈이의 전동 휠체어를 밀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용훈이의 휠체어를 밀고 들어가는 승인이의 모습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는 승재의 얼굴은 웃음이 번진다.

글: 일향 이봉우

 

 

 

 

제 58장,

유자경은 참으로 기쁘기 한이 없다.

아들이 오랜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쁘고 설래는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승인이의 부모가 그렇게 쉽사리 허락하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유자경이다.

절대로 당신의 품안에서 한시도 떼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일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재혼을 하고 새엄마가 들어온 이상 승인이를 결혼시키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새엄마로 인해서 쉽게 허락을 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아들을 위해서는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승재의 재혼을 알지 못하는 유자경으로서는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새로 들어온 계모가 장애인인 딸자식을 좋아할 리가 없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누군가 데려가겠다는 곳이 있다면 결혼을 시키려 할 것임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유자경은 그런 승인이를 하루라도 빨리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형식적인 결혼식만을 하고 데리고 와야만 승인이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용훈아!

부모 상견례 날짜를 언제 잡을 것이냐?“

”안 그래도 형님들하고 시간을 맞추어야 하기에 의논을 드리고 있습니다.

큰 형님께서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에 맞추어야지요.“

“저쪽 사정은 그래도 된다고 하시더냐?”

“네!

그쪽 아버님이 가게를 그만두셨기에 날짜와 시간은 저희가 정하라고 하셨습니다.“

“다행이구나!

빨리 형들과 연락을 해서 속히 날짜를 정하도록 해라.

승인이가 새엄마가 들어왔으니 얼마나 불편하겠니?

어서 빨리 데리고 와야겠다.“

“엄마!

승인이 새어머니가 참으로 좋으신 분이십니다.

인자하시고 승인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계신 분이십니다.

승인이가 불편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않다.

제 속으로 낳은 자식도 아닌데 고울 리가 있겠니?

겉으로야 다정하고 인자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마음속까지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어차피 우리 가족이 될 승인이를 하루라도 빨리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

용훈이는 어머니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을 한다.

승인이는 미움을 받아도 알지 못할 것이다.

눈치를 주어도 그 눈치를 알아채지 못하는 어린 아이가 바로 승인이다.

용훈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 수긍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으로 인자스럽고 편안해 보이는 승인이의 새엄마 모습이다.

또한 승인이를 생각하는 모습도 참으로 진지해 보이고 사랑이 넘쳐 보이는 것이었으나 엄마의 말씀대로 속마음까지 그럴 수가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이양희에 대해서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김용훈은 형님을 직접 찾아간다.

그리고 형님과의 상의 끝에 상견례의 날짜를 잡는다.

아버지가 안 계신 김용훈은 큰 형님이 아버지 대신으로 참석을 하고 어머니와 작은 형 내외와 큰형수님이 참석을 한다.

또한 승재는 간소하게 형님과 형수님 그리고 큰딸 승미 부부와 자신 부부가 참석을 하는 상견례 자리다.

김용훈의 큰 형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엘리트 사원으로 부장급의 직책을 맡고 있다.

사람 보는 안목이 예리하고 빈틈이 없는 성품이다.

장소는 용훈이 정한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다.

분위기 좋고 최고급의 시설을 자랑하는 곳이다.

음식 맛 또한 소문이 날 정도로 아주 훌륭한 곳이다.

이양희는 승인이의 옷차림에 세심한 신경을 쓴다.

얌전하면서도 품위가 있고 뽀얗고 우유 빛이 도는 승인이의 피부가 살아나는 색상과 디자인을 선택을 해서 특별히 맞춤옷을 주문한 것이다.

용훈이는 그런 성장을 하고 나타난 승인이의 모습을 보면서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매료가 되어 승인이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의 인사를 양가 모두 용훈이가 맡아서 소개를 한다.

승인이는 무슨 일인가 하며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을 살펴보며 아빠의 등 뒤로 얼굴을 묻으며 부끄러워하고 있다.

승미는 그런 승인이의 모습을 보면서 결혼을 시킨다는 것이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용훈의 가족들을 살핀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서 이것이 인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승재가 유자경을 향해서 말을 한다.

“네!

저희 용훈이가 지금까지 늘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아이라 저희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흔쾌하게 허락을 해 주시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네!

그러셨군요.

아마 저 혼자였으면 이런 결정을 내리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많은 고심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 안식구가 함께 하고 있으니 안식구의 결정에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그러실 것입니다.

