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의장을 주체로 하는 장교집단의 가장 특이한 점은 민간 지식인들이 해내지 못한 경제발전을 해냈다는 점일 것이다. 흔히 군인과 사람을 구별하여 군인들을 경멸해온 우리 지식인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높은 비판력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추진력이었다고 이낙선은 비판하고 있다. 문민 엘리트 집단은 자유당, 민주당 시절에 이 나라를 경제적으로 부흥시키는 데 실패한 반면 ‘무식한’ 군인들은 성공시켰다. 이낙선은 “진짜 무식하고 무능한 쪽은 말만 앞서고 행동력이 없는 인텔리들, 바로 당신들이오”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군대식 구조개혁 혁명 직후 상공부 장관이 되었던 丁來赫(정래혁) 소장에 따르면 부임해 보니 민간관료들이 만들어두었던 ‘중소기업금고안’, ‘석탄개발촉진안’ 등 좋은 계획서가 책상서랍에서 잠자고 있더라고 한다. 丁(정) 장관은 이런 우수한 인력을 가지고도 왜 이 정도밖에 일을 하지 못하는가 싶어서 그 계획서를 꺼내놓고 실천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자유당, 민주당 시절에 경제개발이나 개혁은 몰라서 못한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정치적인 결단과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즉, 정치와 권력의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도 실천되지 않았던 것이다. 군사혁명은 이런 권력의 뒷받침을 가능하게 했다. 정래혁(뒤에 국방장관, 국회의장 역임)은 “군인들이 비록 경제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지만 의무감과 탐구심, 그리고 私心(사심) 없는 애국심으로 밀어붙이니 길이 뚫렸다. 특히 私心없이 문제를 보니 의외로 쉽게 해결책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자유당, 민주당 시절의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머리는 우수하긴 했지만 당파성과 연고주의 같은 파벌주의, 즉 사심에 휩쓸려들다가 보니까 국익을 지향하는 업무 추진력은 형편없이 떨어졌다는 얘기이다. 학계에서 5·16 군사정권으로 등장한 군 엘리트를 국가 엘리트, 그 전의 지도층을 전통 엘리트라고 분류하는 것도 행동의 기준을 국익으로 삼느냐, 당파적 이해관계로 삼느냐에 따른 구분이다. 5·16 주체 세력의 국익우선 의식은 이들이 특별한 애국심을 타고났다기보다는 일제 시대엔 나라 잃은 설움을 겪고 6·25전쟁 때는 피로써 나라를 지킨 체험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난 것이리라. 군인 집단이 주도한 건국·독립·혁명은 세계 역사상 前例(전례)가 많지만 (케말 파샤에 의한 터키혁명, 나세르에 의한 이집트 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등) 군인들에 의한 경제개발은 희귀하다. 경제에 대하여 문외한인 장교들이 의무감, 탐구심, 애국심으로 무장하여 경제를 배워가면서 20세기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주도했다는 점은 연구대상이다. 정래혁 장관이 주도했던 電力(전력) 3사의 통합에 의한 韓電(한전)의 탄생 같은 구조개혁사례들을 더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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