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나의 이야기

수우미양가

淸山에 2009. 8. 11. 15:33
 

 

 
 
 
^*
 
지금의 초등학교 시절 방학이 되면 의례 받아 오는
성적표를 거머 쥐고 살짝 혼자 열어 보고는 미소를 띄던지 걱정이 앞서든지
하지 않은 분들은 없었으리라.
 
노는 날이 다가 와 좋기는 하다마는
부모님께 보여 줄 성적표 걱정하다 보면
이번엔 이것을 어떻게 모면 해야 할까 머리 굴리던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지금은 초등학교 성적표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때는 수우미양가
다섯 종류로 나누어 해당 쪽에 동그라미표 인주 찍어 올려 놓은게 다였다.
 
나의 성적은 중간에 맴 돈게 초등 시절의 대부분이라
지금도 자주 쓰는 말이
"가만히 있음 중간에 가는데 괜히 잘난척 꿈실대면 찍혀" 라고 그 당시
오르지 않는 내 향학열에 나온 변명이 일반 사회에서
자주 쓰는 말이 될 줄은 몰랐다.
 
머리가 조금 크고 보니 생각해 논 꽤가 살짝 수정 해 놓는 방법이 기발하다고
성적표에 찍힌 도장을 칼로 지우고
 
위로 상향 조정해 내가 어데서 구했는지
비숫한 동그라미 찍을 것 하나 가지고 부플어 놓은 성적표를
책가방에 쳐 놓고며칠 지났을 때였다.
 
어머님이 방학 했으면 성적표는 않 주던?
하시기에 한참 멈춧거리다
여기여?
하고 내 밀으니
보시던 어머님 "이번엔 공부 잘 했네 기특하지." 하셨기에
얼굴만 붉히고는 칭찬도 들리지 않고 뒤로 내 뺏던 기억이 하나 떠 올라
도데체 "수우미양가" 가 뭔가를 찾아 보았다
 
秀優美良可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시달렸을 것이건만
이 말의 정확한 뜻을 알고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秀優美良可의 의미를 따져 보면
흔히 생각하는 개념하고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秀는 빼어나다는 것이고
優는 넉넉하다는 뜻이며
美는 아름답다는 뜻이다.
여기서 아름답다는 것이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중간밖에 안되는데 뭐가 아름답다는 것인지 막연하다.
良은 양호하다 그런대로 잘했다는 뜻이며
可는 가하다 그만하면 됐다 괜찮게
했다는 정도의 뜻이다.
 
그러고 보면 秀優美良可 모두가 고만고만하여
그다지 의미의 차이가 심각하지 않음을 알 수 있고 동시에
그 의미의 구분이 명확하지도 않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良 혹은 可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인 평가 불쾌한 감정과 연결되어
있으나 그 말 자체로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이 다섯 글자 때문에 겪었을
一喜一悲(일희일비)의 과정들을 생각하면
내가 생각해 놓은 고치기 아이디어도 나와 참 우습기도 하다. 
 

 

오랜 옛 과거의 전통 교육에서도
考講分數(고강분수)라 하여 성적을 평가하는 방법이 있었다.
배운 교과서를 어느 정도 통달했는가를 시험하여
大通(대통) 通(통) 略通(약통)粗通(조통) 不(불)의
다섯 단계로 나누었다.
이 중에서 조통 이하는 벌을 받았다.
당시의 이러한 평가는 학습을 좀더 북돋우는 정도로 사용되었지
지금처럼 우열을
결정짓고 철저히 서열화하는 방식과는 달랐다고 한다.
 
이런 뜻을 가지고 있는데 부진한 성적에
지금 초등학생들에게도 전에 내가 고심했던 일로 새로운 아이디어 짜내지는 않나
피싯 웃어 보며 이 글을 맺는다.
 
 
 
 
 

 

 

 

'수우미양가'에 숨겨진 무시무시한 비밀


학창시절 학기말이 되면 누구나 받게 되는 성적표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

 

▲1964년 국민학교 생활통지표 : 표지가 예쁜 성적표로 행동발달사항
가나다와 교과학습발달상황 수우미양가에 붓뚜껑으로 찍는 방식으로 표시했다.

 

 

그것은 바로 '수우미양가'와 관련된 무시무시한 비밀.
오늘 트위터에서 가장 많은 리트윗이 일고 있는
글에 나온 '수우미양가'의 유래를 소개한다.

"수우미양가의 한자를 보면 아래와 같다.
수(秀)는 '빼어날 수'이고 우(優)는 '우량'하다는 뜻이다.
미(美)는 아름답다, 양(良)은 훌륭하다, 가(可)는 옳다라는 뜻이다.
결코 등급으로 나눌 말이 아니다.
모두 좋은 뜻이니 이것으로 등급을 나눌 수는 없을 터이다."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내친구 지식선생을 기웃기웃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지식선생도, 국립국어원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못하는
수우미양가의 비밀이 < 임진왜란은 문화전쟁이다 > (김문길 저)에서 밝혀졌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이름도 그가 전쟁에서 적을 많이 죽이고
귀, 코를 많이 베어냈다하여 오다 노부나가가 하사 해준 이름이다.
당시 오다 노무나가는 신하들이 잘라 온 적의 머리수로 등급을 매겨서
"수우미"로 판정했는데, 도요토미는 수(秀)에 속하니 히데요시(秀吉)라 했으며
가장 뛰어난 가신이라하여 도요토미(豊臣)라는 성을 주었다.
이런 성적 평가는 일본 전국(戰國)시대에 생긴 평가 용어라고 한다.
도요토미라는 성도 확실치 않지만 처음 기노시타(木下)였다가
하시바(羽紫)로 바뀌었고 마지막으로 도요토미(豊臣)로 바뀐 것으로 여겨진다…>

수우미양가는 사무라이들이 베어온 목의 수를 세어
사무라이의 등급을 매긴 기준이었던 것이다.
누가 더 목을 많이 베어오는가에 따라 평가된 것.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킨 조선침략의 일등공신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라는 이 이름을 하사 받은 것도
바로 조선인들의 목숨으로 받은 것이다.

이런 유래를 가진 '수우미양가'인 것을
우리는 일제시대 이후 지금까지도 이 평가방식을 쓰고 있다.
최근 초등학교에서는 사라졌지만 중학교에는 여전히 남아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일본에서는 1945년 이후
'수우미양가' 평가방식을 전면 폐지했다는 것.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는데 50년이 걸렸다.
이 말도 안 되는 '수우미양가'를 폐지하는 것에는 또 얼마나 시간을 허비할 것인가

 

첨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