아무래도 데리고 계신 것보다는 이렇게 결혼을 시키시는 것이 더 홀가분하시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좋은 일이니까요.“

”네!

참으로 좋은 일이지요.

허나 신랑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성사가 되지 않았겠지요.

참으로 좋으신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어디를 가든 인정받고 성공을 거두실 아드님이십니다.

그런 아드님께서 저의 부족한 여식을 달라고 하시니 저희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

이양희는 조용한 음성으로 말을 한다.

“고맙습니다.

부족하고 흠이 많은 자식을 그토록 칭송을 해 주시니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유자경 또한 이양희의 말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생각보다 참으로 사려 깊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기왕에 이렇게 다시 연분이 되었으니 길게 끌지 말고 얼른 결혼식만 치루도록 합시다.”

유자경의 말이다.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허지만 저희로서는 생각하지도 않은 갑작스러운 일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결혼날짜를 정한다기 보다는 결혼을 허락하는 자리로 이제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하면서 서둘지 말고 남들이 하는 대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준비를 했으면 합니다.“

“사부인!

그러실 것 뭐가 있습니까?

결혼식만 하고 바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이미 제 아들이 모든 것을 다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유자경은 그대로 승인이의 빈 몸만 보내달라는 말이다.

“고맙습니다.

허지만 사부인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신다고 해도 저희도 부모입니다.

부모가 부모로서 최선의 도리를 다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해서 아는 것도 없는 아이를 그렇게 데려가 주신다는 말씀에는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만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해야 할 도리가 있겠지요.“

이양희는 웃으면서 유자경의 말을 철회시킨다.

“막내로서 특별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아이랍니다.

남자 혼자 손으로 키운 막내딸을 그런 식으로 보내고 나면 아빠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그 모습을 봐야 하는 제 심정 또한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이양희의 말에 유자경은 더 이상 고집만을 내 세울 수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동네 결혼식장에서 결혼식만을 하고 바로 데리고 가고 싶은 것이었으나 아무리 계모라고 해도 어머니의 자격이 있는 이상 그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양희의 생각대로 우선은 약혼식을 하기로 양가가 합의를 한다.

약혼식을 하고 승인이를 결혼에 대해서 가르치겠다는 이양희의 생각이다.

양희는 승인이에게 가르쳐 줄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약혼식은 두 달 후에 있을 예정이다.

신부가 준비할 것이 많다는 이유로 당장 약혼식을 올리자는 유자경의 말을 뒤로 미룬다.

이양희는 승인의 약혼식을 최대한 성대하게 해 줄 예정이다.

자신도 해 보지 못한 약혼식 결혼식이다.

이제 자신의 딸이 된 승인이를 통해서 대리만족이라도 얻어 보고 싶은 마음이고 승인이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남들이 부러워할 그런 약혼식과 결혼식을 해 줄 생각이다.

“승인아!

약혼식이 뭔지 알아?“

승인은 양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약혼식은 네가 용훈이하고 결혼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거란다.

그런 약속을 할 수 있지?“

”네!

용훈이하고 결혼할래요.“

”그래!

그래서 엄마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너하고 용훈이하고 ‘결혼을 약속 합니다‘ 하는 말을 해서 사람들이 너와 용훈이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거란다.“

”응!

그러면 용훈이하고 사람들이 있는 데서도 손을 잡아도 되는 거야?“

“아니!

그런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

왜냐하면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거든!“

“네!”

이양희는 약혼준비를 위해 세심한 신경을 쓴다.

약혼식은 호텔의 룸을 빌린다.

어차피 호텔을 이용할 바에는 친정의 그룹에서 가지고 있는 일류호텔을 빌린다.

물론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 최고의 고객접대를 받기로 한다.

승인이를 위해서는 그 정도의 친정도움을 받아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

이양희는 승인이가 살아가면서 그 누구의 괄시도 받지 못하게 최대한의 성대한 약혼식과 결혼식 그리고 시댁에 대한 예단을 아낌없이 해 주리라 마음을 다진다.

시어머님의 성품이 결코 만만치 않고 순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한 이양희다.

이양희는 용훈과 승인이의 약혼예복을 맞추어준다.

비록 돈을 벌어 성공을 했다는 용훈이지만 돈을 모으기 위해서 이러한 값진 의상을 입어본 적이 없는 용훈이로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돈을 주어야 하는 의상이다.

또한 약혼예물로서도 이양희는 신랑에게 최고의 품질인 다이아를 맞추어준다.

“어떤가?

