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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 동시조를 잘 쓰려면 - 하순희

淸山에 2011. 2. 4. 13:41
 

 

 
 
 
우리 시 동시조를 잘 쓰려면 - 하순희
 
 
1. 우리 민족문학의 꽃 시조

①시조와 동시조란 어떤 글인가.

  어린이 여러분! 동시조의 나라로 함께 가 볼까요?
동시조를 알려면 먼저, 시조란 어떤 글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동시조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문학 형식인 시조와 동시가 만나면서 이루어집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 민족의 노래이고 정형시인 시조의 율, 형식에 맞추어 동시를 쓴 것이지요. 시조는 우리의 자연 환경과 생활감정, 민족정신을 우리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문학 형식입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서양의 14행시(소네트), 일본의 [와카] 와 [하이쿠]라는 단가, 중국의 율시(칠언율시, 오언절귀) 등도 그 나라의 민족시로서 사랑 받고 어릴 때부터 배우고 익히고 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동시조를 많이 배우고 익혀서 생활 속에 함께 하도록 사랑하여야겠습니다. 3장 6귀로 된 이 특별한 형식은 고려시대 말쯤에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그 바탕은 아득하게 먼 부족국가 시대의 민요에서부터 신라의 향가와 고려의 별곡(속요) 등을 거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하여 고려 말에 이르러서 시조라는 찬란한 꽃으로 피어난 것입니다.

  시조라는 이름은[시절 가조]의 줄어진 말로서
[그 시대의 정신이 담긴 노래]라는 뜻입니다.

②동시조의 역사

  동시조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1940년에 아동문학가 이구조 선생님이 〈아동시조의 제창〉이라는 글을 통해 동아일보에서 어린이 시조 운동을 주장하였고, 1950년경부터 시조시인 정완영 선생님이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조를 쓰는 한편,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시조 짓기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1963년 개천예술제에 시조부 백일장을 이명길 시인께서 만들어 해마다 어린이 시조 짓기 대회를 갖는 한편, 여러 곳의 모임에서 시조 짓기를 권장하여 영남지방은 다른 곳
보다도 어린이 시조 짓기 공부가 훨씬 앞장서게 되었습니다.

  1964년 12월 아동문학가 이석현 선생님이 〈계간 아동문학〉 10집의 「아동문학의 미개지」라는 글에서 동시조의 필요성을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뜻을 같이한 박경용, 김상옥, 정완영, 유성규, 이근배, 정의홍, 서벌 등 여러 선생님이 좋은 작품을 선보여 동시조의 걸음을 먼저 가 주셨습니다.

  지금 현재 동시조만 전문으로 쓰는 작가는 거의 없습니다. 시조를 쓰는 시인들이 꾸준히 동시조도 쓰고 계시는데, 동시를 쓰는 분이나 시를 쓰는 분이나 다른 문학의 분야에서도 좀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좋은 동시조를 쓰도록 노력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중에도 정완영 선생님은 1979년 정초에 우리나라 최초의 동시조집 「꽃가지를 흔들듯이」를 내셨으며, 1999년에 「엄마 목소리」라는 동시조집을 두 번째로
내셔서 훌륭한 작품을 보여 주셨습니다.


  노산 이은상 선생님의 맥을 이어받은 경남 시조 문학회는 1991년부터 전국에서도 시조만을 단일종목으로 백일장을 꾸준히 개최하여 그 횟수가 9회에 이르렀으며 입상 작품집을 발간, 각 초등학교에 배부하여 어린이들의 동시조 보급에 실질적이고 유익한 작업을
계속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마산의 양계향 시인도 초등학교 시조부를 실제로 지도하여, 그 학생들에게서 나온 작품들을 엮은 「산호빛 목소리」라는 알찬 동시조집을 7집까지 내어 하기 힘든 뜻깊은 일을 하였으며, 광주의 박석순 시인이 「한국 동시조」라는 동시조 만을 전문으로 계간지를 발간하여 많은 시인들이 동시조를 창작하고 발표하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③동시조의 짜임과 실제 쓰기

  먼저 여러분들이 잘 아는 동시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볼까요?

