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潽善 대통령 5월16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윤보선 대통령에게 맨 먼저 보고를 한 사람은 장도영 총장이었다.
안색이 좋지 않은 그는 사무적으로 말했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간밤에 보고 드린 대로 서울 근교에 주둔하는 부대와 일부 전방 부대가
서울 시내로 진입하였습니다.” 박정희가 입을 열었다. “각하, 저희들은 각하를 절대적으로 존경하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저희도 처자가 있는 몸으로서 오직 우리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애국 일념에서 목숨을 걸고 이 혁명을 일으킨 것입니다. 국방부, 육본과 방송국을 위시해서 서울 전역이 지금 혁명군의 수중에 들어와 있고
계엄이 선포되었습니다. 이 결행을 지지해 주시고 계엄을 추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윤보선은 初對面(초대면)의 박정희를 ‘말투가 차분하고 가라앉아 있었다’고 나중에 평했다.
박정희의 말을 듣고도 한참 침묵을 지키던 윤보선은 입을 뗐다. “그대들이 만일 애국하기 위해서 혁명을 했다면 애국하는 방향으로 일해야 하지 않겠소. 나로서는 아직 그대들의 충성을 액면 그대로 이해할 수 없소. 오늘의 사태에 대한 책임은 물론 우리 정치하는 사람에게 크다고
보지만 이왕 계엄이 선포되었다고 하니 그대들의 말이 곧 법이요, 생사가 그대들 말 한마디로 결정될
것이 명백하오. 진정 애국에서 나온 거사라면 절대로 피를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이오.
그리고 계엄을 이미 선포하였다니 내가 추인할 수는 없소.” 박정희는 거듭 계엄의 추인을 요청했으나 대통령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장도영의 기억에 따르면, 이때 현석호 국방장관이 ‘윤보선 대통령의 발언은 군의 불법 행동에 대한 단호한 반대 표시로는 불충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이런 사태를 초래한 현 정부의 책임’을 들어서
반격하더라는 것이다. 장도영, 박정희 일행은 접견실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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