이 정도로 기가 죽을 우리 김사장이 아니겠지?“

“네, 어머니께서 하라고 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김사장!

약혼식이 끝나고 나서 승인이와 우리 부부와 함께 여행을 다녀올 계획을 세워볼까?“

”네?

여행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네!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올 계획을 세워도 되겠지?“

”좋습니다.

시간을 비우고 제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준비를 하겠습니다.“

”아닐세!

여행 계획은 내가 세우고 준비를 할 것이니 자네는 시간만 비워두시게!“

“그러면 제가 죄송한 일이 됩니다.”

“이것은 우리 승인이를 위한 여행일세!

우리와 떨어지는 연습을 하기 위함이니 자네는 그저 시간만 비워두면 되는 것일세!“

이양희는 승인이가 어느 날 갑자기 결혼식을 하고 집을 떠나게 된다면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승인이와 떨어져 있는 연습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왕이면 약혼식이 끝나고 나서 평생을 함께 곁에서 살아가야 할 용훈이와 함께 있는 연습을 동시에 하게 해 준다면

더욱 쉽게 적응이 되리라는 생각인 것이다.

다행이 제주도에는 이양희의 이름으로 된 농장과 대지가 있다.

그곳도 함께 둘러볼 겸 그런 계획을 승재와 함께 의논을 한 것이다.

유자경은 약혼식을 위해 아낌없이 주머니를 풀어 준비를 하는 이양희의 씀씀이에 놀란다.

홀로 살아가는 여자가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 남자를 만나 의탁을 하려고 하는 보통의 여자들과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승인이네의 경제사정은 유자경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아무리 딸자식이 재벌 집으로 시집을 갔다고 해도 친정을 도와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그 동안 승인이 아빠가 떼돈을 벌었을 리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양희에 대해서 보통 여인네가 아님을 생각한다.

“용훈아!

네 장모되시는 분이 보통 사람이 아닌 모양이다.“

“엄마!

저도 늦게 안 사실이지만 장모님은 재벌그룹의 따님이시랍니다.“

“그러냐?

그런 대단한 집안의 따님이 어째서 그런 사람과 재혼을 했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세상은 참으로 이해를 하지 못할 일이 많구나!“

“네!

그 사정이야 우리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나 장인어른 같으신 분에게 어울리지 않으시는 분이 어디 있습니까?

큰 처형은 재벌그룹의 안주인이 되셨고 작은 처형은 경제학 박사를 만드신 분이십니다.

무엇이 부족하고 모자랍니까?“

”그래, 생각을 해 보니 참으로 대단한 양반이 아니시냐?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유자경은 비로서 자신이 사돈들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해야 할 것임을 느낀다.

약혼식은 성대하게 거행이 된다.

휠체어를 탄 예비신랑과 나란히 들어오는 신부의 모습은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라 해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너무나 아름답고 티 없이 맑고 고운 승인이의 모습이다.

투명하고 고운 피부가 한층 더 예비신부의 모습을 빛내주고 있다.

대형케이크에 불이 켜지고 예비신랑과 신부가 케이크를 커팅 한다.

참으로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이다.

이양희는 지그시 눈을 감는다.

그 옛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약혼식의 모습이다.

마치 지금 승인이의 모습이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인 것처럼 흐뭇해진다.

이양희는 그런 승인이의 모습에서 잠시 자신의 젊은 한때를 떠올려본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지만 진정으로 사랑했던 순간들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글: 일향 이봉우

 

 

 

 

제 59장,

약혼식은 이양희를 생각하는 호텔 측에서 최대한의 서비스로 생각보다도 더욱 성대하고 화려하게 준비가 되었다.

양가의 친지들은 생전 처음으로 호강을 해 본다며 모두들 기뻐하고 좋아한다.

승재 역시 이렇게 최대한이 서비스로 이루어지는 약혼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아무리 재벌그룹하고 상관없이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내는 그룹의 일원임을 보여주는 아내의 핏줄들의 성의와 정성이다.

“용훈아!

이거 먹어!

정말 맛있어!“

승인이는 음식을 집어 들고 용훈이의 입으로 가져간다.

용훈은 그런 승인이의 모습이 반갑고 좋은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이라서 쑥스러움으로 어쩔 줄을 모른다.

“괜찮다.

어서 승인이가 주는 대로 받아먹어라!“

유자경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아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자신과 가장 밀접하고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지 맛있는 것을 골라서 아들의 입에 넣어주는 승인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티 없이 맑고 고운 승인이의 모습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눈이 부시다.

