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음료 맥주(BEER)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술은 단연 맥주다.
맥주는 값이 싸고 사시사철 계절을 불문하고 제조할 수 있으며,
알코올 농도가 낮다는 점에서 가장 대중적인 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어느 나라에서 만든 맥주든지 맛과 품질이 유사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범용성 있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여행 중 무엇을 마셔야 할지 애매할 때는 맥주를 선택하면 가장 무난할 것이다.
우리들의 책은 쓰레기, 위대하게 하는 건 맥주뿐,
맥주는 우리를 즐겁게 하고 책은 우리를 괴롭히나니.
독일의 문호 괴테가 남긴 맥주찬양가의 한 구절이다
맥주의 역사
맥주는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생물에 대하여 저항력이 강하여
와인과 함께 가장 안전한 음료로 여겨졌다.
맥주에 대한 찬사는 고대 이집트 시대의 벽화로부터 오늘날 세계 각지의
생맥주 집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중세에는 와인과 마찬가지로 수도원에서 맥주의 양조를 담당했다.
봉건 영주들이 수도원에 양조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수도원은 자가 소비하고 남은 맥주를
팔아서 많은 수익을 얻었다.
*보리
보리와 수수는 양조용 곡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곡물들은 발아할 때 탁월한 당화 효소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맥아(Malt)는 보리의 싹을 틔워 말린 것으로 흔히 우리가 엿기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보리는 이로 깨물어야 부스러질 정도로 단단하지만 엿기름은 손으로 조금만 눌러도
쉽게 가루가 된다.
이것은 보리에 싹이 틀 때 나오는 당화 효소와 단백질 분해 효소가
보리에 저장된 양분들을 분해해 버렸기 때문이다.
엿기름은 보리나 수수뿐만 아니라 옥수수, 밀, 쌀 등의 곡물에 들어 있는 전분이나 단백질을
당분이나 아미노산으로 쉽게 분해 시켜 준다.
*호프(Hop)
중세 이래로 서양 사람들은 맥주 제조 시에 수많은 약초나 향료식물을 넣었는데,
그 가운데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것이 호프이다.
맥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고대 바빌로니아나 이집트에서는 호프를 쓰지 않았다.
이 시기의 맥주는 아마도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흡사했을 것이다.
호프는 맥주의 신맛과 신선도를 향상시켜 주었고,
특히 보존성이 뛰어나 맥주의 대량 유통을 가능하게 해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호프는 맥주에 특유의 쓴맛과 향기를 내준다.
탁한 것을 말게 해주는가 하면 잡균의 번식을 억제하기도 한다.
신장 결석이 있는 사람들의 예방약이 바로 맥주라고 하는데 이는 호프가 가진
탁월한 이뇨 작용 때문이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호프가 없는 맥주는 생각할 수도 없게 되었다. 호프가 맥주 양조에 기여하는 성분은 수지와 유기산이다.
이들의 조화는 매우 중요하여 맛과 향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간혹은 맥주 거품이 지나치게 솟아오르는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호프가 주로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 재배되는데 품질은
북한산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북한산 호프는 품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으며,
북한이 내새우는 가장 중요한 수출품이기도 하다.
#녹색 황금 '호프'
독일의 어느 호프 농장에서 일하던 여성 인부 전원이 2~3일마다 생리를 하는가 하면, 남성들의 젖가슴이 여성처럼 부풀어오르는 현상이 일어났는데,
후에 이것은 호프에 함유된 여성 호르몬의 작용 때문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중세 수도원에서는 수녀들의 생리가 불순할 때 호프를 끓여 마시고 효과를 보았으며
체코의 농민들 사이에서는 베개 속에 호프를 넣고 잠을 자는 습관이 있었다.
호프 베개를 배고 자면 숙면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호프의 노란 가루 속에 진정 작용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명이 되었다.
그 때문인지 독일에서는 호프를 '녹색 황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일(Ale)과 라거(Lager)
맥주의 효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발효가 끝나면 거품과 함께 위로 떠오르는
효모를 상면 효모,
밑으로 가라앉는 효모를 하면 효모라고 한다.
19세기 이전에는 상면 효모가 대부분이었으나 오늘날은 주로 하면 효모가 이용된다. 토양 상면 발효시킨 맥주를 에일(Ale), 하면 발효시킨 맥주를 라거(Lager)라 한다.
따라서 라거 맥주 공장은 하나의 거대한 냉장고라고 생각할 수 있다.
독일의 맥주
맥주의 종주국으로 자처하는 독일에는 1,800여 개의 맥주 양조장이 있다.
그 중에는 레벤 브로이 같은 큰 회사도 있으나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막걸리 양조장처럼 소규모로서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알프스로부터 발원하는 독일의 강들은 대부분 석회분의 함량이 높아서 음료수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 때문에 예로부터 맥주를 음료수 대용으로 마시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따라서 '독일의 대표적인 맥주가 이것이다'라고 말하기는 대단히 힘든 일이다. 독일인들은 일인당 연평균 300병(150리터)의 맥주를 마신다고 한다.
영국의 전통 에일(Ale) 맥주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세계 대부분의 맥주 제조 기법이 하면 발효식의 담색 맥주로
변화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직도 상면 발효식 에일 맥주가 주로 음용되고 있다.
