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 배움/우리말 벗

재미있는 말의 어원 (ㅇ)

淸山에 2011. 4. 17. 17:22

 

 
 
 
 
아낙네
'아낙'은 '안'과 '악'이 결합된 것이다. '안'은 '안해'의 '안'이나 '안 사람'의 '안'처럼 '內'의 뜻을 가지며 동시에 여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낙'은 '안악'으로도 표기되었다.

'-악'은 '-억'과 함께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인데, 주로 작은 것을 뜻할 때 쓰인다. '터럭'(털 + -억), '주먹'(줌 + -억), '뜨락'(뜰 + -악), '쪼각'(쪽 + -악) 등에서
볼 수 있다.

'안악'은 '장소'와 '사람'을 동시에 의미하기에 이르렀다. '안악'이 '내정(內庭)’의 뜻을 잃고 '안뜰'에 그 자리를 넘겨준 뒤에 이 '안악'에 '-네'가 붙어 여성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네’는 ‘나그네’에서처럼 사람을 뜻한다.
 

아름답다
우리말 `아름답다`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그 하나는 ‘알다(知)’라는 동사 어간에 ‘-음’접미사가 붙은 ‘알음’에 ‘-답다’ 접미사가
붙었다는 견해다.

또 하나의 견해는 동사 ‘안다[抱]’의 어간 ‘안’에서 파생된 ‘아름(抱)`의 명사에 `-답다`가 붙어서 형용사가 되었다는 견해다. ‘한아름’도 같은 경위로
된 말이다.
 
 
아리랑
민요 ‘아리랑’에 대한 어원에 대해서는 갖가지 설이 난무한다. 그만큼
그 뜻이 모호한 것이다.

먼저 ‘아리랑’의 어원을 한자어 ‘我離郞’으로 보고 ‘나의 낭군과 이별한다’
뜻으로 보는 설이 있다.

고유어로는 ‘아! 리앙이여’라는 뜻이라고 보는 설이 있다.
그밖의 ‘나의 리앙’등으로 보는 것 등등이다.

조선 말 지주 박좌수의 머슴 ‘리랑’과 몸종 ‘성부’의 애절한 사랑에서 빚어졌다는 배경설화도 있다.

어쨌거나 ‘아리랑’은 애절한 사랑의 이별 노래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지방마다 다른 아리랑 민요가 있지 않나 싶다.
 

아사리판
`질서가 없이 어지러운 곳이나 그러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아사리’는 토박이말 `앗다(奪)`의 어근 `앗`에 조사 `을`이 붙고, 그 아래 `이`가 붙어 `앗+을+이`가 되고, 여기에서 `아사리`로 바뀐 말이다. 곧 빼앗을 사람이 많으니 빼앗을 사람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사람이 한데 어울려 무법천지가 된 것을 비유한 말이다.
 
또 한편 덕망이 높은 스님을 ‘아사리’라고 하는데, 이 ‘아사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아사리’가 많으면 다양하고 깊은 의견들이 개진되고, 토론하는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러한 모습을 피상적으로 보면 서로 자신들의 주장만을 앞세우기 때문에 매우 무질서하고 소란스럽게 비칠 수도 있다. 이런 연유로 무질서한 현장을 뜻하는 부정적인 말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아수라장
`싸움 따위로 혼잡하고 어지러운 상태에 빠진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불교 용어로 ‘아수라’는 화를 잘 내고 성질이 포악해서 좋은 일이 있으면 훼방 놓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아수라는 욕심 많고 화 잘 내는 사람이 죽어서 환생한 축생이라고 한다. 따라서 아수라들이 모여서 놀고 있는 모습은 엉망진창이고 시끄럽고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아양을 떨다
이는 원래 `아얌을 떨다`에서 나온 말이다. ‘아얌’은 여자들이 겨울 나들이할 때 추위를 막으려고 머리에 쓰던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떨면 주위 사람들의 눈길을 끌게 된다. 그래서 귀여운 행동이나 말로 시선을 끄는
행위를 뜻하게 되었다.
 
 
안달이 나다
`안달`은 `안이 달아오르다`란 뜻을 가진 말이다. `안`은 온갖 장기가 있는 `몸 속`을 가리키는 말이니, 이 말은 곧 속이 타서 달아오른다는 뜻이다.
어떤 일의 결과를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속을 태우며
안타깝게 고민하는 것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안성맞춤
경기도(京畿道)의 안성(安城) 고을은, 옛날부터 유기(鍮器)로 알려져 있다. 유기그릇을 안성에 맞추면 주문자의 뜻대로 잘 만들어졌으므로 거기에서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생겼다. 이는 민간어원설로 보이지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안타깝다
언어학적으로 보면 `안` 은 `마음` 이란 뜻이다. 이처럼 `안` 이 `마음`의 뜻으로 쓰이는 말에 `애가 타고 마음이 갑갑하다`라는 `안쓰럽다`는 말이 있다. `안타깝다`는 `마음` 이란 뜻의 `안`에 `답답하다` 의 옛말인 `답깝다` 가 붙은 `안답깝다` 가 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간어원설로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조선조 세종 때 경상북도 청송에 `안탁갑` 이라는 노처녀가 있었다. 임금님에게만 시집을 가겠노라 고집을 부리던 `안탁갑` 은 드디어 세종의 빈이 되었는데, 너무도 안탁갑에게 빠져 있는 임금을 걱정한 신하들은 그를 청파동으로 물리쳤다. 그런데 임금의 행차 소식을 들은 `안탁갑`은 행차의 길목에서 정성스레 만들어 온 미음을 올렸다. 세종은 이 미음을 단숨에 마셨는데 그 때 두 사람의 괴로움은 말이 아니었다. 그 후 사람들은 몹시 괴로운 일을 나타낼 때 `세종과 안탁갑의 사이 같다`란 표현을 썼는데, 이 애절한 사연에서 `안타깝다` 란 말이 생겼다는 슬픈 사랑이야기다.
 