동시는 사물에 대한 아름다운 생각들을 어린이가 쓰거나 어린이의 생각으로 어른이 쓴 것까지를 함께 말함이지요. 동시를 쓸 때는 리듬을 살려서 길지 않고 짧게, 여러 가지
비유를 해가며 아름답게 씁니다.

  동시는 이러한 동시를 시조의 형식에 맞게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조의 형식이 어떻게 되어있나 알아봅시다.

  시조의 형식은 3장 6구(대개 45자 내외)로 이루어져 있는데 실제 예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초장      3 (4)   4 (3)     3 (4)   4 (3)

             구               구

중장      3 (4)   4 (3)     3 (4)   4 (3)

종장      3     5 (∼9)    4 (3)   3 (4)

        절대불변
<※괄호 속의 글자 수처럼 변할 수 있음.>

초장      동그란 누나 곁의 / 동그란 동생 얼굴
              3              4            3        4

중장      그 옛날 바닷가의 / 동그랗던 우리 웃음
                3         4               3         4

종장      조약돌 굴릴 때마다 / 누나 곁의 작은 나
               ③         5                    4        3
              불변                       
                                                   ―박경용의 〈조약돌〉



초장      높이 뜨면  높이 뜨면 / 푸른 하늘 꿈이 실리고
                   4          4                 4           5

중장      낮게 날면 낮게 날면 / 고추밭에 무지개 선다
                4          4                4           5
>
종장      나두야 고추잠자리 / 날개 하나 달았으면
              ③         5                 4            4
              불변                            
                                                            ―정완영 〈고추잠자리〉

이 두 편의 시조에서 짜임을 살펴봅시다.

㉠ 기 본 율 :   3·4 또는 4·4조
㉡ 3장  6귀 :  초장, 중장, 종장이 각각 2귀로 되어 전체가 6귀로 짜임
㉢ 전체짜임:  
                    초장   3(4)  4(3) / 3(4)  4(3)─┐

                    중장   3(4)  4(3) / 3(4)  4(3)  │(45자 이내)

                    종장    3     5  / 4(3)  3(4)─┘


  위와 같이 3장 6귀 45자 이내의 기본 형태에서 각 구절의 글자 수 변동은
약간씩 허용되고 있지만,

종장의 첫 3음절은 절대로 변해서는 안되며, 종장의 둘째 마디 5음절도 5자 미만은 안되고 5∼9자 이상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종장의 두 마디는 꼭 지켜야만 정형시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외의 마디는 음보율(글자수)을 다소 벗어나도 괜찮으므로 정형시이면서 자유로운 표현을 많이 허용하고 있습니다.

④형식에 따른 동시조의 구분

  ㉠평시 조 : 단시조. 보통의 시조로서 3장 6귀 12마디. 45자 안팎.

  ㉡연시 조 : 평시조가 두 수 이상인 시조.

  ㉢엇시 조 : 중형시조. 평시조의 초장, 중장 중 어느 한 장의 글자수
              가 매우 길어진 시조.

  ㉣사설시조 : 장시조. 평시조의 초·중·종장이 모두 길어진 시조.
               시대를 풍자할 때 많이 쓰임.

  ㉤절장시조 : 한 마디로 종장만으로 이루어진 시조.
               첫머리 3음절만 지켜서 15자 안팎이 되게 함. 이명길
               선생님이 주장한 것으로 국어시간에 짧은 글짓기하듯이
               쓰거나 처음 동시를 쓸 때 시조 짓기의 첫 단계에서 훈
               련하는 방법으로 적합함.

  ㉥양장시조 : 노산 이은상 선생님이 주장한 것으로 평시조에서 중장
               을 빼고 초장, 종장 만으로 쓰는 시조. 절장시조에 초장
               을 붙이면 양장시조가 됨. 동시조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 연습을 많이 하면 동시조의 형식을 익히는데 유익함.

