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 배움/술 & 와인愛

막걸리 와 전통주

淸山에 2010. 10. 31. 14:43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청주, 소주, 탁주이다.
소주는 밑술을 증류시켜 이슬로 받아낸 것이고
청주는 밑술 독에 용수를 넣어 맑은 술이 고이면 퍼내는 것이다.
 
*전통술의 종류와 재조과정

우리나라의 전통주를 크게 분류하면 발효시켜 만든 탁주와 청주,
그리고 이것을 증류하여 만든 소주로 구분할 수 있다.
 
전통주의 매력은 역시 발효주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대표격인 탁주와 청주는 본래 누룩을 사용하여 빚은 유서 깊은 우리 술이다.
(정종은 일본 술인 ‘사케’의 변형된 이름으로 우리의 전통주인 청주와는 다르다)

탁주는 쌀을 누룩으로 발효시켜 양조한 술덧을 체로 거칠게 걸러낸 후
마시기에 적당하도록 물을 타서 알코올 도수를 낮춘 술로써 막걸리, 대포, 왕대포, 젓내기술,
 모주, 탁빼기, 탁주배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었다.
 
또한 집집마다 빚어 마셨기 때문에 그 집안의 솜씨나 제조법에 따라
맛과 향도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좋은 술을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눈(색), 코(향), 입(맛)으로 마시는 우리 전통 곡주는
색에서는 죽엽색에 가까울수록 좋고 향은 은은해야 하고 맛은
감칠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제강점기인 1907년 조선총독부가 제정한 주세법이 시행되면서
민속주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전통주의 맥이 끊어지게 되었다가,
88년 올림픽을 전후하여 국제화의 흐름을 타고 그 명맥은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 양주 수입량이 세계 으뜸인 상황이 말해주듯이 당시의 영향이
지금에도 크게 미치고 있다.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 청명주변증설(淸明酒辨證說)에서 조선 각지의 명주 넷을 들고 있다.
대저 동방의 군읍들에 명주가 있으니 평양의 감홍로(紺紅露)와 충청도 한산의 소국주(小麴酒)와
강원도 홍천의 백주(白酒)와 전라도 여산(礪山)의 호산춘(壺山春)이
일국의 이름난 명주"라는 것이다.
 
홍만선은 '산림경제(山林經濟)' 술빚기(釀酒) 조목에서 소국주와 호산춘뿐만 아니라
연엽주(蓮葉酒) 벽향주(碧香酒) 하향주(荷香酒) 이화주(梨花酒) 청서주(淸暑酒) 일일주(一日酒)
삼일주(三日酒) 등 이름도 산뜻한 조선의 여러 명주들의 제조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정조의 세손 시절 스승이었던 남용익(南龍翼)은 '호곡집(壺谷集)'에서
"아침에는 소국주를 기울이고, 밤에는 장유가(壯遊歌)를 듣는다"라고
읊을 정도로 소국주를 사랑했다.
 
홍만선의 명주 제조법에 따르면 홍천의 명주 백주(白酒)는 고급 막걸리이다.
호산춘은 만든 사람이 전해지는 흔치 않은 술인데, 청백리로 유명했던
중종 때의 청백리 송흠(宋欽)이 그 사람이다.
 
송흠이 삼남대로 가에 있는 전라도 여산(礪山·전북 익산 부근) 군수가 되었을 때
손님이 자주 찾아오는데 대접할 것이 없어서 만든 술이 호산춘이라고
그 행장(行狀)에 전해지고 있다. 
 
이규경이 '물산변증설(物産辨證說)'에서 냉면, 골동반(骨董飯·비빔밥)과 함께
평양의 3대 명물로 꼽은 감홍로는 발해고'로 유명한 유득공(柳得恭)이 애련정(愛蓮亭)이란
시에서 "곳곳마다 감홍로니, 이 마을이 곧 취한 마을일세(滿滿甘紅露/玆鄕是醉鄕)"라고 노래한
것처럼 평양 사람들의 애호주였다.
 
이규경이 '술과 면〔酒麵〕'조에서 "중국에는 오향로주(五香露酒)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평양부의 감홍로주(甘紅露酒)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
 
그간 다른 전통주들은 많이 복원되었지만 감홍로는 지역 특성 때문인지 근래에야 복원되었다.
주로 '달 감(甘)' 자를 쓰지만 이규경이 '감색 감(紺)' 자도 쓴 이유는 검붉은 색이기 때문일 것이다.
복원된 감홍로도 같은 색이었는데, 실향민들의 추석 향수를 달랠 만한 술일 것이다.
 
조선 태종은 재위 15년 금주령을 내렸지만 백성들의 막걸리(濁酒)는 금지시키지 않았으며,
영조도 재위 32년 제사에도 예주(醴酒·식혜)만 쓰라는 강한 금주령을 내리면서
막걸리는 제외했다가 뒤에야 포함시켰다.
 
이처럼 막걸리에 관대했던 이유는 농주(農酒), 곧 일할 때 먹는 노동주(勞動酒)였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이름도 많아서 고려의 이규보(李奎報)는 “나그네 창자는 박주(薄酒)로 씻는다”는
시구를 남겼다.
 
배꽃 필 때 누룩을 만든다 해서 이화주(梨花酒)라고도 했고,
백주(白酒)·회주(灰酒)·혼돈주(混沌酒)라고도 했다.
 
제주에 유배된 인목대비의 어머니 노씨(盧氏)가 술지게미를 재탕한 막걸리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해서 모주(母酒)라고도 불렀다.
막걸리는 서민의 음식만은 아닌 것이 세조도 태종의 딸인 숙근옹주(淑謹翁主)의
남편 화천군(花川君) 권공(權恭)의 집에서 막걸리를 마셨으며(세조실록) 성종이
자주 막걸리를 하사한 것처럼 임금도 막걸리를 즐겼다.
 
최근 막걸리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막걸리를 왜 ‘웰빙 술’ 심지어 ‘건강식품’이라고까지 하는 걸까.
일단 막걸리의 단백질 함유량은 1.9%로 다른 술(청주 0.5%, 맥주 0.4%)에 비해 많다.
필수 아미노산은 10여 종, 피부 미용에 좋은 비타민B 복합체도 들어 있다.

막걸리의 신맛을 내는 유기산도 대표적인 웰빙 성분이다.
젖산·구연산·사과산 등이 0.8% 정도 함유돼 체내 피로 물질을 제거하고 몸의 신진대사를
촉진해 변비에도 도움이 된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장수촌 사람들이 먹는 발효유나 과일즙에 이런 유기산이 많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최근 학계의 ‘막걸리 연구’가 힘을 보탠다.
최근 신라대 배송자 교수팀은 막걸리에 항암 성분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막걸리 농축액을 투여하자 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 세포의 60% 정도가 증식이
억제되는 효과를 보였다는 것.
 
또 손상된 간 조직을 정상으로 회복시키고, 갱년기 장애 유발 요인도
막걸리 성분으로 정상군보다 낮게 나타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대 식품생물공학과 배송환 교수팀도 비슷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배 교수는 “막걸리 발효 과정에서 운지버섯에서 추출한 항암물질(크레스틴)보다 활동성이
왕성한 항암물질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막걸리가 성인병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술이 고혈압·심장병 등을 유발시키는 것과 달리
막걸리는 살아 있는 효모 덕에 혈청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분도 적당히 마셨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의학 전문가들은 말한다.
 
 
막걸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쌀로만 빚는다?

고두밥(술밥)을 쪄서 누룩을 섞어 발효시키는 전통 막걸리는 쌀이 주원료다.
하지만 1964년 식량 부족으로 쌀 사용이 금지되면서 밀가루가 대신 쓰였다.
규제가 풀린 지금도 맛을 내기 위해 밀가루로 빚는 막걸리가 적지 않다.
하루 1만3000병(750mL 기준)을 출하하는 전주삼화주조는 100% 밀가루 막걸리다.
이동주조의 ‘이동쌀막걸리’는 쌀 60%에 밀가루 40%를 섞는다.