알나리깔나리
아이들이 서로 상대편을 놀리는 말이다. `알나리`는 벼슬을 한 나이가 어리고 키가 작은 사람을 농담 삼아 `아이 나리`라는 뜻으로 이르던 말이며, `깔나리`는 ‘알나리’와 더불어 운율을 맞추기 위해 별다른 뜻 없이 덧붙인 말이다.
`얼레리꼴레리`나 ‘얼라리꼴라리` ’얼레꼴레리` 같은 말은 다
`알나리깔나리`가 변해서 된 말들이다.
 
 
암죽
`낟알 가루나 밤으로 묽게 쑨 죽`을 가리키는 말이다.
암죽은 `밤죽`이 변한 말이다. 밤죽의 `밤`이 `밤→왐→암`의 변화 과정을 거쳐 지금의 암죽으로 된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밤으로 쑨 죽을 ‘암죽’이라고 하였으나, 지금은 쌀이나 다른 낟알을 가지고 쑤는 것까지 두루 일컫는
말이 되었다.

산모가 젖이 부족하거나 혹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아기에게 젖을 먹일 형편이 되지 않을 때 주로 암죽을 먹여 키운다.
 

압구정
한강변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있는 압구정동(狎鷗亭洞)은 바로 그 강변에 있었던 세조(世祖) 때 권신(權臣) 한명회(韓明澮)의 정자 이름 압구정에서 유래한 것이다.
 
두 임금을 받들어 세움으로써 네 개의 공신(功臣)을 겸하고, 두 임금의 장인이었으며 최고의 벼슬인 영의정을 수년 동안 거침으로써 도합 73년간이나 벼슬길에서 영화를 누렸던 한명회(韓明澮)는 벼슬에 뜻이 없었다는 세평을 듣고 싶어 짐짓 이곳에 정자를 짓고 갈매기[鷗 ]와 친하게 놀다[狎]는 뜻으로 압구정이라 이름 지었던 것이다.
 

애매모호曖昧模糊
`희미하여 분명하지 않음`이라는 뜻이다.
우리말의 `애매하다`는 벌은 받았으나 실은 죄 없음을 뜻하는 말로 `애꿎다`, `억울하다`와 같은 뜻을 지닌 말이다. 그런데 일본말 한자어로 `애매`가 있는데, 이 말은 우리가 쓰는 한자어인 `모호`와 같은 뜻을 지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식 한자투에 익숙한 일부 지식층이 두 말을 잘못 결합하여 쓰던 것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따라서 `불분명하다`는 뜻을 나타내고자 할 때는 `애매하다` 또는 `애매모호하다`라는 말 대신 본래 우리말 `모호하다`라고 쓰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야단법석惹端法席
여러 사람이 한 데 모여서 서로 다투고 떠들고 하는 시끄러운 판`을 뜻하는 말이다.

`법석(法席)`은 원래 불교용어로 `법회석중(法會席中)`이 줄어서 된 말이다. 대사의 설법을 듣는 법회에 회중(會衆)이 둘러앉아서 불경을 읽는 법연을 일컫는 말로서 매우 엄숙한 자리를 뜻하던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엄숙한 자리에서 무슨 괴이한 일의 단서(端緖)가 야기(惹起)되어 매우 소란한 형국이 되었다는 의미로 `야단법석`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야단법석’의 야단을 野壇으로 쓸 때는 ‘야외에서 베푸는 법회’의 뜻이 된다.
 
 
야호
`야호`는 독일 알프스 지대에서 쓰던 `johoo`란 의성어가 어원이다. `야호`는 고립됐을 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조난신호로 흔히 쓰였다. 한국에는 20세기 들어 `야호`란 구호가 수입돼 등산객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호연지기의 상징처럼 되었다.

옛날 신선이 호랑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호랑이를 부를 때 ‘야, 호[虎; 범호]’하고 불렀다는 웃지 못할 민간어원설도 있다.
 
