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뭔가. “한마디로 정치권이 만들어 낸 복지 포퓰리즘 때문이다. 1981년만 해도 나랏빚은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불과했다. 그때는 재정적자도, 실업자도 없었다. 이후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으로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했다. 또 유로존 가입 이후 이자가 낮아지자 외국에서 돈을 마구 빌려 흥청망청 썼다. 재정위기란 것은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온다. 한국의 재정은 튼튼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긴장을 푸는 순간 언제든지 위기가 닥칠 수 있다.” ▼ 비트로스 아테네 경제대 명예교수 “개혁 가로막는 공공부문 비효율이 문제” ▼
비트로스 아테네 경제대 명예교수(75·사진)는 “그리스인들이 너무 일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워 문제가 발생한 거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펄쩍 뛰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건 오해다. 그리스의 민간부문 생산성은 독일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2011년 민간부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만7000유로로, 독일의 7만2000유로와 비슷했다. 연평균 노동시간도 203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짧지 않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라고 다시 묻자 그는 “비대한 공공부문의 ‘비효율’”이라고 답했다. “그리스 공무원은 현재 67만 명가량인데 전체 노동 가능 인구의 16%를 차지한다. 이는 독일의 11% 수준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2010년 경제위기 초기에 독일 수준으로 공무원을 약 20만∼30만 명만 감축했으면 위기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개혁을 미룰수록 사회적 비용은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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