縱筆(종필)-마음 가는대로 쓰다-奇大升(기대승)
淸風動萬松(청풍동만송) : 맑은 바람에 소나무들 물결치고 白雲滿幽谷(백운만유곡) : 흰 구름은 그윽한 골짜기에 가득하구나. 山人獨夜步(산인독야보) : 산에 사는 사람 혼자 밤에 걷노라니 溪水鳴寒玉(계수명한옥) : 개울물은 찬 옥구슬 구르듯이 소리 내며 흐른다.
同諸友步月甫山口號(동제우보월보산구호)-
친구들과 함께 보산에서 달빛을 거닐며 소리치다-奇大升(기대승)
涼夜與朋好(량야여붕호) : 서늘한 밤 친구들과 함께 步月江亭上(보월강정상) : 강가 정자에서 달빛을 거닐었네. 夜久風露寒(야구풍로한) : 밤이 깊어지자 바람과 이슬 차가워지니 悠然發深想(유연발심상) : 나도 몰래 깊은 생각에 잠기었네.
偶吟(우음)-우연히 읊다-金正喜(김정희)
時候忽已徂(시후홀이조) : 계절은 벌써 바뀌어 明月又秋風(명월우추풍) : 밝은 달과 가을바람이네. 孤懷攬逝雲(고회람서운) : 외로운 마음은 지나가는 구름 감싸고 戚戚悲西東(척척비서동) : 근심과 걱정으로 모든 일이 서글프다. 風雨日以至(풍우일이지) : 비바람이 날마다 불어오니 咫尺間山川(지척간산천) : 지척간도 산천이 가로 막힌 듯하여라. 老槐高百尺(노괴고백척) : 오래된 괴화나무 높이가 백 척이고 飛花過墻翩(비화과장편) : 흩날리는 꽃잎들은 나풀나풀 담장을 넘는구나. 搴花咏所思(건화영소사) : 꽃을 뽑아들고 그리운 임 노래하니 悵然心莫展(창연심막전) : 너무나 서글퍼 내 마음 풀 수도 없구나. 籜石眷幽寂(탁석권유적) : 죽순 난 돌은 한적하고 그윽한 곳 그리워하고 菱藻冒淸淺(릉조모청천) : 마름 부들은 맑고 옅은 내를 덮었구나. 林蟬破鮮霽(림선파선제) : 매미 소리 비 갠 숲 속의 한적함을 깨뜨리고 天地一懷新(천지일회신) : 천지가 한결같이 새로워지는구나. 澄景畢來集(징경필래집) : 맑은 풍경 모두 모였으니 緬邈區中塵(면막구중진) : 아득히 떠오르네, 속세의 온갖 생각 及時須行樂(급시수행락) : 때를 만나 모름지기 즐길 것이니 浮生足可惜(부생족가석) : 덧없는 인생 너무도 애석하도다. 顧結芳杜隣(고결방두린) : 생각하건데, 방두의 이웃을 맺어 聊以數晨夕(료이수신석) : 오로지 아침저녁으로 자주 노닐었으면
화석정(花石亭)-화석정에서-이이(李珥)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 : 숲 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늦으니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 시인의 생각 끝이 없어라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 멀리 보이는 물은 하늘과 맞닿아 더욱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 서리 맞은 단풍나무 해를 향하여 붉어라 山吐孤輪月(산토고윤월) : 산은 외로운 둥근달을 토해내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 강은 만리나 되는 긴 강바람을 머금었구나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 변방의 기러기 그 어느 곳으로 날아가는지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 기러기 소리 구름 속으로 멀어진다.
高山九曲歌(고산구곡가)-고산구곡가-李珥(이이)
高山九曲潭(고산구곡담) : 고산의 아홉 굽이 못을 世人未曾知(세인미증지) : 사람들은 알지 못하네. 誅茅來卜居(주모래복거) : 풀을 베고 와 사노라니 朋友皆會之(붕우개회지) : 친구들이 모두 모여드네. 武夷仍想像(무이잉상상) : 이곳에 살아보니 무이산이 생각나 所願學朱子(소원학주자) : 주자의 학문 배우고 싶네. 一曲何處是(일곡하처시) : 첫째 곡은 어디인가 冠巖日色照(관암일색조) : 관암에 햇빛 비치도다. 平蕪煙斂後(평무연렴후) : 편편한 풀밭에 연기 걷힌 뒤 遠山眞如畫(원산진여화) : 먼 산은 정말 그림 같도다. 松間置綠樽(송간치녹준) : 소나무 사이에 술잔 차리고 延佇友人來(연저우인래) : 우두커니 서서 친구를 기다린다. 二曲何處是(이곡하처시) : 둘째 곡은 어디인가 花巖春景晩(화암춘경만) : 화암에 봄이 저무누나. 碧波泛山花(벽파범산화) : 푸른 물결에 꽃잎 떠 野外流出去(야외유출거) : 들 밖으로 흘러간다. 