플라스틱 통으로만 나온다?

2030세대를 겨냥해 패키지도 업그레이드됐다.
배상면주가는 투명 유리병에 막걸리를 담은 ‘대포막걸리’를 판매한다.
캔막걸리도 등장했다.
국순당의 캔막걸리는 저온살균 처리 후 밀폐·포장해 제조일로부터 1년까지 보관할 수 있다.
서울탁주제조협회도 캔막걸리 ‘월매막걸리’를 내놓고 있다.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

숙취가 심하다면 불량품으로 의심해야 한다.
제대로 숙성이 안 된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적정 숙성 기간은 8~10일. 이보다 짧게 발효된 제품은 배 속에서 탄산가스를 만든다.
이것이 뇌로 올라와 두통을 일으키고 입에선 트림이 난다.
과거엔 생산가를 낮추려고 ‘카바이드’를 섞은 탓에 숙취가 생겼다.
카바이드는 석유와 비슷한 성분의 화학물질로,
막걸리를 인위적으로 빠르게 발효시키기 위해 쓰였다.

동동주와 같은 것이다?

막걸리는 청주를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낸 술로서 빛이 탁하고 알코올 성분이 적다.
맑지 못하고 탁하다 하여 탁주, 탁배기로도 불린다.
 
하지만 동동주는 다르다.
찹쌀로 만든 맑은 술에 밥알을 동동 뜨게끔 빚은 술로 막걸리하고는 전혀 다른 술이다.
 
흔들어 주세요, 제맛 보려면

막걸리는 전국 800여 개가 넘는 술도가에서 만든다.
그래서 품질도 맛도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좋은 막걸리를 고르려면 몇 가지 기본 요령을 알아야 한다.

●마개가 꽉 닫혀 있는지 살펴야 한다.
막걸리의 톡 쏘는 맛은 천연가스가 만드는 기포에서 생기는데,
마개가 헐거우면 이 청량감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물질 세균으로 변질되기 쉬운 막걸리에서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흔들지 않았는데도 탁하고 가라앉은 부분이 별로 없다면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막걸리라고 봐야 한다.

●잔에 따랐을 때 사이다처럼 기포가 올라오는지도 체크해 보자.
이는 막걸리에 살아있는 효모가 숨을 쉬면서 탄산가스를 내보내는 증거다.
이를 볼 수 없는 막걸리는 살균 처리돼 영양분이 없거나 제대로 발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잘 숙성된 막걸리를 골랐다면 아래위를 잘 섞어서 마셔야 제대로 먹는 것이다.
다이어트 때문에, 맥주와 섞어 먹느라 막걸리의 맑은 부분만 먹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것과 같다.
 
서울탁주협회 서울제국연구소의 성기욱 전무는 “병 바닥에 가라앉은 성분을 찌꺼기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항암 성분 등 건강에 필요한 생효모가 농축돼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맛있게 먹는 기간도 따로 있다.
출시된 뒤 하루 이상 냉장 보관하는 게 좋다.
막걸리를 만들 땐 원액의 도수(14도 내외)를 낮추기 위해 물을 섞는데,
효모가 발효하면서 물이 알코올로 변하는 데 하루 이상이 필요하다.
물론 살균 처리하지 않은 ‘생막걸리’의 경우다
  
 
 

 

 
 
 
* 메타포로써의 술자의 유형
* 戒盈杯(계영배) : 술이 일정한 한도에 차오르면 새어나가도록 만든 잔.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잔으로,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한다.
   술잔의 이름은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이며,
   잔의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지닌다.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정성을 드리며 비밀리에 만들어졌던
'의기'(儀器)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자료에 의하면 공자(孔子)가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찾았을 때
생전의 환공이 늘 곁에 두고 보면서 스스로의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사용했던 '의기'를
보았다고 한다.
 
이 의기에는 밑에 구멍이 분명히 뚫려 있는데도 물이나 술을 어느 정도 부어도 전혀 새지 않다가
7할 이상 채우게 되면 밑구멍으로 새어나가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환공은 이를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이라 하여 '유좌지기'(宥坐之器)라 불렀고,
공자도 이를 본받아 항상 곁에 두고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했다고 한다.

이는 현대의 '탄탈로스의 접시'라는 화학 실험기구와 그 원리가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실학자 하백원(1781∼1844)과 도공 우명옥이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전한다.
 
하백원은 전라남도 화순 지방에서 태어나 20세까지 학문을 배우고
23세부터 53세까지 30여 년간 실학 연구에 몸을 바친 과학자 성리학자 실학자였다.
 
그는 계영배를 비롯하여 양수기 역할을 하는 자승차,
펌프같이 물의 수압을 이용한 강흡기와 자명종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도공 우명옥은 조선시대 왕실의 진상품을 만들던 경기도 광주분원에서 스승에게 열심히
배우고 익혀 마침내 스승도 이루지 못한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명성을 얻은 인물로 전해진다.
 
그 후 유명해진 우명옥은 방탕한 생활로 재물을 모두 탕진한 뒤 잘못을 뉘우치고 스승에게
돌아와 계영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 후 이 술잔을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林尙沃: 1779∼1855)이 소유하게 되었는데,
그는 계영배를 늘 옆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리면서 큰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過猶不及(과유불급) :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말은 
인생사 고비고비마다 과욕을 경계하고 성찰하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생활의 지혜입니다.
 
술은 밝음과 어둠 약 과 독 즐거움과 슬픔 선과 악의 야누스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므로 계영배<戒盈杯>같은 넘침을 경계하기 위한 술잔이 생겨났다.
 
* 순배잔 : 경주 포석정처럼 곡수에 잔을 띄어 돌려 마시는 순배잔으로서는
물에 뜬 바가지 잔이 제격이다.
 
* 벽통배 : 연잎으로 술잔을 만들어 마시는 잔이다.
   넓은 연잎을 원추형으로 말아 술을 만들어 엽경을 통해 술을 마치 코끼리 코처럼 
들어올려 빨아 마셨다.
 
   연의 향기가 스미고 술이 차가워지기도 하여 삼복의 술잔으로 선호되었던 잎 잔이다.
* 竹筒酒: 살아 있는 대의 굵은 대목을 잘라 술밥과 누룩과 무을 붓고 파고 잎으로 싸서 묶어둔다.
   술이 익으면 그 대 마디를 잘라들 고 마셨으니 풍류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곧 대마디 마디가 술잔이었던 것이다.
 
   대나무 대신 소나무 주기로 빚어 마신 술이 와송주이다.
   누운 소나무에 구멍을 파 술을 빚고 소나무 뚜껑으로 덮어 두었다가 술이 익으면
그 부위를 잘라 마셨다.
 
* 洞天甁 : 양귀비의 언니인 괵국 부인은 장치가 벌어지는 대청 대들보에 사슴창자를 걸어놓고
그 창자에다 술을 가득 채워놓고
   빨아 마시게 하였는데 이를  동천병이라고 하였다.
 
* 馬上杯 : 친구간의 우정, 형제간의 우의를 다질때 잘 사용하는 술잔이다.
   짐승의 속이 텅빈 뿔은 그 끝이 뾰족하여 한번 받은 술잔은 양이 적고 많고 간에 쭈욱
다 마셔야 한다.
 
