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 배움/三十六 計

5計 진화타겁(趁火打劫)

淸山에 2009. 8. 28. 17:16

 

 
 
 

 
 
 

5計 진화타겁(趁火打劫)
 
- 남의 집 불났을 때 도둑질하라! -
 

진(趁)은 ‘~을 틈타다.’라는 뜻이다. 진화(趁火)는 ‘남의 집 불난 틈을 탄다’는 뜻이고, 타겁(打劫)은 ‘훔치다’라는 뜻이다. ‘진화타겁(趁火打劫)’은 남의 집에 불이 나서 경황이 없을 때 그 집 물건을 몰래 몰래 도둑질한다는 것이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남의 실수는 나의 기회. 남이 어려울 때를 놓치지 않고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여 나의 이익과 실속을 채운다는 전술이다. 일반인들의 눈으로 보면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전술은 원래 군사 병법에서 적군이 위기에 빠졌을 때 이 위기를 틈타서 출격하여 상대방을 제압하라는 전술로 사용되었었다. 손자병법 〈시계〉편에서도 ‘상대방이 혼란에 빠졌을 때 공격하여 취하라(亂而取之)!’라는 전술이 있다. 모두 상대방의 어려운 시기를 잘 포착하여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공격해야 손쉬운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역사 속에는 어떻게 남의 위기를 나의 기회로 삼아 공격할 수 있느냐고 말하는 명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군자가 어찌 상대방이 어려움에 빠진 틈을 타서 뒤통수를 친단 말인가?” 중국 춘추시대 송(宋)나라 양공(襄公)의 말이다. 초(楚)나라와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었던 송나라 군대는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오는 혼란한 틈을 타서 기습공격을 감행했어야 했다. 그러나 적이 혼란에 빠졌을 때 공격을 해야 이길 수 있다는 참모들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양공은 끝가지 명분을 차리다가 모든 병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의 목숨까지 잃고 말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양공을 비웃으며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 놀렸다. 쓸데없는 명분과 자존심에 얽매여  병사들을 몰살시킨 의미 없는 리더의 인자함(仁)이라는 것이다.   
 
중국 속담에 ‘남의 집 불난 곳에서 새는 냄비 때운다(趁火箍漏鍋)’라는 속담이 있다. 남의 집에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는데 그 화기(火氣)를 이용하여 자기 집 고장난 냄비를 가져다가 구멍을 때운다는 이야기다. 불난 집에서 보면 열불 터지는 일이겠지만 냄비 때우는 입장에서는 돈 안들이고 고장난 냄비를 고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정말 중국인들의 발상이 기가 막히다. 한국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해도 너무했다’고 그 냄비 때우는 사람을 비난할 것이다. 적어도 한국에는 이런 속담이 없다. ‘어떻게 남이 불행에 빠졌는데 그 틈을 타서 내 이익을 챙길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정서다. 한국에는 기껏해야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정도의 속담이 있다. 불난 집에 차마 도둑질은 못하고 기껏해야 더 잘 타기를 마음 속으로 바란다는 정도의 생각이다. 남의 집 불났을 때 도둑질한다는 것은 정말 한국인의 전통 인식 구조 속에서는 차마하지 못할 일이다.
 
“상대 기업이 어려운 틈을 타서 어떻게 우리 기업의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상대방이 자금에 고통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기업을 합병하겠는가? 잠시 상품 홍보를 중단하고 상대방 기업이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려라!” 이런 사장님은 정말 인간성이 훌륭하고 도덕적인 분이라고 박수 받을지는 몰라도 그 회사가 이 힘든 경쟁 사회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벤처업계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회사가 약육강식의 정글 논리에 의하여 만들어졌다가 사라진다. 어쩌면 그 생존의 긴장감과 몸부림이 벤처를 벤처답게 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처절하게 패배하여 무릎 꿇고, 또다시 이를 악물고 일어서는 모습 속에서 좀더 강하고 생명력 있는 벤처 기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남의 집 불난 틈을 타서 그 집 물건을 훔치는 진화타겁(趁火打劫)의 전술은 생각에 따라서 조직의 체질을 단련시키는 과정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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