勝地人不知(승지인부지) : 이 좋은 곳 남들이 모르는데 使人知如何(사인지여하) : 이 꽃잎으로 남들이 알면 어쩌나 三曲何處是(삼곡하처시) : 셋째 곡은 어디인가 翠屛葉已敷(취병엽이부) : 취병에 벌써 나뭇잎 피었구나. 綠樹有山鳥(녹수유산조) : 푸른 나무에 산새 놀고 上下其音時(상하기음시) : 위아래로 산새소리 盤松受淸風(반송수청풍) : 소나무에 부는 맑은 바람 頓無夏炎熱(돈무하염열) : 여름의 더운 열기 조금도 모르겠다. 四曲何處是(사곡하처시) : 넷째 곡은 어디인가 松崖日西沈(송애일서침) : 송애에 해 넘어 가는구나. 潭心巖影倒(담심암영도) : 못 가운데 바위 그림자 거꾸로 비쳐 色色皆蘸之(색색개잠지) : 색색이 다 물 속에 보인다. 林泉深更好(임천심갱호) : 숲 속 샘은 깊을수록 좋아 遺興自難勝(유흥자난승) : 그윽한 흥을 이기기 어렵도다. 五曲何處是(오곡하처시) : 다섯째 곡은 어디인가 隱屛最好看(은병최호간) : 은병이 가장 보기 좋구나. 水邊精舍在(수변정사재) : 물가에 정자 있어 瀟灑意無極(소쇄의무극) : 깨끗하기 그지없다 箇中常講學(개중상강학) : 그 속에서 항상 배우고 詠月且吟諷(영월차음풍) : 달을 읊고 시를 읊는다. 六曲何處是(육곡하처시) : 여섯째 곡은 어디인가 釣溪水邊閣(조계수변각) : 조계에 누각 있도다. 不知人與魚(부지인여어) : 모르겠구나, 사람과 물고기 其樂孰爲多(기락숙위다) : 어느 것이 더 즐거운지 黃昏荷竹竿(황혼하죽간) : 황혼에 낚싯대 메고 聊且帶月歸(요차대월귀) : 오로지 달빛 아래 돌아온다. 七曲何處是(칠곡하처시) : 일곱째 곡은 어디인가 楓巖秋色鮮(풍암추색선) : 풍암에 가을빛이 선명하구나. 淸霜薄言打(청상박언타) : 맑은 서리 살짝 스쳐가니 絶壁眞錦繡(절벽진금수) : 절벽이 정말 수놓은 비단이네 寒巖獨坐時(한암독좌시) : 찬 바위에 홀로 앉으니 聊亦且忘家(요역차망가) : 오로지 집으로 돌아갈 일 잊었다. 八曲何處是(팔곡하처시) : 여덟 째 곡은 어디인가 琴灘月正明(금탄월정명) : 금탄에 달 밝도다. 玉軫與金徽(옥진여금휘) : 옥 거문고와 금 거문고로 聊奏數三曲(요주수삼곡) : 두 서네 곡을 연주한다. 古調無知者(고조무지자) : 옛 곡조 아는 이 없으니 何妨獨自樂(하방독자락) : 혼자 즐긴들 무슨 관계리오. 九曲何處是(구곡하처시) : 아홉 째 곡은 어디인가 文山歲暮時(문산세모시) : 문산에 한해가 가는구나. 奇巖與怪石(기암여괴석) : 기암과 괴석이 雪裏埋其形(설리매기형) : 설리 속에 묻혔으니 遊人自不來(유인자불래) : 구경꾼들 오지 않고 漫謂無佳境(만위무가경) : 공연히 좋은 경치 없다 하네.
感興走筆(감흥주필)-흥에 젖어 글을 쓰다-李德懋(이덕무)
借問世間人(차문세간인) :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日日何所營(일일하소영) : 나날이 경영하는 것이 그 무엇인가 囂塵撲衣裳(효진박의상) : 옷자락을 치는 자욱한 먼지 車馬幾逢迎(차마기봉영) : 수레와 말을 몇 번이나 마주치는가. 街衖喧市聲(가항훤시성) : 거리마다 물건 파는 소리로 떠들썩하고 寶貨何溢盈(보화하일영) : 돈과 물건은 어찌 그리도 넘치는가. 雖是生活計(수시생활계) : 아무리 생계 수단이라도 不足以爲榮(부족이위영) : 영화롭게만 여겨서는 아니 되네 何如江湖上(하여강호상) : 강호에서 휘파람 길게 불어보는 것은 어떠한가. 長嘯坐簷楹(장소좌첨영) : 길게 휘파람 불며 누각에 앉아 秋風釣細鱗(추풍조세린) : 가을바람 불면 작은 물고기 낚시질하고 春林聽嬌鸎(춘림청교앵) : 봄 숲에 고운 꾀꼬리 소리 듣고 拄杖看松翠(주장간송취) : 지팡이에 의지해 푸른 솔을 구경하며 濯纓就水淸(탁영취수청) : 맑은 물에 나아가 갓끈을 씻는다네. 或往林亭會(혹왕림정회) : 숲 속 정자의 모임에도 나가고 或作舞雩行(혹작무우행) : 기우제 제단에 나가 구경도 한다네. 渾然羲皇世(혼연희황세) : 그 옛날 희황상인의 세상과 같으니 誰能識此情(수능식차정) : 그 누가 나의 이 심정을 알리오
中秋月1(중추월1)-한가위 달-李德懋(이덕무)
端正中秋月(단정중추월) : 단정한 저 한가위 달 姸姸掛碧天(연연괘벽천) : 곱게도 창공에 걸려 있구나 淸光千里共(청광천리공) : 맑은 빛 천 리 밖에도 같고 寒影十分圓(한영십분원) : 찬 그림자 다 둥글었구나 賞玩唯今夜(상완유금야) : 그윽한 구경도 이 밤뿐 看遊復隔年(간유부격년) : 다시 보려면 한 해가 지나야 되는구나 乾坤銀一色(건곤은일색) : 천지가 하나같이 은빛 常恐落西邊(상공락서변) : 혹 서산에 떨어질까 두려워라.