* 곡주(穀酒) : 술잔이 넘치도록 따라주어도 먹지 않고 있는 우는 술잔
* 쌍잔(雙盞) : 술 잔을 두 잔 이상 받아놓고 마시는 잔
* 번개술잔 : 자신의 술잔을 금방 비우고 상대방한테 빨리빨리 돌리는 술잔
* 제사술잔 : 술 잔을 받아놓고 오랫동안 먹지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유형
* 고래술잔 : 큰 잔에 술을 가득 부어 벌컥벌컥 마시는 술잔
* 두꺼비 술잔 : 술을 주는대로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는 유형
 
 
 

  

 
 
 
縱筆(종필)-마음 가는대로 쓰다-奇大升(기대승)

淸風動萬松(청풍동만송) : 맑은 바람에 소나무들 물결치고
白雲滿幽谷(백운만유곡) : 흰 구름은 그윽한 골짜기에 가득하구나.
山人獨夜步(산인독야보) : 산에 사는 사람 혼자 밤에 걷노라니
溪水鳴寒玉(계수명한옥) : 개울물은 찬 옥구슬 구르듯이 소리 내며 흐른다.
 
同諸友步月甫山口號(동제우보월보산구호)-
친구들과 함께 보산에서 달빛을 거닐며 소리치다-奇大升(기대승)

涼夜與朋好(량야여붕호) : 서늘한 밤 친구들과 함께
步月江亭上(보월강정상) : 강가 정자에서 달빛을 거닐었네.
夜久風露寒(야구풍로한) : 밤이 깊어지자 바람과 이슬 차가워지니
悠然發深想(유연발심상) : 나도 몰래 깊은 생각에 잠기었네.
  
 
偶吟(우음)-우연히 읊다-金正喜(김정희)

時候忽已徂(시후홀이조) : 계절은 벌써 바뀌어
明月又秋風(명월우추풍) : 밝은 달과 가을바람이네.
孤懷攬逝雲(고회람서운) : 외로운 마음은 지나가는 구름 감싸고
戚戚悲西東(척척비서동) : 근심과 걱정으로 모든 일이 서글프다.
風雨日以至(풍우일이지) : 비바람이 날마다 불어오니
咫尺間山川(지척간산천) : 지척간도 산천이 가로 막힌 듯하여라.
老槐高百尺(노괴고백척) : 오래된 괴화나무 높이가 백 척이고
飛花過墻翩(비화과장편) : 흩날리는 꽃잎들은 나풀나풀 담장을 넘는구나.
搴花咏所思(건화영소사) : 꽃을 뽑아들고 그리운 임 노래하니
悵然心莫展(창연심막전) : 너무나 서글퍼 내 마음 풀 수도 없구나.
籜石眷幽寂(탁석권유적) : 죽순 난 돌은 한적하고 그윽한 곳 그리워하고
菱藻冒淸淺(릉조모청천) : 마름 부들은 맑고 옅은 내를 덮었구나.
林蟬破鮮霽(림선파선제) : 매미 소리 비 갠 숲 속의 한적함을 깨뜨리고
天地一懷新(천지일회신) : 천지가 한결같이 새로워지는구나.
澄景畢來集(징경필래집) : 맑은 풍경 모두 모였으니
緬邈區中塵(면막구중진) : 아득히 떠오르네, 속세의 온갖 생각
及時須行樂(급시수행락) : 때를 만나 모름지기 즐길 것이니
浮生足可惜(부생족가석) : 덧없는 인생 너무도 애석하도다.
顧結芳杜隣(고결방두린) : 생각하건데, 방두의 이웃을 맺어
聊以數晨夕(료이수신석) : 오로지 아침저녁으로 자주 노닐었으면
 
 
화석정(花石亭)-화석정에서-이이(李珥)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 : 숲 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늦으니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 시인의 생각 끝이 없어라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 멀리 보이는 물은 하늘과 맞닿아 더욱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 서리 맞은 단풍나무 해를 향하여 붉어라
山吐孤輪月(산토고윤월) : 산은 외로운 둥근달을 토해내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 강은 만리나 되는 긴 강바람을 머금었구나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 변방의 기러기 그 어느 곳으로 날아가는지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 기러기 소리 구름 속으로 멀어진다.
 
 
高山九曲歌(고산구곡가)-고산구곡가-李珥(이이)

高山九曲潭(고산구곡담) : 고산의 아홉 굽이 못을
世人未曾知(세인미증지) : 사람들은 알지 못하네.
誅茅來卜居(주모래복거) : 풀을 베고 와 사노라니
朋友皆會之(붕우개회지) : 친구들이 모두 모여드네.
武夷仍想像(무이잉상상) : 이곳에 살아보니 무이산이 생각나
所願學朱子(소원학주자) : 주자의 학문 배우고 싶네.
一曲何處是(일곡하처시) : 첫째 곡은 어디인가
冠巖日色照(관암일색조) : 관암에 햇빛 비치도다.
平蕪煙斂後(평무연렴후) : 편편한 풀밭에 연기 걷힌 뒤
遠山眞如畫(원산진여화) : 먼 산은 정말 그림 같도다.
松間置綠樽(송간치녹준) : 소나무 사이에 술잔 차리고
延佇友人來(연저우인래) : 우두커니 서서 친구를 기다린다.
二曲何處是(이곡하처시) : 둘째 곡은 어디인가
花巖春景晩(화암춘경만) : 화암에 봄이 저무누나.
碧波泛山花(벽파범산화) : 푸른 물결에 꽃잎 떠
野外流出去(야외유출거) : 들 밖으로 흘러간다.
勝地人不知(승지인부지) : 이 좋은 곳 남들이 모르는데
使人知如何(사인지여하) : 이 꽃잎으로 남들이 알면 어쩌나
三曲何處是(삼곡하처시) : 셋째 곡은 어디인가
翠屛葉已敷(취병엽이부) : 취병에 벌써 나뭇잎 피었구나.
綠樹有山鳥(녹수유산조) : 푸른 나무에 산새 놀고
上下其音時(상하기음시) : 위아래로 산새소리
盤松受淸風(반송수청풍) : 소나무에 부는 맑은 바람
頓無夏炎熱(돈무하염열) : 여름의 더운 열기 조금도 모르겠다.
四曲何處是(사곡하처시) : 넷째 곡은 어디인가
松崖日西沈(송애일서침) : 송애에 해 넘어 가는구나.
潭心巖影倒(담심암영도) : 못 가운데 바위 그림자 거꾸로 비쳐
色色皆蘸之(색색개잠지) : 색색이 다 물 속에 보인다.
林泉深更好(임천심갱호) : 숲 속 샘은 깊을수록 좋아
遺興自難勝(유흥자난승) : 그윽한 흥을 이기기 어렵도다.
五曲何處是(오곡하처시) : 다섯째 곡은 어디인가
隱屛最好看(은병최호간) : 은병이 가장 보기 좋구나.
水邊精舍在(수변정사재) : 물가에 정자 있어
瀟灑意無極(소쇄의무극) : 깨끗하기 그지없다
箇中常講學(개중상강학) : 그 속에서 항상 배우고
詠月且吟諷(영월차음풍) : 달을 읊고 시를 읊는다.
六曲何處是(육곡하처시) : 여섯째 곡은 어디인가
釣溪水邊閣(조계수변각) : 조계에 누각 있도다.
不知人與魚(부지인여어) : 모르겠구나, 사람과 물고기
其樂孰爲多(기락숙위다) : 어느 것이 더 즐거운지
黃昏荷竹竿(황혼하죽간) : 황혼에 낚싯대 메고
聊且帶月歸(요차대월귀) : 오로지 달빛 아래 돌아온다.
七曲何處是(칠곡하처시) : 일곱째 곡은 어디인가
楓巖秋色鮮(풍암추색선) : 풍암에 가을빛이 선명하구나.
淸霜薄言打(청상박언타) : 맑은 서리 살짝 스쳐가니
絶壁眞錦繡(절벽진금수) : 절벽이 정말 수놓은 비단이네
寒巖獨坐時(한암독좌시) : 찬 바위에 홀로 앉으니
聊亦且忘家(요역차망가) : 오로지 집으로 돌아갈 일 잊었다.
八曲何處是(팔곡하처시) : 여덟 째 곡은 어디인가
琴灘月正明(금탄월정명) : 금탄에 달 밝도다.
玉軫與金徽(옥진여금휘) : 옥 거문고와 금 거문고로
聊奏數三曲(요주수삼곡) : 두 서네 곡을 연주한다.
古調無知者(고조무지자) : 옛 곡조 아는 이 없으니
何妨獨自樂(하방독자락) : 혼자 즐긴들 무슨 관계리오.
九曲何處是(구곡하처시) : 아홉 째 곡은 어디인가
文山歲暮時(문산세모시) : 문산에 한해가 가는구나.
奇巖與怪石(기암여괴석) : 기암과 괴석이
雪裏埋其形(설리매기형) : 설리 속에 묻혔으니
遊人自不來(유인자불래) : 구경꾼들 오지 않고
漫謂無佳境(만위무가경) : 공연히 좋은 경치 없다 하네.
  
