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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리관(竹裏館) - 왕유(王維;699-761)

淸山에 2020. 8. 21. 17:48

죽리관(館) - 왕유(王維;699-761) 

 

獨坐幽篁裏(독좌유황리)

彈琴長嘯(탄금부장소)

深林人不知(심림인부지)

明月來相照(명월내상조)

 

그윽한 죽림 속에 홀로 앉아

거문고 뜯고 다시 휘파람 분다

깊은 숲속에 아무도 모른다.

이윽고, 달이 빛을 안고 찾아온다.

 

【해설】

중국 당()의 대표적인 자연시인이자 화가인 왕유(王維)의 한시.

<당시선(唐詩選)>에 실려 있으며, 원제는 <죽리관(竹里館)>이다.

시의 형식은 보통 오언절구로 분류되는 정형시로서,

시인의 한적한 심경이 고요한 분위기 속에 잘 묘사되어

자연의 청아한 정취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1구에 나오는 유황(幽篁)은 깊고 그윽한 대숲을 가리키고,

2구의 장소(長嘯)는 길게 휘파람을 분다는 뜻이다.

대나무숲에서 일어나는 거문고소리와 휘파람소리는

바람소리나 물소리처럼 자연의 소리와 일치하며,

그 속에 있는 사람 역시 달과 함께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할 뿐이다.

참신한 시청각적 이미지에 의한 동양적 정경 속에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동양적 자연에 귀의 동화하는 풍류를 노래한 수작이다.

왕유는 맹호연(孟浩然)ㆍ유종원(柳宗元)과 함께 당대(唐代)의 대표적 자연시인이다.

 

주로 산수와 자연의 청아한 정취를 주제로 시를 썼는데,

특히 창안[長安] 교외에 있는 망천별장(輞川別莊)에서 집필한 작품들이 유명하다.

 

이 시 역시 왕유가 망천별장에서 친구인 배적(裴迪)과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즐기며, 근처의 명승을 예찬한 시 20수 중의 하나이다.

 

원래 제목인 죽리관은 망천의 20경 중의 하나로,

호수 북쪽에 있는 죽림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집을 가리킨다.

 

【개관】

▶작자 : 왕유(王維)

▶갈래 : 오언절구(五言絶句)의 근체시

▶성격 : 서정적

▶어조 : 고독하면서도 차분하고 평범한 목소리

▶심상 : 서술적. 감각적

▶의의 : 참신한 시각적 이미지에 의한 동양적 정경을 묘사하였다.

▶제재 : 죽림(竹林) 속의 고요함과 달

▶주제 : 인간과 자연이 조화되는 삶. 자연과 인간의 합일(合一)

 

【구성】

1행 자연 숲의 한적함

2행 자연과 인간의 소리와의 조화

3행 고독 속의 여유

4행 자연과의 동화

 

【시어 풀이】

<유황(幽篁) : 그윽한 대숲

<탄금(彈琴) : 거문고를 타다

<장소(長嘯) : 길게 휘파람을 불다

<상조(相照) : 비추어 준다. '()' '서로'의 뜻 외에

동작이 미치는 대상만 있으면 일방적인 경우에도 쓰인다.

 

<그윽한 죽림(竹林) 속에 홀로 앉아 / 거문고 뜯고 휘파람 분다.> :

홀로 대숲 속에 묻혀,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연을 즐기며 여유 있고

 

한적한 동양의 선경(仙境)을 표현하고 있다. 세속적인 인간 세계와

거리를 두고, 자연의 곁으로 좀더 다가서려는 작자의 세계관이 드러난 대목이다.

 

자아의 움직임을 '獨坐(독좌)', '彈琴(탄금)', '長嘯(장소)'라고만 묘사하고,

거문고를 타거나 피리를 불 때의 단정한 자세라든지 거문고 소리와

휘파람 소리 그리고 희로애락의 정서 등에 대해서는

어떠한 묘사도 하지 않은 것이 특색이다.

 

<달이/빛을 안고 찾아온다.> :

자연과 서로 친구가 될 만큼 하나가 되었다.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도 모른다.> : 깊은 숲속이어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아무도 모른다. / 이윽고, 달이 빛을 안고 찾아온다.> :

자연 속에 몰입된 참된 즐거움을 인간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자연만이 작자의 평온하고 깨끗한 마음을 이해하고,

자연으로의 동참을 허용하여 은은한 달빛으로 맞아 준다.

자연에 동화된 서정적 자아의 모습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 시에서 경치나 사물을 묘사한 시어는 '幽篁(유황)',

 '深林(심림)', '明月(명월)'뿐이다. 일반적으로 달의 맑고 깨끗한

모습을 표현할 때 '()'이라는 한 글자를 사용하듯이 왕유는

 특이한 기교를 사용하지 않고 대나무 숲의 모습을 담백하고

은은한 분위기로 그려 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작자가 대나무 숲, 밝은 달 자체가 갖고 있는 깨끗한 속성과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