조대망월(釣臺望月)-낙시대에서 달을 바라보며-신위(申緯)
溶溶波上月(용용파상월) : 출렁거리는 물결 위 달 塗塗葉間霜(도도엽간상) : 자욱한 나뭇잎 사이의 서리 霜光與月色(상광여월색) : 서릿빛과 달빛 倂墜煙渺茫(병추연묘망) : 모두 안개에 떨어져 아득하다 釣臺一片石(조대일편석) : 낚시대의 돌 한덩이 據此水中央(거차수중앙) : 이 물 가운데에 버티어 있도다 不知夜深淺(부지야심천) : 밤이 깊은지 얕은지 모르지만 漸見人影長(점견인영장) : 점차로 사람의 그림자 길어진다
孔俯漁舍(공부어사)-공부어사에서-李稷(이직)
柳陰密成幄(류음밀성악) : 버드나무 그늘 짙어서 장막이루고 黃鳥送好音(황조송호음) : 꾀꼬리는 즐거운 노래 부르네 幅巾步回渚(폭건보회저) : 두건 쓰고 걸어서 물가를 돌면 沙白水淸心(사백수청심) : 백사장과 물에 마음 맑아지네 聞君何爲者(문군하위자) : 그대가 무엇 하던 사람인지 나 들었으니 不憂世紛侵(불우세분침) : 세상 어지러움 당하는 일일랑 근심 말아요 潔身富春志(결신부춘지) : 내 몸 깨끗이 가져 청춘의 귀한 뜻 키워 濟世磻溪心(제세반계심) : 한세상 건너기는 반계에 숨어 사는 이 마음이라야 乾坤一竿竹(건곤일간죽) : 세상에 가진 것이란 낚싯대 하나 氣味古猶今(기미고유금) : 그 맑은 멋, 예나 오늘날이나 마찬가질세
신해제야2(辛亥除夜2)-신해년 제야에-이숭인(李崇仁)
* 원제: 辛亥除夜呈席上諸公二首
邂逅成佳會(해후성가회) : 우연히 이루어진 좋은 모임 都爲少壯時(도위소장시) : 모두가 젊은 시절 위함이도다. 風流東晉俗(풍류동진속) : 우리들 풍류는 동진의 분위기요 瀟灑盛唐詩(소쇄성당시) : 모임의 소탈함은 성당의 시이로다. 世事正紛糾(세사정분규) : 세상일이야 어지럽기 짝이 없어도 交情無改移(교정무개이) : 우리 사귄 정이야 변하지 않는구나. 殷勤惜白日(은근석백일) : 은근히 멀쩡한 세월 아껴가면서 愼勿負相知(신물부상지) : 조심하여 서로 이해심을 저버리지 말게나.
이십일제야(二十一除夜)-스물 한 살의 섣달 그믐날 밤-최해(崔瀣)
二十一除夜(이십일제야) : 스물 한 살, 섣달 그믐날 밤 燈火一書帷(등화일서유) : 등불 앞에 글 읽는 휘장 안 今夕是何夕(금석시하석) : 오늘 저녁은 어떤 저녁인가 又作除夜詩(우작제야시) : 또 제야시를 짓는다. 詩意一何苦(시의일하고) : 시의 뜻이 이렇게도 괴로운가. 念昔勞我思(념석로아사) : 지난 일 돌아보니 내 마음 괴로워라. 十歲心尙孩(십세심상해) : 열 살 때에는 마음 아직 어려서 喜愠安得知(희온안득지) : 기뻐하고 성내기도 어찌 알았을까. 我年方十一(아년방십일) : 내 나이 바야흐로 열 한 살 되어 問字始從師(문자시종사) : 글을 물어 비로소 스승을 찾았으니 自一至於五(자일지어오) : 열한 살에서 열다섯까지였다. 學海迷津涯(학해미진애) : 학문의 세계에서 길 몰라 헤매다가 十六充擧子(십륙충거자) : 열여섯 살에 과거꾼에 섞이었다. 士版得相隨(사판득상수) : 선비들 사이에 서로 따르게 되었는데 十七戰春官(십칠전춘관) : 열일곱에 과거보아 춘관에 응시하여 中策欣揚眉(중책흔양미) : 합격하여 기꺼이 눈썹 치올렸다. 自謂有怙恃(자위유호시) : 스스로 생각에 부모를 믿었으니 不樂愁何爲(불악수하위) : 즐기지 않고 시름해 무엇 하였나. 是時少檢束(시시소검속) : 이때부터는 몸단속 적어지고 放浪日舍巵(방랑일사치) : 방랑하면서 날마다 술 마셨어라. 但倚富年華(단의부년화) : 다만 젊은 나이 스스로 믿었는데 豈慮名宦遲(기려명환지) : 어찌 이름과 벼슬 늦어질 줄 생각했을까. 世事苦多乖(세사고다괴) : 세상 일 어그러짐 많아 괴로워라 天也非人私(천야비인사) : 하늘이여, 사람의 뜻대로 안되니 何圖纔及冠(하도재급관) : 어이 생각했으랴, 나이 스물에 倏忽悶母慈(숙홀민모자) : 갑자기 어머님 여윌 줄을 荼毒入中腸(도독입중장) : 괴로움이 창자 속에 들어가니 痛哭何可追(통곡하가추) : 통곡한들 어이 따라 미칠 것인가. 況今老夫子(황금로부자) : 하물며 늙으신 아버지마저 夏孟承疇咨(하맹승주자) : 첫여름에 나라의 부름을 받았어라. 仍按東南轡(잉안동남비) : 이내 동남쪽으로 말고삐 당겼지만 違顔一歲彌(위안일세미) : 뵈옵지 못한 지 일 년 되었구나. 有弟亦遠遊(유제역원유) : 동생이 있었으나 멀리 노닐어 空詠鶺鴒辭(공영척령사) : 공연히 할미새 노래를 읊었다. 孑立默四顧(혈립묵사고) : 외로이 서서 잠자코 사방을 돌아보니 欲言聽者誰(욕언청자수) : 말하려 해도 누가 들어 주리오. 所以傷我神(소이상아신) : 그래서 내 마음은 외롭고 서글퍼 泣涕謾漣洏(읍체만련이) :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린다. 秦相方乳臭(진상방유취) : 진상은 어릴 때인데도 斗印纍纍垂(두인류류수) : 허리에 인끈이 주렁주렁 하였었다. 功名不在大(공명불재대) : 공명이란 나이에 있지 않는 것 只在遭其時(지재조기시) : 다만 때를 만나기에 달려있어라. 二十寂無聞(이십적무문) : 나이 스물에 이름 없이 적막하니 誰稱丈夫兒(수칭장부아) : 누가 대장부라 말하여 줄 것인가. 我今旣云過(아금기운과) : 나는 이미 그 나이 지났어도 一命未曾縻(일명미증미) : 일찍이 한번의 벼슬도 못 얻었어라. 二十一除夜(이십일제야) : 스물 한 살의 섣달그믐날 밤 空作徂年悲(공작조년비) : 쓸쓸히 한 해를 보내며 슬퍼한다
