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서울지부장의 등장 워싱턴 시각으로 5월16일 정오, 미 국무부는 對(대)언론 정례 브리핑을 가졌다. 이날 링컨 화이트 대변인은 한국에서 발생한
쿠데타에 대해서 이런 논평을 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보고를 받고 있으며 이 사태를 관찰하고 있다. 이 사태는 아주 유동적이고 불명확하기 때문에 내용 있는 논평을
할 처지가 못 된다. 매그루더 장군과 그린 대리대사의 성명(기자 注─쿠데타에 반대하고 장면 정부를 지지한다는 내용)은
그들의 직무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워싱턴은 이 논평을 통해서 매그루더와 그린이 취한 조치는 현지에서 알아서 한 것일 뿐 케네디 대통령의 결심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히 한 것이다. 적극적인 쿠데타 반대 입장에서 한 발을 크게 뺀 셈이다. 이날 밤 미 국무부 차관 체스터 보울즈는 그린 대리대사에게 急電(급전)을 보냈다. 보울즈는 러스크 국무장관을 대리하고 있었다. 보울즈는 이 전문에서 ‘합헌 정부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한 뒤 다음과 같은 현실론을 편다. <그러나 (윤보선) 대통령과 군 지휘관 및 정부 요인들의 이상한 비협조, 이들이 쿠데타를 진압하려고 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총리와 다른 각료들의 잠적으로 미루어 볼 때 장면 정부가 이번 위기를 맞아 큰 상처를 받지 않고 견디어 낸다는 것은 거의 無望(무망)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태가 확실해질 때까지 일단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자세(wait and see)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장면 정부가 재건되기를 희망하면서 그런 목적에 방해가 될 만한 언동을 피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정부가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지금 이미 끝나버린 것일지도 모르는 장면 정부의 운명과 우리의 입장을 같이 묶어
버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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