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영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박정희 소장의 쿠데타 모의에 대한 정보를 몇 차례 들었다고 기록했다. 5월6일쯤, 즉 장면 총리로부터 쿠데타 모의설을 조사하란 지시를 받은 무렵 육군 방첩부대 副부대장인 白雲祥(백운상) 대령이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이런 보고를 하더란 것이다. “박정희 소장을 중심으로 하는 군대 거사설이 박 장군에 대한 모함이 아니라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족청계 쿠데타설은 아직 그 계획이 진척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혹은 역정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박 소장의
계획이 사실이며 그것이 더 많이 진척된 것 같습니다.” “무슨 증거라도 있는가.” “그게 문제입니다. 서울에서는 너무 복잡해서 그 증거를 잡기가 아주 곤란합니다.” “그럼 대구에 직접 내려가서 조사하는 것이 어떻겠소.” “그럴까요.” “여보, 이것은 중대한 문제이니 내일 당장 당신이 직접 내려가서 조사하시오.” 4, 5일 후 백운상 대령이 다급하게 장도영 총장 집 현관으로 들어서더니 좀 흥분된 어조로 수집한 정보를 자세히 보고했다고 한다. 그 보고는 결론적으로 ‘박정희 소장의 지휘하에 쿠데타를 하려 한다는 것은 확실한데
그 세부 방법과 조직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보, 2군 사령부 참모들은 박정희 소장을 포함하여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그런 음모를 한다면 내가 전혀 모를 리가 없는데.” “조직은 주로 육군본부에 있고 모의는 2군 사령부 밖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육본의 주모자들을 체포하여 조사하면 증거가 나올 것입니다.” “무슨 증거를 가져야지, 이 혼란한 시기에 장성들을 쿠데타 음모 혐의로 체포했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질질 끌려가면 군의 내외가 어떻게 될 것 같소.” “증거라고는 박 소장이 잘 다니는 중국 요리집과 청수장이란 한식집에서 장교들과 식사를 하는 것뿐인데 어떻게 합니까.” “나도 대구에서 근무할 때 그 두 군데서 때때로 장교들과 같이 식사를 했는데 그것만으로 무슨 증거가 될까. 여하간 실제 모의에 관한 시일과 장소 내용, 또 조직 등 무엇이든지 간에 증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장성들을 체포하려면….” 장도영이 이렇게 말하자 백운상 대령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생각에 잠기더라고 한다.
장도영은 다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백 대령, 좀 수고스럽지만 다시 대구에 내려가서 무엇이든 증거가 될 만한 것을 하나만이라도 잡아 오시오.
일거에 육본 내의 조직을 일망타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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