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측에게는 당시 이러한 어뢰공격이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수심이 얼마 안되는 진주만에서의 어뢰공격은 불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군은 제대로 된 방어책 하나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제1파 공격에 이은 제2파 공격까지 약 두 시간에 걸친 공격으로 미군은 전함 4척 침몰을 포함해 모든 함정이 손상을 입었으며, 비행장의 경우, 300機 이상의 미군항공기가 파괴되었다.
기대 이상의 전과를 올린 것에 대해, 기동부대와 히로시마 연합함대 사령부는 무척 고무되었지만, 사령관인 야마모토(山本)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주요 공격 목표인 '엔터프라이즈' '렉싱턴' '새러토가'라는 항공모함 세 척 모두가, 정비 혹은 항공기 수송 등의 임무에 투입되는 바람에 공습시에는 진주만에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은 것이다.
제공권을 장악하는 쪽이 향후 전세를 유리하게 가져가게 된다고 예상하고 있었던 야마모토(山本)는, 미국의 항공모함을 無力化시킴으로써 결정적 우위에 올라서고, 미국이 생산력을 본격 회복하기 이전에 조기 和平(강화)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원래 공격 30분 이전에 미국 정부에게 통보되었어야 할 선전포고에 해당하는 '對美각서'는, 공격 개시로부터 55분 경과한 7일 오전 8시50분(워싱턴 시간으로 오후 2시20분)에야 비로서 미국측에 통보되었다.
14부로 나누어져 암호전문으로 발송된 對美각서를, 번역과 함께 타이피스트를 쓰지 말고 직접 담당 외교관이 작성하라는 일본 본국의 지시가 원인이었는데, 일본의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하던 주미 대사관 소속 일본 외교관의 방심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야마모토(山本)에게 있어 그 원인은 어떠하든 상관이 없었다. 유학과 무관 자격으로 미국 부임 경험을 갖고 있는 그가 아는 한, 미국인의 국민성을 감안하면, <비겁한 기습 공격>으로밖에 비쳐질 수 없는 이러한 외교적 실수는 전쟁 수행에 있어 두고두고 큰 짐이 되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미국의 전의를 상실케 하고자 계획했던 작전이, 오히려 잠자는 사자를 깨운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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