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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에게 온 행운? 미국의 돈과 법에 드리울 그의 그림자[똑똑한 금요일]

淸山에 2016. 2. 19.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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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금요일]

오바마에게 온 행운? 미국의 돈과 법에 드리울 그의 그림자
 

 [중앙일보] 입력 2016.02.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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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건 결전이다. 미국 대선 이야기가 아니다. 강경 보수파 연방 대법관인 앤터닌 스캘리아의 갑작스런 죽음이 낳은 싸움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겐 절호의 기회다. 임기가 11개월밖에 남지 않은 오바마에게 찾아온 행운이다. 오바마는 공석이 된 대법관 자리를 채울 태세다. 대법관은 종신직이다.


공화당은 반발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이다. 상원은 대법관 후보를 인준할 권한을 쥐고 있다. 공화당은 “오바마의 지명자를 낙마시키겠다”고 공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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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애덤스(1735~1826년) 2대 대통령.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존 애덤스(1735~1826년) 2대 대통령이 1800년 일으킨 지명 파동 이후 216년 만에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당시 연방파인 애덤스는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해 선거에서 반(反)연방주의자(주별 권한 중시)인 토머스 제퍼슨(1743~1826년) 진영이 이겼다. 애덤스는 대법원이 제퍼슨파에 의해 장악되는 걸 막고 싶었다. 대법관 지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승자 진영에서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애덤스 대통령은 자신의 비서 출신인 존 마셜을 대법관으로 지명했다.


그때와 지금 상황이 100% 일치하진 않는다. 다만 대법원을 장악하기 위한 투쟁이란 점은 같다. 오바마 뜻대로 새 대법관을 지명하면 대법원 세력 판도가 바뀐다. 기존 '보수 5 대 진보(리버럴) 4'가 '보수 4 대 진보 5'가 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법원이 지금까지는 오바마 정책을 반대하다 단숨에 지지하는 쪽으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대법원은 선출되지 않는 권력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한 민주공화정의 양대 축은 법과 돈이다. 대법원은 법을 관장한다. 또 다른 축인 돈을 관장하는 곳은 연방준비제도(Fed)다. 리버럴쪽 싱크탱인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딘 베이커 소장은 “연방 조직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곳을 꼽는다면 대법원과 Fed”라고 말했다. 리버럴 진영의 눈에 두 곳이 공화당 쪽으로 비친다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 공화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Fed는 이미 리버럴 진영에 넘어갔다. Fed 이사 정원은 7명이다. 현재 다섯 자리가 채워졌다. 두 자리는 공석이다. 연임에 성공해 8년째 권좌를 지키는 오바마가 이들 5명 이사를 모두 지명했다. 대단한 행운이다. 공석 두 자리도 오바마가 마음만 먹으면 채울 수 있다.‘달러 신전’의 사제들이 사실상 오바마 사단인 셈이다. Fed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 세기 전 Fed 설계자들은 이사의 임기를 14년으로 정했다. 임기 4년인 대통령이 한꺼번에 이사를 지명해 Fed를 장악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이 원칙은 Fed 설립 때부터 적용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913년 Fed를 출범시킨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당시 이사 7명을 다 지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인준을 거부하는 바람에 3명만 임명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기회가 오바마에게 찾아왔다. 2009년 오바마 취임 이후 Fed 이사들이 하나 둘씩 물러났다. 임기가 끝나거나 중도 사퇴해서다. 금융 역사가인 존 스틸 고든은 이를 “오바마의 역사적 행운”이라고 했다.


몇 년 전에도 공화당은 오바마의 Fed 이사 임명을 막았다. 2010년 오마바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다이아몬드 예일대 교수를 Fed 이사로 지명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인준을 차일피일 미뤄 무산시켰다. 명목은 “다이몬드 교수가 금융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거시경제학 가운데 노동시장을 주로 연구했다. 당시 오바마는 한발 물러섰다. 다이아몬드 교수 지명을 철회했다. 대신 공화당과 가까운 인물인 제롬 파월을 이사로 지명했다.

