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都暎의 주저 5월15일 오후 장도영 육군참모총장은 이철희 방첩부대장으로부터 “軍警(군경) 합동으로 김덕승 건을 조사했는데 이 자는 사기꾼이고 박정희 소장 거사설은 완전한 조작이다”는 요지의 수사 보고를 받았다고 회고록에서 썼다. 그의 이 증언은 다른 사람들의 증언과 배치된다. 경찰을 지휘하여 이 수사를 한 검찰의 이태희 총장, 서울 지구를 관할하던 506방첩부대장 이희영 대령은 장도영 총장에게 ‘김덕승은 쿠데타 음모 그룹의 일원이며 즉시 박정희를 구속해야 한다’고 건의했다는 것이다. 장도영은 이날 이철희로부터 보고를 받고는 ‘박정희는 참 모략을 많이 받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고 한다. 장도영은 정보참모부장 金容培(김용배), 참모차장 張昌國(장창국)과 함께 교동에 있는 은성이란 한식집에서 저녁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퇴근했다. 김용배는 그동안 미국으로 장기간 출장갔던 최경록 2군 사령관의 대리로 대구에서 근무하다가 최 장군이 歸任(귀임)함으로써 돌아와 처음으로 출근한 날이었다. 저녁 8시쯤 은성에서 만난 세 사람은 술잔을 돌리면서 閑談(한담)을 하고 있었다. 세 장군은 군사영어학교 출신들이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데 총장을 찾는다는 전갈이 있어 장도영은 마루로 나갔다. 방첩부대 조사과장 조석일 중령이 댓돌 위에서 경례를 하면서 “급한 보고를 드릴 일이 있어 왔습니다”라고 했다. 장도영은 “그래요? 그럼” 하면서 마루 건너에 있는 빈방으로 들어갔다. 조 중령은 “30예비사단에서 일부 장병들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이상국 사단장의 보고가 있습니다. 이 장군이 지금 506에 와 있습니다”라고 했다. 장도영은 김용배, 장창국 장군에게 “잠시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는 조선호텔 건너편에 있던 506부대 사무실로 갔다. 이상국 준장은 좀 흥분된 어투로 총장에게 보고했다. 장도영은 그 보고 내용이 ‘이백일 중령이 부대 장병들을 충동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야간 훈련을 빙자하여 부대를 출동시켜 사단장과 그 가족까지 살해하려 한다’는 요지였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장군에 대한 언급은 없고 단순히 사단장에게 감정을 품은 장교가 일으킨 소요 정도란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국은 反혁명 사건 재판에서 자신은 ‘박정희 소장이 군사 혁명을 일으키려 하고 있고 이백일 작전참모도 거기에 가담하여 사단장 몰래 병력을 출동시키려 한다’고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장도영은 이상국을 질책한 다음 曺興萬(조흥만) 헌병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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