용훈이의 휠체어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것은 이제 아들의 신체의 일부다.

이양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승인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행여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떤 실수라도 할까 싶어 신경을 세우고 있지만 승인이는 좀처럼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있다.

그저 이런 자리가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듯 맛있는 것을 집어 용훈이를 먹이려고 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뿐이다.

그런 모습을 대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유자경의 모습도 이양희를 편안한 마음이 되게 하면서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한다.

그들이 살집은 이미 용훈이 설계를 해 놓은 대로 새로 짓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승인이를 위해 이천 여 평의 넓은 대지를 구입해 놓은 용훈이다.

그곳에 삼층 건물을 짓겠다는 설계도를 완성해 놓고 이미 청사진까지도 구비해 놓았다.

일단 약혼식이 끝나고 나서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용훈은 설계도와 청사진을 승재와 이양희에게 맡겨 놓고 수정할 부분들을 지적해 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대지는 서울 도심을 벗어난 일산에 마련이 되어 있다.

아파트나 주택단지를 벗어난 비교적 한적하고 공기 좋고 경치가 수려한 곳이다.

삼층 건물이지만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용훈이의 거동을 위해 각층마다 문턱이 없고 승강기가 설치가 되어 있는 설계도다.

승재와 이양희는 세밀하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몇 군데 수정할 부분들을 체크해 나간다.

그들의 약혼기간을 일 년 정도로 예상을 하고 있는 이양희다.

그 정도의 기간이면 건물도 완성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약혼식은 모든 사람들이 만족해하고 흡족해하는 가운데 무사히 끝이 난다.

“김서방!

이제는 그렇게 부를 것이네!“

“네, 어머니!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이 저도 편안하고 너무 좋습니다.“

김용훈의 얼굴은 행복이 가득 퍼져 있다.

“내일 시간을 맞춰서 공항으로 바로 나오시게!

여행 가방도 이미 준비가 다 되었으니 따로 챙길 것이 없네!“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이젠 자네도 내 자식이나 다름이 없네!

자식들을 챙기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 아닌가?“

“고맙습니다.

결코 실망시켜드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김용훈은 만날 때마다 훈훈함과 세심함을 보여주는 장모님의 성품에 매료가 된다.

자신은 낳아 길러주신 어머니와는 또 다른 정겨움과 진한 사랑이 묻어나는 장모님의 깊은 사랑에 늘 감동을 받곤 하는 김용훈이다.

이런 어머니가 계시기에 승인이의 모습이 참으로 편안해 보이고 맑고 곱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도착한 유자경은 아들의 여행 가방을 챙기려 한다.

“엄마!

여행 가방을 챙기지 않아도 됩니다.“

“왜?

아침에 떠날 것이 아니었니?“

”네!

예정대로 출발을 합니다.

허지만 이미 장모님께서 모두 준비를 해 놓으셨다고 편안하게 몸만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랬니?

참으로 자상하고 생각이 깊으신 분이시구나!

그러고 보니 오늘 그 호텔이 친정에서 하시는 호텔이라고 하는데 정말이냐?“

“네!

그래서 모든 것들이 최상의 서비스로 참으로 즐겁고 평생을 잊지 못한 약혼식이었습니다.“

“그래!

나도 정말 많이 놀랐다.

네가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승인이도 그렇지만 처가에서 너를 얼마나 극진하게 대접을 하고 인정을 해 주는지 이제 이 어미는 아무런 걱정도 여한도 없다.

어디를 가든 제대로 사람대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내 아들의 모습이 장하고 고맙다.“

유자경은 이제 더 이상 아들에 대해서 신경을 쓸 일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다음날 용훈은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으려 서둘러 출발한다.

처음으로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꿈에 부푼다.

이 여행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것이다.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될 건물이다.

오랜 꿈과 숙원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것임을 생각하며 행복이 가슴 가득 퍼진다.

그들은 저마다의 희망과 꿈을 안고 비행기에 오른다.

“우리 여행가는 거야?”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 보는 승인이가 신기하다는 듯 묻고 또 묻는다.

여행이라고는 처음으로 해 보는 승인이다.

“응!

승인이 좋아?“

”응, 근데 여행가서 뭐하는 거야?“

”음,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편안하게 즐기고 놀기도 하고 그러는 거야!“

“뭐 하면서 놀아?”

“글쎄?

우리 뭐하고 놀까?

참! 바다가 있으니까 수영도 하고 모래를 밟기도 하고 그럴까?“

“수영?

