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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전 오늘, 박정희 대통령이 "잘 살아보자" 외치던 순간

淸山에 2011. 4. 22. 19:22

 

 
 
 
41년전 오늘, 중앙청 회의에서 시작된
운동을 아십니까
박영석 기자 yspar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오늘 새마을 운동 첫 국가기념일]
박정희 대통령 특유의 강단있는 중저음이 중앙청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잘 살아보자" 운동을 처음 제창한 순간이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마을은 우리 손으로 가꿔 나간다는 자조·자립정신을 불러일으켜 땀 흘려 일한다면 모든 마을이 머지않아 잘살고 아담한 마을로 바꿔지리라 확신합니다. 이 운동을 새마을 가꾸기 운동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각오를 적은 박정희 대통령 친필.
‘새마을운동 10년사’(내무부 펴냄, 1980)
 

박정희 대통령 특유의 강단 있는 중저음이 중앙청 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1970년 4월 22일 박 대통령이 한해(旱害) 대책 지방장관(현 도지사·시장·군수) 회의 중 새로운 운동을 처음 제창한 순간이었다. 좌중에 정적이
흘렀고, 대통령은 경북 청도 신도리의 단아한 풍경에서 새마을 운동을 착안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이후 남긴 친필에서 "확실히 이 운동은 우리 농촌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바람이요 서광이요 희망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22일이 '새마을의 날'로 정해진 연원은 그렇게 4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는 지난 2월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고,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오후 2시 성남시 분당구 새마을중앙연수원에서
제창 후 첫 기념식을 연다.

박 대통령은 전국 3만5000여 마을에 시멘트 335포대씩을 무상 배포하는 것으로 새마을운동을 시작했다.
농민들은 거저 받은 시멘트로 무얼 할지 궁리해야 했고 함께 일해야만 했다. 자조(自嘲)에
젖은 농촌이 자조(自助)를 배워갔다.
1972년 3월 경북 청도군 운문면을 시찰하던 박정희 대통령(왼쪽)이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제공
 
고건 전 총리는 "초대 내무부 새마을담당관으로 대통령 명(命)을 진두지휘할 당시 야전침대에서 하루 2시간
자면서도 피곤한 줄 몰랐다"며 "농민의 자율적 참여,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결합해 농촌 기반을 다졌다"고
회고했다.
새마을운동 초기이자 체제경쟁의 절정기였던 1972년, 한국은 1인당 국민총생산(GNP)에서 북한을 추월했다. 1974년엔 농촌 가구당 평균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을 앞질렀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은 '새마을노래'와 함께 경쾌하게 퍼져갔다. 김유혁 전 새마을운동중앙회장(단국대 명예교수)은 "새마을운동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근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은 제5공화국 들어 민간주도체제로 전환되면서 활력을 잃었지만, 농어촌 후계자 양성사업 같은 근간은 유지됐다. 6공 때는 '새 질서 새생활 실천운동'으로 계승됐다.

 

'독재자 박정희'를 비판했던 김영삼·김대중 두 야당 지도자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새마을운동을 좋게 보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해 발간된 자서전에서 "새마을운동으로 농촌이 잘살게 됐다는 것은 속임수였다"고 적었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에

일관되게 부정적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은 민주화운동 시절 '군사정권의 정치도구'로 공격받았다. 1988년 전경환(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 횡령사건은 치명적 오점을 남겼다. 그는 횡령·탈세·이권개입 등으로 징역 7년형과

벌금 22억원을 선고받았다. 전상인 교수는 "협동·자조 같은 사회적 자본을 활용한 전무후무한 지역개발

성공사례지만, 80년대 들어 순수성을 잃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다른 민간단체(NGO)들과 국가 지원금 공모 경쟁을 벌이는, 기금과 수익금을 주요 재원으로 삼는 민간단체다. 임종완 중앙회 홍보팀장은 "2000년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정 후 국고지원을 받기 위해 공개경쟁을 벌이면서 '관변단체'란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은 농촌의 노령화와 결혼이민자 증가 등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안고 있다. 이재창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은 "다문화 가정 지원, 청년 지도자

육성, 새마을운동 세계화 등 시대 변화에 맞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희가 말했던 그 마을은 지금… 
 
 
 
 
21일 경북 청도군 청도읍 신도1리. 2층짜리 빨간색 벽돌 주택과 야트막한 기와집 등 20여 가구가 정갈하게 섞여 있고, 돌담 모양 현대식 담장이 집집마다 둘러져 있다.

