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윤보선 대통령이 청와대로 소집한 원로는 장면 총리, 곽상훈, 白樂濬(백낙준) 참의원 의장, 金度演(김도연) 신민당 대표, 유진산 간사장,
현석호 국방장관, 그리고 梁一東(양일동), 趙漢栢(조한백) 의원이었다.
곽상훈이 부산에서 느낀 민심을 설명했다. “서울에 있으면 언론이 사실을 지나치게 왜곡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번에 부산에 가보니 정부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상상보다 격심했소.
우리가 힘을 합쳐서 이 위기를 타개해야 하겠습니다.” 이야기가 오고가던 중 윤보선은 장면을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중대한 사태를 수습할 소신과 방안이 없다면 거국 내각이라도 만들어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방법이 가장 적절하지 않겠소?” 장면 총리는 “좀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소”라고 했으나 거국 내각 이야기가 계속 제기되자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윤보선 회고록). “내가 만일 그만두면 나보다 더 잘할 사람이 당장 어디 있겠소?” 이 말에 윤보선은 발끈하여 이렇게 쏘아붙였다. “장 총리가 지금까지의 국내 失政(실정)을 솔직하게 시인하지 않고 또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오.” 이날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났으나 윤보선은 피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나름대로 평가했다. 참석자들은 기자들에게는
‘이날 회동에선 신생활 운동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발표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다음날 여당에선 윤보선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대통령이 신민당 편을 들어 장면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그런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성명이 나왔다. 윤보선은 이 사건이 ‘대통령과 국무총리 사이의 정치적 결별’이었다고 썼다. 5월16일 아침 군사 쿠데타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는
윤보선 대통령의 동기 가운데는 장면 총리에 대한 불신도 끼여 있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