나 수영 잘해!“

승인이는 어려서부터 건강을 위해서 승재가 수영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수영을 가르쳐 왔기에 수영이란 말에 호기심을 나타낸다.

“그럼 잘 됐다.

승인이가 수영을 하면 난 구경하고 그러면 되겠다.“

“넌 수영 못해?”

“그래, 난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서 수영을 못해.”

“그렇구나!

난 수영을 잘 하는데 그럼 나 하는 거 구경해!“

승재와 이양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웃음이 번진다.

비행기는 제 시간에 제주 공항에 도착한다.

이미 연락을 받은 농장에서 나와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곧장 농장으로 향한다.

숙소가 호텔이 아닌 농장 안에 있는 별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곳에서 보낼 계획이다.

손수 음식도 만들어 먹으며 한 집에서 함께 그렇게 보내다 올 계획이다.

별장은 이층으로 되어 있지만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고 시설 또한 오래전의 건물이라서 볼품도 없고 손 댈 곳도 많은 건물이지만 이양희는 바다가 있고 곧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별장이 이번 여행에서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제주도의 농장과 별장은 어머니가 친정에서부터 상속을 받은 재산이다.

이 농장에서 나는 수익금 전액을 어머닌 고아원과 양로원에 해마다 기증을 하신 것이다.

이제 이 농장에서는 거의 수익금이 나오는 것이 없다.

감귤은 이미 사양 상품이고 더 이상의 수익성도 없어 그대로 방치를 하고 있으며 이 농장에 딸린 넓은 대지와 함께 그대로 관리만을 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어머니 박여사는 자신의 개인 재산을 그룹으로 환속시키지 않고 그대로 딸에게 양도를 해 놓으신 것이다.

그들은 별장에 도착을 한다.

이미 미리 연락을 해 놓은 터여서 깨끗하게 손을 봐두고 모든 준비를 해 놓았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많이 낡은 모습의 건물이다.

“여보!

숙소를 이곳으로 정한 것이 잘못된 것인가 싶네요.“

이양희는 생각보다 많이 낡아 있는 건물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괜찮소.

참으로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오.

호텔보다는 이곳이 우리 가족들이 쉬었다 가기에 아주 좋다고 생각하오.“

“어머니!

정말 너무 좋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바로 바다로 풍덩 뛰어들어도 좋을 것만 같은 마음입니다.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고 가슴속이 시원해져 옵니다.“

”모두 그렇게 좋다고 하니 안심이네!

그럼 우리 모두 안으로 들어가 보자.“

이미 그들의 짐은 모두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관리인이 그들의 모든 편리를 위해 세심한 것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도 밖에서 보는 것보다는 안이 넓고 시원하다.

승인이는 이층으로 올라가 테라스로 나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처음으로 이런 탁 트인 공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승인이다.

승인이는 말없이 오랜 시간을 바다를 응시한다.

“승인아!

바다가 그렇게 좋으니?“

이층이 계단으로 되었기에 승재는 이층을 바라보기만 하는 용훈이를 안아서 이층으로 올려다 준 것이다.

용훈이 그렇게 올라와 승인이의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아도 승인이는 바다만 응시한다.

용훈이의 말에 승인은 아무런 대꾸가 없다.

“승인아!

정말 좋은 곳이지?“

그러나 승인은 또 말이 없다.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 승인이다.

한 번 자신의 세계 속에 침몰이 되면 모든 것을 잊고 마는 승인이다.

자신의 내면세계에 그 어떤 것이 들어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바다가 승인이 앞에 놓여 있는 것인지 승인이가 바다 앞에 놓여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승인이의 영혼 깊숙이 바다와 긴 대화를 나눈다.

이양희는 그런 승인이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천사의 모습이 저처럼 맑고 아름다울 수가 있을 것인가?

갓 태어난 태아의 모습보다도 더욱 순수해 보이고 맑고 고와보이는 승인이의 모습이다.

사랑하지 않을래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양희는 승재와 의논을 해서 식탁을 이층 테라스에 준비를 한다.

그대로 바다 한 가운데서 음식을 나누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 점심이다.

관리인 부부가 정성껏 준비를 해 놓았다.

싱싱한 회를 시작해서 바다의 조개류와 얼큰하고 시원한 매운탕이다.

식탁이 다 차려지도록 승인이는 바다만을 응시하고 있다.

“승인아!

배고프지 않니?“

승재가 낮은 음성으로 승인이에게 말을 한다.

“아빠!