오덕인생일(吳德仁生日)-오덕인 생일-최해(崔瀣)
夫道在率性(부도재솔성) : 도는 본성을 따르는 데 있으니 不可離斯須(불가리사수) : 잠깐도 그것을 떠날 수 없도다 非道久猾夏(비도구활하) : 도가 아닌 것이 오랫동안 나라 어지럽게 하여 命世大賢無(명세대현무) : 세상을 다스릴 큰 현인 없었도다 吾邦古朝鮮(오방고조선) : 우리 나라 고조선 때에는 英俊時竝驅(영준시병구) : 영웅과 준걸이 때맞춰 나왔도다 邇來道亦衰(이래도역쇠) : 그 이후로 지금은 쇠퇴하여 寥寥歲月逾(요요세월유) : 쓸쓸하고 적막한지 오랜 세월지났다 天豈似秦政(천기사진정) : 하늘은 어찌하여 진나라 조정 처럼 忍使斯民愚(인사사민우) : 차마 이 백성을 어리석게 하였던가 牛山鍾秀氣(우산종수기) : 우산에는 청수한 기운 모이어서 降神生老吳(강신생로오) : 우리 신령한 늙은 오공 내려주시었다 天資自淳粹(천자자순수) : 타고난 자질은 원래 순수하고 道義與之俱(도의여지구) : 도와 의가 함께 갖추어주었도다 獨專明代望(독전명대망) : 밝은 세대 촉망을 혼자서 받았고 早奮經濟圖(조분경제도) : 일찍부터 경세제민의 계획을 떨치었도다 小吳字德仁(소오자덕인) : 작은 오공의 자는 덕인인데 丹穴有鳳雛(단혈유봉추) : 단혈에는 봉의 새끼있었도다 褓褓襲箕裘(보보습기구) : 포대기에 싸여 세업을 이었으니 老吳德不孤(로오덕불고) : 늙은 오공의 덕은 외롭지 않도다 便便五經笥(편편오경사) : 큼직한 오경 상자있으니 汝爲君子儒(여위군자유) : 너는 군자의 선비가 되어라 生日會佳友(생일회가우) : 생일에 아름다운 벗을 모아 筵秩開金壺(연질개금호) : 자리에 앉아 금술병을 기울인다 座客皆飮酒(좌객개음주) : 자리 손님들 다 술을 마시며 肝膽向君輸(간담향군수) : 진정으로 그대를 축원하노라 皆云享眉壽(개운향미수) : 모두가 오래오래 사시라 하니 終始保金軀(종시보금구) : 금 같은 그 몸을 끝내 보전하소서 而我本狷直(이아본견직) : 그러나 나의 성질은 급하고 곧아 客後煩相呼(객후번상호) : 손 뒤에서 성가시게 부르노라 願君奉老吳(원군봉로오) : 원컨대 그대는 늙은 오공을 받들어 事業同三蘇(사업동삼소) : 하시는 일이 소씨 부자처럼 되게 하소서
기부지(期不至)-오신다고 하고서 안 오시는 임-안민학(安敏學)
莞城雨初歇(완성우초헐) : 완산에 내린 비, 이제 그치고 落山淡秋山(낙산담추산) : 해 지는 저녁 산에 깃드는 가을 빛 佳期隔江浦(가기격강포) : 강 건너 포구에서 우리 만날 약속 望望水雲間(망망수운간) : 자욱한 물과 구름에, 아득히 바라보기만 합니다
送人(송인)-그대를 보내며-鄭知常(정지상)
庭前一葉落(정전일엽락) : 뜰 앞에 나뭇잎 하나 떨어지고 床下百蟲悲(상하백충비) : 마루 밑 벌레 소리 처량도하다 忽忽不可知(홀홀불가지) : 그대 홀연히 떠남을 잡지 못하니 悠悠何所之(유유하소지) : 그대 멀리 어디로 가려는가
片心山盡處(편심산진처) : 마음으론 길 다한 곳까지 따라 가고 孤夢月明時(고몽월명시) : 달 밝은 밤이면 그대 꿈꾸리라 南浦春波綠(남포춘파녹) : 남포의 봄 물결 푸르러지면 君休負後期(군휴부후기) : 그대여, 우리 약속 잊지 마오
차명원루연집운(次明遠樓宴集韻)-명루원연집을 차운하다-최원우(崔元祐)
登臨日日却忘回(등림일일각망회) : 날마다 올라 돌아갈 일 잊노니 傍眼奇觀次第開(방안기관차제개) : 눈앞에 좋은 경치 차례로 펼쳐진다 何處遙岑雲外出(하처요잠운외출) : 아득한 봉우리 구름 밖 어디에서 나와 有時飛雨野邊來(유시비우야변래) : 이따금 날리는 비 들판에 몰려오는구나 晩涼倚柱風生帽(만량의주풍생모) : 저녁 서늘하여 기둥에 기대니 모자에 바람 일고 夜靜吹簫月滿杯(야정취소월만배) : 고요한 밤 퉁소를 부니 달빛이 잔에 가득하구나 流水亦知人着愛(류수역지인착애) : 흐르는 물도 사람의 애착을 아는 듯 樓前直到故徘徊(루전직도고배회) : 누강 앞에 곧장 와서는 짐짓 배회하는구나
차서화담운(次徐花潭韻)-서화담의 시를 차운하여-조식(曺植)
秋江踈雨可垂綸(추강소우가수륜) : 보슬비 내리는 가을 강에 낚시줄 드리움직하고 春入山薇亦不貧(춘입산미역불빈) : 봄 들자 산고사리 돋아나 가난하지 않도다. 要把丹心蘇此世(요파단심소차세) : 일편단심으로 이 세상 소생시키고자 하지만 誰回白日照吾身(수회백일조오신) : 그누가 밝은 해를 돌려 이내 몸 비춰 줄까. 臨溪鍊鏡光無垢(임계련경광무구) : 개울에 나가 거울 닦아내니 번쩍번쩍 때 없어지고 臥月吟詩興有神(와월음시흥유신) : 달 아래 누워서 시를 읊조리니 신나는 흥취가 인다. 待得庭梅開滿樹(대득정매개만수) : 뜰의 매화나무 꽃 가득 필 때를 기다려 一枝分寄遠遊人(일지분기원유인) : 한 가지 꺾어서 멀리서 떠도는 사람에게 나눠 부친다.