 
感興走筆(감흥주필)-흥에 젖어 글을 쓰다-李德懋(이덕무)

借問世間人(차문세간인) :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日日何所營(일일하소영) : 나날이 경영하는 것이 그 무엇인가
囂塵撲衣裳(효진박의상) : 옷자락을 치는 자욱한 먼지
車馬幾逢迎(차마기봉영) : 수레와 말을 몇 번이나 마주치는가.
街衖喧市聲(가항훤시성) : 거리마다 물건 파는 소리로 떠들썩하고
寶貨何溢盈(보화하일영) : 돈과 물건은 어찌 그리도 넘치는가.
雖是生活計(수시생활계) : 아무리 생계 수단이라도
不足以爲榮(부족이위영) : 영화롭게만 여겨서는 아니 되네
何如江湖上(하여강호상) : 강호에서 휘파람 길게 불어보는 것은 어떠한가.
長嘯坐簷楹(장소좌첨영) : 길게 휘파람 불며 누각에 앉아
秋風釣細鱗(추풍조세린) : 가을바람 불면 작은 물고기 낚시질하고
春林聽嬌鸎(춘림청교앵) : 봄 숲에 고운 꾀꼬리 소리 듣고
拄杖看松翠(주장간송취) : 지팡이에 의지해 푸른 솔을 구경하며
濯纓就水淸(탁영취수청) : 맑은 물에 나아가 갓끈을 씻는다네.
或往林亭會(혹왕림정회) : 숲 속 정자의 모임에도 나가고
或作舞雩行(혹작무우행) : 기우제 제단에 나가 구경도 한다네.
渾然羲皇世(혼연희황세) : 그 옛날 희황상인의 세상과 같으니
誰能識此情(수능식차정) : 그 누가 나의 이 심정을 알리오
 
 
中秋月1(중추월1)-한가위 달-李德懋(이덕무)

端正中秋月(단정중추월) : 단정한 저 한가위 달
姸姸掛碧天(연연괘벽천) : 곱게도 창공에 걸려 있구나
淸光千里共(청광천리공) : 맑은 빛 천 리 밖에도 같고
寒影十分圓(한영십분원) : 찬 그림자 다 둥글었구나
賞玩唯今夜(상완유금야) : 그윽한 구경도 이 밤뿐
看遊復隔年(간유부격년) : 다시 보려면 한 해가 지나야 되는구나
乾坤銀一色(건곤은일색) : 천지가 하나같이 은빛
常恐落西邊(상공락서변) : 혹 서산에 떨어질까 두려워라.
 
 
조대망월(釣臺望月)-낙시대에서 달을 바라보며-신위(申緯)

溶溶波上月(용용파상월) : 출렁거리는 물결 위 달
塗塗葉間霜(도도엽간상) : 자욱한 나뭇잎 사이의 서리
霜光與月色(상광여월색) : 서릿빛과 달빛
倂墜煙渺茫(병추연묘망) : 모두 안개에 떨어져 아득하다
釣臺一片石(조대일편석) : 낚시대의 돌 한덩이
據此水中央(거차수중앙) : 이 물 가운데에 버티어 있도다
不知夜深淺(부지야심천) : 밤이 깊은지 얕은지 모르지만
漸見人影長(점견인영장) : 점차로 사람의 그림자 길어진다
 
 
孔俯漁舍(공부어사)-공부어사에서-李稷(이직)

柳陰密成幄(류음밀성악) : 버드나무 그늘 짙어서 장막이루고
黃鳥送好音(황조송호음) : 꾀꼬리는 즐거운 노래 부르네
幅巾步回渚(폭건보회저) : 두건 쓰고 걸어서 물가를 돌면
沙白水淸心(사백수청심) : 백사장과 물에 마음 맑아지네
聞君何爲者(문군하위자) : 그대가 무엇 하던 사람인지 나 들었으니
不憂世紛侵(불우세분침) : 세상 어지러움 당하는 일일랑 근심 말아요
潔身富春志(결신부춘지) : 내 몸 깨끗이 가져 청춘의 귀한 뜻 키워
濟世磻溪心(제세반계심) : 한세상 건너기는 반계에 숨어 사는 이 마음이라야
乾坤一竿竹(건곤일간죽) : 세상에 가진 것이란 낚싯대 하나
氣味古猶今(기미고유금) : 그 맑은 멋, 예나 오늘날이나 마찬가질세
 
 
신해제야2(辛亥除夜2)-신해년 제야에-이숭인(李崇仁)
* 원제: 辛亥除夜呈席上諸公二首

邂逅成佳會(해후성가회) : 우연히 이루어진 좋은 모임
都爲少壯時(도위소장시) : 모두가 젊은 시절 위함이도다.
風流東晉俗(풍류동진속) : 우리들 풍류는 동진의 분위기요
瀟灑盛唐詩(소쇄성당시) : 모임의 소탈함은 성당의 시이로다.
世事正紛糾(세사정분규) : 세상일이야 어지럽기 짝이 없어도
交情無改移(교정무개이) : 우리 사귄 정이야 변하지 않는구나.
殷勤惜白日(은근석백일) : 은근히 멀쩡한 세월 아껴가면서
愼勿負相知(신물부상지) : 조심하여 서로 이해심을 저버리지 말게나.
 
 
이십일제야(二十一除夜)-스물 한 살의 섣달 그믐날 밤-최해(崔瀣)

