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존슨 美대통령에게서 받아낸 마지막 선물, 600조 벌어들였다 "그간 600조 가치 창출… 다음 50년도 MIRACLE" 다음 달 4일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쾌거를 이뤘다. 소량의 혈액만으로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병권 원장은 "국내 업체에 이전하고 3300억원의… 문갑식 선임기자 입력 : 2016.01.29 07:05 [KIST 50년… 이병권 원장 인터뷰] 다음 달 4일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쾌거를 이뤘다. 소량의 혈액만으로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병권 원장은 "국내 업체에 이전하고 3300억원의 기술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국내 65세 이상 노인 치매 환자가 12분에 1명씩 발생한다고 발표했으며 치매 환자 1인당 관리비가 연 2030만원, 국가적으론 11조7000억원이 소요된다. 이 비용은 10년마다 2배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돼 암보다 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 산업의 씨앗을 뿌린 KIST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이병권 원장은“다가올 50년에도 KIST의 역할은 중요하다”며“이르면 다음 달 초 치매 조기 진단 신기술을 국내 업체에 넘기고 3300억원의 기술료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KIST제공
최근 치매 조기진단 기술 개발… 국내 치료비용 25% 절감 효과 대학·연구소 간 융합연구 위해 우리가 자금 댈 용의도 있어 이병권 원장
KIST에 따르면 3300억원의 신기술료는 2020년부터 2035년까지 국내 200억원, 해외시장에서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라 산정됐다. 또 국내적으로는 2020년 15조원으로 예상되는 치매 관련 비용의 25%를 절감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이번에 KIST가 개발한 신기술은 치매에 걸릴지, 걸린다면 언제 걸릴지를 예측하는 것이며 이는 치료 물질도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전 세계적 골칫거리가 된 치매의 예방-치료에서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잊혔지만 1965년 5월은 우리 과학기술 역사의 전환점이 된 해다. 그때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에서 열린 존슨 대통령과 만남에서 선물 12개를 받았다. 우리 젊은이들이 월남에서 피 흘린 대가였다. 그 가운데 우리가 예상치 못한 선물이 포함돼 있었다. 공동성명문 맨 끝에 있는 '종합과학연구소를 지어주겠다'는 문구다. 1966년 2월 2일 박 대통령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 정관에 서명했고 다음 날 최형섭 박사를 초대 소장에 임명했으며 4일 양국 정부가 '한·미 공동 지원사업계획 협정서'에 조인했다.
KIST 설립 출자금은 2000만달러였다. 당시 80㎏ 쌀 한 가마니가 3000원이었으니 상상할 수 없는 액수였다.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였던 한국의 투자는 무모해 보였지만 훗날 가장 성공적인 베팅으로 기록된다. KIST가 그간 창출한 가치는 600조가 넘는다.
연구 인력을 모으는 것도 한 편의 드라마였다. 초대 원장 최형섭은 미국을 돌며 한인 과학자들에게 호소했다. "가난한 조국은 당신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첫해인 1966년 18명이 귀국한 후 1990년까지 영구 귀국한 과학자가 1000명을 넘는다. 귀국 과학자들은 당시 국립대 교수 연봉의 3배를 받았지만 그것도 미국에 있을 때의 절반이 안 됐다. 개중엔 대통령보다 더 높은 보수를 받은 이들도 있었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그들의 급여 명세서를 훑어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이대로 시행하시오!" 부자 나라 미국에서 과학자들이 이렇게 유출된 역사는 지금껏 없었다. 당시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은 이 일을 보고받고 "KIST의 재미 한국인 과학자 유치는 세계 최초의 역(逆)두뇌 유출 프로젝트였다"며 혀를 내둘렀다는 일화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1965년 5월 18일 백악관에서 존슨 미국 대통령과 KIST 설립 지원 등 12가지 의제에 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KIST제공
故 박정희 대통령이 세운 후 한국 산업화의 기적 이끌어 KIST는 경부고속도로 건설 초석을 쌓았다. 그 위를 달릴 포니자동차를 현대자동차가 만들도록 한 것도, 그것을 수출하기 위해 조선소를 현대중공업이 짓게 한 것도, 그 원료가 될 포항제철소를 만들게 한 것도 모두 KIST의 두뇌에게서 나왔다.
KIST는 우리 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국산 최초의 컴퓨터 '세종1호'(1973년), 폴리에스터 필름(1977년) 개발 같은 과학사에 남을 업적을 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국방과학연구소 같은 14개 연구 기관을 탄생시키는 데도 '맏형' 역할을 했다. 이제 새로운 50년의 출발점에 선 이 원장은 50년 전과 지금의 KIST에 부여된 역할을 묻자 "과거에는 당장 먹고살 기술을 개발하는 게 급했지만 지금은 다음 반세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6년까지의 모토를 'MIRACLE(기적)'로 정했다"고 말했다. MIRACLE은 그냥 만든 게 아니라 현재 KIST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즉 차세대 반도체(Material), 양자컴퓨팅과 나노 신경망 모사(模寫)(Information), 인공지능로봇(Robotics), 스마트팜과 천연물을 포함한 미래농업혁명(Agriculture),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네트워크(Carbon), 치매 진단과 바이오닉스(Life), 녹색도시 구현(Environment) 등이 그것이다. 이 원장은 "양자컴퓨팅과 나노 신경망 모사는 선진국들도 진입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며 20년 후 전개될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컴퓨팅 환경에 대한 이론을 선진국보다 먼저 확보하겠다는 도전"이라며 "이게 성공해야 우리 먹거리가 보장된다"고 했다. 이 원장은 "KIST가 국내 대학과 연구소 간의 융합 연구를 주선해주는 선도적인 역할도 하겠다"고 했다. "대학과 연구소가 인력을 프로젝트에 따라 결합한다면 훨씬 다양한 성과가 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자금도 댈 용의가 있습니다." 이 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능력을 가진 미국-일본,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중국의 기초과학 연구에 맞설 KIST의 방안에 대해 "자체 능력만으로도 우리는 세계적인 연구소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수준이지만 대응은 달라야 한다"고 했다. "재원의 한계상 우리는 기초 분야에 몰두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유럽뿐 아니라 기초과학에 강한 중국-동유럽과는 협력을 확대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를 위해 독일에 'KIST유럽연구소'를 설치한 것입니다. 개발도상국 그중에서도 베트남에 V-KIST를 세운 것은 동남아에서 진출하는 교두보 성격입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