 
《설문(說文)》에 병을 고치는 풀을 약이라고 한다 하였다. 이로 보아 약의 시초가 식물성인 초목으로 시작되어 ‘艸’자 밑에 사람을 즐겁게 한다는 뜻의 락(樂)자를 붙여서 ‘藥’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원래 ‘약’의 뜻이 식물이 지니고 있는 자극성(맵거나 쓴맛)을 말하며, ‘약이 오른 고추’, ‘잎에 약이 올랐다’ 등의 용례로 보아 그와 같이 약이 오른 풀이 인체에 대한 약리작용이 있는 것을 알고 사람의 병을 고치는 물질을 ‘약’이라고 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약오르다
`화가 나다`의 뜻이다. 원래 약초가 잘 성숙하여 독특한 자극성 성분이 생기는 것을 `약이 오르다`고 하던 것이 점차 그 뜻이 확대되어 사람의 성질을 뜻하게끔 되었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독한 기운이 뻗친다는 면에서는 서로
 통하는 표현이다.
 

음식을 먹은 후에 `양이 찼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이 때의 `양`은 `질량`의 `량`, 즉 한자어 `양`이 아니다. 이 `양`은 순수한 우리말이다. `양`은 `위장`이라고 할 때의 `위`에 해당하는 우리말이다. 그래서 쇠고기 중에 `곱창`도 있고, `양`도 있다. 그래서 `양이 찼느냐?` 하는 것은 `위가 찼느냐?`는 뜻이다. 즉 `배가 부르냐?`는 뜻인 것이다. 그리고 `곱창`의 `곱`은 `기름`이란 뜻을 가진 우리말이다. `눈곱`의 `곱`과 같은 것이다.

`곱창`은 `곱`+`창`으로 기름이 많은 창자이다.
`폐`는 우리말로 `부아`(옛날에는 `부하`)였다. 그래서 `부아가 난다.`고 한다. 화가 나면 숨을 크게 들어 마셔서 `허파`가 크게 불어난다. 그래서 `부아가 난다`는 `화가 난다`는 뜻이 되었다. 우리 국어에서는 이렇게 신체 부위를 가지고 감정을 표시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머리가 아프다. 골치가 아프다.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귀가 가렵다. 귀가 따갑다. 눈꼴이 시다. 눈물이 날 지경이다. 손이 근질근질한다. 애가 탄다. 애간장을 녹인다. 핏대가 난다 등등의 말들이
그런 것들이다.
 

양말
서양에서 들어 왔다고 해서 `양` 자를 붙이거나 `서양`을 붙여 만든 단어들이 꽤나 있다. 그 예가 무척 많음에 놀랄 것이다.
`양철 양동이 양은 양재기 양회 양행 양복, 양장, 양궁, 양단, 양담배, 양란, 양배추, 양버들, 양식, 양옥, 양장, 양잿물, 양주, 양초, 양파, 양화점 등등.
‘양말’의 ‘말’은 고유어 ‘말기’(둘러서 덧댄 부분)의 줄인 말이다.
 
 
양치질
양치질`의 `양치`는 `양지질` 즉 `양지`(버드나무 가지)에 접미사인 `질`이 붙어서 이루어진 단어다. 고려시대의 문헌 <계림유사>에도 `양지`(버들 楊, 가지 枝)가 나타나고 그 이후의 한글 문헌에서도 `양지질`이 나타나고 있다.
`양지` 즉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청소하는 것이 옛날에 `이`를 청소하는 방법이었다. 오늘날 `이쑤시개`를 쓰듯이, 소독이 된다고 하는 버드나무 가지를 잘게 잘라 사용했던 것이다. (이 `양지`가 일본으로 넘어가서 일본음인 `요지`로 변했다). 그래서 `이`를 청소하는 것을 `양지질`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어원의식이 점차로 희박해져 가면서 서양의 ‘양’에 `이`의 한자인
`치`가 연결된 것으로 착각하고, ‘치약’으로 이[齒]를 닦는다는 뜻으로
착각하게 되어 ‘양치질’이 된 것이다.
 
 
어깃장을 놓다
`어떤 일을 할 때 끼어 들어서 참견을 하거나 훼방을 놓다`는 뜻이다.
부엌이나 광의 문처럼 비교적 곱상하게 다루기 힘든 곳은 판자를 연결해서 널쪽문을 해 단다. 그 중에서도 튼튼하게 문짝에 가로 홈을 파고 띠를 끼워서 띠와 널을 못 박아 붙이는데, 자칫 일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각선으로 붙이는 띠목을 어깃장이라고 한다. 어깃장을 대각선으로 붙이는 모양에 빗대어 어떤 일을 어긋나게 한다는 뜻으로 쓰게 된 것이다.
 

어른
‘어른`은 `얼운`이라고 했다. 이것은 `얼우다[嫁: 혼인 가]`의 어간 `얼우-`에 명사형 접미사가 붙은 말로 `얼우다`는 결혼하다는 뜻을 지닌 말이다. 따라서
 `얼운`은 `혼인한 사람`이란 뜻이다.

