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은 기간산업을 맡아서 건설하되 그 재원으로서 외자를 도입하는 길도 스스로 뚫기로 했다. 이들이 건설할 기간산업으로 정한 것은 시멘트, 비료, 전기, 제철, 화학섬유, 정유산업이었다. 洋灰(양회)공장은 雙龍(쌍용)의 전신인 금성방직이 맡기로 했다. 비료공장은 삼성과 삼호 및 조선 견직이, 전기는 대한제분이, 제철은 대한양회·극동해운·대한산업·동양 시멘트에서, 화섬공장 건설은 화신과 조선견직 및 한국유리가 단독 또는 합작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병철과 극동해운의 남궁련 사장은 거의 매일 박정희 의장을 찾아가서 경제인협회에서 만든 기간산업건설계획안을 설명하고 이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여건조성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박정희는 “제철 공장 하나만 해도 이를 건설하는 데 1억 3000만 달러나 든다지 않습니까. 정부보유弗[달러]을 전부 투입해도 모자라는데”하면서 난색을 보였다. 이병철은 그럴 때마다 외자도입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박 의장을 설득했다. 달리 대안이 없던 박 의장은 기업인들의 설득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병철과 남궁련은 박 의장의 허락을 받고 1961년 9월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산업회의에 참석하여 외자유치 가능성을 탐색했다. 9월13일 한국경제인협회는 5개년 계획에 소요되는 민간외자도입 추진계획서를 마련해 최고회의에 제출했다. 9월18일엔 박 의장과 경제인협회 회장단이 ‘당면 경제문제에 대한 의견교환’이란 회의를 가지고 외자 조달 방안을 논의했다. 이런 회의를 거쳐 협회가 마련한 것이 외자도입 촉진책이었다. 그 골자는 다음과 같았다. 1. 개별기업의 교섭으로는 외자도입이 어려우므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세 지역에 외자유치단을 파견한다(당시는 외국여행이 엄격한 허가사항이었다). 2. 민간차관 도입 시 정부가 지불보증을 해줄 것. 3. 민간경제외교를 지원하기 위하여 해외공관에 상무관을 주재시켜 줄 것. 4. 민간기업이 외국의 기술자와 기업가들을 자유롭게 초청하여 공장 건설 등을 협의할 수 있도록 허가해줄 것. 5. 외자에 의한 공장건설 시 내자를 최대한 융자해주는 동시에 後取(후취) 담보제도를 마련해줄 것. 6. 외자도입에 의한 기계반입 시 가동에 필요한 원자재 수입을 허용하고 그 판매 代錢(대전)으로 소요 내자를 충당하는 방안을 강구해줄 것. 7. 외국의 장기금융기관을 유치토록 할 것. 8. 외자도입촉진법, 외환관리법, 이중과세방지조약 등을 추진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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