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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村夕照 - 이몽양(李夢陽) 1472-1530

淸山에 2020. 8. 21. 17:53

漁村夕照 - 이몽양(李夢陽)  1472-1530

 

西陽下洞庭

網集淸潭上

一丈黃金鱗

可見不可網

 

어촌의 저녁노을

 서양화동정

망집청담상

일장황금린

가견불가망

 

석양은 동정호에 지고,

그물은 맑은 못을 끌어당기네.

황금 비늘이 한 길이라도,

볼 수는 있으나 잡을 수는 없구나.

 

지난주에 이어서 명나라 이몽양의 시를 읽겠습니다. 제목에 나오는 ‘석조(夕照)’는 저녁노을을 가리킵니다. 이 시 역시 격조가 높습니다. 풀이해 놓으니 덧붙일 말이 더 없을 만큼 깔끔합니다. 어느 저녁, 시인이 맞이한 한 호숫가 마을의 풍경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첫 구절의 ‘서양(西陽)’은 ‘서쪽으로 지는 해’라는 뜻으로 석양을 가리킵니다. 동정(洞庭)은 동정호(洞庭湖)를 말합니다. 동정호는 장강(長江) 상류에 있는 거대한 호수로, 과거에는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였으나 지금은 조금 면적이 줄어들어서 두 번째 호수가 되었습니다. 시인은 지금 바다처럼 넓은 동정호의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중입니다.

 

둘째 구절은 호수에 배를 띄우고 그물을 펼쳐서 고기잡이 하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푸르디푸른 동정호 물에 어부가 그물을 드리우는 실루엣이 머릿속에 선연하게 떠오릅니다.

 

셋째 구절은 시간이 흘러 석양이 동정호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황금으로 빛나는 물결 하나하나가 한 길에 이른다는 뜻으로 일단 풀었습니다만, 한 길을 커다란 숫자를 가리키는 말로 보아서 동정호 가득 황금빛 물결이 펼쳐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넷째 구절은 정말 멋집니다. 예전에 읽었던 이규보의 시 “산속 스님이 달빛을 탐하여(山僧貪月色)/ 함께 길어 한 항아리에 담았지(幷汲一甁中).”라는 구절을 연상하게 합니다. 고기를 가득 채워 풍요롭게 마을로 돌아가고픈 어부의 순박한 마음에 빗대어 동정호의 석양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시인의 마음을 안타깝게 그려냈습니다.

 

동정호에 내리는 석양 같은 숨 막힐 듯 아름다운 풍경을 맞으면, 누구나 그물로라도 건져서 그 풍경을 그대로 영원히 간직하고픈 마음일 겁니다. 안타까움이 마음속으로 느껴져 실제로 보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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