그리고 `어린이`라는 말은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처음 만든 말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 옛 문헌을 보면 이미 `어린이’와 ‘늙은이`가 많이 등장한다. 단지 `어린이`라는 잡지를 처음 만들어 널리 알렸을 뿐이다. `어린이`는 `어린 사람` 즉, `어리석은 사람`이란 뜻이었다. 훈민정음 어지(御旨)에도 `어린 백성이 니르고져`라고 쓰이고 있다. `어린이`는 `어리석은 사람`이란 뜻으로 쓰이다가 `어린 사람(나이가 적은)`이란 뜻으로 어의가 전성된 말이다.
 

어리굴젓
`간한 굴에 고춧가루를 섞어 얼간으로 삭힌 굴젓`을 가리킨다. 충남 서산군 부석면 간월도에서 채취되는 굴은 지형적으로 간만의 차가 심해서 늘 바다 속에만 잠겨 있지 않고 하루 4~7시간은 개펄 속에 묻혀 햇볕을 받고 자란다. 이 때문에 양식한 굴은 1년이면 엄지손가락 만하게 크지만 간월도 굴은 3년 정도 큰 뒤 캘 때에도 2~3cm밖에 안 되고 거무스름한 빛깔을 띤다. 굴은 햇볕을 쬐면 생장이 중단되기 때문이며, 이런 굴을 두고 보통 `강굴`이라고 한다. 이러한 간월도 강굴은 적당한 기온과 염도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자란 다른 지방의 굴보다 훨씬 고소하며, 물날개(굴에 나 있는 털)가 잔잔하고 그 수가 많아 고춧가루 등 양념 배합률을 높여주기 때문에 독특한 맛을 낸다. 어리굴젓은 이렇게 자란 굴을 이물질이나 땟국물을 빼내기 위해 깨끗한 바닷물로 씻은 뒤 7% 정도의 소금으로 희석시켜 섭씨 15~20도 정도의 발효실에 보름간 넣어둔다. 고춧가루로 주로 양념을 해서 `얼얼하다`, `얼큰하다`는 맛의 표현이 어형 변화를 가져와 `어리굴젓`이 되었으며, 조선조 때 무학대사가 이태조에게 진상했다?! ! ?기록이 전해져 오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600년 이상 된
식품으로 추정된다.
 

어버이
`업+엇+이` 로 된 말이다. 고려 속요 [사모곡]의 별칭인 [엇노리]에서 보듯 `엇` 은 `어머니` 를 뜻하는 말로, `엇` 에 접미사 `-이` 가 붙은 `어시` 는 `어이`로
변천한다. 그런데 사모곡 중 '아바님도 어이어신 마라난' 에서의 `어이` 는
`어버이`를 뜻하고 있는데, 이는 모계사회에서 여자가 대표성을 띠었던
것의 반영이로 볼 수 있다.

`어버이` 는 `어머니` 란 `어이` 에 아버지를 뜻하는 `업` 이 붙어서 된 말(업+어이)이다. 그러기에 `어버이` 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뜻하는 말이다.
 

억장(億丈)이 무너지다
억장(億丈)은 본래 억장지성(億丈之城)의 줄임말로 성의 높이가 억 장이 될 정도로 퍽 높이 쌓은 성을 말한다. 그러므로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은 억 장이나 되는 높은 성이 무너질 정도로 엄청난 일을 말한다.

오늘날, ‘억장’은 ‘가슴’의 속된 말로 한자어라는 의식 없이 쓰이고 있다. ‘억장이 무너지다’는 몹시 분하거나 슬픈 일이 있어서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는 뜻으로 쓰인다.
 

얼간이
소금에 조금 절이는 것을 `얼간`이라고 한다.
‘얼간’에 사람을 뜻하는 ‘이’가 결합되어, ‘얼간이’는 제대로 절이지 못하고 대충 간을 맞춘 것처럼 다소 모자란 사람이라는 뜻으로, `됨됨이가 변변치 못해 모자라고 덜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얼굴
`얼굴`은 15세기에서도 어형은 `얼굴`이었으나 `몸 전체`, `형상`, `형체`, `모습`, `틀`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15세기에 쓰인 `몸얼굴[體格]`, `밑얼굴[原形]` 등의 합성어를 통해서도 `얼굴`이 몸 전체를 가리키는 단어였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인물을 고르는 표준인 `身言書判(신언서판)`의 `身`이 바로 `얼굴`이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얼굴`은 17세기에 와서 `안면顔面`이라는 의미로 변하였다. `안면`은 `몸 전체`에 포함되는 한 부분일 뿐이다. `몸 전체`에서 `몸의 일부`로 의미가 변한 것은 결국 의미 적용 범위가 축소된 현상으로 설명된다. 15세기에 ‘안면’을 뜻하는 말로는 ‘낯’이 있었다. 지금은 서로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얼굴’은 ‘얼’의 ‘굴(=통로)’의 뜻이 있는 말이다. 누구나 얼굴이 예쁘기를 바란다. 진정 예쁜 얼굴은 ‘얼’이 고운 사람의 얼굴임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얼버무리다
‘이 말 저 말을 뒤섞어서 어름어름 분명하지 않게 하다`는 뜻이다.
`얼`은 명사나 동사 앞에 붙어서 `덜 된`, ‘여러 가지가 뒤섞여’, ‘대충’ 등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래서 원래 `얼버무리다`고 하면 여러 가지를 대충 섞어 버무린다는 뜻이었다.그러다 사람이 말을 분명하지 않고 모호하게
한다는 뜻으로 쓰게 되었다.
 

