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는 있어도 패배는 없다 [ 7
]
역사를 바꾼 피의 전장
1950년 7월말이 되었을 때 미 8군사령관 워커는 최후의 보루인 부산을 반드시 지켜내려면 북괴군의 우회 돌파가 허용되지 않도록 방어선을
단단히 구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는 북괴군의 진격을 멈추기 위해 전략적으로 공간을 내주는 대신 전선을 좀 더 축소하여 부대 간
거리를 단축함과 동시에 절약된 병력으로 예비대를 구성하여 결사항전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 관련글 참조
)
[ 워커는 낙동강을 최후의 방어선으로 선정하였습니다 ]
그러한 저항의 교두보로 선정된 곳이 바로 낙동강이었습니다. 때문에 전쟁개전이후 대전
함락까지 있었던 붕괴와 달리 이후부터 낙동강까지 이어진 아군의 뒷걸음질은 전략적 후퇴의 성격이 강하였습니다. 이때 1사단은 청주와 음성 그리고
문경을 거쳐 낙동강까지 적의 공세를 둔화시키면서 서서히 철수하였습니다. 하지만 8월 초가 되자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습니다.
[ 낙동강방어선으로 물러난 아군은 더 이상 후퇴할 수 없었습니다 ]
8월 1일부로 워커는 모든 부대에게 후퇴하여 낙동강 방어선을 점령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방어선의 부대별 책임 지역은 여러 차례의
조정을 거쳐 8월 중순 경, 서남부의 마산-남지-왜관까지의 약 120킬로미터를 미군 3개 사단이, 북동부의 왜관-다부동-신령-포항까지 약
80킬로미터를 국군 5개 사단이 담당하기로 결정되었는데, 이때 1사단이 담당하게 된 지역이 왜관과 다부동
일대여서 자연스럽게 미군과 어깨를 나란히 접하였습니다.
[ 1사단이 미군과의 연결 지점을 담당하였습니다 ]
낙동강 방어선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교두보였지만
이곳을 보루 삼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피와 눈물 그리고 땀이 낙동강에 투입되어야 했고 반드시 사수하여 적의 돌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용기가 필요하였습니다. 반면 부산을 점령하여 전쟁을 승리로 끝내려하는 북괴군은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낙동강을 넘으려
하였습니다.
[ 부산 함락을 위해 북괴군은 모든 전력을 집결시켰습니다 ]
필연적으로 물러설 수 없는 혈전이 예고되었습니다. 7월말만 해도 8월 15일까지 부산을 점령한다는 북괴군의 목표는 달성 가능해보였으나
국군과 유엔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점령하고 적극 항전하면서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 변화를 북괴군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일단 방어선의 만곡점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대구를 점령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하였습니다.
[ 아군의 저항에 막히면서 북괴군은 우선 대구 점령으로 방향을 선회하였습니다
]
8월 초, 대구 점령을 위해 북괴군 1사단을 포함한 총 3개 사단이 대구의 북쪽 초입인 다부동 일대로의 돌파를 시도하였습니다. 방어에
나선 전진부대가 다부동에 도착 했을 때 북괴군은 이미 요충지인 328고지와 유학산을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1사단을 도울 수 없던 미
8군은 북괴군 예상 집결지를 타격하기 위하여 8월 16일 정오에 98기의 B-29를 출격시켜 융단폭격을 퍼부었을 정도로 상황이
다급하였습니다.
[ 대규모 B-29 편대가 출격하여 적진을 맹폭하였습니다 ]
후속하여 미 8군은 미 25사단 예하 27연대를 1사단에 긴급 배속시켰는데, 이것은 한국전쟁에서
한-미간에 이뤄진 최초의 협동작전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군이 타국군에, 그것도 자기들보다 전력이 약한 군대에 배속된 사례는 미군
전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사례였습니다. 그만큼 다부동의 상황이 그런 전례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급박했고 고군분투하고 있던 전진부대에 대한 미군의 신뢰가 높았던 것이었습니다.
[ 다부동 전투에서 격파된 북괴군 전차 ]
전차를 증강한 북괴군의 대대적인 공격이 개시되자 다부동 일대는 물러설 수 없는 거대한 피바다로 변해갔습니다. 하지만 다부동을 돌파하려는
북괴군의 집요함보다 매일 600~700명의 피를 바쳐가며 적의 공세를 막아낸 국군 1사단의 인내력이 더욱 컸습니다. 총소리가 잠시 멈추면
전사한 시신들이 폭염 속에 급속히 부패하여 펑펑 터지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지기를 반복하는 피의
전장을 전진부대는 끝까지 수호하였습니다. ( 계속 ) [ august
의 軍史世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