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부흥부에는 기획국, 조정국이 있고, 산업개발위원회, 지역사회개발위원회, 국토건설본부를 임시기구로 거느리고 있었다. 정재석은 이런 내외 기구들을 통합하여 종합기획국, 물동계획국, 국토건설국, 지역사회국으로 재편할 것을 건의했다. 정 과장의 보고가 끝나자 장도영 의장은 사회봉을 치켜들어 치려다 말고 멈칫 옆 자리를 돌아보면서 “참, 어떻게 처리하지요?”라고 묻는 게 아닌가. 그제야 정재석도 ‘이 과묵하게 생긴 소장이 바로 혁명을 주도했다는 박정희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박정희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귀관의 보고내용은 우리 혁명군의 의욕을 잘 반영한 것 같소. 건의한 대로 우선 제2안을 채택해서 경제 제일주의를 실천토록 하겠고, 앞으로 혁명기반이 어느 정도 잡히는 대로 1안의 경제기획원으로 옮겨가겠소. 한 석 달쯤 걸리겠지. 따라서 내용은 보고안대로 결정하되 2안의 개발부 명칭만은 건설부로 고쳤으면 하오.” 정재석 과장은 반론을 폈다. “그것은 곤란합니다. ‘개발’이라고 하면 국민경제 전체를 포괄하는데 ‘건설’이라면 한 부문에 한정되므로 이는 부흥부의 확대·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축소요 약화가 됩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그렇겠으나 개발이란 말은 나에게도 생소한 데 어찌 일반 국민들이 알아듣겠소. 귀관의 보고도 우리나라를 적극적으로 건설하자는 뜻인 것 같으니 국민이 알아듣기 쉬운 건설부로 합시다.” 정재석은 승복하지 않았다. 그는 ‘개발’이란 말이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가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에 건설부라고 부르게 되면 主務局(주무국)을 국토건설국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정녕 건설부란 명칭을 원하신다면 경제건설부로 하든지 아니면 개편을 일단 보류했다가 경제기획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혁명가는 어디 경제만을 건설하자는 것인가. 정치도, 사회도, 문화도 다 건설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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