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교정/강제하는 문장과 여유를 남기는 문장 조갑제 <이 시절에 그는 부산 대화재 때 그 동안 일군 재산이 몽땅 잿더미가 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는 수출에 기여한 공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영광을 맛보기도 했다> 위의 例文도 나쁜 문장에 속한다. <이 시절에 그는 부산 대화재로 재산이 몽땅 잿더미가 되었다> <그는 수출에 기여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로 바꾸면 더 좋아진다. 화재를 당하는 것 자체가 시련을 겪는 것이므로 굳이 이것이 시련이라고 설명해주지 않아도 된다. 훈장을 받는 일이 영광이다. 굳이 훈장을 받는 일이 영광이라고 독자들에게 설명해주지 않아도 된다. 공기와 물이 소중한 것임을 인간이면 다 아는데 굳이 소중하다고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제한된 지면에 많은 정보와 감동을 넣는 행위이다. 불필요한 표현 때문에 꼭 들어가야 할 소중한 글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훈장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식의 군더더기 기사를 쓰는 이유는 그냥 [훈장을 받았다]고 쓰면 뭔가 허전하게 보이기도 하고 훈장을 받은 의미를 덜 강조하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다. 글 쓰는 사람이 자신의 글에 너무 집착하여 독자들에게 그 의미를 주입시키겠다는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장법도 한국인이 가진 독선적인, 내려누르려고 하는 식의 非민주적 思考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글에는 읽는 사람들의 몫이 있어야 한다. 여유를 남기는 문장, 담백한 문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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