二十一除夜(이십일제야) : 스물 한 살, 섣달 그믐날 밤
燈火一書帷(등화일서유) : 등불 앞에 글 읽는 휘장 안
今夕是何夕(금석시하석) : 오늘 저녁은 어떤 저녁인가
又作除夜詩(우작제야시) : 또 제야시를 짓는다.
詩意一何苦(시의일하고) : 시의 뜻이 이렇게도 괴로운가.
念昔勞我思(념석로아사) : 지난 일 돌아보니 내 마음 괴로워라.
十歲心尙孩(십세심상해) : 열 살 때에는 마음 아직 어려서
喜愠安得知(희온안득지) : 기뻐하고 성내기도 어찌 알았을까.
我年方十一(아년방십일) : 내 나이 바야흐로 열 한 살 되어
問字始從師(문자시종사) : 글을 물어 비로소 스승을 찾았으니
自一至於五(자일지어오) : 열한 살에서 열다섯까지였다.
學海迷津涯(학해미진애) : 학문의 세계에서 길 몰라 헤매다가
十六充擧子(십륙충거자) : 열여섯 살에 과거꾼에 섞이었다.
士版得相隨(사판득상수) : 선비들 사이에 서로 따르게 되었는데
十七戰春官(십칠전춘관) : 열일곱에 과거보아 춘관에 응시하여
中策欣揚眉(중책흔양미) : 합격하여 기꺼이 눈썹 치올렸다.
自謂有怙恃(자위유호시) : 스스로 생각에 부모를 믿었으니
不樂愁何爲(불악수하위) : 즐기지 않고 시름해 무엇 하였나.
是時少檢束(시시소검속) : 이때부터는 몸단속 적어지고
放浪日舍巵(방랑일사치) : 방랑하면서 날마다 술 마셨어라.
但倚富年華(단의부년화) : 다만 젊은 나이 스스로 믿었는데
豈慮名宦遲(기려명환지) : 어찌 이름과 벼슬 늦어질 줄 생각했을까.
世事苦多乖(세사고다괴) : 세상 일 어그러짐 많아 괴로워라
天也非人私(천야비인사) : 하늘이여, 사람의 뜻대로 안되니
何圖纔及冠(하도재급관) : 어이 생각했으랴, 나이 스물에
倏忽悶母慈(숙홀민모자) : 갑자기 어머님 여윌 줄을
荼毒入中腸(도독입중장) : 괴로움이 창자 속에 들어가니
痛哭何可追(통곡하가추) : 통곡한들 어이 따라 미칠 것인가.
況今老夫子(황금로부자) : 하물며 늙으신 아버지마저
夏孟承疇咨(하맹승주자) : 첫여름에 나라의 부름을 받았어라.
仍按東南轡(잉안동남비) : 이내 동남쪽으로 말고삐 당겼지만
違顔一歲彌(위안일세미) : 뵈옵지 못한 지 일 년 되었구나.
有弟亦遠遊(유제역원유) : 동생이 있었으나 멀리 노닐어
空詠鶺鴒辭(공영척령사) : 공연히 할미새 노래를 읊었다.
孑立默四顧(혈립묵사고) : 외로이 서서 잠자코 사방을 돌아보니
欲言聽者誰(욕언청자수) : 말하려 해도 누가 들어 주리오.
所以傷我神(소이상아신) : 그래서 내 마음은 외롭고 서글퍼
泣涕謾漣洏(읍체만련이) :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린다.
秦相方乳臭(진상방유취) : 진상은 어릴 때인데도
斗印纍纍垂(두인류류수) : 허리에 인끈이 주렁주렁 하였었다.
功名不在大(공명불재대) : 공명이란 나이에 있지 않는 것
只在遭其時(지재조기시) : 다만 때를 만나기에 달려있어라.
二十寂無聞(이십적무문) : 나이 스물에 이름 없이 적막하니
誰稱丈夫兒(수칭장부아) : 누가 대장부라 말하여 줄 것인가.
我今旣云過(아금기운과) : 나는 이미 그 나이 지났어도
一命未曾縻(일명미증미) : 일찍이 한번의 벼슬도 못 얻었어라.
二十一除夜(이십일제야) : 스물 한 살의 섣달그믐날 밤
空作徂年悲(공작조년비) : 쓸쓸히 한 해를 보내며 슬퍼한다
 
 
오덕인생일(吳德仁生日)-오덕인 생일-최해(崔瀣)

夫道在率性(부도재솔성) : 도는 본성을 따르는 데 있으니
不可離斯須(불가리사수) : 잠깐도 그것을 떠날 수 없도다
非道久猾夏(비도구활하) : 도가 아닌 것이 오랫동안 나라 어지럽게 하여
命世大賢無(명세대현무) : 세상을 다스릴 큰 현인 없었도다
吾邦古朝鮮(오방고조선) : 우리 나라 고조선 때에는
英俊時竝驅(영준시병구) : 영웅과 준걸이 때맞춰 나왔도다
邇來道亦衰(이래도역쇠) : 그 이후로 지금은 쇠퇴하여
寥寥歲月逾(요요세월유) : 쓸쓸하고 적막한지 오랜 세월지났다
天豈似秦政(천기사진정) : 하늘은 어찌하여 진나라 조정 처럼
忍使斯民愚(인사사민우) : 차마 이 백성을 어리석게 하였던가
牛山鍾秀氣(우산종수기) : 우산에는 청수한 기운 모이어서
降神生老吳(강신생로오) : 우리 신령한 늙은 오공 내려주시었다
天資自淳粹(천자자순수) : 타고난 자질은 원래 순수하고
道義與之俱(도의여지구) : 도와 의가 함께 갖추어주었도다
獨專明代望(독전명대망) : 밝은 세대 촉망을 혼자서 받았고
早奮經濟圖(조분경제도) : 일찍부터 경세제민의 계획을 떨치었도다
小吳字德仁(소오자덕인) : 작은 오공의 자는 덕인인데
丹穴有鳳雛(단혈유봉추) : 단혈에는 봉의 새끼있었도다
褓褓襲箕裘(보보습기구) : 포대기에 싸여 세업을 이었으니
老吳德不孤(로오덕불고) : 늙은 오공의 덕은 외롭지 않도다
便便五經笥(편편오경사) : 큼직한 오경 상자있으니
汝爲君子儒(여위군자유) : 너는 군자의 선비가 되어라
生日會佳友(생일회가우) : 생일에 아름다운 벗을 모아
筵秩開金壺(연질개금호) : 자리에 앉아 금술병을 기울인다
座客皆飮酒(좌객개음주) : 자리 손님들 다 술을 마시며
肝膽向君輸(간담향군수) : 진정으로 그대를 축원하노라
皆云享眉壽(개운향미수) : 모두가 오래오래 사시라 하니
終始保金軀(종시보금구) : 금 같은 그 몸을 끝내 보전하소서
而我本狷直(이아본견직) : 그러나 나의 성질은 급하고 곧아
客後煩相呼(객후번상호) : 손 뒤에서 성가시게 부르노라
願君奉老吳(원군봉로오) : 원컨대 그대는 늙은 오공을 받들어
事業同三蘇(사업동삼소) : 하시는 일이 소씨 부자처럼 되게 하소서
 

기부지(期不至)-오신다고 하고서 안 오시는 임-안민학(安敏學)

莞城雨初歇(완성우초헐) : 완산에 내린 비, 이제 그치고
落山淡秋山(낙산담추산) : 해 지는 저녁 산에 깃드는 가을 빛
佳期隔江浦(가기격강포) : 강 건너 포구에서 우리 만날 약속
望望水雲間(망망수운간) : 자욱한 물과 구름에, 아득히 바라보기만 합니다
 
 
送人(송인)-그대를 보내며-鄭知常(정지상)

庭前一葉落(정전일엽락) : 뜰 앞에 나뭇잎 하나 떨어지고
床下百蟲悲(상하백충비) : 마루 밑 벌레 소리 처량도하다
忽忽不可知(홀홀불가지) : 그대 홀연히 떠남을 잡지 못하니
悠悠何所之(유유하소지) : 그대 멀리 어디로 가려는가
片心山盡處(편심산진처) : 마음으론 길 다한 곳까지 따라 가고
孤夢月明時(고몽월명시) : 달 밝은 밤이면 그대 꿈꾸리라
南浦春波綠(남포춘파녹) : 남포의 봄 물결 푸르러지면
君休負後期(군휴부후기) : 그대여, 우리 약속 잊지 마오
 
 
차명원루연집운(次明遠樓宴集韻)-명루원연집을 차운하다-최원우(崔元祐)

登臨日日却忘回(등림일일각망회) : 날마다 올라 돌아갈 일 잊노니
傍眼奇觀次第開(방안기관차제개) : 눈앞에 좋은 경치 차례로 펼쳐진다
何處遙岑雲外出(하처요잠운외출) : 아득한 봉우리 구름 밖 어디에서 나와
有時飛雨野邊來(유시비우야변래) : 이따금 날리는 비 들판에 몰려오는구나
晩涼倚柱風生帽(만량의주풍생모) : 저녁 서늘하여 기둥에 기대니 모자에 바람 일고
夜靜吹簫月滿杯(야정취소월만배) : 고요한 밤 퉁소를 부니 달빛이 잔에 가득하구나
流水亦知人着愛(류수역지인착애) : 흐르는 물도 사람의 애착을 아는 듯
樓前直到故徘徊(루전직도고배회) : 누강 앞에 곧장 와서는 짐짓 배회하는구나
 
 
차서화담운(次徐花潭韻)-서화담의 시를 차운하여-조식(曺植)

秋江踈雨可垂綸(추강소우가수륜) : 보슬비 내리는 가을 강에 낚시줄 드리움직하고
春入山薇亦不貧(춘입산미역불빈) : 봄 들자 산고사리 돋아나 가난하지 않도다.
要把丹心蘇此世(요파단심소차세) : 일편단심으로 이 세상 소생시키고자 하지만
誰回白日照吾身(수회백일조오신) : 그누가 밝은 해를 돌려 이내 몸 비춰 줄까.
臨溪鍊鏡光無垢(임계련경광무구) : 개울에 나가 거울 닦아내니 번쩍번쩍 때 없어지고
臥月吟詩興有神(와월음시흥유신) : 달 아래 누워서 시를 읊조리니 신나는 흥취가 인다.
待得庭梅開滿樹(대득정매개만수) : 뜰의 매화나무 꽃 가득 필 때를 기다려
一枝分寄遠遊人(일지분기원유인) : 한 가지 꺾어서 멀리서 떠도는 사람에게 나눠 부친다.
 
