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나의 이야기

벌써 봄은 오고 있나 보다

淸山에 2009. 8. 11. 15:15
 

 

 
 
 
 
벌써 봄은 오고 있나 보다 !
 

 

초등학교 친구 녀석이 나를 찾더니만 오늘 별 일 없으면
Helensville에 가자고 전화 연락이 왔다.
 
오클랜드에서 사오십분 거리에 Stone-grill Restaurant
비프-스테잌을 돌판에 구워 주는 점심을 먹자고.
 
날도 화창하고 모처럼 야외의 봄 풍경도 볼 겸하여 승락하고는
중간 지점에서 만나 그 녀석 차로 달린다.
 
도로 양 옆은 푸른 초원위에 소 말 가축이 여유롭게 풀 뜯고
양지 바른 목초지에는 어린 새끼양들이 어미 옆에 앉아 있는 모습.
 
간혹 한채의 그림 같은 전원 주택을 보면서 생기 오른 목초지의
모습에 이제 정녕 봄이 다가 왔구나 싶더라.
 
서른 셋의 젊은 나이에 여기 와서는 팔팔한 삼십대를 흘쩍 넘어
불혹 넘기고 지천명의 중반을 바라 보면서 이제 얼굴의 주름과 흰머리에
그동안 지내 온 추억들을 그려 보면서 차창을 내다 본다.
 
그동안 맞이 하였던 봄 !
 
이십 몇년을 여기에 살아 오면서 고국의 삼,사월 봄을 연상하며 이곳
구,시월이 봄이려면 계절의 감각 느낌을 뒤 흔들어 놓는다.
 
내 마음 속에 봄은 한국의 삼사월이여 실제로 보는 봄은 여기의 구시월.
이렇게 계절을 반복하여 생각하다 보니 일년에 두번씩 각 계절을 바라 보게
되어 이것이 혼동 되면 나이 셈 하기도 어렵게 만든다.
 
나이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한국은 나면서 한살이여 또 해가 바뀌면
한살을 붙여 나이를 세는데 비해 여기는 만 일년이 되어야 비로서 한살로 치니
나도 처움에 예 와서는 여기 식으로 나이를 말 해 주었었다.
 
그러던게 한국 교민이 많아 지면서 우리끼리 나이 얘기 할 때는 한국식으로
셈 하고 여기 현지인과 얘기 중에는 여기식으로 계산을 하다 보니 나이
계산이 들쭉 날쭉 하다가 결국에는 손가락 펴 보면서 계산을 내 보고는
어느 때 부터는 아예 나이 셈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
 
차라리 꼭 나이를 알려 주어야 할 경우면 몇년생으로 말 해 주는게 편하였다.
이렇게 지내 온 세월을 생각하면서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을 화제 삼아
달리니 헬렌스빌 마을로 찾고자 하는 레스토랑 앞이다.
 
조금 늦은 점심 시간이라 식당 안의 드문 드문 보이는 손님들은 테이불에
맥주를 올려 놓고 커다란 TV를 통해 경마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한쪽에선
럭비 중계에 신나게 소리 치는 손님들 사이에 우리 둘은 두꺼운 원목 식탁에
자리 하고 주문을 했다.
 
검은 머리 동양인 둘이 들어 오니 손님 대부분이 우리를 쳐다 보고는
저 둘이 뭐 하러 왔을까 하는 시선이 한번씩 올려 보고는 자기들 하던 일로
돌아 간다.
 
여기만 해도 시골이기에 낮 설은 얼굴에는 호기심이려니 우리 역시 손님 일면
일면을 돌아 보았고.
 
주문한 스테잌이 테이불에 올려 지는데 구경만으로도 벌써 배 부르더라.
일인당 500g의 두틈한 안심고기로 달구워진 돌판위에 올려진게 아래 부분에서는
김이 모락 모락 올라 오고 날카로운 나이프에 포크를 이용하여 먹을 수 있는
두께로 쭈윽 자르고는 늪혀 돌에 구우고 또 입에 넣을 크기로 토막 토막 내어
굽는다.
 
드레싱 소스 치어진 야채 한 모금 입에 넣고 바로 구워진 스테잌 입으로.
익은 감자 하나에 십자 칼 질 해 놓고 위에는 크림 소스가 발라 있어
감자 한 토막도 입에 놓고.
 
구스한 고기 굽는 연기 김이 레스토랑 공간에 퍼지면서 식당 안의 모든 손님들
코에 스며 드는게 좀 미안 스러웠지만.
 
올려진 스테잌의 반을 먹으니 더 이상 먹지 못하고 나이프와 포크를 놓았다.
친구 녀석도 마찬가지로 반을 남기었고 그러나 배는 충분히 불렀다.
 
가까운 주위 마카다미아 호도 농장에서 커피 한 잔씩 마시고는 Antique Shop
골동품 샾에 들렀다.
 

오래 전에 사용 하던 물건들은 무엇이던지 진열 되어 있어 눈요기로도 좋고.
나팔 모양의 축음기, 커다란 나무를 자르던 톱, 사용 방법을 모르는 각종 공구들,
조그마한 것이라도 그 가치가 있는 줄 모르겠지만 가격표는 붙어 있었다.
친구 녀석은 여기 이민 온지 오년차.
친구 부인이 한국 의류 판매로 자리를 잡아 가며 출퇴근時 운전수 노릇 해 주고
남는 시간은 엔티큐 샾을 다니며 태엽 시계류와 공구 연장,수직을 만들어 주는
錘추를 주로 사 모아 그 녀석 집에 가면 제법 신기한 것들 구경도 할만 하다.
 
오늘도 철제를 올려 놓아 두드려 주물을 다듬는 철 덩어리 비숫한 것으로
조그만 크기의 받침대로 쓰는 모양인데 아마 보석류를 다듬는 용도 인 갑다.
 
꼬리표에 붙은 가격은 NZ$145.00인데 흥정하더만 $80.00까지 주인이 요구
한 것을 최종 $50.00에 지불하고 의기양양 차에 올랐다.
 
그 녀석 집에는 90Kg 무게나 나가는 철판 받침대도 근래에 사다 놓았단다.
이런 취미라도 있으니 여기 와 사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나 보다.
 
하기야 이민자들의 남는 시간 지내는 것으로 골프장이나 낚시터에서 대부분
만나게 되어 있으니 취미에 골동품 모우는 것도 괜찮게 보인다.
 
서산으로 붉은 노을빛이 느워 있어 자동차의 긴 그림자를 밟으며 차는 달리고
아직도 따스한 햇살이 내려 쬐는 길 양편 평화로운 목초지에 가축들 봄 맞으며
살이 찌는 것 구경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만족 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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