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장,
승리는 아빠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마냥 즐겁다.
그동안 함께 해 보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다 해보려는 생각이지만 생활이라는 것이 그리 마음먹은 대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승리는 시간을 쪼개어 아빠와 연극도 보고 영화 관람도 하고 뉴욕의 번화가를 활보하면서 외식도 즐기곤 한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남자와의 데이트를 즐겨보지 못하고 숨 가쁘게 살아온 나날들이다.
이성과의 교재라는 것조차 생각을 해 볼 수 없었던 날들이었다.
시간을 쪼개어 아빠 모르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하느라 다른 곳을 돌아볼 여유도 그럴 수 있는 생각도 해보지 못하고 지내온 날들이었다.
“아빠!
이렇게 아빠 팔짱을 끼고 뉴욕의 번화가를 거닐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정말 이런 날이 언제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꿈이려니 생각을 했었거든요.“
”아빠도 정말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 딸이 이런 대 도시 미국의 중심부인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도 조금도 빠지지 않는 늘씬하고 아름다운 미녀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이 아빠는 놀랍기도 하지만 너무나 자랑스럽다.“
“호호호..........
아빠는 역시 딸 바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세상에서 아빠만큼 딸들을 사랑하는 아빠도 그리 흔하지 않을 걸요?“
“아빠가 딸 바보라고 해도 아빠는 이 세상에서 내 딸들이 가장 자랑스럽고 대견한 것을 누가 막을 수가 있겠니?
우리 딸들처럼 아름답고 아빠만 사랑하는 딸들이 있음 나와 보라고 하지.“
두 부녀는 거리를 활보하면서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린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두 부녀는 그저 행복하다.
“아빠!
학위수여식이 끝나고 나면 일주일 휴가입니다.
그때 미국의 유명한 곳을 여행하도록 해요.“
“오냐!
우리 승리하고 단 둘만의 여행이 지금부터 기다려진다.“
승리는 세밀하게 여행 일정을 잡는다.
자신도 아직 여행이라고는 해 보지 않고 살아온 미국이다.
어디가 어딘지 알지 못하고 가 보지 못하면서 살아온 미국 땅이다.
미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랜드케넌이다.
승리는 아빠를 위해 미 서부여행을 하기로 일정을 잡는다.
미 서부에 있는 켈리포니아를 통해서 그랜드케넌과 요새미티 국립공원등 광활한 자연과 함께 쑈 오락으로도 유명한 라스베거스도 둘러볼 계획이다.
아빠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여행일정을 짜는 것도 승리에게는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되고 있다.
승리는 학위수여식에 언니 승미가 보내준 의상을 입는다.
우아하고 세련된 멋이 풍겨 나오는 고급스러운 의상이다.
또한 승리는 한층 더 멋스럽고 여성스럽게 해 주는 의상이기도 하다.
“참으로 우리 승리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옷이 아니냐?
너무나 멋지고 우아해서 아빠는 눈을 어디로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아빠!
정말 그렇게 멋지게 보여요?“
”그럼!
세상 어느 여성 박사님이 우리 딸처럼 아름답고 우아할 수가 있을 것이냐?
바라보기에도 아까운 아빠의 딸이다.“
승재는 너무 아름답고 우아한 딸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이던가?
저런 아름답고 우아하고 훌륭한 딸을 보지 못하고 먼저 떠난 아내를 생각하면 다시 가슴이 아파져 온다.
그러나 딸 앞에서 그런 내색을 할 수 없어 자신을 추스른다.
학위 식은 참으로 대단하고 영광스러운 자리다.
미국에서도 내 노라 하는 대학에 경제학 박사의 학위 수여식이다.
이름 있고 덕망이 높은 사람들이 대거 참석을 한 자리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 앞에서도 우뚝 돋보이는 승리의 모습이다.
승리는 보는 모든 사람들이 승리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곤 한다.
승재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저 자리에 서기 까지 얼마나 피눈물 나는 고통과 인고의 시간들을 보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새삼스럽게 딸의 모습이 커 보이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아무나 저 자리에 설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과의 싸움과 모든 유혹과 고된 시간들을 통해서만이 이루어 낼 수 있는 대단한 자리다.
공부만 잘 한다고 오를 수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승재다.
얼마나 많은 유혹의 시간들이 있었을까?
얼마나 견디기 힘든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을까?
얼마나 피눈물 나는 고통의 시간들을 흘려보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그런 모든 것들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이 자리에 서 있는 승리가 너무나 커 보인다.
딸자식이지만 이젠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큰 인물이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자신의 보잘것없는 존재에서 저렇게 큰 인물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승리의 모습을 대단하게 보여진다.