차우인운(次友人韻)-친구의 시를 차운하여-조식(曺植)
泛泛楊舟檣木蘭(범범양주장목란) : 둥둥 뜬 버드나무 배에 목련나무 노 저어 美人何處隔雲間(미인하처격운간) : 내 님은 어디 있나, 구름 저 넘어 있으리라. 蓴鱸裡面猶多意(순로리면유다의) : 순채국과 농어회 속에는 많은 의미가 있으니 只會江東一帆看(지회강동일범간) : 다만 강동으로 가는 돛단배 만나 찾아 보게나.
送人(송인)-임을 보내며-정지상(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 비 갠 긴 강둑에 풀빛 짙어지고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 남포로 임을 보내니 슬픈 노래 이는구나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 대동강 물은 그 어느 때도 마르지 않으리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 이별의 눈물이 해마다 대동강 푸른 물에 보태지리니
채연곡(采蓮曲)-연꽃을 따며 부르는 노래 -허난설헌(虛蘭雪軒)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 : 가을은 맑고 긴 호수엔 벽옥 같은 물 흐르고 荷花深處繫蘭舟(하화심처계난주) : 연꽃 우거진 곳에 아름다운 목련배 매여 있어요 逢郞隔水投蓮子(봉랑격수투연자) : 임을 만나 물 사이로 연밥을 던지다가 遙被人知半日羞(요피인지반일수) : 멀리 사람들이 알아보아서 반나절이 부끄러웠소
유별서경금소윤준(留別西京金少尹峻)-서경에 소윤 김준을 남겨두고 -최치원(최치원)
相逢信宿又分離(상봉신숙우분리) : 서로 만나 이틀 밤 묵고 또 이별이라 愁見歧中更有歧(수견기중경유기) : 갈림길 속의 갈림길을 수심겨워 바라본다 手裏桂香銷欲盡(수리계향소욕진) : 손에 쥔 계수나무, 향기 다 사라져가니 別君無處話心期(별군무처화심기) : 그대와 이별 후엔 내 마음 얘기할 곳 없어라
金剛山(금강산)-금강산-權近(권근)
雪立亭亭千萬峰(설립정정천만봉) : 눈 속에 우뚝 우뚝, 천만 봉우리 海雲開山玉芙蓉(해운개산옥부용) : 바다 구름 걷히자 드러난 옥부용 산봉우리 神光蕩漾滄溟近(신광탕양창명근) : 출렁대는 신비한 기운 창해에 물결인 듯 淑氣蜿蜒造化鐘(숙기완연조화종) : 꿈틀대는 맑은 기운 조화기운 다 모였네 突兀岡巒臨鳥道(돌올강만임조도) : 우뚝 솟은 산봉우리 험한 길 마주보고 淸幽洞壑秘仙蹤(청유동학비선종) : 맑고 깊은 골짜기엔 신선 자취 숨겨있네 東遊便欲陵高頂(동유편욕릉고정) : 동으로 가다보면 높은 언덕 올라가서 俯視鴻濛一盪胸(부시홍몽일탕흉) : 세상을 굽어보며 가슴 속 씻고 싶네
讀書(독서)-독서-奇大升(기대승)
讀書求見古人心(독서구견고인심) : 글 읽을 때는 옛사람의 마음을 보아야 하니 反覆唯應着意深(반복유응착의심) : 반복하며 마음을 깊이 붙여 읽어야 하느니라. 見得心來須體認(견득심래수체인) : 보고 얻음 마음에 들어오면 반드시 체험해야 하며 莫將言語費推尋(막장언어비추심) : 언어만 가지고서 추리하여 찾으려 하지 말라
遊七頭草亭(유칠두초정)-칠두 초정에서 놀다-奇大升(기대승)
溪行盡日寫幽襟(계행진일사유금) : 종일토록 개울 거닐며 마음 속 회포 푸는데 更値華林落晩陰(경치화림락만음) : 다시 화려한 숲에는 저녁 그늘이 깔리는구나. 稿薦石床人自夢(고천석상인자몽) : 돌상에 짚방석에 누우니 저절로 꿈에 들고 遠山疎雨一蟬吟(원산소우일선음) : 먼 산에 잠깐 비 내린 뒤, 매미가 울어댄다.
喜雨(희우)-반가운 비-奇大升(기대승)
同風鏖暑隮氛氳(동풍오서제분온) : 바람과 같이 더위 쫓으니 무지개가 서고 瓦響騷騷夜轉聞(와향소소야전문) : 기와에 소란한 비 소리는 밤에 더욱 요란하네. 已覺滂沱均率土(이각방타균솔토) : 이미 충분하고 전국에 고루 온 것 알았으니 還將豐穰祚明君(환장풍양조명군) : 오히려 풍년을 임금에게 축복 드리세 郊原浩渺猶翻日(교원호묘유번일) : 들판은 넓어 아득한데 햇살은 번쩍이고 澗谷蒼茫欲漲雲(간곡창망욕창운) : 골짜기는 창망하여 구름이 넘치네. 巖寺閉門紬古史(암사폐문주고사) : 바위 위 절간에서 문 닫고 옛 일 살피는데 映空芳篆擢爐薰(영공방전탁로훈) : 공중에 서리는 향 연기가 화로에서 피어오르네.