   <※절장시조와 양장시조는 연습단계에서 익히고,
실제 작품 발표에서는 사용되지 않음.>

2. 동시조의 실제와 감상

  첫 장에서는 시조의 특징을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예로 든 작품들을 더 살펴보면서 공부해 보도록 합니다. 이 작품들은 여러 시인들이 어린이 여러분들을 위해 쓰신 동시조들입니다. 특히 종장의 표현을 어떻게 했는지 주의 깊게 보며 감상해 봅시다.

  (평시조의 보기)

초장      벌써 가을이 진다 고궁은 가을이 진다
            2       5                 3        5

중장      노오란 소낙비로 오능잎 가을이 진다
               3        4             3        5

종장      바람도 조각난 가을 우수수 가을이 진다
            ③            5              3        5

                                        ―김상옥 〈오능잎〉


초장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3        4              3        4
중장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3        4             3          4

종장      밤사이 활짝 퍼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③          5                  4        3

                                ―정완영 〈분이네 살구나무〉


초장      금붕어는 잠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

중장      천사의 날개옷 같은 금비단 지느러미

종장      잠결에 행여 구길까봐 누가 훔쳐 갈까봐
                                                       ―허일 〈금붕어〉

초장      찬찬히 들여다보면 꽃잎새 들여다보면

중장      별들이 숨어있네 순이가 숨어있네

종장      고향길 돌담 사이로 순이가 걸어오네

                                      ―박석순 〈꽃잎새 들여다보면〉

            (연시조의 보기)

보리밭 건너오는 / 봄바람이 더 환하냐
징검다리 건너오는 / 냇물이 더 환하냐
아니다 엄마 목소리 / 소리가 더 환하다

혼자 핀 살구나무 / 그늘이 더 환하냐
눈감고도 찾아드는 / 골목길이 더 환하냐
아니다 엄마 목소리 / 그 목소리 더 환하다

                                     ―정완영 〈엄마목소리〉

풀 한 잎 또옥 따서 / 냇물에 띄웁니다
생각 한 잎 또옥 따서 / 내 마음에 띄웁니다
잠길 듯 배 되어가는 / 풀 한 잎, 생각 한 잎

풀 한 잎 생각 한 잎 / 자꾸 따라가서 띄웁니다
숙이네 아랫마을 / 돌아앉은 꽃마을로
잠길 듯 아, 잠길 듯이 / 내 하루가 떠갑니다

                               ―서벌 〈풀 한 잎 생각 한 잎〉

청산에 바위 있고 / 절이 있어 아름답다
수도하는 스님 몸에 / 사리에 들어있듯
청산도 뭇 바위들을 / 사리처럼 품고 있다

봉덕 아기 넣어 만든 / 천하명품 에밀레종
평민으로 살았으면 / 백년 겨우 살았을 걸
그 아기 종에 들어가 / 천년 이상 살고 있다

도구와 모필 모두 / 궁핍했던 그 옛날
한 글자 오자 없이 / 써서 새긴 팔만장경
이 시대 조각기술도 / 보존 기술도 세계 으뜸.  
 
                               ―도리천 〈절 가는 길에서〉

비바람 눈서리에도 / 제 자리 지켜 서서
무슨 공부 하고 있나? 구구셈 하는 걸가?
아니야 공해에 물드는 지구 걱정 할거야.
 
오존층 파괴하는 / 공장 굴둑 바라보며
썩어가는 강물 보고 / 몰래 울고 있을거야
노루랑 같이 놀았던 / 그날 오길 기다리며.
 