그렇게 학위수여식은 대단한 행사였다.
이제 미국 내에서도 머지않아 동양의 한 작은 나라에서 온 여성의 이름을 자주 들을 수 있을 것이고 결코 무시하지 못할 존재로 자리를 잡아갈 것임을 승재는 믿고 있다.
그들은 차승리라는 여성에게 큰 존재의 힘을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승재는 너무나 기쁜 마음을 주체 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온갖 고생을 하며 살아온 세월들이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다.
이렇게 큰 인재를 키워낸 자신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칭찬을 한다.
“아빠!
고맙습니다.
아빠가 저를 이렇게 키워주신 것입니다.“
승리는 모든 영광을 아빠에게로 돌린다.
“승리야!
아무리 부모가 잘 키워보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자식들이 참으로 많다.
아빠는 너를 비롯해서 네 언니에게도 그리고 우리 승인이에게도 늘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
우리 딸들이 너무나 성실하고 바르게 자라준 것이 무엇보다 기쁘고 감사하단다.“
“아빠!
그것은 모두 아빠가 그렇게 키워주신 것입니다.
아빠의 참 사랑이 우리 모두를 그렇게 만들어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 놓고 아빠의 바다에서 헤엄을 치며 물장구도 치면서 바다를 향해서 나갈 꿈을 키우면서 그렇게 자란 것입니다.
아빠의 바다는 이 세상 그 어느 곳 보다도 많은 것을 일깨워주고 어린 저희들을 키워준 포근하고 넓고 깊이 있는 바다였습니다.“
“승리야!
이제 아빠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다.
이제는 조금씩 모든 것을 정리해서 승인이와 단 둘이서 살아갈 준비를 하련다.“
“아빠!
그러지 마세요.
언니하고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승인이는 언니나 제가 맡아서 책임을 지겠습니다.
이제는 아빠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빠에게 새로운 인생이라는 것은 없다.
아빠는 우리 세 딸들이 없는 삶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이제 너나 언니는 아빠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그러나 승인이는 아빠의 영원한 숙제다.“
“아빠!
이제 그 짐을 내려놓으세요.
언니나 제가 바라는 것은 아빠의 행복이고 아빠의 편안한 노후입니다.
승인이를 데리고 결코 아빠의 노후가 편안해질 수가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든 승인이를 이곳으로 데리고 올 계획입니다.“
“안 된다.
결코 승인이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도록 할 수도 없고 네가 승인이를 데리고 무엇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이냐?
절대로 그런 생각을 하지 말거라!
승인이는 죽은 네 엄마가 이 아빠에게 맡겨 놓은 것이다.
한시라도 승인이를 떼어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허지만 아빠!
이제 엄마 기억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벌써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일입니다.
이제는 그런 기억속에서도 벗어나고 승인이로부터도 벗어나서 아빠만의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을 보내셔야만 합니다.“
”승리야!
아빠는 네 엄마와 지금까지 한시도 떨어져 살아왔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비록 네 엄마의 육체는 그 옛날 한줌의 재로 돌아갔다고는 해도 네 엄마와 영혼의 결합은 한시도 떨어져 본적이 없다.
우리는 그렇게 언제든 어디든 함께 하는 그런 사랑으로 맺어진 사람들이다.“
승리는 아빠의 그 말을 무시하지 못한다.
아빠의 숭고한 사랑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허지만 이미 너무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조금도 변하지 않은 아빠의 사랑 앞에 자신이 과연 무엇이라고 말을 할 수가 있을 것인가?
“아빠!
우리 엄마는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이지 싶습니다.
누구든지 아빠 같은 그런 사람을 만나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받고 싶은 것입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주저 없이 받아드릴 것 같아요.“
“승리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다.
서로 욕심내지 말고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주려는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영원히 변하지 않을 사랑을 할 수 있지 않겠니?“
”허지만 삶이란 것이 그리 쉽고 간단한 것이 아니지요.
살아가노라면 수많은 장애물과 힘겨운 파도와 무수한 장벽을 넘어야 하는데 어찌 그렇게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것을 함께 어깨를 맞대고 서로 힘이 되어주면서 헤쳐 나가다보면 더욱 더 큰 사랑으로 다가올 것이 아니겠니?“
승리는 아빠의 그 말에 그저 웃음으로 대꾸를 한다.
이따끔 아빠는 현실에서 먼 그런 생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의 영혼과의 삶에서 아빠는 현실을 잊고자 하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는 승리다.
힘들고 지치고 외롭고 허전할 때 아빠는 엄마의 영혼과 대화를 한다.