에일 맥주는 상온(15~25도)에서 양조되므로 당연히 맛과 향도 상온에서 가장 좋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찬 맥주가 그리 흔하지 않다.
영국 맥주의 맛에는 뭔가 독특한 요소가 있어서 적응하기에는 다소 경험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일단 그 맛에 젖어 들면 마치 김치처럼 그 맛을 잊기
어려운 것이 바로 영국식 에일 맥주이다.
#에일 파티(Ealo)
중세의 영국에서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다음 하객들이 전부
신부집(Bryd)에 모여서 에일 파티(Ealo)를 했다.
그 때문에 신부와 에일이라는 두 개의 단어가 합성되어 결혼식(Bridal)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이며 전통 지키기를 좋아하는 영국 사람들은
오늘날까지도 에일을 즐겨 마시고 있다.
체코의 맥주
세계의 맥주 애호가들은 체코의 맥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체코의 필즈너(Pilsner) 맥주는 오늘날 전 세계 담색 맥주의 근원이 되었고,
버드바(Budvar) 맥주는 세계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은 브랜드인
미국의 버드와이저(Budweiser)의 시조나 마찬가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코에서는 9세기 무렵부터 호프가 재배되었다.
체코의 호프는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서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야생의 맥주 램빅(Lambic)
벨기에의 브뤼겔 지역에서 생산되는 태고의 야생 맥주는
전 세계 맥주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발동시키고 있다.
16세기 말엽 이 지역에서 활동한 화가 브뤼겔의 '농부의 춤'은 바로 이곳의 민속 맥주를
항아리 만한 잔으로 마시면서 추는 춤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벨기에 관광국이 지정한 브뤼겔 루트를 따라가면 이곳저곳에서 조그만 양조장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바로 그 유명한 램빅(Lambic) 맥주들이 생산되는 것이다.
세계 유명 맥주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각국 사람들은 20세기 초까지 수많은 양조장을 건설했다. 그러나 1920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주령은 모든 주류 업계를 파산으로 몰아 넣었다. 1933년 말의 금주령 해제를 기점으로 하여 미국의 맥주업계에는 몇몇 거대 기업이 탄생하였다.
*버드와이저(Budweiser)
미국의 대표적인 맥주회사는 버드와이저(Budweiser)를 생산하는
안호이저 부시(Anheuser-Busch)이다.
이 회사는 체코의 버드바(Budvar)를 모델로 색이 옅고 향과
맛이 연한(Light) 맥주를 생산하여 대 성공을 거두었다.
버드와이저의 생산량은 연 1,070만km로서 1995년 세계 맥주 총생산량의 8.3%를 점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맥주 총생산량의 약 7배에 달하는 양이다.
*하이네켄(Heineken)
네덜란드의 하이네켄(Heineken)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맥주회사이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하이네켄사는 1864년에 창립되었다.
창립자인 하이네켄은 맥주의 품질은 무엇보다도 효모의 품질과
정확한 발효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믿었다.
그는 1879년 파스퇴르 연구소로부터 기술지도를 받아 새로운 효모를 육종하였다.
그 후 하이네켄의 품질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어 1890년경에는
이미 동남아시아로 진출하였다.
하이네켄이 이른바 최초의 다국적 맥주회사가 된 것이다.
1934년 미국의 금주령이 해체되자 하이네켄은 미국으로 상륙하여 시장을 넓혀 갔다.
하이네켄은 '최고 품질의 하이네켄은 세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는 동양 맥주가 기술제휴를 해서 국내에서 생산한 적이 있다.
*칼스버그(Carlsberg)
다국적 맥주회사로서 근대적인 맥주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회사가 바로
덴마크의 칼스버그(Carlsberg)사이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에 본사를 둔 칼스버그사는 1801년 야콥센에 의하여 창립되었다. 그는 '과학기술의 존중'을 사시로 삼고 최고 품질의 맥주제조를 위한 미생물학적 연구를 지속했다.
그는 칼스버그 연구소를 창설하여 덴마크의 과학기술 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남겼다.
칼스버그 연구소의 에밀 한센은 맥주 효모의 순수 배양법을 정립하여
세계 여러 나라로 전파하였다.
칼스버그 맥주는 호프를 약간 많이 첨가한 향미가 진한 맥주로서 1995년에는
세계 8위의 생산량을 기록하였다.
칼스버그는 최근 중국, 홍콩, 태국, 베트남 등의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면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신세대 맥주 밀러(Miller)
밀러 맥주가 필립 모리스에게 흡수 합병될 때까지는 사실 가장 전통직인 구세대 맥주였다. 1855년 프레드릭 밀러가 맥주 양조장을 세웠을 때 Miller's High Life라 하여
다른 맥주에 비해 보다 유럽풍의 호프를 많이 쓴 맥주였다.
그러나 마케팅의 귀재 필립 모리스가 인수한 후 라이트(Light) 맥주를 개발하여 대 히트를 쳤다.
미국인들이 비만에 신경을 쓰는 것을 겨냥한 것이었다.
라이트 맥주는 물을 많이 넣은 약한 맥주로 유럽의 완전 발효(Dry)와는 비교가 안되는 맥주다.
그러나 필립 모리스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밀러 라이트(Miller's Light)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매우 인기 있는 제품이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미군의 PX를 통해 들여오기 시작해 X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맥주로 자리 잡았다.
요즘 유행하는 돌려 따는 맥주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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