 
차우인운(次友人韻)-친구의 시를 차운하여-조식(曺植)

泛泛楊舟檣木蘭(범범양주장목란) : 둥둥 뜬 버드나무 배에 목련나무 노 저어
美人何處隔雲間(미인하처격운간) : 내 님은 어디 있나, 구름 저 넘어 있으리라.
蓴鱸裡面猶多意(순로리면유다의) : 순채국과 농어회 속에는 많은 의미가 있으니
只會江東一帆看(지회강동일범간) : 다만 강동으로 가는 돛단배 만나 찾아 보게나.
 
 
送人(송인)-임을 보내며-정지상(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 비 갠 긴 강둑에 풀빛 짙어지고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 남포로 임을 보내니 슬픈 노래 이는구나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 대동강 물은 그 어느 때도 마르지 않으리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 이별의 눈물이 해마다 대동강 푸른 물에 보태지리니
 
 
채연곡(采蓮曲)-연꽃을 따며 부르는 노래 -허난설헌(虛蘭雪軒)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 : 가을은 맑고 긴 호수엔 벽옥 같은 물 흐르고
荷花深處繫蘭舟(하화심처계난주) : 연꽃 우거진 곳에 아름다운 목련배 매여 있어요
逢郞隔水投蓮子(봉랑격수투연자) : 임을 만나 물 사이로 연밥을 던지다가
遙被人知半日羞(요피인지반일수) : 멀리 사람들이 알아보아서 반나절이 부끄러웠소
 
 
유별서경금소윤준(留別西京金少尹峻)-서경에 소윤 김준을 남겨두고 -최치원(최치원)

相逢信宿又分離(상봉신숙우분리) : 서로 만나 이틀 밤 묵고 또 이별이라
愁見歧中更有歧(수견기중경유기) : 갈림길 속의 갈림길을 수심겨워 바라본다
手裏桂香銷欲盡(수리계향소욕진) : 손에 쥔 계수나무, 향기 다 사라져가니
別君無處話心期(별군무처화심기) : 그대와 이별 후엔 내 마음 얘기할 곳 없어라
 
 
金剛山(금강산)-금강산-權近(권근)

雪立亭亭千萬峰(설립정정천만봉) : 눈 속에 우뚝 우뚝, 천만 봉우리
海雲開山玉芙蓉(해운개산옥부용) : 바다 구름 걷히자 드러난 옥부용 산봉우리
神光蕩漾滄溟近(신광탕양창명근) : 출렁대는 신비한 기운 창해에 물결인 듯
淑氣蜿蜒造化鐘(숙기완연조화종) : 꿈틀대는 맑은 기운 조화기운 다 모였네
突兀岡巒臨鳥道(돌올강만임조도) : 우뚝 솟은 산봉우리 험한 길 마주보고
淸幽洞壑秘仙蹤(청유동학비선종) : 맑고 깊은 골짜기엔 신선 자취 숨겨있네
東遊便欲陵高頂(동유편욕릉고정) : 동으로 가다보면 높은 언덕 올라가서
俯視鴻濛一盪胸(부시홍몽일탕흉) : 세상을 굽어보며 가슴 속 씻고 싶네
  
 
讀書(독서)-독서-奇大升(기대승)

讀書求見古人心(독서구견고인심) : 글 읽을 때는 옛사람의 마음을 보아야 하니
反覆唯應着意深(반복유응착의심) : 반복하며 마음을 깊이 붙여 읽어야 하느니라.
見得心來須體認(견득심래수체인) : 보고 얻음 마음에 들어오면 반드시 체험해야 하며
莫將言語費推尋(막장언어비추심) : 언어만 가지고서 추리하여 찾으려 하지 말라
 
 
遊七頭草亭(유칠두초정)-칠두 초정에서 놀다-奇大升(기대승)

溪行盡日寫幽襟(계행진일사유금) : 종일토록 개울 거닐며 마음 속 회포 푸는데
更値華林落晩陰(경치화림락만음) : 다시 화려한 숲에는 저녁 그늘이 깔리는구나.
稿薦石床人自夢(고천석상인자몽) : 돌상에 짚방석에 누우니 저절로 꿈에 들고
遠山疎雨一蟬吟(원산소우일선음) : 먼 산에 잠깐 비 내린 뒤, 매미가 울어댄다.
 
 
喜雨(희우)-반가운 비-奇大升(기대승)

同風鏖暑隮氛氳(동풍오서제분온) : 바람과 같이 더위 쫓으니 무지개가 서고
瓦響騷騷夜轉聞(와향소소야전문) : 기와에 소란한 비 소리는 밤에 더욱 요란하네.
已覺滂沱均率土(이각방타균솔토) : 이미 충분하고 전국에 고루 온 것 알았으니
還將豐穰祚明君(환장풍양조명군) : 오히려 풍년을 임금에게 축복 드리세
郊原浩渺猶翻日(교원호묘유번일) : 들판은 넓어 아득한데 햇살은 번쩍이고
澗谷蒼茫欲漲雲(간곡창망욕창운) : 골짜기는 창망하여 구름이 넘치네.
巖寺閉門紬古史(암사폐문주고사) : 바위 위 절간에서 문 닫고 옛 일 살피는데
映空芳篆擢爐薰(영공방전탁로훈) : 공중에 서리는 향 연기가 화로에서 피어오르네.
  
 
別山(별산)-산을 떠나며-奇大升(기대승)

扶輿淸淑此焉窮(부여청숙차언궁) : 수레로 아름답고 맑은 이 곳에 이르니 길은 다하고
磅礴頭流氣勢雄(방박두류기세웅) : 크나큰 두류산 기세가 웅장하구나.
萬古橫天瞻莽莽(만고횡천첨망망) : 만고에 비낀 하늘은 볼수록 망망하여라.
三才拱極仰崇崇(삼재공극앙숭숭) : 삼재가 북극에 조공하니 올려보니 높고도 높구나.
元精固護張猶翕(원정고호장유흡) : 그 원기 굳게 지키니 퍼지다 다시 뭉쳐지고
潛澤流行感卽通(잠택류행감즉통) : 잠긴 은택 흘러내려 느끼면 통하는구나.
多少往來人不盡(다소왕래인불진) : 많은 사람들 왕래하여 그치지 않으니
却慙靈境祕祝融(각참령경비축융) : 축융을 숨긴 신령한 경계가 오히려 부끄럽구나.
  
 
圍棋(위기)-바둑을 두며-奇大升(기대승)

空堂閑坐且圍棋(공당한좌차위기) : 빈 방에 한가히 앉아 바둑판 둘러싸고
撥得幽懷自一奇(발득유회자일기) : 그윽한 회포 풀어보니 저절로 하나의 기이함이로다.
蜩甲形骸眞欲幻(조갑형해진욕환) : 허물 벗는 매미처럼 진지하게 탈 바꾸려 하고
蛛絲意緖政堪遲(주사의서정감지) : 거미가 줄치듯이 생각의 실마리는 신중하구나.
涪翁妙句心能會(부옹묘구심능회) : 부옹의 묘한 글귀 속으로 짐작하며
商皓神機手已知(상호신기수이지) : 상산 네 호탕한 선비의 신기한 기미도 손이 벌써 알았구나.
戲罷一場成浩笑(희파일장성호소) : 한 판 끝내고 호탕하게 웃으니
綠楊黃鳥亂啼時(록양황조란제시) : 푸른 버들 속 꾀꼬리가 어지럽게 우는 때로다.
  