나 여기서 살면 안 될까?

마음이 너무나 편안하고 내 모든 것이 저 바다와 함께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그래?

우리 승인이가 바다가 정말 좋은 모양이구나?

그래도 지금은 배가 고프니까 밥을 먹자 응?“

그제야 승인이는 몸을 돌린다.

식탁에 둘러 앉아 음식을 먹는다.

참으로 생선회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다.

“엄마!

우리 여기서 살아요.“

”승인이가 이곳에서 살고 싶어?“

”네!

여기서 우리 살아요.“

용훈이는 먹던 것을 멈추고 승인이를 바라본다.

“우리 집을 지을 건데 그것은 어떻게 하고 여기서 살아?”

“난 그곳으로 안가!

나 여기서 살 거야!“

용훈은 어이없어 하는 얼굴로 승재와 양희를 바라본다.

“그래, 승인이가 좋다면 생각해 보자.”

“엄마!

나 여기서 살아도 돼지?“

”되고말고.

그러나 지금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시간도 만들어야 하는 거야!

이번에 우리는 여행을 온 것이니까 여행을 즐기고 승인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네!”

승인이는 언제나 양희의 말에 순순히 수긍을 한다.

그러나 승인이의 눈동자는 다시 바다로 향하고 있다.

식사를 하는 내내 승인이는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응시한다.

승재와 양희 그리고 용훈이 마저도 그런 바다를 바라보면서 음식 맛을 즐기기보다는 바다의 파도와 바다의 비릿한 냄새와 함께 어우러져 들어가는 모습이 되어간다.

그곳에 있는 사박오일 동안 승인이는 잠시도 바다와 떨어지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언제나 바다를 향해서 바라보고 있는 승인이의 눈빛이다.

글: 일향 이봉우

 

 

 

 

제 60장,

집에 돌아와서도 승인이는 바다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양희는 그런 승인이의 모습을 계속 주시한다.

“승인아!

바다에 가고 싶어?“

”엄마!

우리 갔던 그 곳에 데려다 줘!

나 거기 가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

“그곳 말고도 바다가 많은데 우리 지금 바다에 갈까?”

“응!

거기 바다에 가!“

승인이는 오직 제주 그 바다만을 생각하고 있다.

이양희는 많은 생각을 한다.

어차피 그 농장의 별장은 이제 다시 리모델링을 하던지 헐어내고 새로 신축을 해야 한다.

그곳을 신축하려면 얼마든지 자금을 마련할 수가 있다.

서울에 있는 자신이 살던 고급 빌라를 처분한다고 해도 그런 곳에 몇 채의 집을 지을 수도 있고 어머니의 통장에 들어 있던 금액 또한 적지 않은 현금이 고스란히 자신의 통장으로 넘어와 지금 자신의 통장에는 상당한 저축액이 들어 있다.

이양희는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한다.

김용훈을 만나기 위함이다.

아직 신축공사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당히 꼼꼼하고 빈틈이 없는 김용훈은 날림공사를 막기 위해 업체 선정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믿을만한 업자를 선정해서 공사를 맡기고 싶은 김용훈의 마음이다.

이양희는 점심시간을 선택해서 김용훈의 회사근처로 나간다.

물론 미리 약속을 해두었다.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을 자신의 시간에 맞추어 나오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용훈은 정확한 시간에 나타난다.

“먼저 나와 계셨네요.”

자신이 늦게 나온 것에 대한 미안함을 나타낸다.

“바쁜 사람이 미리 나올 수 있나?

나야 시간이 많으니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좋은 일이지.

우리 먼저 점심부터 먹고 이야기하도록 하지.“

”네!“

이양희는 식사주문을 미리 해 놓은 것이다.

생각보다 식성이 까다롭지 않고 소탈한 김용훈의 성품과 식성이다.

이양희는 식사를 하면서 김용훈의 근황을 묻는다.

“어떤가?

아직 집의 공사를 시작하려면 멀었는가?“

“아닙니다.

내일 중으로 업자를 선정해서 기초공사를 시작하려는 계획입니다.“

“그러려면 아주 바쁘게 움직여야 하겠네!”

“네!

아마 며칠 동안은 찾아뵙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서방!

우리 제주에다 집을 지으면 어떻겠나?”

“네?

제주에다가요?“

”그런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 싶네!

그 부지가 상당히 넓고 어차피 그 별장을 헐어내고 다시 신축을 해야 할 계획인데 우리 승인이가 그곳을 그렇게 좋아하고 있으니 다른 곳에 집을 지어도 그 바다를 그리워할 것이 아니겠나?“

”......................“

용훈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말이다.

