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나의 이야기

한국을 떠나면서 8

淸山에 2009. 8. 11. 15:07
  

 

 
 
 
전생부터 이어 온 인연이려나 !
어제 부터 주말이지만 여기 온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오늘도 집에서만 머물었다.
 
전 같았으면 잠시도 오래 있지 못하여 어데든
차를 몰고 다녔을 텐데 이제 나이탓인지 영
움직이는게 더디어 진다.
 

집에 굿이 (Martise 와  Bichon Freise   중간 종  9년생) 의
털을 깎기로 했다.
털이 길게 자라 처움 온날  대충 가위로 짤라 주었다.
개 미용실에 가지 않고 내가 항상 해 주었는데
한국에 머무는 동안 집에서는 길게 나 두어 내가 올 때 마다
손질을 해 주었다.
 
이제 시간을 내어 잘 다듬기로 하고
머리 부터 손질 한다.
 

얌전히 앉아 있거나 세워서 가위질 소리
내면서 줄 곳 대화를 한다.
 
뭔 말 인가 알아 듣기야 하겠냐 마는
이야기 거리 하는 것 보면 뭐 든지 상관 않는다.
그래도 대강의 눈치는 알아 가지고 다음 동작의
준비도 잘 하는 굿이.
 
굿이와 우리의 인연은 기이하다.
97년 한국 IMF 경제난으로 여기도 그 여파를 타고
나의 주 사업도 접어 지면서 이후 시내의 비즈니스 상가를 팔고
시내 가까운 주택하나를 구입하여 여기로 이사를 하였다.
 
아는 교민 한분이 우리 집을 방문하면서 개를 키워 보면
어떻겠느냐 하며 굿이와 그의 살림 (살림이었자 개 바구니와 이불)을
가져왔는데 이녀석이  우리 가족 앞에서 귀여움을 떠는 것이다.
 
그 교민은 집밖에 키우는 개 한마리가 있었는데 이 굿이를
또 다른 친구로 부터 건내 받아 같이 키었더니만 이녀석의
집안으로 들어 오는 습관 때문에 영 길을 못 들이고 이참에
우리집으로 데리고 왔던 것이다.
 

넓은 뒷뜰도 있어 여기서 뛰어 놀기 좋겠다 싶고 고맙다 인사
하고 이날 부터 우리 식구가 되었는데....
 
우리집도 방안에 기르는 생각 못하여 뒷뜰 창고 안에
보금 자리를 만들어 하루를 재웠다.
 
그랳더니 다음 날 웬 분이 와서는 시청에 근무 하는데 이웃에
개소리 시끄럽다는 불평 제보가 와서 확인차 왔다는 것이다.
 
얘기를 듣고 보니 굿이는 집 안에서 살던 개라
뒷뜰 창고에서 재우면 계속 개 신음 소리를 낼 터이니
이 개를 키우려면 불평이 오지 않게 조심 하라는
말을 하고 가더라.
 
이날부터는 굿이를 차고에 집을 놓고 여기서 생활을 하되
낮에는 뒷뜰에 놓아 놀게 하였었다.
 
응접실 안으로는 못 오게 하고 여기 규율을 만들어
방안에 기웃 되지 않게 하였다.
 
한동안 그렇게 생활 하였다가 차고에서 뒷뜰로 가려면
부엌과 응접실을 통과 해야 하거나 아니면 차고 밖에서
뒤뜰로 보내던가 하는 불편이 생겨 어느 날 부터는
응접실에도 허용하고 놀게 하였다.
 
 
마지막 마지노선은 방안에만 못 들어가게 하고.
허나 이놈이 귀엽게 놀다 나를 뒤 따르다 어느사이
안방에도 슬쩍 들어 와 깡총 깡총 점프를 하면서 애교를
부리니 최후의 마지노선도 스르르 무너져 이제는 온 방안을
다 휘돌아 다니고 쉬 하러 갈 때는 뒷뜰로 보내 용변을 혹은
마실을 가게 한다.
 
그렇게 하여 이후 우리집의 온 구석을 이놈이 자리 하면서
자라는데 어느 날 나의 시내 한복판 비즈니스 상가를 사신
한국분이 우리 굿이를 보더만 자기가 원 주인이었고 이 개를
아는 교민한테 주었는데 이유인즉 단독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 하니 이 개를 더 이상 키울 수 없어 아는 교민에게
주었던바 몇개월 지나다 다시 나에게 온 경로가 되었다.
 
그리고 보니 비잉 돌아서 결국 나는 시내의 상가 비즈네스를
팔아 지금껏 살고 있는 주택으로 왔고 상가를 산 분은 덤으로 굿이를
나한테 넘겨 준 격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인연이 맺어져 우리집의 온 귀여움을 받는 굿이
가끔은 전 주인으로 부터 선물도 받고 물론 그 주인을 잘 알아 본다.
 
아파트로 이사 하느라 더 키울 수 없어서였지 엄청 情들었다가
떼어 놓을 때 심정은 말로 표현 못 하였단다.
 
충분히 이해가는 말이다.
우리 집에서 귀엽게 잘 자라는 것을 보고 흐뭇해
하시는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도 더 잘 자라게
하고 싶은 이심전심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 굿이는 옆의 의자에 머리를
쳐 박고  웅크리며 자고 있다.
 
내 심심하다 싶으면 ""굿이"" 하고 불러 본다.
너 얘기 하고 있었다는 말 하면서 피싯 웃으며
잘 깎은 나의 솜씨 자랑도 할 겸 이 놈의 사진을 창에 올리고
싶은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몇장 올려 보련다.
 
혹시 궁금한 분들 위해 서둘러 사진 준비를 해야겠다.
기다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Attenedre c'est la vie !
우리도 기다리며 살아 보자.
 
2005년 7월 24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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