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하고 하는 일이오?” “박정희 장군입니다.” “어디 계십니까.” “지금 총장실에 계십니다.” 2층 복도에는 완장을 낀 장교들이 서성대고 있었다. 총장실로 갔더니 박정희는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유양수와 눈이 마주치자 박정희는 일어서서 나왔다. 박 소장은 “유 장군, 이야기 좀 합시다”라고 했다. “미리 이야기하지 못해서 미안하오. 일이 여기까지 왔으니 도와 주어야겠어요.” “알았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대로 미십시오.” “고맙소.” 유양수는 혁명 지도자가 박정희라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로 올라와
외무부에 전화를 걸었다. 유엔 담당 간부를 불러 유엔사무총장과 우방 16개국에 보내는 사태
설명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공항 폐쇄를 지시했다. 한편 5·16 성공의 1등 공신인 김윤근은 부하 장교들과 총장실 옆방에서 쉬고 있었다.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민간인 두 사람이 들어왔다. 그들은 장교들의 얼굴을 두리번거리면서 살피더니 구면인 김윤근을 발견하고는 “김 장군이 어떻게 여기 계십니까”라고 했다. 민간인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이었다. “재간이 비상합니다. 아니 어떻게 여기에 들어올 수 있었소.” “말씀 마십시오. 해병이 막는 걸 겨우 뚫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시내의 해병대는 모두 김포여단 소속입니까.” “그렇소.” “지금 총장실에는 누가 계십니까.” “박정희, 김동하 장군이 들어가 있습니다.” “박 장군이라면 2군 부사령관, 김 장군은 해병 1사단장을 지내신 분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들은 서둘러 나갔다. 이날 조간신문 호외와 석간신문엔 쿠데타 주동자로서 장도영, 박정희,
김윤근(또는 박정희, 김동하, 김윤근)이 소개되었다. 자기 선전을 싫어하는 김윤근은 이 기사 때문에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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