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 마약 11세기 말 시아파의 한 갈래인 이스마일파 일부가 페르시아에서 비밀결사 아사신파를 결성하고 조직원에게 하시시를 먹인 뒤 주요 요인을 암살하게 했다. 황성준 필자의 다른 11·13 파리 테러범들이 마약을 복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주한 용의자 살라 압데슬람이 머물렀던 호텔 방에서 주사기, 플라스틱 튜브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이 ‘캡타곤(captagon)’이란 암페타민을 주성분으로 하는 마약을 즐겨 사용한다는 사실은 전문가들 사이에선 잘 알려진 얘기다. 캡타곤을 복용하면 약효가 작용하는 동안에는 힘든 전투를 해도 피로나 고통, 그리고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또 알약 형태의 캡타곤은 IS의 주요 자금원의 하나로,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로 대량 밀수출되고 있다.
이슬람 테러가 마약과 연결된 역사는 매우 길다. 영어로 암살자를 뜻하는 ‘어새신(assassin)’은 대마초인 ‘하시시’ 복용자를 가리키는 아랍어 하시신에서 유래됐다. 11세기 말 시아파의 한 갈래인 이스마일파 일부가 페르시아에서 비밀결사 아사신파를 결성하고 조직원에게 하시시를 먹인 뒤 주요 요인을 암살하게 했다. 아사신파는 당시 중동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는데, 이 이야기는 14세기 이후 십자군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지게 된다.
아사신파는 무슬림 청년을 깊은 산속에 위치한 요새로 납치한 뒤, 상당기간 마약과 술, 그리고 미인으로 접대한다. 그리고 이들을 살던 곳으로 돌려보낸다. 그 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접근, “당신은 잠시 천국에 있었는데, 순교자가 되면 다시 갈 수 있다”며 유혹해 암살자로 만든다. 이들은 암살 뒤 자결한다는 점에서 최근의 자살폭탄 테러리스트와 유사하다.
IS 자살테러 요원들은 죽은 뒤에 천국에 가서 ‘후리’라 불리는 미인 72명으로부터 술과 음식을 대접받는다고 믿는다. 평소 코란을 읽지 않고 향락을 즐기던 유럽 출신 청년이, 그리고 ‘파티걸’로 불리던 아가씨가 IS에 가담하게 되는 것은 종교적 체험 때문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 염증을 느낀 니힐리즘의 산물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즉, 초월적 세계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채워지지 않는 물질적 욕구에 대한 환상적 만족이 이들을 움직이는 요인이란 것이다.
이같이 IS 테러가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의 절망과 소외를 표출한 것이라면, 한국도 위험하다. 자살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자포자기한 일부 젊은이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의 갈증이 쉽게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점에 있다.
위 글의 출처는 문화일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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