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나의 이야기

어쩌다 생각나는 옛 시절

淸山에 2009. 8. 11. 15:26
  

 

 
 
 
어쩌다 생각 나는 옛 시절
 
제법 날씨도 좋아 땅속에서는 새로운 새싹들이 쏘옥 올라 오는 봄.
 

우리 가족이 먹을 채소밭 흙다지기를 하고는 여기엔 고추심고 여기는
상추 또 저기엔 호박 그리고 담옆에는 토마토 완두콩 옥수수 등등
자리 매김 해 놓고 이마에 흐른 땀을 손등으로 닦는다.
 
맑은 하늘에 하이얀 구름이 흘러 가는 곳 따라 가 보니 어느덧 나는
옛 시절로 돌아 가더라.
 
쨍쨍 내려 쬐는 한 여름 !
 
아버지는 밭 매던 옆에 잠시 앉아 담배를 물고는 " 애야 ! 막걸리 한되 사오라."
노랑 양은 주전자를 가지고 뙤약볕을 이리저리 피하는 담벼락 가까이에 붙어서
주막에 닿았다.
 
됫박으로 휘 휘 저으고는 주전자에 담는다.
술 내음새가 코에 닿는 순간 입안에서 침이 꾸울떡 한다.
 
돌아 오는 길에 왜 그렇게 목이 마르는지...
조금 맛을 본다고 누가 알랴 ...
아무도 안 보는 골목길에서 주전자 코에 입을 데고는 쪼르륵 삼키니 얼마나
시원하고 맛이 좋던지...
 

기다리고 계시는 아버지께 주전자를 전하고 하던 밭 일을 하는데 얼굴에 열이
오른다.
잠시 지나니 눈이 스르르 잠기기도 하네.
쥐엇던 쇠시랑을 밭에 남기고 집으로 돌아 와 거울을 흠쳐 보니 어허 내 얼굴이
달갛게 달아 올라 있잖어.
 
 
아버님이 아시고도 아무 말씀 하지 않은게 너도 목이 말럿나 했겄다.
이때가 아마 생전 처움으로 술을 마셨던 기억일게다.
 
세월이 흘러 흘러 사십년을 훨씬 지난 오늘도 밭일 하다가 예전에 아버님과 같이
하기 싫었던 밭일 생각도 나고 또 땀이 흐르다 보니 으례 목 마를 때는 그때
훔쳐 마셨던 막걸리 맛이 지금도 생생이 나는 것은 추억이라 그런가.
 
어렷을 때는 동네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계절만 되면 나를 불러 피하지도 못하고
억지로 농사일에 붙들려 있던 시절.
 
지금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라도 뒷뜰에 채소를 심고 먹을 수 있는 비결도 그때
배웠던 것을 지금 옮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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