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유조선에서 船長이 한 일 슈퍼탱크 타고 오일 로드를 가다(6) 趙甲濟 세일론에서 말래카 해협 입구까지의 동서거리는 약 1600킬로미터. 제주도에서 만주 한복판까지에 해당한다. 동해 2호의 순항속도로는 4일쯤 걸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항로의 3분의 2쯤을 달린 2월13일 토요일 동해 2호에선 소방훈련이 실시됐다. 오후 1시에 화재를 알리는 경적이 울렸다. 李 선장은 선교에서 '4번 센터에 불!'이란 상황설정을 했다. 석면 방화복을 입은 선원들은 갑판으로 쏟아져 나갔다. 갑판엔 세로로 여섯 개의 消火砲(소화포)가 고사포대처럼 설치돼 있었다. 선원들은 그 소화포의 총구를 4번 센터 탱크로 겨냥, 비눗물처럼 하얗게 거품이 이는 물을 퍼부었다. 5분 뒤 불을 끄던 선원 한 사람이 부상했다. 환자 후송 작전도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졌다. 훈련 경보 발효 13분 뒤에 불은 완전히 꺼졌다. 이어서 퇴선 훈련. 上갑판에 매달아 둔 두 척의 구명정이 내려지고 엔진이 걸리고 환자가 옮겨졌다. 이어서 퇴선자의 인원 점검이 실시되고 7분 뒤 退船(퇴선) 완료. 훈련은 시종 완전무결하게 진행되었다. "실제로 불이 나면 이렇게 손발이 맞을까요?" "실전에선 이보다 훨씬 더 잘하죠." 李 선장은 잘라 말했다. "불을 끄지 못하면 우리 자신들이 죽어야 한다. 달아날 곳은 바다뿐이라는 걸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요. 그런 인식이 분명하니까 일단 비상사태가 터지면 무섭게 용감해지죠. 특히 책임을 진 사관들이 위험에 앞장섭니다." '사고가 났을 때는 船長(선장)의 태도가 死活(사활)을 결정합니다'면서 尹 기관장이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소방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지루한 선원들에겐 소방훈련도 하나의 여흥이라고… "몇 년 전 사우디에서 기름을 싣던 우리 탱커에 벼락이 떨어져 배기 가스 탑에 불이 붙었죠. 그 옆에 있던 갑판원은 그 충격으로 갑판 위에 나뒹굴어졌어요. 그래도 워키토키를 꼭 붙들고는 부, 부 ,불...이라고 중얼거리더군요. 우리는 상황판단을 빨리 해야 했습니다. 불길을 못 잡을 바에는 아예 배를 포기, 선원들 목숨을 구해야죠. 더구나 기름을 실을 때인지라 불이 크게 번지면 배가 그대로 소이탄이 되는 거예요. 이때 선장이 침착하게 船內(선내) 방송을 했습니다. 이 불은 끌 수 있는 거다. 냉정하게 대처하라, 退船(퇴선)은 못 한다고 차분하게 설득하듯 했죠. 망설이던 선원들은 여기에 용기를 얻어 우루루 몰려가 단박에 불길을 잡았습니다." 탱커는 불덩어리를 운반하는 배다. 탱커에 든 것이 20만 톤의 기름이든 30만 입방미터의 석유 가스이든(空船 때) 아차 하면 폭발할 수 있는 引火(인화)물질임엔 큰 차이가 없다. 탱커 선원들의 船上생활을 다른 선박의 그것과 구별짓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이런 화재, 폭발의 위험이다. 탱커 선원들의 생활 규범은 이 위험의 예방에 맞추어지고 있다. 동해 2호의 船室(선실)에 있는 모든 재떨이엔 물이 채워져 있다. 술에 취한 선원은 통로나 갑판으로 나오지 못한다.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는 절대 금연. 징 박은 구두는 못 신는다. 징과 금속의 마찰열이 가스에 불을 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화학섬유로 된 옷도 못 입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것이 정전기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정전기나 갑판 위의 모래알을 잘못 밟아 비비면 일어나는 마찰열이 모두 폭발의 원인이 된다. 회중 전등이나 워키토키도 防爆(방폭) 장치가 돼 있는 거라야 한다. 망치도 접촉부가 놋으로 된 것을 써야 한다. 굴뚝에서 나오는 불꽃이 갑판에 떨어지지 않도록 굴뚝 청소에 신경 써야 하며 라디오, 전기면도기 등 개인 전기 용구는 반드시 자기 방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석유가스가 있을 만한 곳에서는 切電靴(절전화)를 신어야 하며 톱밥, 걸레 따위 쓰레기는 한곳에 오래 두면 내부에서 열이 생기니까 안 된다. 탱크 안이나 탱크 뚜껑 근처에서는 회중 전등이나 워키토키의 전지 교환도 엄금한다. 쇳덩어리 같은 물건을 갑판에 떨어뜨려선 안 된다. 이런 규제 사항을 어긴 선원에겐 선장은 엄격한 징계를 가하는데 갑판에서 담배를 피웠다가는 영락없이 下船(하선) 명령이 떨어진다. 다행히 동해 2호에는 불활성 가스 시스템(I.G.S=Inert Gas System)이 장치돼 있었다. 폐선장으로 가야 마땅할 나이의 이 배가 그래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이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탱커의 폭발 사고는 거의 전부가 空船(공선) 상태. 곧 탱크 안에 기름이 없고 그 대신 석유 가스가 섞인 공기가 차 있을 때 일어난다. 폭발의 3大 필수조건은 산소, 가연성 물질, 점화源(원)이다. 공기 가운데 산소가 11퍼센트 이하일 때는 연소나 폭발이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탱크 안의 산소농도를 11퍼센트 이하로 만들면 안전하다. 이래서 생긴 것이 I.G.S이다. 이 장치의 원리는 보일러의 배기 가스를 탱크 안으로 집어 넣는 것. 이 배기 가스의 산소농도는 평균 4.2퍼센트. 따라서 이 장치만 가동하면 탱커 폭발의 위험은 거의 제거된다. 국제 해사 기구(IMCO)는 이 장치를 유조선에 의무화시키고 있으며 이 장치를 하지 않은 유조선의 입항을 汎(범)세계적으로 전면 금지시킬 계획이다. 이 설비비가 수백만 달러. 그래서 낡은 배들은 그것을 새로 다느니 차라리 廢船(폐선)이 유리하다고 해서 무더기로 고철화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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