엑스 세대
영어에서 엑스(X)는 미지수의 기호로 쓰이는 글자로 알 수 없고 불확실한 것을 뜻한다.
캐나다의 작가 더글러스 쿠프랜드가 <엑스 세대>라는 책을 내면서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 쿠프랜드 식으로 하면 엑스 세대란 1968년을 전후해서 태어난 세대들로 기생세대가 잘 이해하기 힘든 신세대를 뜻한다.
 
 
여리꾼
`상점 앞에서 지나가는 손님을 끌어 들여 물건을 사게 하는 중개인`을
가리킨다.
조선 시대에 육주비전의 상인들은 아들에게 문서를 다룰 줄 아는 정도의 글자와 상인들끼리만 통용되는 변말을 배우게 한 다음 15세 무렵에 다른 가게의 심부름꾼으로 내보냈다. 일종의 상인 수업을 받게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스무 살 남짓 되어 장사에 대한 요령을 터득하고 훌륭한 상인이 될 재질이 보이면 따로 가게를 내어 독립시켰다. 그러나 나이가 들도록
독립을 하지 못하면 `열립(列立)`으로 나서야 했다. ‘열립’은 상가 앞에 늘어서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가게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여리꾼’은 ‘열립’이 `여리`로 변하고 거기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꾼`이 덧붙은 것이다. 그리고 여리꾼이 가게 안으로 손님을 끌어 들이는 것을 `여립켜다`라고 한다. 요즘 샌드위치맨이라고 하여 상가나 술집 앞에서 요란한 복장을 하고 앞뒤로 점포 이름을 알리는 글을 써 붙이고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들이는 사람을 볼 수가 있다. 또한 야간 유흥업소들이 채용한 ‘삐끼’들도 현대판
여리꾼이라 할 수 있겠다.
 
 
여보
`여보`의 어원은 `여기(此處)`의 `여`에 `보다(視)`의 어간 `보-`가 합해져서 이루어진 것이다. ‘여기 보오’의 뜻으로 오늘날 부부간의 호칭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이다.
`여보세요`는 이 `여보`에 `-세요(해요체)`가 덧붙여진 말이다.
 
 
열통 터지다
재래식 화장실에 어느 정도 대소변이 쌓이면 그걸 퍼내야 한다. 오물을 치우기 위해선 커다란 작대기로 그 속을 휘휘 젓는데 그때 메탄가스가 발생해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것을 ‘열통’이라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열통 터지다`의 열통을 사람의 가슴 한복판에 화나 열을 돋우는 어떤 장기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열통은 위에서 말한 대로 재래식 변소에서 끓어오르는 메탄가스를 말한다.
`열통 터지다`는 말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폭발할 지경이거나 폭발하는 것을 가리킨다.
 
 
염병할
`일이 뜻대로 안 풀려 혼자 투덜대거나 남을 심하게 나무랄 때 쓰는 욕`이다.
염병은 장티푸스와 같이 높은 열이 나는 전염병을 가리키는 말이다. 염병, 즉 장티푸스에나 걸리라는 뜻을 담은 욕설이다. 지금은 장티푸스 같은 병이 큰 위협이 되지 못하지만 옛날에는 고치기 힘든 전염병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염병에 걸리면 서로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 전염을 막는 유일한 길이었다. 상대가 염병에 걸려서 가까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염병에 땀 못 낼 놈’이란 욕이 있는데, ‘괴로워하다가 죽을 놈’이라는 뜻으로 상대를 저주하는 말이다. 염병이 그만큼 무섭고 괴로운 병이었던 것이다.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남의 어려운 사정보다 자기에게 닥친
작은 일을 더 크고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엿 먹어라
`상대방에게 모욕적으로 이르는 상스러운 말`이다.
‘엿’은 남사당패의 은어로, 여성의 성기(性器)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우리나라 말의 욕설 중에 성기와 관련된 말이 많듯이, 이 말도 남사당패의 은어를 빌려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말로 쓰이게 된 것이다. ‘엿’을 엿장수의 ‘엿’으로 잘못 알고, ‘엿’이나 먹으면서 조용히 있어라 정도의 뜻으로 쓰는 사람이 많다. 본래의 뜻을 안다면 함부로 써서는 안 될 말이다.
 

영감
`늙은 남자`를 이르는 말이다. 옛날에는 정3품과 종2품의 벼슬아치를 영감이라고 일컬었으며, 그 이상의 벼슬아치를 대감이라고 했다. 해마다 정월에 80세 이상의 관원 및 90세 이상의 백성에게 나랏님이 은전으로 베풀어 준 벼슬인 ‘수직’이라는 것이 있었다. 실제 맡은 일이 있던 직책은 아니고, 그냥 노인을 우대해서 이름만 내려준 벼슬에 불과했다. 수직이라는 벼슬을 받은 노인들도 영감이라고 부르다가 차차 나이 든 어른을 높여서 모두 영감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지금도 군수 영감, 판사 영감 하듯이 관료사회에서는 자신들끼리
서로 높여 부르는 말로 쓰기도 한다.
 