도피하고 모든 것을 망각하고 싶어 하는 아빠의 마음을 승리는 어느 정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아빠의 모습이 추하다거나 싫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아빠의 모습에서 그 어떤 강인함을 보기도 하는 승리였다.
엄마의 영혼과 오직 딸 셋만이 아빠의 삶이다.
그 딸들이 아무리 못나고 힘들게 해도 아빠에게는 그 삶이 전부인 것이다.
승리는 엄마를 향한 아빠의 마음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아빠의 힘이고 원동력이 되는 것임을 느끼게 한다.
“아빠!
내일 아침 일찍 출발을 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이다.
이제 아빠와 둘만의 여행이다.
첫날은 센프란시스코의 다운타운을 둘러볼 예정이다.
영화에도 자주 나오는 금문교는 센프란시스코의 상징이기도 하다.
센프란시스코는 항구도시로 피셔맨즈워프, 금문교, 차이나타운, 유명한 케이블카 관광까지 다운타운을 구경하는 것만 해도 하루 일정으로 꽉 채워진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출발을 해서 캘리포니아의 대 농장 지대와 평원지대를 경유해서 요새미티 국립공원 미 서부 국립공원 중에서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요새미티 공원이다.
요세미티 폭포는 미국에서는 첫 번째로 전 세계적으로는 다섯 번째로 높은 폭포다.
긴 계곡을 따라 뽀얀 우윳빛 물줄기가 꽐꽐 쏟아지는 광경은 사람의 마음을 압도하고 있다.
엘카피탄 바위는 세계 최대 화강암 바위로 수직으로 1,000미터 이상 솟아오른 바위로 전 세계의 암벽 등반가들에게 사랑받는 바위로 사람이 올라가고 있어도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바위라고 한다.
삼일 째 되는 날 라스베거스로 향한다.
라스베거스는 풍부한 볼거리로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다.
이미 호텔 자체만으로 관광지가 되어버린 라스베거스 발라지오 호텔, 보는 것 자체만으로 눈이 휘둥그레진다.
세계 최대의 호텔들이 밀집한 톤거리 스트리트를 따라 다운타운의 레이저 쑈를 감상하고 라스베거스의 명소를 돌아본다.
그리고 다음날 절경인 그랜드캐년을 돌아보는 빡빡한 일정이 남아 있다.
그러나 두 부녀는 피곤한 것을 모르고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여행을 한다.
미국 애리조나 주 북부에 있는 거대한 협곡이다.
길이 350km(리틀콜로라도 강의 합류점에서 미드호까지), 너비 6~30km, 깊이 약 1,600m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협곡은 미국 애리조나 주 북부 콜로라도 강(江)이 콜로라도 고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곳에 형성되었다
계곡 벽에는 많은 단구가 계단 모양을 이루며, 계곡 저지에는 콜로라도강이 곡류한다.
그랜드캐년의 상 ·하류에도 협곡이 이어진다.
원래 콜로라도강이 흐르던 곳에 콜로라도 고원의 일부가 융기하여 깊이 약 1,600m의 협곡이 생긴 것인데, 계곡 벽에는 시생대 이후 7억 년 동안의 많은 지층이 나타난다.
지층의 빛깔은 여러 가지이나 적색 또는 주황색이 많다.
협곡의 북쪽은 카이바브 고원이고 남쪽은 코코니노 고원인데, 이들 고원은 평탄하다.
반건조지역이기 때문에 계곡 벽에는 수목이 간간이 있을 뿐이지만, 고원에는 수목이 무성하다.
그랜드캐니언의 단구에는 하바수파이 인디언 보호지구가 있으며, 소규모의 농경이 이루어진다. 고원에는 나바호 ·카이바브 ·후아르파이 등 인디언 부족의 보호지구가 있다.
그랜드캐니언의 중심부는 1919년 국립공원(면적 2,600㎢)으로 지정되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카이바브 고원과 코코니노 고원을 잇는 길은 곡저에는 작은 길 하나뿐이며,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길로도 350km나 된다.
국립공원의 하류에는 그랜드캐니언 국립기념공원과 미드호(湖) 국립 레크리에이션 지역이 있다.
승재는 여행을 하는 내내 승인이를 많이 생각한다.
이런 좋은 곳을 함께 여행을 할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승인이를 데리고 오지 못하고 둘째와 단 둘만의 여행이 승인이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대단한 그랜드캐년의 이모저모를 둘러보며 대단한 장관 앞에 압도되어가는 기분이다.
그렇게 일주일의 여행일정을 끝내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다.
이제 승리는 출근을 해야만 한다.
미국사회에서 더욱 큰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승리는 다시 자신을 불태운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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