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모의를 탐지하는 임무를 갖고 있던 육군 방첩부대는, 부대장 이철희 준장과 서울 지구 506부대장 이희영 대령부터가 박정희 소장의 쿠데타 모의를 총장이 비호하고 있다는 정보에 영향을 받아 과감하게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의 기무사처럼 방첩대가 국방장관 휘하였으면 장관과 총리에게 直報(직보)가 가능했을 것이지만, 육군 총장 아래에 있는 방첩대로선 직속상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비공개 자료집인 <5·16 혁명실기>에 따르면 이철희 준장은 1961년 4월, 모의 장교 중 한 사람인 육본 李鍾泰
(이종태) 대령의 발설을 토대로 장도영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장도영은 “나와 박정희 소장에 대한 무서운 모략이다”고 극구 부인했다. 이 준장은 이로써 ‘장 총장이 쿠데타
계획을 알고 있구나’ 하는 心證(심증)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건을 더 확대하지 말도록 부하들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진행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4월 하순, 육군본부 통근 버스 안에서 이종태 대령이 옆자리의 張世顯(장세현) 중령(인사참모부 기획과)에게
과격한 말을 했다. 장 중령이 들어 보니 장면 정부에 대한 막연한 불평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출근하자 506방첩대장 이희영 대령에게 전화로 통근 버스에서 있었던 일을 알렸다. 이희영 대령은
이종태를 불렀다. 그는 머리를 썼다. “이 대령, 쿠데타는 장도영 총장과 박정희 소장이 손을 잡고 준비하고 있는 걸 다 알고 있는데
안심하고 털어놔 봐요.” 이렇게 하니 이종태 대령은 별다른 경계심 없이 자랑하듯 모의 장교들의 이름과 역할을 설명했고, 이희영 대령은 이를 토대로 조직도까지 작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철희와 이희영은 박정희系(계)의 조직도와 함께 족청계의 거사설에 대한 정보까지 정리하여 장도영 총장을 찾아가서 보고를 하니 총장이 가로막았다고 한다. “이미 내용은 잘 알고 있어. 설명할 것도 없어.” 도표를 접어 들고 사무실을 나오려 할 때 장도영이 이희영 대령을 부르더니 “쿠데타 문제에 대해선
이 대령만 알고 있어. 누구한테도 발설해선 안 돼”라고 말하더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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