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사행상철기’ 연천서 출토
문화재청은 서울대박물관이 발굴조사 중인 경기도 연천 무등리 2보루에서 사행상철기(蛇行狀鐵器) 등 유물이 출토됐다고 31일 밝혔다. 사행상철기는 철갑옷으로 무장한 무사가 타고 있는 말의 뒷부분에 휘날리는 깃발을 장착하는 데 사용된 철제 기(旗)꽂이로, 뱀처럼 구불구불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동안 쌍영총 등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그림으로만 볼 수 있었던 유물이다.
이 유물은 55㎝ 정도의 막대기와 두 줄로 된 U자형 철제 봉 연결 부속구, 철편을 격자 형태로 만든 뒤 안쪽에 가죽을 덧댄 장식 등으로 이뤄져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고구려 환도산성 궁전지에서 기꽂이 관련 유물의 일부가 용도미상의 철기로 보고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완전한 형태의 유물이 중국이나 북한에서 발견된 사례는 없었다.
조사단은 유물을 수습한 결과 철기의 일부분에 붉은 안료가 입혀진 것이 확인돼 고구려 철기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굴에서는 이미 확인된 남쪽 치(雉·성벽에서 돌출시켜 쌓은 성벽) 외에도 북쪽 치가 추가로 발견됐으며, 다량의 철제 슬래그(광물 제련 시 금속을 빼내고 남은 찌꺼기)가 곳곳에서 확인돼 철기 제작 관련시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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