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성 맹금류인 긴점박이올빼미가 한낮에 나무 위에 앉아서 사냥감을 찾기 위해 계곡 주변을 살피고 있다.
강원도 정선의 함백산은 해발 1573m로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린다. 내린 눈은 고산지대인 만큼 봄이 오기까지 좀처럼 녹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들은 긴 동면을 한다. 그런데 눈 덮인 해발 1200m 지점 주변에서 유독 활발하게 활동하는 녀석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3월 초에 이곳을 찾아갔다.
마을사람들은 부엉이로 알고 있었지만 야행성 맹금류인 긴점박이올빼미였다. 막연하게 찾아갔지만 산 정상에 못 미쳤을 때, 두 마리가 각기 다른 위치에서 활동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촬영할 수 있었다.
긴점박이올빼미는 야행성 맹금류이지만 한낮에도 사냥감을 찾아 눈 덮인 험준한 골짜기를 넘나들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처럼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 만큼 마을 주변에서 서식활동하는 올빼미보다 좀처럼 보기 힘든 녀석들이다. 몸의 두꺼운 깃털 때문에 긴점박이올빼미는 무더운 여름철에도 선선한 기온이 유지되는 고산지대를 선택해 텃새로 살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주로 다람쥐, 쥐, 토끼, 청솔모, 작은 새들을 사냥하는 긴점박이올빼미는 농촌마을 주변에서 활동하는 일반 올빼미보다 크다. 많은 눈이 덮인 고지대에서 먹잇감 찾기가 힘겨우면 마을까지 내려와 쥐를 사냥해 갈 정도로 영리한 사냥꾼이다.
사냥을 한 후 허기를 채웠는지 긴점박이올빼미 부리와 발톱에 붉은 흔적이 남아 있다.
눈이 내리는 속에서도 긴점박이올빼미는 청각과 시각이 예민했다.
긴점박이올빼미가 사냥감을 보았는지 한곳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이재흥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