別山(별산)-산을 떠나며-奇大升(기대승)
扶輿淸淑此焉窮(부여청숙차언궁) : 수레로 아름답고 맑은 이 곳에 이르니 길은 다하고 磅礴頭流氣勢雄(방박두류기세웅) : 크나큰 두류산 기세가 웅장하구나. 萬古橫天瞻莽莽(만고횡천첨망망) : 만고에 비낀 하늘은 볼수록 망망하여라. 三才拱極仰崇崇(삼재공극앙숭숭) : 삼재가 북극에 조공하니 올려보니 높고도 높구나. 元精固護張猶翕(원정고호장유흡) : 그 원기 굳게 지키니 퍼지다 다시 뭉쳐지고 潛澤流行感卽通(잠택류행감즉통) : 잠긴 은택 흘러내려 느끼면 통하는구나. 多少往來人不盡(다소왕래인불진) : 많은 사람들 왕래하여 그치지 않으니 却慙靈境祕祝融(각참령경비축융) : 축융을 숨긴 신령한 경계가 오히려 부끄럽구나.
圍棋(위기)-바둑을 두며-奇大升(기대승)
空堂閑坐且圍棋(공당한좌차위기) : 빈 방에 한가히 앉아 바둑판 둘러싸고 撥得幽懷自一奇(발득유회자일기) : 그윽한 회포 풀어보니 저절로 하나의 기이함이로다. 蜩甲形骸眞欲幻(조갑형해진욕환) : 허물 벗는 매미처럼 진지하게 탈 바꾸려 하고 蛛絲意緖政堪遲(주사의서정감지) : 거미가 줄치듯이 생각의 실마리는 신중하구나. 涪翁妙句心能會(부옹묘구심능회) : 부옹의 묘한 글귀 속으로 짐작하며 商皓神機手已知(상호신기수이지) : 상산 네 호탕한 선비의 신기한 기미도 손이 벌써 알았구나. 戲罷一場成浩笑(희파일장성호소) : 한 판 끝내고 호탕하게 웃으니 綠楊黃鳥亂啼時(록양황조란제시) : 푸른 버들 속 꾀꼬리가 어지럽게 우는 때로다.
少林斷臂(소림단비)-소림단비-靑梅印悟(청매인오)
一揮霜刃斬春風(일휘상인참춘풍) : 서릿발 한번 휘둘러 춘풍을 베어내니 雪滿空庭落葉紅(설만공정낙엽홍) : 빈 뜰에 눈 가득하고 붉은 낙엽 떨어지네. 這裏是非才辨了(저리시비재변료) : 이 속의 시비를 가려낼 재주 없는데 半輪寒月枕西峰(반륜한월침서봉) : 차가운 반달은 서쪽 봉우리를 베고 누웠다
無題(무제)-金炳淵(김병연)
四脚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 네 다리 달린 소나무 상, 죽 한 그릇에 天光雲彩共徘徊(천광운채공배회) : 하늘 빛 고운 구름 함께 떠도네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 주인장 부끄럽다 말하지 마오 吾愛靑山倒水來(오애청산도수래) : 물속에 비친 청산 나는 좋다오
자탄(自嘆)-스스로 탄식하다-김병연(金炳淵)
嗟乎天地間男兒(차호천지간남아) : 슬프다, 세상 남자된 이여 知我平生者有誰(지아평생자유수) : 내 평새을 알아 줄이 있는가 萍水三千里浪跡(평수삼천리낭적) : 물 위의 부평초처럼 삼천리 흐르다가 琴書四十年虛詞(금서사십년허사) : 거문고와 책으로 보낸 사십년이 허사로다 靑雲難力致非願(청운난력치비원) : 관리되기는 힘이 없어 바라지도 않고 白髮惟公道不悲(백발유공도부비) : 백발도 다만 정한 이치이니 슬퍼하지 안는다 驚罷還鄕夢起坐(경파환향몽기좌) : 고향 돌아가는 꿈에 놀라 일어나 앉으니 三更越鳥聲南枝(삼경월조성남지) : 깊은 밤, 남녘 새울음 남쪽 가지에서 들린다
희택지(戱擇之)-택지를 희롱하여-박은(朴誾)
朝廷今要詩書學(조정금요시서학) : 조정에선 시와 글씨 학문을 요하나 冠蓋誰憐潦倒翁(관개수련료도옹) : 벼슬아치들 불우한 늙은이를 누가 아껴주랴 幽夢每回驚啄木(유몽매회경탁목) : 딱따구리 소리에 매양 꿈 깨어 보니 小軒終日掃淸風(소헌종일소청풍) : 맑은 바람만 온종일 작은 난간을 쓸고 간다 酒盃疑疑無違拒(주배의의무위거) : 한잔술 정겨워 사양치 않노니 憂喜悠悠倂一空(우희유유병일공) : 시름과 기쁨 아득하여 모두가 빈 것이로다 身自低佪心已決(신자저회심이결) : 몸은 방황해도 마음 이미 정했으니 舊山松筍謾成叢(구산송순만성총) : 고향 산 소나무 순은 마구 떨기를 이루었으리라
이영원장반호남이서사폭구영(李永元將返湖南以書四幅求詠)-
이영원이 호남에서 돌아오려 하여 사복구영을 쓰다-박은(朴誾)