마을 한쪽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 2009년 1만994㎡ 부지에 지어진 지상 1·2층 기념관엔 1970년대 새마을운동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물로 채워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0년 4월 22일 새마을 운동을 제창하며 이렇게 말했다. "모범적인 부락은 여러 곳 있는데 특히 경북 청도 같은 데를 한번 보십시오. 그리고 천안·대전 부근에 있는 뻘건 농촌과 비교해 보십시오. 같은 농촌인데 왜 이렇게 달라지겠습니까?"

1969년 8월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남·북 수해현장을 둘러보려 전용열차로 부산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신거역에 내린 박 전 대통령은 훤히 닦인 길과 다리·기와집에 감탄했고 1분쯤 뒤 기차에 몸을 실었다. 대통령을 감동시킨 주인공은 김봉영(85)·박종태(84)씨로, 청도읍 신도1리 이장을 번갈아 맡아 마을을 변화시켰다.

둘은 1968년 주민들을 설득해 길부터 닦았다. 주민들은 45일 만에 길이 2500m, 폭 4m의 도로를 냈고, 길이 좋아지자 밀양·대구 등지에서 땔감을 사러 오는 발길이 늘어 주민 형편도 나아졌다. 김씨 등은 벼농사 외에 사과·복숭아 나무 재배를 제안했고 초가집은 기와집으로 변해갔다. 박씨는 "우리가 전국의 모범사례라는 점을 평생 영광으로 안고 산다"고 말했다.
 
 
 
 

 

 
 

국가 브랜드인 '새마을 운동'…
최근까지 세계 84개국 전수
 
 
20년간 5만여명 방한… 12개국서 '농촌모델' 접목 중
 

 


21일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색색의 꽃이 핀 이곳 표본 온실에 캄보디아인 14명이 '새마을중앙연수원' 글씨가 적힌 초록색 조끼를 맞춰 입은 채 들어섰다. 지난 18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방한한 '캄보디아 연수팀이다. 캄보디아 동남부 프레이벵주(州) 관료들과 주 내 캄포투날·소난차이 마을 지도자들로 구성됐다.
 

꽃잎을 만지고 향을 맡아보는 캄보디아인들에게 윤형권 과학원 소속 박사가 "캄보디아엔 꽃이 없느냐"고 묻자, 통역 체첸바(27)씨가 "있지만 색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고 답했다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온 캄보디아 연수팀이 21일 수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들러 꽃 재배 요령을 듣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윤 박사는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받아 적는 연수생들에게 "더운 날씨에선 꽃의 색이 화려하게 안 나오고 산 중턱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게 좋다. 여기 꽃은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된다"고 설명했다.

요크 디(57) 부지사는 "온도·습도 조절이 가능한 비닐하우스가 인상적이다. 한국에서 자라는 작물 씨앗들을

 가져다 키우고 싶다"고 했다. 농민 소 삼낭(22)은 "여기서 배운 재배 요령 등을 마을 주민에게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연수에 참여한 두 마을은 2009년 새마을운동 시범마을로 지정된 뒤 1인당 소득이 80달러에서 400달러로 5배가량 높아졌다고 한다. 연수팀은 한국의 선진 농법을 직접 배우려 꾸려졌다.

2007년 캄보디아 캄퐁트날 마을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 관계자들과 주민들이 진입로를 놓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제공
새마을운동은 이렇듯 '국가 브랜드'로서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1991년 몽골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84개국에서 5만여명이 새마을 운동 학습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현재 미얀마·캄보디아·네팔 등 아시아 6개국, 콩고민주공화국·우간다·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6개국 등 12개 나라가 한국형 농촌발전모델 'saemaulundong'을 접목하고 있다.

판타 나바라즈(44) 네팔 새마을회장은 "네팔 내전이 한창이던 2003년 새마을운동 도입 초기부터 농민들의 호응을 얻었다"며 "농업 기계화와 채소 수출로 인한 소득향상 외에도 문맹퇴치 등 큰 성과를 올려 새마을운동 동참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새마을운동의 실천 방안을 깊이 검토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뿌리내리도록 힘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창영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국제사회교육부장은 "환경 개선·소득증대·의식개혁 세 분야를 동시 진행한다는 점에 개발도상국이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21일 수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온 캄보디아 지도자들이
우리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m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