                                 ―양계향 〈바위>


봄이면 예쁜 새싹 쏘오옥 보내주고
여름에는 푸르른 이파리 우산 드리우네
가을엔 향그런 사랑 나무마다 주렁주렁

꿈을 엮는 가슴마다 파란 하늘 열어서
조롱조롱 알알이 꽃 마음 담아주네
온 세상 가득 채우는 한없는 사랑 덩어리

                                     ―하순희 〈햇살은〉

            (절장시조의 보기)     
                     
편지 - 마음 속 반가운 정이 글자마다 숨었네
책 - 언제나 나의 길동무 일러주는 바른 길
친구 - 지나간 여섯 해 동안 피어온 우리의 우정
도시락 - 엄마의 따슨 마음이 밥알마다 깨소금 맛
짝지 - 화나면 토라지지만 언제나 어깨동무
선생님 - 오로지 한 마음 다해 쏟아 붓는 뜨거운 정
꽃 - 송송송 봉오리마다 번져오는 그 미소
                                                      ―하순희-

            (실제로 지어봅시다)

연필   - _______ _______________ __________ __________

어머니 - _______ _______________ __________ __________

3. 동시조의 실제

  
  위에서의 여러 작품을 참고하여 실제로 작품을 써 봅시다.

동시조는 (동시+시조)의 형식이라고 한 말을 기억합시다. 처음부터 바로 시조를 써도 되겠지만 좀 더 쓰기 쉽게 하기 위해서는 동시를 쓴 후에 그 동시를 시조의 형식에 맞게 다듬으면 됩니다.

(가) 아침 ―하순희


   ㉠아침은 반짝반짝 빛난다
     피아노 건반 같다

   ㉡아침이면 햇님도 활짝 웃으며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른다

   ㉢큰산도 기지개를 펴며 단잠을 깬다


(나) 아침

   ㉠아침은 잘 닦아놓은
     피아노 건반이야
   ㉡햇님이 웃으며 와
     집집마다 딩동댕동

   ㉢큰산도
     단잠을 깨며
     기지개를 쭈우욱 편다

  처음 쓴 동시 (가)에서 시가 되지 않는 설명을 빼 버리고 각 연 ㉠㉡㉢을 시조의 초장㉠. 중장㉡, 종장㉢으로 고쳐 써서 평시조(단시조)를 완성했습니다.

  좋은 동시조는 자기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리듬을 살려서 쓰면 좋은 동시조가 됩니다. 자연과 생활 속에서 참된 감동을 잘 담아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4. 아동들이 쓴 동시조 감상

  
  아래 작품들은 어린이들이 직접 쓴 동시조입니다. 경남시조 백일장에서 입상한 작품 중에서 몇 편을 뽑았습니다.
  
        짝지 ( 96장원)

                      마산월포초등학교 6-청결 강미경


   고목나무 꼭 붙어 울어대는 매미처럼
   내 쉴 자릴 잃을까봐 불안하여 꼭 잡았다.
   이따금 혼자 갈까봐 긴장했던 순간들.

   내 마음이 외로울 땐 엄마 품을 빌려 주고
   내 꿈이 메마를 땐 촉촉히 적시었다.
   언제든 나를 위해서 밝은 웃음 보였다.

   옆에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지는
   아무도 없는데서 단 둘이 얘기하고픈
   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웃어줄 나의 반쪽.



       선생님(‘94. 장원)


                  창원남양초등학교 6-6 박유나

   석수장이 선생님 모가 난 곳 손질한다.
   따스한 손길 속에 사랑이 느껴지고
   훌륭한 작품 남기며 조용히 웃고 있다.

   하나하나 마음 편지 눈빛으로 읽어간다.
   언제나 함께 있는 체온 같은 보살핌이
   지금도 가슴에 남아 겨울에도 따스하다.

  어린이 여러분! 언제나 환한 마음을 가지고 밝은 웃음으로 겨레시의 텃밭, 동시조를 아끼고 사랑하며 활짝 꽃 피우고 열매 맺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참고서적>
0. 경남시조문학회, 경남시조, 도서출판경남, 1999.
0. 경남시조백일장 입선작품집, 도서출판경남, 1994-1999.
0. 김종상, 생활하는 글짓기, 교학사, 1978.
0. 박석순, 한국 동시조, 한림, 1999.
0. 한국 동시조, 한림, 2000.
0. 이우걸·장석주, 현대시조 28인선, 청하, 1991.
0. 정완영, 엄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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