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나?
한국수력원자력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월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Spent Nuclear Fuel)의 양은 1만5000톤에 달하며, 그 비율은 우라늄이 93.4%, 플루토늄 1.2%라고 한다. 증폭핵분열탄이나 수소폭탄에 들어갈 원료인 핵분열 물질은 일단 확보되어 있는 셈이다.
이 사용후 핵연료에는,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포함되어 있다. 사용후 핵연료로부터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다시 빼내는 작업이 ‘재처리 기술’이다. 그동안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은 韓美원자력협정에 의해 상당 부분 규제되어 왔다. 재처리가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될 의심을 받을 수 있어 한국이 독자적으로 재처리를 추진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이다. 2015년 4월 韓美원자력협정이 재개정되면서 재처리에 따른 완화 요건이 생겼다. 舊 韓美원자력협정에는 미국의 동의나 허락 없이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를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 조항이 들어있었다. 새 협정의 발효로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에서 일정 부분 자율권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개정된 협정으로 우리나라는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이 핵무기 원료로 轉用(전용)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농축 및 재처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徐鈞烈 교수는 “韓美원자력협정 재개정을 통해 조금 더 앞선 工法(공법)으로 더 많은 양의 핵물질을 추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재처리 및 농축 제재 완화
특히 개정된 조항에는,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한 공동연구를 향후 10년 간 추진하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연구 및 사업 방향을 정립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乾式高溫 再처리)’ 공법이란 재처리 기술 중 하나인데, 핵연료를 용융염[열에 녹아 액체 상태가 된 鹽類(염류)]에 녹여 플루토늄을 떼어내는 방식이다. 800도 넘는 高溫에서 일부 휘발성 핵물질을 제거한 뒤 6000도의 고온에서 전기분해를 이용해 사용후 핵연료를 금속으로 환원하고, 나머지 물질들을 따로 분리한다. 이 공정을 통해 활용 가능한 사용후 핵연료(금속 상태의 우라늄, 플루토늄)와 필요없는 물질(우라늄 찌꺼기) 등을 한꺼번에 추출할 수 있다. 파이로 프로세싱의 장점은 우라늄 활용률을 거의 100% 가까운 상태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데 있다. 다만 플루토늄의 경우, 다른 물질과 섞여 추출되기 때문에 그 純度(순도)는 다소 떨어진다. 徐鈞烈(서균렬) 교수는 '파이로 프로세싱을 통해 얻어진 플루토늄의 양은 매우 적고(약 1.2%) 불순물이 섞인 低순도지만, 高爆(고폭) 화약을 이용해 압축시키면 1억 도에 이르는 고온을 내기 때문에 증폭 핵무기 개발에 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 재처리와 농축 시설은 없지만 그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1993년 초부터 1994년 말까지 한국원자력연구소 과학자들은 우라늄 농축 연구를 진행, 소량의 우라늄을 농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사용한 농축법은 '아블리스(AVLIS·atomic vapour laser isotpe seperation)'라고 불리는 레이저 농축법이었다. 이 방식은 우라늄235 원자의 최외각을 돌고 있는 전자에 레이저를 쏘아 공명현상을 일으켜 이탈시킨 후, 양극(+)과 음극(-)을 가지는 전기판을 설치해 우라늄 235와 우라늄 238을 분리하는 농축 방법이었다. 이 우라늄 농축 결과는 당시 극비리에 붙여졌고, 정부의 일부 관계자만 알고 있었다('88프로젝트'라 불렸던 이 계획은 1995년 폐기되었다). 이 사업에 참여했던 한 핵공학자는 <月刊朝鮮>(2016년 1월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기술) 능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重水爐에서 거의 모든 걸 얻을 수 있어 徐 교수 역시 “지금 한국의 기술력과 제반여건 등을 볼 때 충분히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수로에 주목했다. <우리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중수로인 월성 原電(원전)을 運用(운용)해왔다. 그동안 이 중수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의 양이 막대하다. 중수로는 경수로보다 사용후 핵연료가 몇 배나 더 많이 나온다. 재처리 기술만 확보되면 중수로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를 이용한 핵무기 개발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중수로와 경수로 차이는 냉각재와 감속재로 쓰이는 물의 수소(H) 원자 때문이다, 중수로의 重水가 경수로의 輕水보다 수소 알갱이가 더 많다. 실제 부피를 재어보면 약 1.2배 정도 차이가 난다. 경수로는 농축 우라늄을 사용하지만, 중수로는 천연 우라늄을 사용한다. 천연 우라늄으로부터 나오는 플루토늄의 양은 농축 우라늄 때보다 많다. 경수로의 핵연료 교체는 1년에 한 번 정도 이뤄진다. 이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가 집중되기 때문에 경수로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핵무기 개발 목적으로 빼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수로는 원자로를 가동하면서 매일 핵연료를 교체한다. 하루에 16개씩 핵연료 다발을 교체하기 때문에 IAEA 사찰을 벗어날 여지가 있다. 향후 재처리 기술만 완벽하게 확보될 경우, 중수로가 핵무기 개발 물질의 주효한 공급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徐 교수는 “현재 중수로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 물질은 엄밀히 따지면 미국의 통제권 바깥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월성 1호기의 경우, 캐나다의 캔두(CANDU)型 원자로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미국과는 무관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월성 1호기 등) 중수로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는, 韓美원자력협정에 위배될 것 같지 않다’는 입장도 보였다. 삼중수소도 重水爐에서
증폭핵분열탄과 수소폭탄 개발에는 핵융합 물질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도 반드시 필요하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추출이 가능하므로 확보하는데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 다만 삼중수소는 중수소에 비해 추출이 까다롭다. 삼중수소의 추출 방법은 리튬6에 중성자를 대량으로 照射(조사)해 얻어진다. 그런데 리튬6와 삼중수소 모두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물질이란 점에서 국제적으로 수출입에 일부 통제가 따른다. 가격도 매우 비싸고 생산되는 나라가 한정되어 있다. 徐鈞烈 교수는 삼중수소도 중수로에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삼중수소는 리튬6를 통한 추출뿐 아니라 중수로의 부산물로도 나온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중수로 원자로의 重水(중수) 속에 존재하는 삼중수소를 액체 상태로 분리한 뒤 초저온(-256도) 상태에서 농축하면 순수한 삼중수소를 얻을 수 있다. 중수로 원자로인 월성 原電은 2007년부터 TRF(Tritium Removal Facility·삼중수소제거장치)가 설치되어 삼중수소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삼중수소를 추출하기 위한 촉매기술부터 저장용기까지 우리가 자체 개발했으며, 특히 중수로를 이용한 삼중수소 추출 기술은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한다. 徐 교수는 “리튬6은 볼리비아 등으로부터 수입을 해야 하고, 값도 비싸다. 우리는 리튬6을 수입할 필요 없이 중수로를 통해 삼중수소를 거의 무한정 얻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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