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링컨은 심한 우울증에 빠져 망상의 지경에 이르러 꼼짝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그해 정월의 의회 기록을 보면 링컨의 회의 참석률이 현저하게 감소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주일 정도 결석했다가 회의에 참석한 그의 모습을 보면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말라 있었으며 거의 들리지 않게 속삭이는 대답 이외에는 말할 기력조차 없이 쇠진해 있었다고 한다.
링컨은 평생 동안 유머(humor)로 삶의 좌절과 우울을 날려버리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매일 저녁 유머 관련 책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고, 다른 사람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우스운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얼굴과 눈에서 빛이 났다고 한다. 가끔은 참을 수 없어 본인이 웃음을 터트리고 마는데 그것도 온몸이 들썩일 정도로 크게 웃었다.
프리메이슨 복장의 링컨/gettyimages.co.uk
링컨은 웃음을 스트레스 해소의 가장 좋은 처방으로 활용했다. 링컨은 미국의 역사뿐 아니라 미국인의 성격까지 바꿔놓았다. 미국인은 링컨의 유머 덕분에 말도 없고 잘 웃지도 않는 엄숙한 모습의 초기 청교도적 삶의 방식을 내려놓았다. 그 때부터 유머는 미국 문화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관습이 되었다. 심리학에서는 유머감각을 평등정신의 표현으로 해석한다.
유머는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동등한 위치에서 놀리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링컨이 구사한 유머에는 인간미와 평등 정신이 담겼으며, 유머는 그를 붙임성 좋고 상냥하며 친절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프로이드는 농담이 쾌감을 선사하는 이유는 긴장감으로 팽팽한 의식적 과정을 긴장감이 풀린 무의식의 순간으로 전환시켜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유머를 정신을 승화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았고, 유머를 통해 생활의 괴로움을 발산하는 법을 배우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다른 다수의 심리학 연구도 유머가 삶의 모순을 이해할 수 있는 예민함이자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슬기롭게 해소할 수 있는 지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버드 대학 출신의 중국계 심리학자 웨샤오둥은 미국인들이 종종 “‘링컨은 받은 고통에 비하면 내 눈앞에 닥친 고통이 별거야?’, ‘링컨도 유머러스한 사람이 됐는데 나라고 못할 거 없지’라고 말한다”며 “이런 모습에서 링컨이 평생 수련하여 얻은 내공과 인격적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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