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 배움/三十六 計

24計 가도벌괵(假道伐?)

淸山에 2009. 8. 28. 17:03

 

 

 
 
 

 
 

 
 
24計 가도벌괵(假道伐?)
 
- 길을 빌려서 괵나라를 정벌하다.
 

ABC 세 나라가 나란히 이웃하고 있었다. 어느날 강한 A나라가 가장 약한 C나라를 침략하여 자기 나라로 만들려는 욕심을 가지고 군대를 동원하였다. 그런데 C나라를 공격하려면 중간에 낀 B나라를 지나가야 했다. A나라는 B나라에게 돈과 보물을 줄 터이니 길을 잠깐 빌려달라고 했고, B나라는 K신하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돈을 받고 길을 빌려 주었다. 그러나 A나라는 C나라를 침략하고 돌아오는 길에 B나라도 공격하여 멸망시키고 말았다.

A나라는 애초부터 B, C나라를 모두 공격할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두 나라를 동시에 모두 공격하면 연합하여 방어할까 두려워 차례차례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 것이다. 여기서 힘이 강한 A나라는 진(晋)나라고, 길을 빌려 준 B나라는 우(虞)나라였고, 힘이 약한 C나라는 괵(?)나라였다. 약육강식의 시대였던 중국의 춘추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이 사건을 모델로 생긴 병법이
‘길을 빌려 괵나라를 정벌한다!’는 뜻의 가도벌괵(假道伐?)이다.
내가 원하는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하여 돈이나 재물로 주변을 매수, 하나하나 침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고사에서 절대로 길을 빌려 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B나라 신하 K는 궁자기(宮子奇)란 충신이었다. 그는 재물에 눈이 어두워 길을 빌려 주려고 하는 왕에게 이렇게 간언 하였다.

‘진나라가 우리 우나라와 괵나라를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두 나라가 연합하여 공동으로 대항할까 두려워서입니다. 우리 두 나라는 전통적으로 우방관계를 맺으며 입술과 이가 서로 의지하듯 살아왔습니다. 입술이 밥을 먹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그 입술이 있기 때문에 이가 시리지 않고 따뜻한 것입니다. 만약 괵나라가 망하면 그 다음 공격목표는 우리나라가 될 것입니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린 다는 옛 이야기를 있지 말아야 합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고사가 나온 배경이다.

나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지만 그가 있기에 내가 따뜻할 수 있는 것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일 것 같은 사람도 막상 없으면 허전하고 불안할 수 있다.

세상에 의미없는 이웃이란 없다. 아무리 원망과 갈등관계에 있더라도 이웃과 친척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따뜻한 입술이다. 직장에서 정말 미운 상사도, 일 못하고 게으른 부하도 어쩌면 나에겐 입술과 같은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 사람이 이 직장에서 없어졌으면 바라지만, 막상 그들이 없으면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원조 음식점은 주변에 생긴 유사 음식점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있기에 원조집은 더욱 빛날 수 있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음식관리에 힘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음식점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까이 보면 경쟁 관계이지만 크게 보면 우리 기업과 운명을 같이하는 동종업계 회사다. 어쩌면 그들이 있기에 파이는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내 주변이 없어지면 내가 더욱 편안할 것 같지만 결국 더 큰 재난을 만날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도 이 고사는 자주 인용된다. 현대에도 남한과 북한, 일본과 중국, 미국과 소련 등 다양한 국제 역학 관계에 놓여있는 국가들은 자국의 안전과 미래를 위하여 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른 다양한 전술을 운용하고 있다. 내 주변국이 없어지면 결국 내가 다칠 것이라는 생각에 서로의 이익을 위해 줄을 당기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한 치 앞 밖에 보지 못하는 우나라 왕의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멀리 보는 안목을 가진 국민은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과 길을 빌려 우나라를 공격한다는 ‘가도벌괵’의 병법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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