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성공으로 박정희의 신당동 생활은 곧 끝나게 되고 육영수의 생활도 많이 바뀐다. 육영수의 사촌동생인 宋在寬(송재관·전 어린이회관 관장)은 그때 <평화일보> 기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군부 쿠데타 소식을 듣고 이종 사촌자형이 앞장을 섰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한 반년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육영수가 송재관에게 전화를 걸어 “동생, 회사 끝나고 우리 집에 들러 줄 테야?”라고 했다. “무슨 일이죠?” “나, 지난번에 돈 탄 것 가지고 집수리했어.” 그날 퇴근길에 신당동에 들렀더니 육영수는 처마 끝에 플라스틱 차양을 덧대어 놓고 자랑하고 있었다. 곗돈을 타서 마음먹고 만든 것이었다. 그런 평범한 주부이던 육영수에게 송재관은 5월17일 전화를 걸었다. “아니, 자형은 왜 앞장서서 그런 일을 했어요?” 송재관은 이종 사촌누님으로부터 “그러게 말이다…”란 말을 기대하면서 위로의 말을 준비했다. 그런데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육영수는 정치나 시국 같은 데에는 무관심하던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육영수는 정색을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동생 무슨 소리야?” “아니, 자형이 위험한 일에 가담하셨기에….” 송재관은 순간적으로 ‘내가 말을 잘못 했나’라고 생각했다. 육영수의 또박또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세상이 온통 부정부패로 물들고 혼란에 빠진 채로 국민들이 어떻게 살겠어? 그냥 그대로 간다면 나라는 어떻게 될 것 같아?” 송재관은 대충 대답하고 전화를 끊으면서 “이상하다. 저 누님이 언제 저렇게 변했나”라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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