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4일은 화창한 일요일이었다. 이날 아침, 영천에서 상경한 韓雄震(한웅진) 육군정보학교장이 신당동 박정희 집에 들렀다. 한 준장의 임무는 거사 당일 박정희의 경호와 수행이었다. 이때 이틀 전에 경찰에 연행, 구속된 뒤 박정희의 쿠데타 모의에 대해 추궁을 받고 있던 김덕승의 처가 찾아왔다. 남편을 살려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었다.
한웅진은 “며칠 참으면 절로 해결될 터이니 기다려 주세요”라고 달래 보냈다. 박정희, 한웅진 두 사람은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한웅진은 박정희의 호위병으로 데리고 올라온 부하들이 묵고 있는 화신 옆
미화호텔로 돌아갔다. 박정희는 집을 나서 약수동으로 향했다. 서울 약수동 김종락(김종필의 형)의 집에 아침부터 평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검은색 안경을 낀 이들이 많아 장교들임을 짐작케 했다. 은행 간부이던 김종락은 집 안의 아이들을 모두 학교 운동장으로 보냈다. 김포 해병여단장 김윤근 준장은 처음 찾아가는 길이라 늦을까 봐 일찍 출발했는데 회의 시간 10시보다 15분 일찍
도착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한꺼번에 오면 이웃에서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근처 다방에서 3, 4명씩 모였다가
들어오곤 했다. 참석자들은 박정희 소장과 김동하 예비역 해병소장, 김종필을 비롯하여 25명. 공수단: 단장 박치옥 대령, 대대장 김제민 중령. 30사단: 작전참모 이백일 중령, 33사단: 작전참모 오학진 중령. 6군단 포병단: 6군단 작전참모 홍종철 대령, 대대장 신윤창 중령, 대대장 具滋春(구자춘) 중령,
대대장 白泰夏(백태하) 중령, 대대장 鄭五敬(정오경) 중령, 대대장 金人華(김인화) 중령. 6관구 사령부: 참모장 김재춘 대령, 작전참모 박원빈 중령. 김포 해병여단: 여단장 김윤근 준장, 대대장 오정근 중령, 부연대장 趙南哲(조남철) 중령, 인사참모 최용관 소령. 특수 임무 담당자: 오치성 대령, 옥창호 중령, 김형욱 중령, 이석제 중령, 유승원 중령, 박종규 소령.
박정희가 간단한 인사를 했다.
이어서 쿠데타군 출동 계획의 입안자인 朴圓彬(박원빈) 중령이 각 부대의 임무와 출동 시간을 설명했다.
그 요지는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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