제주도를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용훈으로서는 쉽게 대답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대답을 하기 힘들 것으로 아네!

허나 생각을 해 보시게!

승인이를 위해서 짓는 집이 아닌가?

그렇다면 승인이가 좋아하는 집을 지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자네의 사업을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아닐세!

허나 요즘 서울과 제주는 쉽사리 오가면서 사업도 할 수 있는 하룻길이 아닌가?“

”어머니!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생각을 해야만 하겠지.

업자 선정을 뒤로 미루고 충분히 생각을 하시게나!

그리고 제주에 자네가 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도 있네!“

“......................”

용훈은 승인이가 얼마나 그곳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그곳을 떠나오면 생각이 바뀌려니 했다.

용훈은 하룻밤을 깊은 생각을 한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용훈은 결정을 내린다.

어차피 승인이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함이다.

자신의 사업은 그곳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꼭 서울에 있어야만 하는 사업도 아니고 제주에서 일주일에 두어 번씩만 오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결정을 내린다.

다음날 용훈은 이른 아침에 승재의 집으로 간다.

“어?

이렇게 이른 아침에 자네가 웬일인가?“

승재는 용훈을 맞이하며 용훈의 안색을 살핀다.

“아버님!

아침을 먹으러 왔습니다.“

”우리 김서방 오셨는가?

어서 들어오시게!“

이양희가 나오면서 더욱 살갑게 맞이해 준다.

“어머니!

제 밥도 있지요?“

“암!

있다 뿐인가?

얼마든지 언제든지 자네가 먹을 밥이 준비가 되어 있다네!“

“고맙습니다.”

용훈은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이양희가 고맙고 믿음이 간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신다.

승인이가 원두커피를 내린 것이다.

이제 승인이는 아침마다 원두를 갈아서 맛있게 커피를 내린다.

모두들 커피를 마시면서 맛있다는 말을 해 준다.

“커피가 참으로 맛이 있습니다.”

“우리 김서방도 커피가 맛이 있나?”

“네!

이 커피를 마시고 나가면 하루 종일 다른 커피는 맛이 없어서 먹기 싫습니다.“

“그것이 우리 승인이의 솜씨라네!

무엇을 하면 이렇게 완벽하게 잘 해 내는 우리 승인이가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그렇습니다.

승인이는 무엇이든 잘 하는 사람입니다.“

승인이는 자신을 칭찬하는 말에 얼굴 가득 웃음이 실린다.

“아버지, 어머니!

제주도에 집을 짓겠습니다.“

“벌써 그렇게 마음의 결정을 하셨는가?”

“네!

어차피 제 인생은 승인씨를 빼고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승인씨가 행복해야 저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우선 저희들이 살 집만을 짓겠지만 점차적으로 그 넓은 땅을 꿈의 동산으로 꾸며보고 싶습니다.“

”꿈의 동산?

어떤 테마로 꿈의 동산을 만들 계획인가?“

”어차피 승인씨는 평생을 어린아이의 생각으로 살아갈 사람입니다.

승인씨의 눈높이에 맞추어 제주도의 특성과 바다를 연결해서 꿈의 동산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

제주도의 특성을 살리고 바다를 연결한다?

승인이의 눈높이라면 아이들을 위한 테마를 주제로 해야겠군?“

”그렇게 되야겠지요.

승인씨가 고립되지 않고 세상과 연결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꿈의 동산을 만들어 놓으면 방문객들이 올 것입니다.

그 속에서 세상과 연결을 시키며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멋지고 아름다운 동산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참으로 좋은 생각을 하셨네!

안 그래도 그 십만 평의 부지를 어떻게 활용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자네가 참으로 좋은 생각을 했네!

그럼 우선 그곳에 자네들의 집과 우리 집을 짓고 나머지는 세밀한 계획을 세워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고 해보세!“

“어머니!

고맙습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사업을 해 나가겠습니다.“

이양희는 더욱 세밀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맏사위인 인규를 만난다.

아무래도 개인보다는 기업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유리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친정보다는 사위에게 의논을 하고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친정보다 자식을 더 생각하는 양희의 마음이다.

“어머님!

참으로 동서될 사람이 좋은 생각을 했습니다.

처제를 위해서도 그렇고 어머님과 아버님을 위해서도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자네가 구체적인 것을 계획을 세워봐 주는 것이 어떤가 싶네!“

”네!