故人歲晩饒淸興(고인세만요청흥) : 친구는 세모에도 맑은 흥 가득 秖愛天涯雪落初(지애천애설락초) : 하늘가에 떨어지는 첫눈을 사랑하리 排戶尙憐寒後竹(배호상련한후죽) : 문 열면 찬 대나무 여전히 어여쁘고 披簑知有釣來魚(피사지유조래어) : 도롱이 걸친 낚시질에 고기 모여들고 能敎山海長相對(능교산해장상대) : 산과 바다 언제나 대할 수 있도다 未害虀鹽亦不餘(미해제염역불여) : 나물 양념 부족하면 어떠하리오 他日爲尋溪上棹(타일위심계상도) : 훗날 개울 찾아 배 띄워 보면 筍籬茅屋是君居(순리모옥시군거) : 대울타리 띠집이 친구 사는 곳이리라
윤육월십오야월명2(潤六月十五夜月明2)윤 유월 보름날 밤, 달은 밝은데-신위(申緯)
明月尋人直入房(명월심인직입방) : 밝은 달이 사람 찾아 바로 방에 왔으나 原無約束絶商量(원무약속절상량) : 원래 약속이 없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소 那堪睡熟更深後(나감수숙경심후) : 어쩌리오, 잠 깊이 들고 또 깊어 진 뒤라 獨轉廻廊過短墻(독전회랑과단장) : 혼자서 회랑 돌아 낮은 담을 지나는 것을
響屧疑(향섭의)-바람소리가 님의 발자국 소리인가-申緯(신위)
寡信何曾瞞着麼(과신하증만착마) : 제 믿음이 부족하여 당신을 속였습니까 月沈無意夜經過(월침무의야경과) : 무심히 달빛은 깔리고 밤은 그냥 지나갑니다. 颯然響地吾何與(삽연향지오하여) : 윙윙 부는 소리 땅을 울리니, 이 밤 누구와 함께하나요 原是秋風落葉多(원시추풍낙엽다) : 이 소리 월래 가을바람에 낙엽 쌓이는 소리인 것을
무진정하승월정(無盡亭下乘月艇)-무진정 아래서 배를 타고-이이(李珥)
江天霽景爽如秋(강천제경상여추) : 강하늘 개인 경치 가을처럼 상쾌하고 晩泛蘭舟碧玉流(만범란주벽옥류) : 저녁에 고운 배 띄운 벽옥같은 강물이어라 雲影月光迷上下(운영월광미상하) : 구름 그림자와 달빛, 위 아래를 모르겠고 美人西望思悠悠(미인서망사유유) : 고운 사람 서쪽 바라보니, 그리움만 아득하다
규원1(閨怨1)-여인의 원망-이매창(李梅窓)
離恨悄悄掩中門(이한초초엄중문) : 혹독한 이별이 한스러워 안방 문 닫으니 羅袖無香滴淚痕(나수무향적누흔) : 비단 소매엔 임의 향기 없고 눈물 얼룩 뿐이로다 獨處深閨人寂寂(독처심규인적적) : 혼자 있는 깊은 방엔 다른 사람 아무도 없고 一庭微雨鎖黃昏(일정미우쇄황혼) : 마당 가득 내리는 보슬비는 황혼조차 가리운다
차경지운2(次敬之韻2)-경지의 시를 차운하여-이집(李集)
山扉闃寂少人過(산비격적소인과) : 산속 집은 적막한데 사람은 지나지 않아 邂逅逢君喜有加(해후봉군희유가) : 우연히 그대 만나니 기쁨 더욱 더해진다. 留得高軒永今夕(유득고헌영금석) : 높은 집에 머물며 오늘밤을 길게 보내지 猶嫌冷淡一杯茶(유혐랭담일배차) : 차고 맑은 한 잔의 차가 오히려 성가시다
차경지운3(次敬之韻3)-경지의 시를 차운하여-이집(李集)
挑燈話舊到天明(도등화구도천명) : 심지 돋우고 옛이야기 하다가 날이 밝아 夜雨連簷久未晴(야우연첨구미청) : 간밤의 비가 처마에 이어 오랫동안 개지 않는다. 興罷出門還握手(흥파출문환악수) : 흥이 다하여 문 밖에 나갔다, 돌아와 악수하며 日沈煙寺暮鍾聲(일침연사모종성) : 해는 안개 낀 절에 지고 저녁 종소리 들려온다.
記悔(기회)-후회를 적다-李荇(이행)
平生失計漫爲儒(평생실계만위유) : 내 평생 그르친 것은 함부로 선비 된 것이라네 悔不早作農家夫(회부조작농가부) : 일찍 농부가 못된 것이 후회스러워라. 弊廬足以容吾軀(폐려족이용오구) : 헌 초가집도 내 한 몸 충분히 용납하고 薄田足以供宮租(박전족이공궁조) : 척박한 땅도 세금 바치기에 충분한 것을 山有藜藿澤有菰(산유려곽택유고) : 산에는 명아주와 콩, 못에는 물풀이 있느니 明口不愁生蛛蟵(명구불수생주주) : 산 입에 거미줄 칠 일 걱정할 필요 없는 것을 百年如此眞良圖(백년여차진량도) : 한 평생 이 같으면 정말 좋은 대책이라 世間萬事非所處(세간만사비소처) : 세상만사 자리 걱정할 바가 아닌 것이네. 達官厚祿奉爾娛(달관후록봉이오) : 높은 관직과 후한 봉록 네 즐거움 받드나 榮幸自與憂患俱(영행자여우환구) : 영화와 행운은 스스로 우환을 같이하는 것이라네. 往不可悔歲月徂(왕불가회세월조) : 지나간 일 후회해도 소용없고 세월만 가고 仰天一哭雙眼枯(앙천일곡쌍안고) :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니 두 눈만 마르네.
