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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 산행 - 杜牧

淸山에 2020. 8. 3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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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 - 杜牧

遠上寒山石逕斜

白雲生處有人家

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

 

(원상한산석경사) 멀리 차가운 산 비스듬한 돌길을 따라 오르니,

(백운생처유인가) 흰 구름 깊은 곳에 사람의 집이 있네.

(정거좌애풍림만) 수레 멈추고 앉아 늦가을 단풍 완상하노라니,

(상엽홍어이월화) 가을 단풍잎이 이월 꽃보다 더 붉구나.

白雲深處有人家  로 쓴 본도 있다.

당나라 대표적 시인의 한 사람인 두목의 명시, 「산행山行」은 늦가을 산 속에서의 경험을 쉬운 언어이지만 절묘하게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차가운 산, 돌길을 오른다는 표현에서 쌀쌀해진 가을의 기운을 느낄 수 있고, 흰 구름 깊은 곳이라는 표현에서 꽤 높이 산을 올라 인적이 드문 곳까지 이르렀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가을이 깊은데 산을 높이 올랐으니 단풍은 더욱 선명하고 화려한 색의 향연을 연출했으리라 여겨진다. 가을 단풍이 꽃보다 더 붉은 연유이다.

이처럼 시각적 이미지가 강렬한 시를 화가들이 그림으로 옮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를 주제로 한 그림을 시의도詩意圖라고 한다. 조선말기에서 근대기에 걸친 시기 가장 영향력이 컸던 화가 중 한 사람인 안중식이 그린 <풍림정거도>는 두목의 이 시를 그린 시의도 중의 대표작이라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1). 비단 바탕에 풍부한 채색을 사용하여 산맥이 이루는 웅장한 장관을 담고 그 산의

붉게 물든 단풍을 그렸으며, 수레를 잠시 멈추고 이를 감상하는 인물의 모습을 그렸다. 근경의 바위 틈사이로 수레를 끌던 시동 두 명과 고개를 들고 단풍구경을 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인다(2).

당대 최고의 화가가 그린 정통 회화, 가을의 정취를 담은 이런 시의도는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풍림정거의 주제가 민화에서 그다지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것은 이 시가 잡가나 시조, 판소리 등에 수용되지 않아 대중문화와의 관련성이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워낙 인구에 회자된 명시이기 때문에 민화에서도 그려졌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풍림정거도>는 화면의 중앙에 동자가 끄는 수레를 탄 선비의 모습이 그려졌다(3).

수레에서 내리지 않고 가을 산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산과 돌, 강과 나무 등이 화면 전체에 다소 어수선하게 펼쳐져 있는데, 활엽수의 잎이 부분적으로 붉게 노랗게 살짝 물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물은 물론이고 산과 바위, 나무 등 경물을 윤곽선 위주로 소략하게 묘사하여 전체적으로 담백한 분위기이다.

그런데 화면의 상단에 적힌 제시題詩 두목의 「산행」을 베낀 것이지만 시어詩語 일부 뒤섞여 있다. 작가와 감상자의 한시漢詩 대한 소양이 다소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다.

두 번째 그림은 선문대박물관 소장의 <풍림정거도>이다(4). 화면의 중앙에 몇 그루의 나무가 서 있는데 유독 가운데 위치한 나무가 붉게 물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선비와 동자는 화면의 오른 쪽 끝 옹색한 공간에 배치되어 눈에 잘 띄지 않는 편이다. 마치 이 그림의 주인공은 인물이 아닌 붉게 물든 단풍임을 주장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