이번 대법권 임명을 둘러싸고 공화당이 비슷한 전술을 쓸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가 지명한 대법관을 이런 저런 이유로 인준을 반대거나 미룰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가 다이아몬드 교수 때처럼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한 켠에선 의회가 쉬는 동안 대법관을 지명하는 강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전했다. 휴회 중 임명은 의회가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의 인준을 지연시킬 때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을 이용해 상원 인준 절차를 생략하고 임명하는 제도다. 그 만큼 대법원의 세력 판도를 바꿔놓으려는 오바마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뜻이다.


그럴만하다. 미국 대법원은 대표적인 엘리트 조직이다. 정치칼럼니스트인 케빈 필립스는 저저『부와 민주주의』에서 “미 건국의 아버지들 가운데 연방파는 대법원만큼은 대중에 넘겨주지 않으려 했다”고 썼다. 실제 그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게 제헌헌법의 골격이 된 '연방주의교서'다.


이들은 교서에서 인구의 다수는 우매한 무산자들이 차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선거에 의해 민주주의를 실시할 경우 다수의 횡포가 체제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엘리트 조직인 사법부는 행정부나 입법부와는 달리 임명제를 채택해 우매한 대중(정치)의 영향력에서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필립스는 “그들의 눈에 대중은 무지하고 위험한 존재였다”며 “대신 엘리트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성공한 존재들이라는 게 그들의 믿음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은 Fed 설계자들한테서도 발견된다. Fed 출범 3년 전인 1910년 상원 금융위원장인 공화당 넬슨 올드리치 의원과 월가의 투자은행 JP모건 임원(파트너)인 헨리 데이비슨 등이 조지아주 지킬섬 휴양지에 비밀리에 모였다. 중앙은행 설립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금융 저술가인 론 처노는 『금융제국 JP모건』에서 “월가는 대중의 횡포에서 자유로운 중앙은행을 설립하고 싶어했다”며 “그들은 지킬섬에 모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중앙은행법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Fed 비판자들이 말하는 '지킬섬의 음모’다.


대법원과 Fed 설계자들은 대중의 영향력을 줄이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대법관 임기는 초기부터 종신제였다. Fed 이사 임기를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의 임기인 8년보다 길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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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안전장치는 갑작스런 사망이나 사임 등을 고려하지 못했다. 미국의 정치적·경제적·인종적 소수파의 상징인 오바마는 이런 안전장치를 해제시킨 인물이 됐다. 그의 배경이 대법원과 Fed 설계자들이 말하는 ‘우매한 대중’과 가깝다. 그의 성장기는 가난했다. 부를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여긴 두 기구 설계자의 기준에 비춰보면 그의 배경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런 오바마가 자신의 정치적·경제적 철학을 대리하는 인물로 ‘법과 달러의 신전’을 모두 채울 기회를 잡았다.


요즘 공화당 대선 후보자 대부분이 오바마의 의료보험 폐지를 주장한다. 설령 그들 중 한 명이 당선돼 그런 시도를 하더라도 오바마의 대법원이 어떻게 나올까. 베이커 소장은 과거 사례를 앞세워 의미를 설명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초기에 공영 의료보험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대법원이 위헌판결을 내려 포기해야 했다”한국처럼 헌법재판소가 따로 없어 위헌심사도 맡는 미국 대법원의 위력을 보여주는 역사의 한 단편이다.


달러 신전(Fed)의 상황도 비슷하다. 현재 이사 대부분은 임기가 2020년대까지다. 부의장인 스탠리 피셔만이 2018년에 물러난다. 공화당이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통화정책만은 상당 기간 오바마 색채일 가능성이 크다. 미 연방조직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두 곳에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오바마의 그림자가 길고 진하게 드리울 것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

[출처: 중앙일보]




흥미진진한 미국의 이야기에 권력이 무엇인가 실감을 갖는다.
미국의 돈과 권력이 연방준비제도(Fed)와 대법원을 지칭하여 이 제도를 만든 보수적인 파워가

대중의 투표를 거치지 않고 임명직 제도를 만들었는데 아이로니컬하게도 결정적 순간에 진보적 인사가

그 임명권을 행사할 줄 이야 그 누가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