영덕대게
조선조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던 진상품으로 축산항 죽도(경북 영덕군 축산면)가 영덕대게의 원조로 기록돼 있다. 해방 후에는 영덕군 강구항에 대게 통조림 가공공장이 생겨 강구항이 집산지가 됐다.
동해 바다 속에는 태백산맥과 마주 달리는 해양산맥이 있다. 이중 영덕군 강구면과 축산면 사이 앞바다는 바위로 이루어져 갯벌이 전혀 없고 깨끗한 모래뿐이다. 주민들은 이곳을 `왕돌잠`이라고 부른다. ‘왕돌잠’은 다리가 길고 속살이 많으며 쫄깃쫄깃한 맛이 나는 대게의 서식지로 국내에서 해양환경이 가장 적합한 곳이다.
울진 후포항과 구룡포항에서 경쟁적으로 대게 어획량을 늘리고 있지만 역사성 때문에 `울진대게` `구룡포대게`는 `영덕대게`의 명성에 밀리고 있다. 매일 아침 7~8시 강구항에는 대게 입찰이 벌어진다. 영덕대게 중상품으로 손꼽히는 것이 박달대게다. 살이 실하고 맛이 풍부한 박달대게는 1백 마리당 2~3마리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희소가치가 있다.
요즘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영덕과 울진의 대게에 대한 원조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오금을 박다
무릎의 구부리는 안쪽 뒷무릎이 ‘오금’이다. 오금은 사람이 중심을 잡고 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체 부위다. 오금을 툭 치면 중심을 못 잡고 휘청하는데, 여기서 `오금을 박는다`는 말이 나왔다. 상대가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못하게 단단히 이르거나 을러 놓다는 뜻으로 쓰인다.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양혜왕과 맹자의 대화에서 비롯한 말이다.
양혜왕이 말하기를 ‘과인이 나라에 대해서 진심을 다할 뿐입니다. 하내가 흉년이 들거든 그곳(하내)의 백성들을 하동으로 옮기고 그곳(하동)의 곡식을 하내로 옮기며, 하동이 흉하거든 또한 그러합니다. 이웃나라의 정치를 살펴보건대, 과인이 마음을 쓰는 것과 같이 하는 자가 없는데 이웃나라의 백성들이 더하여 줄어들지 않고 과인의 백성들이 더하여 많아지지 않으니 어찌된 것입니까?’
맹자가 대답하여 말씀하시기를 ‘왕께서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에 비유해 말하겠습니다. 둥둥둥 북을 쳐서 병기와 칼날이 이미 접해지면 갑옷을 버리고 병기를 끌면서 도망하되 어떤 자는 백 보를 가서 멈추고, 어떤 자는 오십 보를 가서 멈추어 (자신이)오십 보를 간 것으로써 백 보를 간 자를
비웃는다면 어떻습니까?’
양혜왕이 말하기를 ‘옳지 않습니다. 다만 백 보가 아닐 뿐 이 또한 도망친 것입니다.’ 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뜻으로 쓰인다.
 

오빠
‘오빠’는 ‘오랍아’에 어원을 둔 말로 ‘오라비’를 부르는 말이다.
‘오랍’은 남자 동기간을 뜻하는 옛말이다.
‘오랍아>옵아>옵바>오빠’로 변천했다. ‘오누이’는 오랍과 누이의 합성어다.
 

오지그릇
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약간
구운 다음 오잿물을 입히어 다시 구운 질그릇이다.
오지그릇은 원래 `오+질그릇`으로 이루어진 말이다. `오질그릇`에서 `ㄹ`이 탈락된 말이다. 여기서 `오`는 `까마귀(烏: 까마귀 오)`를 나타낸다. 즉 진흙으로 빚어서 구어 낸 질그릇의 빛깔이 마치 까마귀처럼 검붉은 윤이 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자로 `오자기(烏瓷器)`라고도 한다.
 

오지랖이 넓다
‘오지랖’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말한다.
오지랖이 넓은 옷은 그만큼 다른 옷을 덮을 수밖에 없다.
‘오지랖이 넓다’는 남의 말에 잘 참견하거나 염치없는 짓을
잘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옴니암니
사소한 것까지 캐거나 따지고 드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옴니’는 어금니가 변해서 된 말이고, ‘암니’는 앞니가 변해서 된 말이다. 그리고 ‘옴니’의 `옴`은 ‘어미’를 뜻하는 `엄`이 변한 말이다. 이(齒)는 다 같은 이인데 구태여 어금니니 앞니니 하며 따질 필요가 있느냐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미주알고주알’이라는 말과 마찬가지로 자질구레한 것까지 좀스럽게 따지는 모양, 또는 그렇게 드는 비용까지도 뜻하게 되었다.
 