悲秋(비추)-슬픈 가을-申從護(신종호)
月子纖纖白玉鉤(월자섬섬백옥구) : 작은 달이 가련하게 옥구리에 걸려있고 霜楓露菊滿庭秋(상풍로국만정추) : 서리 맞은 단풍과 이슬 머금은 국화꽃 뜰에 가득한 가을 天翁不辦埋愁地(천옹불판매수지) : 하늘은 이내 시름 묻을 곳도 마련 못한 채로 盡向寒窓種白頭(진향한창종백두) : 모두 차가운 창문을 향하여 흰 머리만 심었다오
萬景樓(만경누)-만경루-楊士彦(양사언)
九霄笙鶴下珠樓(구소생학하주누) : 하늘 높은 곳에서 신선이 누대에 내려와 萬里空明灝氣收(만리공명호기수) : 만 리 공중의 호방한 기운 거두어 모았네 靑水從銀漢落海(청수종은한락해) : 파란 물은 은하수에서 쏟아져 바다물 되고
白雲天人玉山浮(백운천인옥산부) : 흰 구름 탄 신선은 옥 같은 산에 떠있네 長春桃李皆瓊花(장춘도리개경화) : 사시사철 복사꽃 오얏꽃은 모두 경화이고 千歲喬松盡黑頭(천세교송진흑두) : 천 년 묵은 소나무는 늙지 않는 검은 머리로고 滿酌紫霞留一醉(만작자하유일취) : 자색 구름 가득한 이 곳에서 술잔 가득 취하니 世間無地起閑愁(세간무지기한수) : 세상 한가한 근심 일어날 곳 하나 없네
紅燭淚(홍촉루)-촛불의 눈믈-申緯(신위)
房中紅燭爲誰別(방중홍촉위수별) : 방 안의 켜진 촛불 누구와 이별한가 風淚汎瀾不自禁(풍루범란부자금) : 바람에 흘린 눈물 그칠 줄 모르는가 畢竟怪伊全似我(필경괴이전사아) : 필경 괴이하여 나와 전부 같아서 任情灰盡寸來心(임정회진촌래심) : 마음대로 재가 다 된 내 작은 마음이여
人月圓(인월원)-인월원-申緯(신위)
金絲烏竹紫葡萄(금사오죽자포도) : 금실로 수놓은 오죽과 자색 포도 雙牧丹叢一丈蕉(쌍목단총일장초) : 모란 두 떨기와 한 길 파초 影落紗窓荷葉盞(영락사창하엽잔) : 그 그림자 비단 창문 사이로 연꽃 잔에 어리는 意中人對月中宵(의중인대월중소) : 이 한밤에 마음 속 내 사람과 달빛 보며 마시고 싶어라
秋日晩興3(추일만흥3)-가을철 늦은 흥취-金正喜(김정희)
碧花無數出堦頭(벽화무수출계두) : 이끼 꽃 무수히 섬돌가에 돋아나니 占斷山家第一秋(점단산가제일추) : 산 속을 차지한 저 집이 제일 가을이로다. 榴後菊前容續玩(류후국전용속완) : 석류꽃 뒤, 국화 앞에는 구경거리 잇따르니 壯元紅是竝風流(장원홍시병풍류) : 장원홍 저 붉은 것이 바로 풍류를 겸했구나.
은어를 쥐에게 도둑맞고 초의에게 보이다<추사 김정희>
지느러미도 꽃처럼 아름다운 오십 마리 은어
고기잡이 집에서 보내온 것이로다.......
가난한 우리 집 찬모가 너무 좋아하니
아마도 조금 있으면 밥상에 좋은 반찬 나오겠구나.
그런데 밤 사이에 굴 속의 씩씩한 쥐가
들락날락 죄 물어가고 하나도 남기지 않았네.
모르겠다. 쥐도 사람과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여
창자를 꿈틀거리며 물고기 맛을 알 수 있는지.
쥐가 먹든, 사람이 먹든 같은게 아니겠나.
평등하게 본다면 이치는 곧 같은 것.
초의 노사가 마침 곁에 있었는데
그는 채식만 하니 대수롭지 않게 보는구려.
밥상에 나올 은어를 쥐에게 도둑맞아 나는 섭섭한 마음 그지없는데
스님은 채식만 하므로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는다고 쓴 시는 정말로
유머와 인정이 오가는 재미있는 시이다.
묵소거사자찬<추사>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때에 맞는 것이요,
웃어야 할� 웃는 것은 중용에 가까운 것이다.
주선<周旋>함의 옳고 그름 사이와, 굽히고 펴며 줄어들고 뻗어나가는 즈음에,
움직여 천리<天理>를 거스르지 않고 고요히 있어
인정에 어긋나지 않나니 묵소<默笑>의 뜻이 크도다.
말하지 않고 깨우쳐줄 수 있다면 침묵에 무슨 손상이 있겠으며,
중용을 얻어 말한다면 웃는다 하여 무엇이 걱정일까. 그것에 힘쓸지어다.
생각건대, 스스로 헤아려야 그것을 모면할 수 있음을 알겠도다.
운외몽중<추사>
꿈속의 꿈 구름 위의 구름이 환상임을 깨달으니
수레에 기대어 탑상에 잠듦이 깨달음의 길이라.
주렴 밖의 산빛은 여린데
홀로 한 점 청산만 운무 속에 솟았어라.
한점의 두른 내가 푸르고 또 푸른데
수레에 기대어 잠이 깊으니 선경에 들었네.
꿈은 참모습이 아니고 구름은 자취가 없으니
누가 높고 아련한 그 형상을 잡으랴.
봄 하늘의 아련한 기운은 형제가 없는 데서 일어나고
한낮의 상탑<床榻>에 꿈을 깨니 빗장이 잠기지 않았네.
이 꿈과 이 구름 말한 게송이 끝나고 나니
내가 두른 점점의 청산만 푸르네.
구애가<추사>
피리소리 요란하자, 구멍마다 향기 나는데
노랫소리 이 마음을 길게 끌어당기는구나.
벌통의 벌이 꽃 찾아가잔 약속을 지키려 하니
높은 절개인들 어찌 다른 애간장이 있을쏘냐.
평양 기생 죽향은그날 밤 추사선생과 무슨 일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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