 
少林斷臂(소림단비)-소림단비-靑梅印悟(청매인오)

一揮霜刃斬春風(일휘상인참춘풍) : 서릿발 한번 휘둘러 춘풍을 베어내니
雪滿空庭落葉紅(설만공정낙엽홍) : 빈 뜰에 눈 가득하고 붉은 낙엽 떨어지네.
這裏是非才辨了(저리시비재변료) : 이 속의 시비를 가려낼 재주 없는데
半輪寒月枕西峰(반륜한월침서봉) : 차가운 반달은 서쪽 봉우리를 베고 누웠다
 
   
 
無題(무제)-金炳淵(김병연)

四脚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 네 다리 달린 소나무 상, 죽 한 그릇에
天光雲彩共徘徊(천광운채공배회) : 하늘 빛 고운 구름 함께 떠도네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 주인장 부끄럽다 말하지 마오
吾愛靑山倒水來(오애청산도수래) : 물속에 비친 청산 나는 좋다오
 
 
자탄(自嘆)-스스로 탄식하다-김병연(金炳淵)

嗟乎天地間男兒(차호천지간남아) : 슬프다, 세상 남자된 이여
知我平生者有誰(지아평생자유수) : 내 평새을 알아 줄이 있는가
萍水三千里浪跡(평수삼천리낭적) : 물 위의 부평초처럼 삼천리 흐르다가
琴書四十年虛詞(금서사십년허사) : 거문고와 책으로 보낸 사십년이 허사로다
靑雲難力致非願(청운난력치비원) : 관리되기는 힘이 없어 바라지도 않고
白髮惟公道不悲(백발유공도부비) : 백발도 다만 정한 이치이니 슬퍼하지 안는다
驚罷還鄕夢起坐(경파환향몽기좌) : 고향 돌아가는 꿈에 놀라 일어나 앉으니
三更越鳥聲南枝(삼경월조성남지) : 깊은 밤, 남녘 새울음 남쪽 가지에서 들린다
 
 
희택지(戱擇之)-택지를 희롱하여-박은(朴誾)

朝廷今要詩書學(조정금요시서학) : 조정에선 시와 글씨 학문을 요하나
冠蓋誰憐潦倒翁(관개수련료도옹) : 벼슬아치들 불우한 늙은이를 누가 아껴주랴
幽夢每回驚啄木(유몽매회경탁목) : 딱따구리 소리에 매양 꿈 깨어 보니
小軒終日掃淸風(소헌종일소청풍) : 맑은 바람만 온종일 작은 난간을 쓸고 간다
酒盃疑疑無違拒(주배의의무위거) : 한잔술 정겨워 사양치 않노니
憂喜悠悠倂一空(우희유유병일공) : 시름과 기쁨 아득하여 모두가 빈 것이로다
身自低佪心已決(신자저회심이결) : 몸은 방황해도 마음 이미 정했으니
舊山松筍謾成叢(구산송순만성총) : 고향 산 소나무 순은 마구 떨기를 이루었으리라
 
 
이영원장반호남이서사폭구영(李永元將返湖南以書四幅求詠)-
이영원이 호남에서 돌아오려 하여 사복구영을 쓰다-박은(朴誾)

故人歲晩饒淸興(고인세만요청흥) : 친구는 세모에도 맑은 흥 가득
秖愛天涯雪落初(지애천애설락초) : 하늘가에 떨어지는 첫눈을 사랑하리
排戶尙憐寒後竹(배호상련한후죽) : 문 열면 찬 대나무 여전히 어여쁘고
披簑知有釣來魚(피사지유조래어) : 도롱이 걸친 낚시질에 고기 모여들고
能敎山海長相對(능교산해장상대) : 산과 바다 언제나 대할 수 있도다
未害虀鹽亦不餘(미해제염역불여) : 나물 양념 부족하면 어떠하리오
他日爲尋溪上棹(타일위심계상도) : 훗날 개울 찾아 배 띄워 보면
筍籬茅屋是君居(순리모옥시군거) : 대울타리 띠집이 친구 사는 곳이리라
 
 
윤육월십오야월명2(潤六月十五夜月明2)윤 유월 보름날 밤, 달은 밝은데-신위(申緯)

明月尋人直入房(명월심인직입방) : 밝은 달이 사람 찾아 바로 방에 왔으나
原無約束絶商量(원무약속절상량) : 원래 약속이 없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소
那堪睡熟更深後(나감수숙경심후) : 어쩌리오, 잠 깊이 들고 또 깊어 진 뒤라
獨轉廻廊過短墻(독전회랑과단장) : 혼자서 회랑 돌아 낮은 담을 지나는 것을
  
 
響屧疑(향섭의)-바람소리가 님의 발자국 소리인가-申緯(신위)

寡信何曾瞞着麼(과신하증만착마) : 제 믿음이 부족하여 당신을 속였습니까
月沈無意夜經過(월침무의야경과) : 무심히 달빛은 깔리고 밤은 그냥 지나갑니다.
颯然響地吾何與(삽연향지오하여) : 윙윙 부는 소리 땅을 울리니, 이 밤 누구와 함께하나요
原是秋風落葉多(원시추풍낙엽다) : 이 소리 월래 가을바람에 낙엽 쌓이는 소리인 것을
 
 
무진정하승월정(無盡亭下乘月艇)-무진정 아래서 배를 타고-이이(李珥)

江天霽景爽如秋(강천제경상여추) : 강하늘 개인 경치 가을처럼 상쾌하고
晩泛蘭舟碧玉流(만범란주벽옥류) : 저녁에 고운 배 띄운 벽옥같은 강물이어라
雲影月光迷上下(운영월광미상하) : 구름 그림자와 달빛, 위 아래를 모르겠고
美人西望思悠悠(미인서망사유유) : 고운 사람 서쪽 바라보니, 그리움만 아득하다
 
 
규원1(閨怨1)-여인의 원망-이매창(李梅窓)

離恨悄悄掩中門(이한초초엄중문) : 혹독한 이별이 한스러워 안방 문 닫으니
羅袖無香滴淚痕(나수무향적누흔) : 비단 소매엔 임의 향기 없고 눈물 얼룩 뿐이로다
獨處深閨人寂寂(독처심규인적적) : 혼자 있는 깊은 방엔 다른 사람 아무도 없고
一庭微雨鎖黃昏(일정미우쇄황혼) : 마당 가득 내리는 보슬비는 황혼조차 가리운다 
 
 
차경지운2(次敬之韻2)-경지의 시를 차운하여-이집(李集)

山扉闃寂少人過(산비격적소인과) : 산속 집은 적막한데 사람은 지나지 않아
邂逅逢君喜有加(해후봉군희유가) : 우연히 그대 만나니 기쁨 더욱 더해진다.
留得高軒永今夕(유득고헌영금석) : 높은 집에 머물며 오늘밤을 길게 보내지
猶嫌冷淡一杯茶(유혐랭담일배차) : 차고 맑은 한 잔의 차가 오히려 성가시다
 
 
차경지운3(次敬之韻3)-경지의 시를 차운하여-이집(李集)

挑燈話舊到天明(도등화구도천명) : 심지 돋우고 옛이야기 하다가 날이 밝아
夜雨連簷久未晴(야우연첨구미청) : 간밤의 비가 처마에 이어 오랫동안 개지 않는다.
興罷出門還握手(흥파출문환악수) : 흥이 다하여 문 밖에 나갔다, 돌아와 악수하며
日沈煙寺暮鍾聲(일침연사모종성) : 해는 안개 낀 절에 지고 저녁 종소리 들려온다.
 