 
옹헤야
‘옹헤야’는 오래 전부터 민중들이 즐겨 부른 가요다.
‘옹헤야’는 ‘올해야’라는 부름말인 셈이다.
올해야말로 꼭 풍년이 들 것이라는 간절한 염원이 깃들어 있는 말이다.
 

외동딸
`하나밖에 없는 딸을 귀엽게 이르는 말`이다.
윷놀이에서 한 동만으로 가는 말을 ‘외동무니’라고 하며, 줄여서 그냥 ‘외동’이라고도 한다. 외동무니처럼 하나만 있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며, 같은 이치로 외동아들이라는 표현도 쓴다.
 

용빼는 재주
`용빼는 재주`의 `용`은 전설상의 동물인 용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새로 돋은 사슴의 연한 뿔을 가리키는 ‘녹용’의 준말이다. 살아 있는 사슴의 머리에서 이 녹용을 뺄 때는 날랜 솜씨와 묘한 방법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그런 기술을 일러 `용빼는 재주`라 한 것이다.
`용빼는 재주`, `용빼는 재간` 등으로 널리 쓰이는 이 말은 남다르게 큰 힘을 쓰거나 큰 재주를 지니고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용수철
볼펜심 등에 있는 통통 튀는 스프링처럼 `용수철`은 탄력성 있는 용수(龍鬚) 즉 용의 수염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하다
`용(龍)이 어떤 일을 하다`에서 나온 말로,
‘재주가 참 좋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신령스러운 용이 일을 했으니 일이 매우 훌륭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용은 예로부터 길조의 상징이었으므로 용꿈을 꾸는 것은 더없는 길조였다.
 

우두머리
지금은 `우두머리`라는 단어가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마치 `두목(頭目)`이란 한자어처럼, `도둑의 괴수(魁首)`인 것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우두머리`란 단어는 비칭이 아니었다. 그냥 평칭으로 사용되었다. 그렇다고 경칭도 아니었다. `우두머리`는 한자어인 `위두(爲頭`할 위, 머리 두)에 고유어인 `머리`가 합쳐진 합성명사다. `위두머리`는 보통 위가 되는 사람의 뜻이었다. 그런데 이 `위두머리`의 `위`가 단모음화 되어 `우`가 됨으로써,
오늘날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우라질
`우라질`의 본디 형태는 `오라질`이다. 이 말은 몹시 미워하는
대상이나 잔뜩 맞갖지 않은 일에 대하여 욕으로 하는 말이다.
`오라`는 도둑이나 죄인을 결박하던 붉고 굵은 줄을 가리키는 말이고, `질`은 `지다`의 원형으로 `결박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그러므로 `오라질`이란 ‘나쁜 짓을 하여 오라를 질 만한’이라는 뜻이었다.
 

우물
‘움’에서 나오는 ‘물’, 또는 그런 샘터를 이르는 말이다.
이 `움물`이 동음생략이 되어 `우물`이 된 것이다. 지금도 방언에서는
 `우물`을 `움물`이라고 한다.
 

육개장
육개장’의 ‘개장’을 ‘개장국’이라고도 한다. ‘개장’에 ‘국’이 덧붙은 것이다. 개고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기에 그 개고기를 이용한 탕을 많이 먹었고, 그 결과 ‘개장’에 ‘탕’이라는 일반적 의미가 덤으로 부여되었다. 요즘에 그저 ‘보신탕’을 ‘탕’이라고 불러도 의미가 통하듯이, 예전에는 ‘탕’하면 ‘개장’을 뜻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장’이 ‘탕’이라는 보편적 의미를 띠게 되자, 다른 ‘육탕’의 명칭도 ‘개장’을 근거로 새롭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육개장’은 ‘개고기’가 아닌 ‘소고기’를 이용하여 끓인 ‘육탕’을 뜻하는 말이다.
원칙적으로 ‘육개장’은 ‘소탕’이나 ‘우탕(牛湯)’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하나, 그만큼 ‘개장’이 보편화 된 데서 비롯한 것이다.
 
 
육시랄
일이 뜻대로 안 풀려 혼자 투덜대거나 남을 심하게 나무랄 때 쓰는 욕이다.
`육시를 할`이 줄어서 된 말로, 육시라는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말이다. `육시`는 옛날의 형벌 방법으로 죽은 사람의 시체에 다시 참형(斬刑)을 가하는 육시(戮屍: 죽은 사람의 목을 베는 형벌)와 사지를 말에 묶어 각기 달리게 하여 머리, 몸통, 사지로 찢어 여섯 토막이 되게 하는 육시(六屍, 六弑)가 있었다. 본래의 뜻을 살펴볼 때 매우 끔직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저주어린
욕설임을 알 수 있다.
 

