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기의 '바이오 토크'<39> 지능형 피부(Smart Skin)] 피부에 육감((六感)을 입히다 [중앙일보] 입력 2015.04.25 12:51 / 수정 2015.04.25 15:08 감각과 판단 사이에 시차가 있으면 ‘귀신’ 본다 어떤 곳을 미리 본 듯한 데자뷰는 뇌의 착각? 스마트 피부는 보지 못하는 맹인에겐 내비게이션 의수·의족에 의존하는 장애인에겐 팔다리 제공
철새들은 자기장을 나침반 삼아 한국-뉴질랜드를 논스톱 이동한다. 올 4월 강원랜드에서 역대 최고의 잭팟이 터졌다. 8억9740만원의 행운을 거머쥔 여성은 3일 연속 잭팟이 터지는 꿈을 꿨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여성은 예지몽(豫知夢), 즉 일어날 일을 꿈으로 미리 아는 육감(六感)을 보유한 초능력자일까. 필자의 지인 중에도 그런 육감을 가진 사람이 있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사람의 얼굴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농담조로 “미아리에 돗자리 깔아야 겠다”고 말하지만 그는 정말 신통력이 있는 걸까? 육감이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나 역시 처음 가는 시골길을 걷다 보면 그곳이 너무 익숙해서 마치 내가 그 동네에 살았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릴 적 고향이 그리워 생긴 착각인가. 아니면 나도 전생을 보는 육감의 소유자일까. 아니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야 하는 걸까.
귀신을 보고 과자도 나눠줬다는 이탈리아의 산악인 할리우드 영화 ‘식스센스’(The Six Sense, 1999)에서 소년은 귀신을 본다. 귀신과 대화를 나누는 소년은 분명 초능력자이다. 영화 속이 아닌 현실에서 인간이 오감 이외의 육감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래서 일반인이 볼 수 없는 다른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귀신을 봤다고 말하면 대부분 정신병을 먼저 의심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 귀신을 보는 경우가 있다.
에베레스트 등반가들은 대부분 심신이 지극히 건강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귀신을 생생하게 목격했다고 말한다. 인류 최초로 1970년 에베레스트 14좌를 모두 등반한 이탈리아의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는 동생과 함께 귀신을 봤다. 과자도 나눠줬다고 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의 뇌를 검사한 뒤 뇌의 측두엽에 이상이 생겼다고 결론 내렸다. 산소가 부족한 에베레스트에서 극심한 피로로 인해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부분과 이를 판단하는 부분 사이의 연결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정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감각과 판단 사이에 시차가 생기면 귀신을 ‘느낀다’고 봤다. 결국 귀신을 보는 육감은 뇌의 이상에 의한 착각이란 것이다.
내가 처음 갔던 시골의 풍경이 어디서 본 듯하다는 기이한 감정은 왜 생기는 걸까. 데자뷰(deja vu), 즉 ‘한번 봤던’ 곳이란 현상은 실제론 뇌의 착각에 의해 생긴다. 미국 MIT 스스무 도네가와 교수가 저명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에 기고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측두부(側頭部)를 전기 자극 하면 기억을 꺼내 볼 수 있다. 또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장소를 구분해 내는 뇌의 해마 영역에 문제가 생기면 ‘본 것 같은’ 데자뷰 현상이 생긴다.
어떤 곳을 미리 본 듯한 신통력은 결국 뇌의 착각이고 이런 일이 잦으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자뷰가 생기는 원인은 두뇌의 간편 기억방식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매일매일의 엄청난 분량의 기억을 모두 저장하는 대신 간추린 상태로 입력시킨다. 어떤 상황에서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갈 때 두 개의 유사한 기억이 구분이 안 되고 동일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로 데자뷰라고 정신학자들은 해석한다. 몸이 허약해지거나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선 뇌가 쉽게 착각을 한다.
처음 온 장소를 착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예전에 본 듯한 착각도 한다. TV에 나온 살인범의 얼굴을 본 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그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 경우 대개 자신을 육감의 초능력 소유자라고 오판한다. 또 이런 일이 꿈과 연결되면 스스로 예지능을 가진 초능력자라고 오인하기도 한다.
결국 ‘육감의 초능력’은 실제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고 뇌의 착각에 의한 것이란 게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처음 가 본 시골을 예전에 살았던 고향마을로 생각한 필자의 경우도 육감이 아닌 데자뷰 형태의 착각이다.
하지만 동물은 착각하지 않는다. 태어나 며칠 머무른 곳을 ‘착각의 데자뷰’가 아닌 ‘완벽한 기억’으로 찾아오는 동물들도 있다. 철새와 바다거북이 여기 속한다. 이들의 육감은 자기장(磁氣場)을 보고 기억하는 능력이다. 강남제비의 육감은 자기장 감지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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