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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서 空虛스님과 김삿갓 金笠 의 問答 對句

淸山에 2022. 9. 4. 13:07

 

空虛僧 & 問答 對句

 

朝登石雲生足

暮飮黃泉月掛脣

澗松南臥知北風

軒竹東傾覺日西

조등입석운생족

모음황천월괘순

간송남와지북풍

헌죽동경각일서

아침에 입석대에 오르니 구름이 발 밑에서 일어나고

저녁에 황천샘 물을 마시니 달 그림자 입술에 걸리도다

물가의 소나무가 남쪽으로 누우니 북풍 심한 줄 알고

마루의 대나무 그림자 동으로 기우니 석양임을 알 수 있다  01 02

 

絶壁雖危花笑

陽春最好鳥啼歸

天上白雲明日雨

岩間葉去

절벽수위화소입

양춘최호조제귀

천상백운명일우

암간낙엽거연추

절벽은 비록 위태로우나 꽃은 태연히 웃으며 피어나 있고

봄은 더없이 좋은데도 새는 울며 돌아가네

하늘 위에 흰 구름은 내일 비를 예고하고

바위 틈 낙엽은 올 가을도 지나감을 알려주네  03 04

 

姓作配己酉日最吉

半夜生孫亥子時難分

影浸綠水衣無濕

夢踏靑山脚不苦

양성작배기유일최길

반야생손해자시난분

영침록수의무습

몽답청산각불고

남녀가 짝을 짓기에 己酉日 가장 좋고

야밤에 아이 낳을 때는 亥子時 가장 어렵도다

그림자가 물에 잠겨도 옷은 젖지 않고

꿈에 청산을 올라가도 다리가 아프지 않다  05 06

 

鵜影裡千家夕

一雁聲中四海秋

假僧木折月影軒

眞婦采美山姙春

군제영리천가석

일안성중사해추

가승목절월영헌

진부채미산임춘

떼 까마귀 나는 그림자 아래 모든 집은 저물어가고

외기러기 우는 소리에 온 세상은 가을이더라

[가죽나무] 부러짐에 달 그림자 난간(추녀 끝)에 어리고

[참미나리] 맛이 든 것 보니 산이 봄을 머금었구나  07 08

 

石轉千年方倒地

峰高一尺敢摩天

靑山買得雲空得

白水來魚自來

석전천년방도지

봉고일척감마천

청산매득운공득

백수임래어자래

산 위에 돌은 천년을 굴러야 땅에 닿을듯하고

봉우리 한자만 더 높았드라면 하늘을 찌를 듯하도다

靑山 사들이니 구름은 공짜로 얻은 셈이고

맑은 물 다다르니 물고기는 저절로 따라오네  09 10

 

秋雲萬里魚鱗白

枯木千年鹿角高

雲從樵兒頭上起

山入漂娥手裡鳴

추운만리어린백

고목천년록각고

운종초아두상기

산입표아수리명

만리나 뻗은 가을하늘 구름은 고기의 비늘 같이 하얗고

천년 묵은 고목은 사슴뿔처럼 높구나

구름은 나무하는 아이 머리 위에서 일고

산은 빨래하는 아낙네 방망이 소리에 우는구나  11 12

 

登山鳥萊羹

海魚草餠

水作銀杵舂絶壁

雲爲玉尺度靑山

등산조래갱

임해어초병

수작은저용절벽

운위옥척도청산

산에 오르니 새들이 [쑥국 쑥국] 울어대고

바다에 가니 고기들이 [풀떡 풀떡] 뛰어오른다

폭포는 은절구공이가 되어 절벽을 찧고

구름은 옥으로 만든 자인양 청산을 재는구나  13 14

 

月白雪白天地白

山深夜深客愁深

燈前燈後分晝夜

山南山北判陰陽

월백설백천지백

산심야심객수심

등전등후분주야

산남산북판음양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천지가 모두 희고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 가슴에 시름도 깊네

등불을 켜고 끔으로써 밤과 낮을 구분하고

산은 남쪽과 북쪽으로 음지와 양지를 알게 한다  15 16

 

***   ***   ***   ***   ***

 

금강산(剛山) 천지가 온통 단풍에 붉게 타던 어느 해 가을이었다. 김삿갓은 시를 잘 짓기로 소문난 내금강의 한 스님을 찾아갔다. 