으악새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 젖은 이지러진 조각달/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일제 말엽 암울했던 시절, 김능인이 노랫말을 짓고 손목인이 곡을 붙여 고복수가 노래를 부른 「짝사랑」의 첫절이다.
첫 절의 첫 귀에 나오는 「으악새」가 「풀」이냐 「새」냐 라는 시비가 그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으악새」를 「억새풀」이라고 알고 있다. 그 근거는 1990년 이전에 나온 모든 국어사전에 「으악새」가 「억새」의 사투리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으악새가 억새의 사투리이듯, 모든 국어사전에는 억새의 사투리가 「웍새」라고 되어 있다는 것도 아울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보통 사람들이 으악새가 억새의 사투리라는 것까지만 찾아보았지,「웍새」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은 것 같다. 억새는 산이나 들에 나며 줄기, 잎은 지붕을 이는 데, 또는 소나 양의 먹이로 쓰이는 풀이다. 그런 억새가 슬피 운다는 것도 이상하고, 산이나 들에 있어야 할 억새의 배경이 여울이나 강물같이 물과 관계가 있는 곳이라는 것도 이상하다. (물가에 억새 비슷한 것은 갈대다)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평안도 사투리에 「왁새」라는 새가 있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왁새」의 표준말은 ‘왜가리’이다. 왜가리는 남쪽(오스트레일리아)에서 봄철(3월)에 우리나라에 와서 논이나 강가 또는 호숫가에서 물고기 조개 개구리 따위를 잡아먹고 살다가 가을철(10월)에 돌아가는 여름새이다.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라는「짝사랑」의 가사와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으악새가 떠나가야 할 가을이 되어 슬피
운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1992년에 나온 <우리말 큰사전>에는 「으악새」가 억새의 사투리도 되고, 왜가리의 사투리이기도 하다고 되어 있다.
억새의 사투리가 「웍새」고 왜가리의 사투리가 「왁새」다. [으악새]라는 소리가 [웍새]에 가까우냐 [왁새]에 가까우냐가 문제이다. 아무리 봐도 [으악새]는 [왁새]에 가깝다. 그러므로「으악새」는 「왜가리」라는 새를
의미하는 걸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을씨년스럽다
을사보호조약(1905)으로부터 나라 망한 한으로 당시의
분위기를 `을사년스럽다`고 하던 것이 변하여 `을씨년스럽다`가 된 것이다.
보기에 탐탁하지 않고 몹시 쓸쓸하다. 살림이 보기에 가난하다. 소름이 끼치도록 싫거나 지긋지긋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면수
쥐노래미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이름이다. 이면수는 찬물에 사는 어종으로 우리나라 동해와 일본 북동부에 분포한다. 관북지방(마천령북쪽, 즉 함경북도 지방)에 사는 ‘임연수(林延壽)’라는 사람이 이 물고기를 잘 낚았다는 데서 지금과 같은 이름이 비롯했다. 옛날 강원도 동해안에 사는 부자가 비싼 이면수로 쌈만 먹다가 망했다고 하여 `이면수 쌈 먹다가 천석꾼이 망했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맛이 좋고 비쌌다고 한다. 이면수의 표준어는 ‘임연수어’다.
그런 유래가 있는 말이라 할지라도 지금 대다수 언중들이 ‘이면수’라 하는데, 굳이 유래를 따져 사람 이름인‘임연수’를 표준어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바지
원래 이바지는 잔치한다는 뜻이다. 결혼이라는 큰 잔치를 치른 사람이 가져온 떡을 ‘이바지떡’이라고 한다. 나라에 공헌한 사람이 많으면 나라에서 잔치를 벌여준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게 힘쓰는 것을
‘이바지 한다’고 하게 되었다.
 
 
이판사판
이판사판은 (일이나 상황이) 막다른 데에 이르러
더는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이르는 말이다.
불교에 이판승(理判僧)과 사판승(事判僧)이 있었다. 조선 왕조의 억불(抑佛) 정책으로 하여 승려는 특히 조선후기로 접어들면서 점점 더 푸대접을 받게 된다. 유학자(儒學者) 가운데는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큰 흐름은 멸시 그것이었다. 그에 견디지 못하여 황폐해진 절도 있었으나 많은 절들은 그 어려움을 딛고서 한편으로는 절의 운영·유지에 애를 쓰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수선(修禪)과 강경(講經)에 힘썼다. 이때 절을 운영하고 여러 가지 절일을 관장하는 승려들은 자연히 공부(참선·강경)할 기회를 잃게 되어 무식해졌으며, 절일은 젖혀둔 채 공부만 하는 승려들은 불경에는 밝아져 갔으나 세속과는 담을 쌓음으로써 현실적인 일에는 소극적으로 되면서 어두워져 갔다.
누군가 출가를 하고자 할 때는 이판이든 사판이든 그 어느 쪽인가를 가려야 하게 되어 있었고, 이판승과 사판승의 갈등의 골은 깊어 갔다. 급기야 이들은 죽기 살기로 싸우게 되기까지 되었다. 이런 사정으로
이판사판이란 말이 생겼다.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다
`인구에 회자되다`의 ‘인구’는 사람의 입, 회자는 회[膾]와 구운 고기[炙]란 뜻이다. 사람들이 회와 구운 고리를 좋아하듯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훌륭한 글이나 명성 등이 사람들의 화제에 자주 오르내릴 경우에 ‘인구에 회자되다’ 라는 표현을 쓴다.
 
 
 
(제공: 진창율 /청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