 
記悔(기회)-후회를 적다-李荇(이행)

平生失計漫爲儒(평생실계만위유) : 내 평생 그르친 것은 함부로 선비 된 것이라네
悔不早作農家夫(회부조작농가부) : 일찍 농부가 못된 것이 후회스러워라.
弊廬足以容吾軀(폐려족이용오구) : 헌 초가집도 내 한 몸 충분히 용납하고
薄田足以供宮租(박전족이공궁조) : 척박한 땅도 세금 바치기에 충분한 것을
山有藜藿澤有菰(산유려곽택유고) : 산에는 명아주와 콩, 못에는 물풀이 있느니
明口不愁生蛛蟵(명구불수생주주) : 산 입에 거미줄 칠 일 걱정할 필요 없는 것을
百年如此眞良圖(백년여차진량도) : 한 평생 이 같으면 정말 좋은 대책이라
世間萬事非所處(세간만사비소처) : 세상만사 자리 걱정할 바가 아닌 것이네.
達官厚祿奉爾娛(달관후록봉이오) : 높은 관직과 후한 봉록 네 즐거움 받드나
榮幸自與憂患俱(영행자여우환구) : 영화와 행운은 스스로 우환을 같이하는 것이라네.
往不可悔歲月徂(왕불가회세월조) : 지나간 일 후회해도 소용없고 세월만 가고
仰天一哭雙眼枯(앙천일곡쌍안고) :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니 두 눈만 마르네. 
 
 
悲秋(비추)-슬픈 가을-申從護(신종호)

月子纖纖白玉鉤(월자섬섬백옥구) : 작은 달이 가련하게 옥구리에 걸려있고
霜楓露菊滿庭秋(상풍로국만정추) : 서리 맞은 단풍과 이슬 머금은 국화꽃 뜰에 가득한 가을
天翁不辦埋愁地(천옹불판매수지) : 하늘은 이내 시름 묻을 곳도 마련 못한 채로
盡向寒窓種白頭(진향한창종백두) : 모두 차가운 창문을 향하여 흰 머리만 심었다오
 
 
萬景樓(만경누)-만경루-楊士彦(양사언)

九霄笙鶴下珠樓(구소생학하주누) : 하늘 높은 곳에서 신선이 누대에 내려와
萬里空明灝氣收(만리공명호기수) : 만 리 공중의 호방한 기운 거두어 모았네
靑水從銀漢落海(청수종은한락해) : 파란 물은 은하수에서 쏟아져 바다물 되고
白雲天人玉山浮(백운천인옥산부) : 흰 구름 탄 신선은 옥 같은 산에 떠있네
長春桃李皆瓊花(장춘도리개경화) : 사시사철 복사꽃 오얏꽃은 모두 경화이고
千歲喬松盡黑頭(천세교송진흑두) : 천 년 묵은 소나무는 늙지 않는 검은 머리로고
滿酌紫霞留一醉(만작자하유일취) : 자색 구름 가득한 이 곳에서 술잔 가득 취하니
世間無地起閑愁(세간무지기한수) : 세상 한가한 근심 일어날 곳 하나 없네
 
 
紅燭淚(홍촉루)-촛불의 눈믈-申緯(신위)

房中紅燭爲誰別(방중홍촉위수별) : 방 안의 켜진 촛불 누구와 이별한가
風淚汎瀾不自禁(풍루범란부자금) : 바람에 흘린 눈물 그칠 줄 모르는가
畢竟怪伊全似我(필경괴이전사아) : 필경 괴이하여 나와 전부 같아서
任情灰盡寸來心(임정회진촌래심) : 마음대로 재가 다 된 내 작은 마음이여
 
 
人月圓(인월원)-인월원-申緯(신위)

金絲烏竹紫葡萄(금사오죽자포도) : 금실로 수놓은 오죽과 자색 포도
雙牧丹叢一丈蕉(쌍목단총일장초) : 모란 두 떨기와 한 길 파초
影落紗窓荷葉盞(영락사창하엽잔) : 그 그림자 비단 창문 사이로 연꽃 잔에 어리는
意中人對月中宵(의중인대월중소) : 이 한밤에 마음 속 내 사람과 달빛 보며 마시고 싶어라
 
 
秋日晩興3(추일만흥3)-가을철 늦은 흥취-金正喜(김정희)

碧花無數出堦頭(벽화무수출계두) : 이끼 꽃 무수히 섬돌가에 돋아나니
占斷山家第一秋(점단산가제일추) : 산 속을 차지한 저 집이 제일 가을이로다.
榴後菊前容續玩(류후국전용속완) : 석류꽃 뒤, 국화 앞에는 구경거리 잇따르니
壯元紅是竝風流(장원홍시병풍류) : 장원홍 저 붉은 것이 바로 풍류를 겸했구나.
 
 
은어를 쥐에게 도둑맞고 초의에게 보이다<추사 김정희>
 
지느러미도 꽃처럼 아름다운 오십 마리 은어
고기잡이 집에서 보내온 것이로다.......
가난한 우리 집 찬모가 너무 좋아하니
아마도 조금 있으면 밥상에 좋은 반찬 나오겠구나.
그런데 밤 사이에 굴 속의 씩씩한 쥐가
들락날락 죄 물어가고 하나도 남기지 않았네.
모르겠다. 쥐도 사람과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여
창자를 꿈틀거리며 물고기 맛을 알 수 있는지.
쥐가 먹든, 사람이 먹든 같은게 아니겠나.
평등하게 본다면 이치는 곧 같은 것.
초의 노사가 마침 곁에 있었는데
그는 채식만 하니 대수롭지 않게 보는구려.
 
밥상에 나올 은어를 쥐에게 도둑맞아 나는 섭섭한 마음 그지없는데
스님은 채식만 하므로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는다고 쓴 시는 정말로
유머와 인정이 오가는 재미있는 시이다.
  
           묵소거사자찬<추사>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때에 맞는 것이요,
웃어야 할� 웃는 것은 중용에 가까운 것이다.
주선<周旋>함의 옳고 그름 사이와, 굽히고 펴며 줄어들고 뻗어나가는 즈음에,
움직여 천리<天理>를 거스르지 않고 고요히 있어
인정에 어긋나지 않나니 묵소<默笑>의 뜻이 크도다.
말하지 않고 깨우쳐줄 수 있다면 침묵에 무슨 손상이 있겠으며,
중용을 얻어 말한다면 웃는다 하여 무엇이 걱정일까. 그것에 힘쓸지어다.
생각건대, 스스로 헤아려야 그것을 모면할 수 있음을 알겠도다. 
 
           운외몽중<추사>
꿈속의 꿈 구름 위의 구름이 환상임을 깨달으니
수레에 기대어 탑상에 잠듦이 깨달음의 길이라.
주렴 밖의 산빛은 여린데
홀로 한 점 청산만 운무 속에 솟았어라.
 
한점의 두른 내가 푸르고 또 푸른데
수레에 기대어 잠이 깊으니 선경에 들었네.
꿈은 참모습이 아니고 구름은 자취가 없으니
누가 높고 아련한 그 형상을 잡으랴.
 
봄 하늘의 아련한 기운은 형제가 없는 데서 일어나고
한낮의 상탑<床榻>에 꿈을 깨니 빗장이 잠기지 않았네.
이 꿈과 이 구름 말한 게송이 끝나고 나니
내가 두른 점점의 청산만 푸르네.
 
          구애가<추사>
피리소리 요란하자, 구멍마다 향기 나는데
노랫소리 이 마음을 길게 끌어당기는구나.
벌통의 벌이 꽃 찾아가잔 약속을 지키려 하니
높은 절개인들 어찌 다른 애간장이 있을쏘냐.
 
평양 기생 죽향은그날 밤 추사선생과 무슨 일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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