동서를 만나 주된 테마가 무엇인지를 듣고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사업자금은 어느 정도 마련을 할 수가 있지만 대충 얼마나 들어갈지 예산도 세워봐 주어야 자금에 대해서도 내가 융통을 할 수가 있을 것일세!“

”어머님!

이 사업은 단시일 내로 완공이 되는 것이 아니지 싶습니다.

우선은 부모님과 동서네 집을 먼저 완공을 하고 나서 점진적으로 해 나가야 하겠고 사업자금 또한 그 때 그때에 따라서 달라질 수가 있는 것이니까 전체적인 사업규모가 어느 정도인가를 먼저 파악을 해야겠지요.“

인규는 용훈을 만나 용훈의 생각을 듣는다.

“형님!

우선은 그곳에 있는 농장을 살려 열대과일들을 생산해 나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주도의 특징인 조랑말을 탈 수 있는 승마장도 만들었으면 좋겠고 열대식물들을 볼 수 있는 작은 식물원도 만들 계획입니다.“

“십만 평의 대지이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겠네!

그리고 자네가 원하는 동산을 가꾸기 위해서는 많은 원예전문가와 조경전문가들과 상의를 하고 추진을 해야겠네!“

“잘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더욱 열심히 자금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해 나가렵니다.“

이양희와 인규와 용훈은 자주 만나 계획을 추진해 나간다.

우선 두 채의 집을 먼저 신축한다는 계획을 한다.

용훈과 승인이의 결혼식이 있기 전에 집을 완공해야 한다는 결정이다.

용훈은 집을 지으려던 일산의 공사를 완전히 수정을 해서 공사를 한다.

일단 집을 지으려고 하던 계획을 시작하고 집이 완공이 되는 대로 매매를 할 생각이다.

이양희 또한 자신이 살고 있던 넓은 아파트를 처분한다.

그리고 가평에 있는 어머니의 별장 역시 처분을 한다.

이제 그곳이 불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이양희의 결정을 본 승재 역시 아파트를 처분하고 그동안 승인이를 위해 저축을 해 왔던 통장을 아내에게 준다.

“이것은 내가 승인이를 위해서 뭔가를 해 보려고 오랜 세월 저축을 한 것이오.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사업자금에 보태주었으면 하오.그리고 이 집과 가게를 매매한 전액도 당신이 알아서 해 주시오.“

”그러고 보니 우리 상당히 부자네요.

생각하지도 못했던 자금들이 생기는 것을 보니 우리 승인이가 복덩이인가 봅니다.

승미 또한 적지 않은 자금을 보태겠다고 말을 해 왔어요.

그쪽 시부모님께서 많은 자금을 희사하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좋으신 분들이오.

우리 딸들이 참으로 많은 복을 타고 태어난 것만은 확실하오.“

집의 설계도가 나오고 빠르게 공사가 시작이 된다.

이층으로 설계가 된 양쪽 집이다.

바다를 앞에 두고 넓은 테라스가 있고 바다로 곧 바로 내려 갈 수 있는 길이 나 있게 집은 아주 멋지고 근사하게 설계가 되어 진다.

용훈은 아래층은 전체가 승인이의 그림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실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층의 반은 승인이의 화실로 언제든지 마음이 내키는 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승인이의 화실을 꾸민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생활을 위한 주거공간이다.

모든 건물에는 문턱이 없고 아래위층으로 올라 다니는 승강기가 설계가 된다.

용훈이의 휠체어가 불편함이 없이 어디든지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도록 설계를 한다.

또한 승재부부가 살 집은 아래층에는 온 가족이 모여 지낼 수 있는 넓은 가족실을 마련하고 넓은 주방과 식당 그리고 두 개의 침실과 큰 욕실과 바다로 바로 빠질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을 조성한다.

이층에는 세 개의 침실과 서재를 준비하고 평소에 두 부부만의 공간을 위한 작은 주방과 넓은 테라스를 멋스럽게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공사는 빠르게 진척이 된다.

이 모든 공사를 인규의 회사에서 맡아서 하고 있다.

부실공사란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인규는 최선을 다해서 공사를 해 나간다.

부모님과 가족들이 살 집이다.

결혼식을 이 개월 앞두고 집이 완공이 된다.신혼살림을 모두 이양희가 채워 넣는다.

신혼부부를 위한 고급스러운 살림살이를 준비하는 이양희는 마음이 행복해진다.

자신이 낳은 딸을 위한 어머니의 마음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행복하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