유점사(楡岾寺)의 말사(末寺)인 마하연에 거처(居處)하는 공허(空虛) 스님으로 금강산에서 태어나 누구보다도 금강산에 대한 애착이 강했고, 시를 짓는 데는 당대의 일류 문장가(文章家)들과 어깨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대사(大師)의 명성을 익히 듣고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소원이 성취되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청컨대 많은 지도와 편달을 바라나이다.”

 

 “원, 과찬의 말씀이시오.” 김삿갓의 인사말에 스님은 겸손하게 대답하였다.

 

“제가 듣건대 대사(大師)께서는 시에 관해 이 금강산에서 당할 자가 없다 하온데 대사와 함께 금강산에 대한 시 짓기를 겨루는 것으로 한때를 즐긴다면 다시없는 영광이겠소이다.”

 

뜻밖의 청에 놀란 스님은

 

“내가 시를 잘 짓는다는 것은 필시 사람들이 헛소문을 돌린 것이오. 나는 이 산속에서 오십여 생을 살아오면서도 아직 금강산에 알맞은 글귀 하나 찾지 못하였소."

 

"헌데 그대는 얼마만 한 글재주를 지녔기에 감히 금강산에 대한 시 짓기 내기를 하자고 청하시오?”

라고 물었다.

 

그 스님의 말에 호탕하게 웃고 난 김삿갓은

 

“금강산(剛山)은 천하(天下) 명산이니 생긴 그대로 읊으면 시 또한 천하(天下) 명시가 될 것이 아니오리까?” 하고 대답했다.

 

그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은근히 부아가 난 스님은 단호하게 말하였다.

 

“좋소이다. 그대가 진다면 유치한 글귀로 저 신성한 금강산을 모독한 벌로 그대의 이[]빨을 뽑겠소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진다면 그대에게 숙식(宿食)을 무한정 제공하겠소.”

 

김삿갓은 스님의 내기 조건에 흔쾌히 응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아무리 글재주가 뛰어난들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을 수야 있겠소이까. 다만 저는 대사께서 금강산(剛山)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시고 저 역시 금강산을 보면 볼수록 정()이 깊어지니, 이 두 마음을 합쳐 글을 짓는다면 혹시 좋은 시가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뿐이외다.”

 

그의 말에서 단순한 경쟁심에서 나온 청이 아님을 직감한 스님은 두말없이 글짓기 내기에 응하였다. 그리하여 금강산을 잘 아는 스님이 먼저 읊고 김삿갓이 대구(對句)를 다는 식으로 글짓기 내기가 시작되었다.

 

스님은 김삿갓의 마지막 시구(詩句)에 감동하여 그만 입을 벌린 채 말없이 그를 쳐다보기만 하였다. 삿갓이 빙긋이 웃으며 “왜 쳐다보기만 하십니까. 이빨을 뽑기엔 아직 이르지 않소이까?” 하고 너스레를 떠니, 스님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그대는 누구신고?

 

“김삿갓이올시다.

 

 “오라, 김삿갓! 소문에도 시에 귀신이라 하더니 인제 보니 과연 시선(詩仙)일세그려. 내 이 절에서 한평생을 지내면서 시 짓는 문객들을 수없이 맞이하였으나 언제 한번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오늘 이렇게 그대를 만나보니 정말 즐겁기 그지없소그려.

 

두 사람은 이 뜻깊은 상봉을 계기로 좋은 글벗이 되었는데, 김삿갓은 금강산(剛山)을 찾을 때마다 그 스님과 함께 지내면서 금강산의 산천을 노래한 많은 시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